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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장지대의 변화와 평화 과정 조명' 3월 21일부터 5월 6일까지 문화역서울 284에서 ‘디엠지 전시’ 개최

전시

by 이화미디어 2019. 3. 19.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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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뉴스 문성식기자]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 이하 문체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원장 최봉현, 이하 진흥원)이 주관하는 ‘디엠지(DMZ)’ 전시가 (재)광주비엔날레(대표이사 김선정)의 협력으로 3월 21일(목)부터 5월 6일(월)까지 문화역서울 284에서 개최된다. 


비무장지대는 한국 전쟁 이후, 무장을 가속해 온 역설적인 공간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비무장지대가 진정한 의미의 비무장지대로 변화하는 과정을 조명한다. 예술가, 건축가, 디자이너, 학자들과 함께 현재 진행형의 평화 과정을 그려보고, 비무장지대와 접경 지역을 정치‧사회적, 문화‧예술적, 일상적인 측면에서 다각도로 살펴본다.


이번 전시에서는 지난해 4월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이후 냉전의 산물에서 평화의 상징으로 거듭나고 있는 휴전선 감시초소(GP: Guard Post)의 시대적 의미와 감시초소 철거에 담긴 남북 관계의 새로운 변화를 전달한다.

특히 비무장지대에 도착하기까지 거쳐야 하는 민간인 통제선과 통제구역, 통문, 감시초소 등의 ‘공간적 구성’과 함께 비무장지대가 만들어진 과거부터 감시초소가 없어진 미래의 비무장지대까지를 아우르는 ‘시간적 구성’을 교차하는 방식으로 전시를 구성하였다.


전시는 ▲ 비무장지대의 변화를 상상해보는 ‘비무장지대(DMZ), 미래에 대한 제안들’, ▲ 평화로 나아가고 있는 남과 북의 현재의 모습을 반영한 ‘전환 속의 비무장지대(DMZ): 감시초소(GP)/전방관측소(OP)’, ▲ 군인•민간인•작가들의 서로 다른 시선이 교차하는 ‘비무장지대(DMZ)와 접경지역의 삶: 군인•마을주민’,

▲ 비무장지대의 역사를 다루는 과거의 공간으로서 관련 구축 자료(아카이브)와 회화 작업을 선보이는 ‘비무장지대(DMZ), 역사와 풍경’, ▲ 비무장지대(DMZ)의 현재와 미래를 접하는 공간인 ‘비무장지대(DMZ)의 생명환경’ 등 총 다섯 개의 구역으로 구성된다.

안규철, 이불, 정연두, 백승우, 김준, 노순택, 오형근, 문경원•전준호, 임민욱, 조민석, 승효상, 최재은, 민정기, 김선두, 강운 등 예술가 50여 명이 이번 전시에 참여한다. 


이외에도 비무장지대에 대한 다양한 주제의 강연과 학술행사, ‘북 콘서트’, 영화 상영, 접경 지역 특산물인 쌀을 활용한 ‘디엠지(DMZ) 장터’와 비무장지대(DMZ) 상품을 선보이는 ‘선물의 집’, 도라산 및 철원 지역의 ‘비무장지대 열차관광’ 등 다채로운 부대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이번 전시가 열리는 문화역서울 284(구 서울역사)는 남과 북을 연결했던 경의선 열차의 ‘출발점’이라는 장소적 의미를 가지고 있어, 남북 정상이 만나 새로운 관계를 형성했던 비무장지대와의 공통된 상징성으로 그 의미를 더할 것으로 기대된다.


디엠지(DMZ) 전시와 프로그램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더욱 자세한 내용은 문화역서울 284의 누리집(www.seoul284.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붙임. 디엠지(DMZ) 전시 개요 및 작가별 작품설명, 부대 프로그램

붙임. 「DMZ」전시 개요 및 작가별 작품설명, 부대 프로그램

□ 개요

ㅇ 전시명: 디엠지(DMZ: Demilitarized Zone)

ㅇ 기 간: 2019. 3. 21.(목) ~ 2019. 5. 6.(월)

ㅇ 장 소: 문화역서울 284

ㅇ 주 관: 문화체육관광부 /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ㅇ 협 력: (재)광주비엔날레

ㅇ 총괄기획: 김선정(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

ㅇ 참여기획: 김해주, 이수진, 전미연, 조경진, 조희현, 한금현

ㅇ 참여작가: 안규철, 이불, 정연두, 백승우, 김준, 노순택, 오형근, 문경원•전준호, 임민욱, 조민석, 승효상, 최재은, 민정기, 김선두, 강운 등 미디어, 사진, 회화, 영상, 설치미술, 아카이브 등 국내외 작가 개인 및 팀 총 50명(예정)


□ 전시 구성 

ㅇ 전시


DMZ, 미래에 대한 제안들

3등 대합실에서는 미래의 공간으로서의 DMZ를 보여준다. 이 파트에서는 1988년 뉴욕의 스토어 프런트갤러리에서 열린 ⟪프로젝트 DMZ⟫부터 현재까지, 각계 각층에서 활동하는 예술가와 건축가, 디자이너, 철학자들이 제안해온‘DMZ의 미래’에 대한 저마다의 제안들을 선보인다. 다양한 분야와 매체, 시대를 가진 작가들의 제안과 마주하면서, 관객들도 DMZ가 앞으로 어떻게 변화했으면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공간으로 구성된다. DMZ는 물리적으로는 먼 곳이 아님에도 실제로 가볼 수 없었기에 미지의 세계처럼 멀게만 느껴진다. 이러한 이유에서‘미래’파트는 DMZ의 공간에 대해 앞으로의 가능성을 생각해보고자 마련되었다.

전환 속의 DMZ : 감시초소(GP)와 전망대 

중앙홀에는‘현재’, DMZ의 공간과 시간의 교차점인‘지금의 공간’이 구성된다. 여기에서는 평화를 향해가는 현재 DMZ의 모습과 전망대, 그리고 감시초소(GP: Guard Post) 잔해를 이용한 작업을 볼 수 있다. 남과 북의 근접 군사시설인 GP는 언제라도 전쟁을 유발할 수 있는 장소였지만, 작년(2018년) 12월에 남과 북이 합의하여 시범 철수를 시행했고, 이제 남은 GP의 잔해는 평화 시대로 가기 위한 상징으로 탈바꿈했다. GP와 전망대는 평화 체제가 완료되면 군사시설에서 다른 용도의 시설로 변화될 가능성을 지닌 공간이다. 이 파트에서는 한반도의 상황과 DMZ의 역사를 담은 타임라인을 볼 수 있으며, 파괴된 GP의 모습, 전망대를 활용한 예술가의 작품들을 볼 수 있다. 특히 GP 잔해를 사용한 작업 등은 현재 평화 프로세스로 나아가는 DMZ의 상황을 드러낸다. 


DMZ와 접경지역의 삶: 군인, 마을주민

DMZ에는 두 가지 종류의 삶이 있다. 군인으로서의 삶과 민간인으로서의 삶이 그것이다. DMZ 내에는 첨예한 군사적 긴장 상태와 일상적인 생활의 모습이 공존하고 있다. 정치 사회적 상황 안에 놓인 개인의 삶의 모습은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 건축가, 사적 기록물, 국가기록물에 의해 다양한 시각으로 보여진다.

1, 2등 대합실, 부인대합실에서는 남과 북의 GP의 모습, 정찰하는 군인의 모습을 기록한 사진과 영상, 그리고 한국 전쟁 이후의 한국 군인들, 한국 주둔 미군들, 민간인들이 찍은 GP와 군인 사진 아카이브가 보여진다. 다큐멘터리 사진, 사진기록물과 함께 작가의 사진과 비디오도 같이 전시된다.

귀빈예비실, 귀빈실, 역장사무실에는 접경지대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여기에서는 70년대 중반 정부의 이주정책으로 만들어진 민북 마을 주민들의 삶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그와 동시에 접경지역 마을 사진 아카이브가 전시된다. 이를 통해 접경지역 마을의 역사와 삶의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다.


비무장지대 일대에는 군인뿐만 아니라 농업을 생계로 일상을 영위하는 민간인 거주자들이 있다. 1953년 비무장지대 형성으로 인해 남쪽 비무장지대에 위치하게 된 대성동 마을 주민들은 계속 그곳에 살 수 있도록 조치되었고, 이후에도 정부는 민간인통제구역 안에 ‘민통선 북방 마을’을 조성하여 출입영농과 입주영농을 허용하였다. 이 파트에서는 접경지역에 존재하는 ‘일상’의 모습을 탐구하는 영상 및 설치 작업들을 소개한다.


DMZ 역사와 풍경

분단 이후 많은 작가들은 DMZ를 주제로 또한 대상으로 그림을 그려왔다. 회화라는 매체 자체가 전개되어 온 역사와 작가 개인이 갖고 있는 그림의 방식들의 접점에서 특별히 DMZ를 주제로 하거나 대상으로 다루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문화역서울 284 2층의 그릴과 구회의실 등의 공간에서는 1980년대 이래 최근까지 DMZ를 주제 및 대상으로 삼은 회화 작업들을 통해 여러 세대의 변화, 시간의 흐름 안에 존재하는 DMZ에 대한 다양한 인식을 추적하고 이것이 회화라는 특정한 매체 안에서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살펴본다.

DMZ는 실존하는 공간이면서도 관념적 공간으로 남아 있다. 불과 1시간 이내의 가까운 현실이지만, 마음속으로는 그 어느 곳보다 먼 곳으로 느껴진다. 표면을 통해 깊고 복합적인 의미를 전달하는 회화는 DMZ에 대해 우리가 갖게 되는 모순적인 원근의 감정을 표현하기에 더없이 적절한 매체인지도 모른다.

이 두 공간에서는 20여 명의 서로 다른 세대와 표현의 작가들의 작업을 통해 DMZ에 대한 여러 시선과 이야기를 소개한다. 통일에 대한 염원과, 북녘땅에 대한 그리움에서부터, 경계를 바라보며 발생하는 복합적 심상의 회화적 표현이 전개된다. 더불어 작가들 개인이 DMZ를 작업의 대상으로 삼게 된 특별한 동기와 이에 얽힌 이야기들을 함께 소개하여 그림과 생각의 타래가 얽히는 공간으로 구성한다. 


DMZ의 생명환경

서측복도와 TMO에서는 DMZ의 생명환경을 보여준다. DMZ는 248km 경기 파주부터 강원도 고성에 이르는 한반도의 생태횡축이다. 그러나 남북의 경계는 서쪽에도 이어지면서 김포와 강화를 거치는 한강하구 중립지역과 NNL로 확장된다. DMZ의 생명환경 파트에서는 세 가지 다른 차원과 관점으로 리미널한 경계를 탐색한다. DMZ 식물상을 다룬 작품은 생태계를 환유적으로 제시하면서, 야생 자연의 가치를 환기시켜 준다.

고성에서 백령도까지 전망대를 중심으로 DMZ 접경지역을 아카이브한 작업은 지형과 풍경에 주목한다. 전망대를 따라가다 보면 전쟁의 상흔과 아름다운 풍광은 교차되는데, 이를 횡단하는 여정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민북마을 철원 주민 삶의 이야기는 쌀이라는 소재로 풀어간다. DMZ 생명환경을 미시적으로 들여다보면서 분단의 조건이 생활 구석구석에 어떻게 자리 잡고 있는가를 드러낸다. 


부대 프로그램 

- 학술 프로그램: 남북관계, 생태계 등 DMZ에 대한 다양한 주제로 구성한 강연, 학술회의 및 북•토크 콘서트

- 영화 스크리닝: DMZ과 관련된 대중•독립 영화, 다큐멘터리 상영 및 연구, 연계 토크 진행

- DMZ 쌀을 활용한 마켓, DMZ 열차 투어, DMZ 전시 관련 선물의집 운영


작가별 작품설명

DMZ, 미래에 대한 제안들



최재은              '대지를 꿈꾸며 … / 自然国家'


전쟁과 파괴로 얼룩진 한국의 DMZ가 60여 년이 지난 지금 아름다운 자연으로 환원된 것은 바로 우주의 본성이 생명과 미래를 지향한다는 사실을 확연히 보여준다. 최재은은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2015년부터 작가, 건축가, 과학자 등과 협연으로 '대지를 꿈꾸며 … '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왔다.

작가가 기획한 프로젝트는 강원도 철원군 DMZ내에 궁예 도성을 중심으로, 남북과 좌우를 약 20km연결하는 공중정원과, 생명을 위한 종자와 지식은행(DMZ Vault of Life and Knowledge), 지뢰제거, 재래종에 기반한 한 녹지 회복 등의 내용을 담고있다. 최근에는 프로젝트의 현실화를 가정해 매뉴얼을 정립시키기도 하였다.

공중정원 위에는 12곳의 정자와 3~5곳의 타워 등이 세워지는데 이것들의 소재는 자연 소재들로 제한되어 있어 순환을 기본 개념으로 한다. 최재은은 이곳을 자연국가(自然国家)라 명명한다. 고대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많은 전쟁과 평화의 역사적 사건들이 일어났던 이곳을 자연이 기르는 곳으로 만드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커다란 전환점을 만드는 것이다. 


승효상            새들의 수도원, 2017


한반도의 허리를 4km의 폭과 250km의 길이로 잘라 남북의 경계로 삼은 DMZ는 1953년 정전협정 이후 인간의 출입을 허용하지 않는 비극적 땅이다. 적대적 긴장이 늘 팽배한 곳이지만 역설적으로 자연은 여기서 늘 평화롭다. 야생의 천국이 된 이곳에 가면 문득 삶과 존재에 대한 사유와 성찰이 끝없이 밀려온다. 여기에 수도원은 최적의 장소이다.

이 한적할 수도원은 사람은 가끔 사용할 수밖에 없겠지만 새들의 거처로도 쓸 만할 게다. '새들의 수도원'은 DMZ의 조류생태를 살펴 새들의 높이에 따른 서식지를 만든 작업이다. 그러나, 이곳은 인공의 시설이 들어서기에는 금기의 땅이다. 그래서 한시적일 수밖에 없어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허물어지도록 느슨한 구조와 장차 소멸될 재료로 만든다. 그래도 이 시설이 있었던 기억은 남을 것이며 어쩌면 그 기억만이 진실하다.


조민석             
DMZ 생명과 지식의 저장소, 2015


조민석의 'DMZ 생명과 지식의 저장소'는 2015년부터 꾸준히 진화해온 공동작업 '대지를 꿈꾸며 ... '로부터 시작되었다. 예술가 최재은과 건축가 시게루 반이 공동 디자인한 ‘공중정원’ 설계에 참여하게 된 작가는 정원의 북측 입구에 설정된 종자은행과 남측 입구에 설정된 생태계 도서관의 구상을 의뢰받는다.

이 공생적 두 시설은 각각 지상의 준비 공간, 그리고 ‘생명’과 ‘지식’의 안전한 보존을 위한 지하 저장소로 구성된다. 그리고 마침 이 시설들이 인간이 만든 두 개의 비극적인 선, 국경선과 터널이 평면에서 교차하는 지점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알게 된 작가는 현재 군사 관광지인 철원의 터널을 재활용함으로써 물리적 개입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저장소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기존의 터널은 산지인 DMZ 아래를 깊숙이 가로지르기 때문에 저장소로서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수십 년의 분단으로 막힌 ‘혈’을 풀어주며 새로운 생성 에너지가 흐르게 하는 ‘대지 위의 침술’과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크리스티나 킴
               대지를 꿈꾸며 프로젝트, 2018


프로젝트 '대지를 꿈꾸며 … '를 완전히 관람하기 위해서는 약 8시간에 걸쳐 20km를 걸어야 한다. 이러한 사실에 착안하여 패션디자이너이자 아티스트인 크리스티나 킴(Christina Kim)은 DMZ 안에 들어갈 때 입는 옷과 가방의 디자인을 제안하였다.

비무장지대에 진입하는 방문객들은 가능한 한 적은 소지품을 지닐 것이 장려되기 때문에, 작가의 프로젝트는 자연 요소들(햇빛, 비, 저온, 바람, 벌레 등)로부터 그들을 보호할 수 있는 옷가지(외투, 조끼, 모자)와 필기구, 공책, 간단한 점심을 넣을 수 있는 가방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직물은 한국의 섬유, 주로 지속적으로 방출되며 자연적인 방충 효과가 있는 기름이 함유된 유기농 삼베와 면으로 만들어지며, 모양은 한국 전통 복식에서 온 것이다. 크리스티나 킴은 옷가지 각각은 휴전선 이남과 이북의 한국인들에 의해 그 지역에서 제작될 것을, 그 위에는 비무장지대에서 지내고 있는 멸종위기종인 두루미가 수공예로 수놓아질 것을 제안한다. 작품 제작과정은 폐기물을 전혀 발생시키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하며 완성된 생산물은 비료로 사용될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남화연                  드로잉 연작


남화연의 드로잉 연작은 도시 내에 방치된 채 존재하는 벙커 등의 비밀 군사시설에서 착안하여 사라져가는 각종 시설들에 대한 나름의 디자인으로 완성된 것이다. 2005년 여의도에서 발견되어 화제가 된 지하 벙커 뉴스를 접한 후 작업에 착수하게 되었는데, 이를 통해 우리의 집단 기억 속에 존재했던 시설에 대한 작가 나름의 시각을 보여준다.

특히 평범한 건물 속에 군사적 시설물로서의 이중적 기능이 감춰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은 전쟁을 겪은 후 아직까지도 분단의 상태에 있는 우리나라에서 매우 신빙성 있는 시나리오로 작용한다. 유사시 활주로로 전환 사용 가능한 터널, 종교적 건물로 위장한 관제탑, 감시카메라를 숨기고 있는 평범한 행사장 애드벌룬 등은 비밀 군사작전을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요소들이다.

하지만 치밀한 일급 비밀작전을 위한 디자인이라고 하기에 손으로 그린 드로잉들은 다소 허술한데, 바로 이 지점에서 작가적 상상력이 관객의 상상력과 만나 즐거운 교감이 이루어진다. 



박세진               풍경 1993-2002, 2002


박세진의 '풍경 1993-2002'은 1993년 판문점 견학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공동경비구역 남쪽 초소에서 ‘돌아오지 않는 다리’를 바라보며 저 지평선 너머에 무엇이 있을까에 대한 호기심과 상상력을 품는다.

‘돌아오지 않는 다리’가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서로 다른 방향을 응시하는 희미한 실루엣의 인물들은 북한 병사, 남한 헌병, 혹은 작가 자신 모습의 투영이기도 하다. '라푼젤리아의 관광버스일뿐야'은 빌 비더스의 유명한 노래 가사 “Just the two of us”를 “Just a tour bus”로 알아들었던 작가가 만들어낸 오해의 풍경에서 기인한다.

'라푼젤리아의 관광버스일뿐야'은 정지된 판문점의 시간과 금기가 불어 일으킨 오해와 환상의 존재를 기록한 풍경이다. 세계의 질서를 이해하려고 애쓸수록 펼쳐지는 이 환상의 풍경은 받아들여지지 않는 정의 앞에서는 세계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듯 오해로써 존재하지만, 결국엔 세계를 와해시키는 역할을 하게 됨을 은유한다.



민정기               포옹, 1981


민정기는 인문학적인 성찰을 통해 자신이 바라보는 풍경의 지형적 요소와 그 안에 어우러진 인간의 흔적을 다루어왔다. 1981년 작 <포옹>은 화면을 가로막는 철조망을 뚫고 만난 두 남녀가 격정적인 포옹을 나누는 장면을 보여준다. 두 남녀의 배경으로 펼치진 풍경은 도상적인 논리에서 어딘가 어긋나 보이는데, 작가는 의도적으로 원숙하지 못한 표현법을 모방한다.

그에게 풍경화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을 그리는 것이 아니다. 그 공간 내에 형성되는 삶의 특수한 시간을 회화적으로 형상화하고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역사의 산수를 표현하는 것이다. 최근 GP를 답사한 후 그린'고성'*(2019)은 역사적인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해온 비무장지대의 지형을 담아낸다. 날 때부터 지니고 있어 우리의 본래 체질 같은 ‘분단’이기에 이곳의 생소한 변화로 인해 작동하는 작가의 여러 정서들이 겹쳐진다.


토비아스 레베르거              듀플렉스 하우스, 2017-


토비아스 레베르거는 양지리에서 볼 수 있는 마을 주민들의 집을 프로토타입으로 삼아 작업의 개념을 떠올렸다. 작가가 '리얼 디엠지 프로젝트'에 제안한 '듀플렉스 하우스'는 남한과 북한의 가족이 함께 살 수 있는 두 세대용 주거 형태를 만든다는 아이디어에서 착상한 작업이다.

세 개의 층으로 이뤄진 <듀플렉스 하우스>는 두 나라로 존재하는 한국의 역사를 상징한다. 1층 입구의 공간은 공통의 과거를, 2층의 공간은 작게 난 두 개의 창문을 통해 두 나라가 서로를 주시하고 있는 현재를 보여준다. 꼭대기 3층은 통일된 두 나라의 하나 된 미래를 나타낸다. 하지만 통일이 되기 전까진 이 집에는 남한 가족만이 살 수 있다. '듀플렉스 하우스'에는 언젠가 통일이 이뤄지면 남한과 북한의 가족이 함께 살 수 있길 바라는 작가의 염원이 담겨있다. 




이불               리얼 DMZ 프로젝트를 위한 아이디어 스케치 No. 2 - 인피티니 타입 B, 2017


이불이 선보이는 '리얼 디엠지 프로젝트를 위한 아이디어 스케치' 작업물들은 DMZ에 설치되었으나 더 이상 본래의 목적으로 활용되지 않는 구조물들의 형태를 활용하여 구상한 작품 스케치이다. '리얼 DMZ 프로젝트를 위한 아이디어 스케치 No. 2 - 인피티니 타입 B'는 소이산 입구에 위치한 망루형 벙커를 활용한 작품 안이다. 벙커 내부에 다각도로 분절되어 있는 거울 조각들을 부착하여 망루 밖 북쪽 풍경을 동시에 여러 각도로 반사시켜 계절, 날씨 등 외부 환경의 변화에 따라 주변 경관이 파편화되어 보여지는 작품이다.

'리얼 DMZ 프로젝트를 위한 아이디어 스케치'는 양지리 검문소에 대한 작품 구상안으로,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검문소 구조물의 외벽을 금속 소재의 망으로 덮고 그 표면 위에 광택이 나는 금속 소재의 스팽글을 비늘처럼 부착한 작품이다. 자체로는 무동력의 재료를 사용하지만, 현장에서의 바람이나 빛의 변화에 따라 표면이 물결처럼 일렁이며 주변의 계절, 시간, 날씨 등 동시간대의 환경을 끊임없이 반영하게 되는 일종의 움직이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기존 구조물의 존재감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굴절되고 반사된 풍경이 얹어짐으로써 건물 구조의 일부를 지워낸다. '오바드 V를 위한 스터디'는 DMZ 내 경비초소 철조망을 녹여 제작한 신작을 위한 스터디 모델로, 실제 작품은 조립시 지름 약 3미터, 높이 4미터에 이르게 되는 대형 설치 작업이다. 브루노 타우트의 ‘새로운 법령을 위한 기념비’로부터 영감을 받아 시대와 출처가 다양한 근대의 조명탑 구조 디자인을 차용했고, 삼단으로 이루어져 있는 구조물의 각 층을 둘러 LED 조명판이 설치된다. 에스페란토어 혹은 모스 코드로 이루어진 근대의 텍스트가 점멸한다.



프로젝트 디엠지           '
프로젝트DMZ', 1988 


박경은 캐틀린 크랩과 함께 1988년 11월 뉴욕 스토어프런트(Storefront for Art and Architecture)에서 '프로젝트 DMZ' 전시를 큐레이팅했다. 1980년대 후반 격동의 시대, 1987년 전국적인 민주항쟁과 1988년 성공적인 서울올림픽 개최는 박경에게 “만약 한국의DMZ가 다음으로 제거될 지정학적 분단선이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참여자들에게 DMZ를 제거하는 대신 그것을 점령한다면 비군사적이고 반정치적인 목적으로 어떻게 사용될 수 있을지를 상상할 것을 요청했다. 백남준은 호랑이 농장을, 폴 비릴리오는 접근불가능한 공항을, 박모(박이소)는 한국 통일을 위한 부적을, 레비우스 우즈는 DMZ 전체를 덮는 금속판을 제안했다.



전환 속의 DMZ : 감시초소(GP)와 전망대 



김동세
            남북한이 함께 만든 (만들지 않은) 구축물: 상상을 위한 비무장지대의 해체 - 2019,


김동세의 영상 <남북한이 함께 만든 (만들지 않은) 구축물: 상상을 위한 비무장지대의 해체>(2019)는 한반도 비무장지대를 다섯 개의 시선으로 해체한 작업이다. 첫째, 역사의 관점을 통해 비무장지대에 접근하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비무장지대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알아본다. 둘째, 비무장지대가 어떠한 방식으로 한반도의 분단을 유지하고 강화시키는 견고한 장벽의 기능을 하는지 살펴본다.

셋째, 비무장지대가 철통같은 장벽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관통되고 남과 북이 연결되는지 탐구한다. 넷째, 시야를 확대하여 비무장지대를 동북아시아라는 지리적 맥락에서 바라보며 5,000km에 달하는 북한이탈 주민들의 비밀 탈북 경로들을 추적한다. 마지막으로는 남한과 북한이 냉전시대의 산물인 비무장지대를 함께 해체해 나가고 있는 과정을 들여다본다.
 


안규철
           DMZ 평화의 종, 2019


“그 벽은 항상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것으로만 경험되었다. 우리의 상상력은 언제나 그 앞에서 멈췄다. 우리는 벽의 뒷면을 볼 수 없었고, 벽 사이에 있는 공간을 상상할 수 없었다. 벽을 넘어서려면 우리는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에서 그것을 볼 수 있어야 하고, 벽을 부수려면 그것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알아야 한다.

DMZ에서 철거된 철조망의 잔해를 녹여서 종(鐘)을 만들고, 벙커의 감시탑의 형태를 가져와 이 종을 거는 종탑을 만든다. 감시탑들이 서있던 산봉우리들에서 종소리는 남북의 경계를 넘어 멀리까지 퍼져나갈 것이다. 사람들을 갈라놓던 철조망이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종소리가 된다. 상대를 향한 적의와 긴장의 공간이 평화와 치유의 메시지를 발신하는 진원지가 된다.



백승우           마이 라이프 인 워, 2019


백승우의 '마이 라이프 인 워'는 트라이비젼의 형식을 통해 보여진다. 광고판으로 주로 쓰이는 트라이비젼은, 3면이 변화하는 방식으로 이미지를 보여준다. 작업을 하면서 수년간 바라본 DMZ의 공간은 작가에게 이념과 전쟁의 장소라기보다는 홍보와 광고의 장소로 다가왔다. 그러나 작가는 DMZ 속 홍보와 광고의 개념이 상대방을 향한 것이 아닌, 아군과 우리 쪽을 향해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하였다.

때문에 광고판에는 아군의 GP 모습, 예비군 훈련장의 모습, DMZ의 풍경, 군인의 훈련 모습이 클로즈업된 장면 등이 교차된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은 계속해서 이념과 정의라는 명목으로 교육되어왔다. 그리고 스스로 판단하기보다 교육되고 세뇌되어 진다. 나는 어느 것이 옳고 그르다는 것을 판단하고 싶지도, 판단할 수도 없다”. 작가가 말하듯 그의 작품은 관객 각자가 가지고 있는 경험을 통해 이미지의 해석을 추적하도록 제안하며, 이를 통한 의도적 오류들을 유발하고자 한다.


정연두           을지극장, 2019


정연두는 군사적 긴장감이 최고조에 다다랐던 2017년 12월부터 평화의 분위기가 조성되는 2018년 12월까지 약 1년간 50여 차례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하며 사진 작업을 진행해왔다. 동부전선부터 서부전선까지 DMZ 내에 있는 전망대들 중 13군데를 선정하여 계절별로 방문하여 사진을 촬영하였다. 전망대라고 하는 DMZ가 내려다보이는 안보관광의 장소를 하나의 극장으로 상정하여 현실 극장을 사진 속에 구현하였다.

강화도 '평화 극장', 철원 '멸공 극장', '승리 극장', 화천 '칠성 극장', 양구 '을지 극장', 고성 '통일 극장'등의 작업을 진행했는데, 이 중 한 곳인 양구의 '을지극장'을 이번 전시에 선보일 예정이다. 이 사진들은 연출과 기록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배우들이 천연덕스럽게 안보관광을 온 관광객들 사이에서 연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총 13개 챕터로 구성된 단막극들은 전망대에서 보이는 DMZ에 얽힌 이야기들을 소재로 하고 있다.


함경아 불편한 속삭임, 바늘 나라/ SMS시리즈 , 위장무늬/ 당신도 외롭습니까? C 01-01-02, 2014-2015 


함경아, 불편한 속삭임, 바늘 나라 / SMS시리즈 , 위장무늬/ 밝게 웃자 (북한 카드 섹션중 문구) C 01-01-03, 2014-2015


함경아의 자수 작업은 중개인을 통해 접촉한 북한 공예가들과의 협업으로 제작되었다. 작가는 위태로운 경로를 거쳐 물리적, 정치적, 심리적 경계를 넘나들며 암암리에 완성한 자수 작품들을 선보인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색채의 이미지 한 땀 한 땀 속에는 수천 시간이 넘는 노동과 중개인에게 건넨 뇌물, 그리고 검열, 밀수, 뇌물, 암호, 사상, 긴장감 등 보이지 않는 다양한 분단의 현실들이 내재되어 있으며, 이는 작품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SMS (Sending Message Service) 시리즈에서는 다채로운 표면 속 영문 단어, 혹은 남한의 유행어, 케이팝 가사 등을 숨긴 디자인을 북한 공예가들에게 전달하며 금기된 소통을 시도한다. 또한 2016년 올해의 작가전에 전시된 탈북한 유소년 축구선수와의 협업으로 이루어진 ‘악어강위로 튀어오른 축구공이 그린 그림’ 의 일부도 설치된다.



토마스 사라세노           자유도, 2014


토마스 사라세노는 냉전의 파놉티콘이 한곳에 과하게 몰두하면서 발생하는 문제, 즉 ‘초점의 오류’(focusing illusion)라 불리는 현상을 낳았다고 본다. 이 현상은 사람들이 어떤 사건의 한 양상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할 때 발생하는 오류를 말하며 이로 인해 미래의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하게 한다.

이러한 생각 끝에 사라세노는 본래 DMZ와 북한을 관찰하도록 고정되어 있던 평화전망대의 공공 망원경을 모든 방향을 관찰할 수 있게 회전하는 망원경으로 개조하였다. ‘자유도’(Degrees of Freedom)는 개인들이 자신의 의지를 표현하고 그에 따라 행위 하는 정도를 뜻하는데, 작가는 인간이나 동물은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행동한다는 점에서 착안하여 '자유도'*를 작품의 제목으로 선택하였다.

정치적 풍경을 향한 고정된 앵글로 시야를 제한하는 대신 작가는 국경과 철책 지뢰로 가둘 수 없는 하늘 너머와 수많은 종류의 새, 곤충들로 시야를 확장한다. *<자유도>는 2층 복도에서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DMZ와 접경지역의 삶: 군인 마을주민

           


박종우


상호 대치중인 남과 북의 GP사이는 개방된 공간이고, 북한과 남한의 실질적 경계인 군사분계선은 철조망이 없는 ‘가상의 선’일 뿐이다. 긴장, 정적... 소리를 낼 수 없는 침묵 속에서 작전을 벌이는 군인들을 보호하는 최전선의 보루, GP는 결코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분단체제의 공고한 상징이었다.

대형 사진 작업 '인사이드 DMZ – 비무장지대 경계초소 GP'는 남북대치의 와중에 생겨난 군사건축물들이 보여주고 있는 비현실적인 모습이고, 영상 작업 '인사이드 DMZ – 경계의 북쪽' 은 긴장된 상황에서도 북한 군인의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인사이드 DMZ – 정찰'은 수색작전을 펼치는 민정경찰 수색대를 따라가면서 남방한계선과 군사분계선 사이의 비무장지대 내부공간을 탐구한 영상이다.



오형근              기마전, 2010년 5월, 2010


오형근의 작업에서 군인들이 드러내는 불안감의 미묘한 흔적들과 마주하게 되는데, 이는 식민지 지배와 수십 년 간의 군사 정권으로부터 비롯된 외상의 유산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오형근이 찍은 사진들은 그 어떤 폭력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그의 사진들은 오히려 폭력을 예감하고 그것을 극복하려 애쓰는 군인들의 집단적인 외상을 나타낸다. 오형근의 연작이 지니는 또 다른 중대한 점은, 예상치 못한 종류의 모호한 불안감을 군인들의 모습에서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인데, 그것은 국가안보에 대한 무조건적인 충성과 젊은 군인들이 추구하는 세속적 가치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점에서 변화를 겪고 있는 오늘의 군사문화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In the Midst of Shifting Anxieties』, 문영민 글 발췌



이재욱         공감의 오디션, 2017


이재욱의 <공감의 오디션> 은 전문 배우들이 한국 전쟁 당시 참혹한 실화를 연기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우의 뇌파를 기록한 영상 작업이다. 연기자가 한국 전쟁 당시 실제상황을 머릿속으로 채화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뇌가 어떻게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는지 탐구한다.

영상 중간마다 한국전쟁 당시 사진들이 연기 위에 영사되는 장면이 보이는데, 지나간 역사의 기억이 가물가물 해지듯 연기 위에 영사된 이미지들은 흐릿하게 그 모습을 드러낸다. 영상과 함께 최신 뇌 과학에서 공감이라는 주제로 활발히 다루어지는 거울 신경 세포에 대한 설명이 설치된다. 역사적 기억에 비춰 타인을 공감하는 과정을 통해 영상 속 배우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간다. 



노순택         남풍리 남일당 남지피, 2019


노순택은 분단의 작동보다 오작동을 관찰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써왔다. 그에 따르면 작동하는 것 자체가 오작동이다. 이번 전시에서 노순택은 자신이 살고 있는 경기도 안성 남풍리에서 DMZ 풍경을 발견한다. 남북 공동합의에 따라 철거된 남측 GP에서 폭력으로 얼룩진 도시재개발의 풍경과 용산참사의 흔적을 찾아낸다.

남풍리와 남일당과 남지피는 물론 서로 다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풍리와 남일당과 남지피는 서로 닮았다는 것이 그의 다소 엉뚱한 주장이다. 사진은 어디가 남풍리이며 어디가 남일당이고 어디가 남지피인지 답해주지 않는다. 힌트가 있을까? “분단은 삼팔선을 전국화했고, 지피를 전국화했다. 풍경은 이따금, 이곳을 감추면서 저곳을 드러낸다.”


군인사진 아카이브



인 사진 아카이브에서는 1950년에서 현재에 이르기 까지 국가기관, 개인, 언론사에서 소장한 사진들이 전시된다. 1950년대 한국 전쟁 당시부터 1970년대까지 DMZ에서 주둔했던 국군과 미군 사진 총 75점이 중앙 벽에 설치된다. 한국 전쟁 후 한반도 비무장지대의 가장 긴장된 시기를 국군과 미군이 서로 다른 시선으로 기록한 사진 자료와 함께 사진작가 김한용이 1960년대 육군홍보사진용으로 촬영한 사진이 전시된다. 이 시기에 복무했던 국군과 미군이 개인적으로 기록한 사진과 함께 국가기관의 소장한 기록사진, 일간지 보도사진, 작가 사진 등으로 수집된 사진 자료는 당시의 군인의 일상, 군사시설, 생경한 DMZ 풍경 등을 다각적인 시각으로 기록하고 있다. 사진 설치 외에도 더 많은 사진자료가 아카이브 북으로 전시된다. 


김태동          강선 腔線 (rifling)-011, 2017


김태동의 <강선 腔線> 시리즈는 2015년 《리얼 디엠지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작업이다. 전쟁의 잔흔이 남아있는 경원선 라인 인근(동두천-백마고지역)의 새벽 시간을 추적하여 카메라에 담았다. 작가는 동숭터미널, 군복 코스튬을 한 여인, 마을 안에 있는 전쟁유적지의 총흔, 미군기지 옆 작은 마을의 부서진 담벼락, 새벽 시간 전쟁 마을의 특유의 긴장감을 담은 풍경, 그리고 그곳에서 빛나고 있던 밤하늘 별의 모습을 사진에 기록한다. 이를 통해 경원선 인근 지역의 모순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철원에서 촬영된 별 사진들과 별을 기준으로 자전하는 전쟁 유적들 <ΠΛΑΝΗΤΕΣ-014> 을 함께 보여준다. 이 작품 속에는 사진 속에 정지된 많은 별들이 실은 무한한 다른 시간들이 모여서 한 장면이 되는 것처럼, 흔들린 유적들 속에 내재된 오랜 문명의 시간을 되돌아보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있다. 


권하윤            489년


남한 태생인 권하윤에게 DMZ는 언제나 금지된 공간이었다. DMZ가 개방되는 날을 상상하곤 했던 작가는 신화처럼 되어버린 그 공간을 이해하고 좀 더 개인적인 방법으로 접근하기 위하여 DMZ에서 근무했던 군인들을 인터뷰하기 시작한다. 김 병사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 ‹489 년›은 그곳에서 복무했던 군인들의 기억을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그들만의 DMZ를 방문하도록 이끈다. 작품 속에서 김병사는 금지된 곳이자 자연이 권리를 되찾은 공간인 ‘미확인 지뢰지역’에서의 경험담을 들려준다. 작가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한 군인의 기억 속으로 들어가는 초대장을 제시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금지된 공간을 좀 더 인간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한다.


박성진             비무장지대 수색작전, 2013


박성진은 이번 전시에서 그동안 DMZ(비무장지대)와 GP(감시초소) 등 군사적 긴장감이 높은 공간에서 촬영한 기록들을 영상으로 보여준다. DMZ는 우리나라의 최전선 으로 항상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공간이다. 이 공간과 시간에 흐르는 분위기를 작가는 별도의 필터링이 없이 있는 그대로 담고 있다. 작가는 2019년 현재 남북 관계가 상당히 변화•발전하고 있음을 감지하였다. 최근에는 한반 도의 정세 변화에 따라 함께 변화하는 사람들의 시선까지 작업에 담고 있다. 


최찬숙            양지리, 2018


민북마을 ‘양지리’는 대북 선전이라는 목적을 갖고 군사적 통제아래 조성된 이주민 공동사회이다. 이곳의 이주민들은 정부로부터 주택에 대한 지원은 받았으나, 토지 소유권은 인정받지 못했다. 이들의 삶은 소규모 주택 9평 1가구 2주택, 콘크리트 날림공사로 지어진 100채의 집안에서 시작되었다. 이제는 노인들만 남아 역사의 축이 그려 놓은 텅 빈 무대와 같은 비현실적인 공간이 되었지만, 무대가 아닌 땅에 기반한 삶의 공간을 쌓아온 80세이상 주민들 70여명이 여전히 이곳에 남아있다. 그들은 소유할 수 없는 땅 위에 9평 집을 오랜 세월 증축하고 변형하며 독특한 구조로 만들어왔다. 작가는 덧대어 만들어진 ‘덧집’들이 이주민들의 변위된 정체성의 서사를 반영하는 것으로 본다. 이러한 인식을 기반으로 물질화 된 자아의 공간, 그 자체를 <양지리>를 통해 은유한다. 



문경원&전준호             
프리덤빌리지, 2017-2019


문경원&전준호는 한국의 DMZ 내에 있는 ‘자유의 마을’에 관한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작가는 60여 년 동안 시간이 멈춘 채 현재에서 소외된 이곳을 과거로부터 불러내어 우리를 둘러싼 세계의 모순과 한계를 직시하려 한다. 한국의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조명하는 것을 넘어 우리의 삶을 통속화시키는 제도와 권력으로부터 비판적 인식을 끌어내고, 고정적이고 타성에 젖은 것들을 환기시키며 새로운 시각과 사고의 개입을 유도한다. 이는 예술의 영역을 넘어 인간과 세계의 관계를 되짚게 하며, 인식의 지평을 넓혀 존재의 의미를 분명하게 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함양아                   황무지—우리안의—사회화된 자연, 2013


비무장지대라는 의미의 DMZ가 사실상 완전무장된 장소라는 것은 모순적이다. ‘인간 없는 세상’, 함양아는 인간에 의한 자연의 사회화가 최소화된 장소에 대한 관심으로 처음 DMZ에 접근한다. 그러나 2012년부터 13년까지, 서해의 백령도부터 강원도의 고성까지의 경계선을 따라가며 관찰한 실제 DMZ는 군사문화의 영향을 받는 세계에서 유일한 ‘전쟁생태계’가 존재하는 곳이었다. 이러한 인식에 따라 방문하고 조사하고 촬영한 이들의 증언, 사료를 바탕으로 작가는 <황무지 – 우리 안의 – 사회화된 자연>을 완성한다. 《리얼 디엠지 프로젝트》에 제안하기도 했던 이 작품은 DMZ의 과거와 현재를 통해 작가의 인식을 뒷받침하는 사실들을 따라가며, 통일 이후 DMZ에서 가속화될 자연의 사회화 방향에 대해 예측한다. 작가는 영상을 통해 현재와 미래의 시간이 맞물려 있고, 현세대의 행위가 미래 세대의 조건이 된다는 이야기를 펼친다.


아드리안 비샤르 로하스
            전쟁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 2017


아르헨티나 작가 아드리안 비샤르 로하스는 2014년 《리얼 디엠지 프로젝트》에 참여하였다. 작가는 자신의 팀원들과 함께 한반도 비무장지대의 작은 마을인 양지리에서 한 달을 지내고자 했고, 그동안 일련의 활동을 계발하고 기록하며 마을 주민 전체를 포함하는 일종의 픽션 상태를 촉발하고자 했다. 작가와 마을 주민 간에는 곧 신뢰 및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덕분에 작가의 카메라는 이 공유된 친밀함의 구석구석을, 양지리의 일상이라는 액자 안에 포착할 수 있었다.

경험의 결과물은 <전쟁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라는 장편 영화로 구현되었으며, 이는 2017년 제69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 처음으로 상영하였다. 다큐멘터리면서 극적이기도 한 연극-영화 하이브리드를 제작한 작가의 이중 목적은 영상의 최종 크레디트 표기 장면에서 확실해진다양지리의 전체 인구수를 명시하는데, 이는 마을 역사상 첫 인구 조사이기도 했다.

접경지역 마을 사진 아카이브


한반도 허리를 서에서 동으로 248km를 가로지르며 DMZ 라인이 설정되어 있다. 이를 따라 민통선이 설정된 지역인 강화군, 김포시, 파주시, 연천군, 철원군, 화천군, 양구군, 인제군, 고성군 등 9개 시, 군의 역사를 담은 접경지역 마을 사진 아카이브가 전시된다.

지역의 군청, 시청이 가지고 있는 기록물과 각 기관의 기록관에서 보유한 DMZ 일대의 도시 역사에 관련된 공적인 자료와 지역민들이 소장하고 있는 개인적인 사진들이 함께 보여진다. 


특히 철원과 양구는 일제강점기부터 현재에 이르는 지역의 풍경, 주요 사건과 사고, 마을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수천 장의 사진이 잘 보관되어 있는데, 이 중 일부를 정리하여 슬라이드 쇼로 보여준다. 공적, 사적으로 촬영된 다양한 사진 자료를 통해 접경지대 마을의 삶과 역사를 알 수 있다.

 

김태형               문화적 상상력을 위한 철원공간읽기 - 지도에 없는 철원, 2013

김태형의 <문화적 상상력을 위한 철원공간읽기 - 지도에 없는 철원> 은 철원 민통선 안 민간인 마을 가옥 구조의 변화에 대한 연구를 통해 지역의 역사와 장소성을 살펴 보는 작업이다. 철원 DMZ 접경지역 언저리에 있는 다양한 분단, 경계들을 살피고, 민통선 안과 밖의 생활양식을 대표하는 주택 구조를 분석하며 이에 따른 생활의 변화, 마을 지형의 변화에 대해 탐색한다. 이번 <DMZ> 전시에서는 철원 민통선 내에 남아있는 민북마을인 이길리, 정연리, 유곡리 등 접경지역 마을의 생성 배경, 그리고 그에 따른 마을과 주택의 구조의 변화를 보여준다.


김준              혼재된 신호들, 2015-2019


<혼재된 신호들>은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는 특정 지역들(이길리, 유곡리 등)과 검문초소, 노동당사, 도로원표, 정연철교 등 역사적 구조물로 남겨진 장소들에서 얻을 수 있는 소리 채집의 결과물을 이용한 설치 작업이다. 특정 지역에 기반하는 다양한 층위의 전자기적 시그널(방송, 군사통신 시그널, 전자기적 시그널, 전파교란 등), 지질학적 구성에 기반한 진동, 자연에서 얻어진 어쿠스틱스(민통선 지역 동물 소리 등), 군사 활동에 기반한 사운드(군사 훈련과 포격 등)가 주요 소재로 사용된다. 이 작업은 남방한계선 지역의 특징적인 역사적, 지리학적 현실을 ‘소리’라는 정보의 층위를 통해 암시적으로 알려준다. 문화역 서울 284 공간에서는 설치 작업을 통해 관람객에게 남북 분단의 특징적 사운드 스케이프를 체험하게 한다.


이창민            이미지 프로파간다, 2018

<이미지 프로파간다>는 2017년 작가가 군 시절 대남방송을 들었던 경험으로부터 시작되었는데, 방송이 중단된 현재까지도 진행 중인 작업이다. 이창민은 방송 소리가 들리는 지역들을 돌아다니며 만나게 된 상황, 혹은 마을의 풍경을 사진으로 담는다.

개인의 청각적인 경험을 사진이라는 시각 매체를 통해 풀어나가는 것이다. 언뜻 보면 평범해 보이는 지역이지만, 평범한 마을의 모습의 풍경부터, 긴장감이 느껴지는 군사 지역의 풍경까지, 군사분계선 주변 지역은 대남방송이 들리는 곳으로 다른 지역들과는 다르게 군사적 긴장감으로 둘러 쌓여있다. 이번 전시에서 이창민은 평범한 마을의 모습과 군사 지역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함께 선보이며, 분단국가에 존재하는 물리적인 경계와 방송으로 인해 생겨나는 소리의 경계, 그리고 집단의 기억과 개인의 기억 간의 경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최근 대북 방송은 중단되었다. 이제 더 이상 소리는 울려 퍼지지 않는다. 그러나 작가는 마을 근처 군부대에서 이따금씩 울려 퍼지는 총성과 포성이 주는 긴장감은 방송이 들리던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사진을 통해 시사한다.

 

1960-80년대 제작된 배달의 기수, 국방뉴스, 대한뉴스 등의 국방 홍보영상이 상영된다. 비무장지대 수색대 장병들의 훈련 및 활약상, 휴전선 철조망을 철통같이 지키는 장병들의 활약상, 사회 각계각층의 부대 위문 방문, 한국의 휴전선을 기록한 미군 방송 등 당시의 DMZ의 군대의 실상을 전하는 영상을 선별하여 보여준다. 혹한의 추위에 전방 철책을 지키며 어머니에게 편지를 쓰는 군인의 모습을 담은 가슴 뭉클한 이야기 등이 내용으로 등장하며, 일반 국민에게 군대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애국심의 고취시키고자 하였던 당시의 상황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영상은 지상파의 정규 프로그램 안에서 보여주었으며, 1987년까지는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영화 중에 반드시 앞에 끼워서 방영하도록 하였다.


DMZ 역사와 풍경           



장섭  역사의 창 - 6.25, 1990


손장섭은 모순적 현실에 대한 저항 의식과 치열한 역사 체험을 바탕으로 1980년대부터 민중미술 경향의 작품을 꾸준히 선보여왔다. 자신만의 독특한 서사 배열로 역사화, 풍경화 연작을 지속적으로 그려온 작가의 작품세계는 2000년대에 들어서 민중과 자연이 동일시된 풍경으로 확장되어 나간다. 출품작 <역사의 창 - 6.25>(1990)는 가로 길이가 약 4m에 이르는 대형 회화 작업으로, 한 폭의 캔버스 안에 대한민국의 현대사 속 사건과 자연의 시간을 결합하여 풀어놓는다. <통일전망대>(2009) 역시 역사의 현장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녹아있는 작품이다.



이해반              
DMZ 풍경 시리즈 - 707op에서 본 금강산, 2019


이해반은 평온해 보이는 풍경 속에 사건의 조짐, 정황, 그 이후를 연상케 하는 장치들을 함께 배치하며 분단된 한국의 현실과 심리적 불안감을 드러내 왔다. 대한민국의 분단 현실을 보여주는 민통선 지역(DMZ)근처인 강원도 철원 동송 지역에서 태어나 늘 가까이 있어도 갈 수 없는, 미지와 익명의 공간에 대해 지속적인 궁금증을 가져온 작가는 관찰자로서 그 풍경과 거리를 유지하기도 하고, 환상으로 거리감을 뒤섞기도 하면서 공간을 탐구한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 <DMZ 풍경 시리즈 - 707op에서 본 금강산>은 이러한 개인의 경험이 담긴 DMZ 지역의 풍경들, 지금은 사진 촬영이 제한된 풍경 등을 회화로 구현한 작업이다.



김지원           맨드라미, 2018


<맨드라미> 연작에는 만발한 맨드라미로 가득하거나, 거대한 맨드라미가 있다. 그렇다고 맨드라미가 배경을 등지고 서서 자신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오히려 맨드라미의 존재 여부를 떠나 화면 그 자체로 맨드라미이다. 얼핏 보면 이는 거대한 대상의 크기에 연유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화면에 얽혀 있는 녹색과 적색, 그리고 흰색은 만발한 맨드라미에 조응한다. 김지원은 텅 빈 캔버스에 끊임없이 붓을 놀리고, 색을 덧대며 맨드라미를 안착시킨다. 이 맨드라미는 <풍경> 연작과 함께 놓이면서 회화적 긴장감을 조성한다. 이는 지난 시절 복무했던 전방의 포병부대를 방문했다가 터만 남은 부대를 마주한 것에서 기인하는데, 그곳에서 본 사그라진 탱크 저지선과 위장용 무늬를 화폭으로 옮겨왔기 때문이다. 이처럼 김지원의 붓질은 대상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방식에서, 더 나아가 대상을 매개체로 세상과 대면하는 동시에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작가 자신의 오감을 캔버스에 구현하는 작업을 지속한다.



김선두          
An Obscure Tornado, 2019

 
<An Obscure Tornado>는 아직 한반도에 남아 있는, 불길하게 회오리치는 전쟁의 토네이도를 표현한 작업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전쟁 분위기였다. 날 선 비수 같은 공방이 북미 간에 교차하면서 금방 전쟁이 터진다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먼 나라의 비극이 우리의 턱 앞에 놓인 듯했다. 바깥 풍경을 바라보던 작가는 그날따라 먹구름이 롯데월드타워 상부를 지나고 있는 것을 발견하는데, 강력한 전쟁의 회오리가 멀리서 용트림하는 듯한 이 광경은 작가에게 마치 하나의 토네이도처럼 전쟁의 불길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여전히 GP로 들어가는 길은 까다롭고 복잡하며 휴전선의 통문은 여러 겹의 철조망으로 이중 삼중 빈틈이 없는 모습이다. 물샐틈없는 이 철조망은 아직도 여전히 우리가 대치 상태에 있음을 증명한다. 김선두는 작품을 통해 전쟁의 그림자가 가시지 않은 불안한 평화 혹은 일시적 안정을 은유한다.



송창            
민통선의 농번기, 1986


분단의 풍경을 지속적으로 그려온 송창 작가는 파주, 연천, 포천, 철원 등의 접경지역을 여행하며 역사적 인식하에 포착한 풍경을 작품으로 옮긴다. 그에게 분단으로 비롯된 한국 현대사의 비극은 항상 중요한 화두였으며 작업의 꾸준한 소재이자 영원한 테마이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민통선의 농번기>(1986)는 전시 작전 구역인 민간인통제선(민통선)에 거주하는 민간인들과, 다른 목적으로 이곳에 살아가는 군인들의 모습을 담은 풍경화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일상처럼 인식되는 남북 분단의 상황을 향해 각성의 메시지를 던진다. 이는 대한민국이 분단국으로서 영원히 고착화되는 상황에 대해 작가가 던지는 일종의 경고이다. 



최진욱              
화가와 죽음, 1995


1995년 8월 1일부터 15일까지 광복 50주년을 기념하여 《비무장지대 작업展》이 개최되었다. 이반 작가의 주도하에 전국 50여 개의 화랑이 공동 참여한 이 전시에 자화상과 실내 풍경을 주로 그렸던 최진욱이 초대되었다. 작가는 갑작스레 주어진 DMZ라는 주제에 ‘비무장지대’의 끔찍함을 떠올렸고, 이내 <화가와 죽음>(1995)을 완성한다. 이 작품은 당시 한겨레신문에 크게 보도되었던 무장 탈영병 사살 장면을 담고 있다.

작업실 안 작가의 모습과 피를 흘리고 죽어가는 탈영병의 모습이 병치 되어있으며, 오른쪽의 탈영병 그림은 왼쪽의 작업실 이미지 안에서도 바닥에 세워진 채 반복된다. <화가와 죽음>은 작가가 처음으로 초록색만 사용하여 그린 그림인데, 붉은 피가 흐르는 잔혹한 장면의 보색으로 선택한 이 초록색은 평화의 색인 동시에, 붉은색을 뇌리에 더 선명하게 새기게 하는 효과를 준다.


이세현               Between Red-015AUG01, 2015


이세현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거제도의 바다 풍경과 군 복무 시절 야간 투시경을 쓰고 바라본 비무장지대의 풍경을 서로 병치하여 화면을 구성한다. <Between Red-015AUG01>에서 그가 그려낸 산수는 마치 유토피아처럼 보이지만 사실 인간에 의해 파괴된 디스토피아를 담는다. 사라져 가는 금수강산의 풍경을 붙잡고 소멸하는 과거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드러내며, 분단으로 인해 발생하는 군함, 포탄, 붕괴한 건물, 철망 등의 요소를 화면 곳곳에 배치하여 우리의 아픈 역사와 현실을 은유한다. 이러한 파편적인 풍경들은 리듬감 있는 작품의 전체적인 조형 속에 유기적으로 어우러지고, 군사적 함의를 띤 붉은 색의 형상들은 정치 이데올로기가 그의 풍경화뿐 아니라 그 너머의 세계 안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드러낸다.


김정헌              이상한 풍경, 1999


김정헌은 1980년대부터 광고, 포스터, 텔레비전의 형식을 차용하여 대중문화와 사회에 대한 비판적 작업을 위트있게 풀어왔다. <이상한 풍경>(1999)은 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에 남과 북의 국기가 게양된 타자화 된 풍경을 그려낸다. 풍경 위로는 만화에 나오는 의성어, 의태어를 콜라주하여 그 풍경을 더욱괴이하고 낯설게 만든다. 적대적인 남과 북의 대치를 알 수 없는 음울한 공기가 휩싸고 있다. 



강운               
밤으로부터, 2019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은 강운에게 기억과 감정, 지식과 상상의 저장소이다. <밤으로부터>(2019)는 작가의 군 복무 시절 기억을 간직하는 자아(自我) 외에 또 다른 존재, 하늘이 그날을 기억하고 있음을 보여주고자 하는 시도다. 군대에서 본 1986년 DMZ의 하늘은 오늘의 하늘과 큰 변화가 없어 보인다. 어쩌면 그 시절의 하늘과 오늘의 하늘은 여전한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시절의 하늘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변화의 변화를 거듭해 왔다.

미세하나 끊임없는 자연의 움직임처럼, 작가는 우리의 정신 또한 은연중에 인식의 변화를 거쳐 왔음을 <밤으로부터>를 통해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군 복무 시절 대남∙대북방송으로 혼이 빠진 채 마주했던 철책은 단순한 물리적 경계를 넘어 훨씬 더 초월적이고 정신적인 장벽이자 표상이었다.

30여 년 후 다시 마주한 이 철책은 더 이상 굳건한 장벽도 상처도 아닌 그저 지나간 시간의 녹슨 표상으로 늘어져 있다. 깊은 잔상으로 남은 고성의 아름다운 산하에 끝없이 이어진 이 막막하고, 또 먹먹한 철조망을 그려낸 <철책 단상>(2019)은 지나가 버린 청춘과 다가올 청춘들에게 헌정하는 작품이다.



허수영            
양산동 10, 2013


허수영의 초기작은 수집해오던 동식물 도감이나 자연물 사진집을 한 권 골라 첫 장부터 마지막장까지 나오는 모든 이미지들을 하나의 화면 속에 모두 그려 넣어 한 권의 책을 한 점의 그림으로 만드는 방식으로 전개되었다.

이후의 작업들은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옮겨 다니며 일년의 풍경을 그리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한 화면에 사계절을 모두 누적해서 그리면 그림도 끝나고 레지던시도 끝난다. 그의 그림 속에는 날마다 기록하듯 그린 것들이 쌓인 결과, 공존할 수 없는 상황들이 중첩된 풍경과 서로 다른 시간들이 혼재된 순간이 펼쳐진다.



손봉채            
금강산도, 2015


산업화와 개발에 밀려 제 땅에 살지 못하고 뿌리째 뽑혀 도시 조경수로, 도회지 사람들의 정원수로 팔려나가는 나무들은 산업화에 밀려 대도시로 선진국으로 살길 찾아 떠도는 현대인들의 자화상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조경수의 아름다움은 낯선 땅에 살아남으려는 그들의 뜨거운 눈물이 빚어낸 결정체다.

손봉채는 작품 <금강산도>를 매개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우리에게 남긴다. “얼마나 많은 나무들이 새로운 땅에 안착하지 못하고 죽어갔을까를 생각해 봤을 때 우리는 과연 그 모습을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오늘도 얼마나 많은 이들이 도회 변방을 헤매며 뿌리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을까”. 손봉채의 작품은 변방의 모든 이들에게 바치는 헌사이자 오늘을 잘 견뎌내고 있는 이들을 향한 찬사다. 


김선경           철원들녘 1, 2013


김선경의 <철원들녘 1, 2>은 철원의 풍경을 그린 작업이다. 구불구불 논둑의 선을 따라 멀리 DMZ로 이어지는 이 고요한 들녘의 풍경은 지금도 늘 긴장이 흐르는 최전방의 전선이다. 새들만이 그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작가의 아버지가 평생의 삶을 바친 곳, 철원의 들녘은 봄이 되면 투명하게 깨어나 밤하늘의 별들을 품고 가을이 오면 철새들이 찾아와 겨우내 차가운 빈 하늘을 메워주며 작가를 설레게 한다.

하지만 해 질 무렵 멀리 DMZ로 이어지는 짙은 회색빛 하늘은 육중한 대지와 함께 무거운 적막을 몰고 오며 전쟁의 상처를 드러낸다. 38선이 생기면서 북의 군정 아래 짓밟히고, 6.25전쟁으로 폐허가 된 드넓은 평야 위에 그려진 이 유려한 곡선과 직선들은 사실 전쟁, 이후의 철원 주민들의 힘겨운 삶, 개척의 역사이다. 작가는 선명한 삶의 흔적을 남긴 채 역사 속으로 사라져가고 있는 그들의 아름다운 삶을 작품을 통해 그려낸다. 



이해민선              
바깥, 2018


이해민선의 작업은 풍경에서 시작한다. 20년간 서울에 살면서 외곽지역을 주기적으로 오고 간 작가는, 길에서 보아 온 풍경들을 매번 작업의 시작점에 놓는다.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풍경에서 읽어낸 물질적 요소와 속성들로 본질에 대한 시선과 사회적 함의들을 표현해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바깥>(2018)은 서울의 도심에서 벗어나 경기도의 소도시로 가는 길의 ‘중간지대’에서 자주 보게 되는 천막천으로 ‘덮어놓은’ 풍경을 그린 작업이다.

덮여진 모양 그대로 변하지 않고 오래도록 웅크리고 있는 듯한 이 천막천의 표면에는 새똥, 먼지, 빗물 자국, 죽은 나방들이 있다. 이해민선은 천막천의 표면이자 캔버스의 표면에 묽은 물감을 붓고, 된 물감을 떨어트린다. 중심에서 떨어져 나온 것들, 나약한 존재들이 서로 지탱하고 보완해주는 풍경들은 작가를 향해 본질에 대해 지속적으로 화두를 던지는 존재이다.


홍순명              DMZ-1807, 2018


홍순명은 한 개인이 주변에서 벌어지는 사건들과 어떠한 방식으로 거리를 두는가를 주제로 일련의 시리즈 작업을 전개하고 있다. <DMZ-1807> 시리즈 역시 이러한 관심의 연장으로, 단지 아름다운 자연이라는 이유만으로 감탄하기에는 불편함이 있는 풍경에 대한 포착이다.

뿐만 아니라 주제와 관계없이 작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회화가 가지고 있는 ‘맛’이다. 홍순명은 각각의 작가들이 추구하고 있는 감각의 향연이 회화가 지속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이유라 믿으며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공성훈             
개, 2010

 공성훈은 1990년대에는 미디어, 사진, 설치 작업을 주로 선보였으나, 2000년대 이후부터는 전통적인 회화를 통해 익숙한 일상을 다룬 구상적 풍경화에 집중하여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개>는 철원의 겨울 풍경을 보여준다.

작품 속에는 삭막한 겨울 풍경을 배경으로 도로에 엎드려 있는 한 마리의 개가 등장하는데 서로 반대 방향을 지시하는 교통표지판, 사람의 그림자 등이 그려져 있다. 또한 하늘에는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헬리콥터가 날고 있다. 이는 작가가 철원을 여행하면서 느낀 분단에 대한 감상을 그린 것으로, 일견 사실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연출된 가상의 풍경이다. 이처럼 작가는 일상적 풍경을 기이하고 낯설게 보여줌으로써 현실 세계를 새롭게 조망할 시각을 확보한다.
 


양유연                
애드벌룬, 2017


양유연은 일상에서 만난 사람과 풍경을 직접 찍거나 보도 사진을 이용하여 작업하면서 세상의 상처를 작품 속에 담아 왔다. 그것은 생소하지만 쓸쓸한 장면이자 소외된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그러므로 애정과 연민이 교차하는 그 그림들은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맞닿을 수밖에 없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애드벌룬>(2017)에서, 작가는 ‘긴 그림자를 쫓았던 밤들이 있었다’라는 발화를 활용하여 우리의 공통 경험을 진술한다. 화면의 바닥에 자리한 사람들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는 명확히 보이지 않으며, 애드벌룬도 과거처럼 혹은 미래처럼 동떨어져 있다. 이는 우리가 앞으로 나아간다고 믿었지만, 어떤 불안이나 두려움도 함께 있던 상황을 은유한다.


DMZ의 생명환경
 

5.1 248km 야생정원, 아름다운 경계


“248km 야생정원, 아름다운 경계”는 DMZ 식물상을 축소하여 재구성한 샘플 정원이다. 실제 접경지역에서 채집한 표본은 DMZ 식물상의 환유이다. 표본전시를 통하여 풍부한 지리적 상상을 촉발하기를 기대한다.

3개의 테라리움은 DMZ 서식환경인 습지, 평지, 산지를 담는 소우주이다. 이끼정원은 DMZ 땅굴 지하의 생명환경을 재현하였다.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유리는 무언가를 ‘허용’하거나 반면에 무언가를 ‘차단’한다는 의미를 내포하면서, DMZ 공간의 모순적 속성을 웅변하고 있다.


5.2 전망대를 따라가는 평화관광길

‘전망대를 따라가는 평화관광길’은 DMZ 동서를 횡단하며 국토의 지형과 풍경을 다채롭게 마주하는 새로운 여정이다. 이 횡단여정을 통하여 접경지역에 잠재된 자원을 만나고 고유한 문화를 발견하게 된다. DMZ에 설치된 15개 전망대는 각 지역의 중요한 활동거점이자 풍경을 조망하는 공간으로 주목할 만하다. 각각의 전망대는 서로 다른 정치 문화 환경이 충돌하는 경계에서 중요한 레퍼런스가 된다. 본 전시는 전망대 간의 위상기하학적 관계를 드러내면서, 접경지역의 경관과 장소 특성을 입체적으로 해부한다. 

5.3 DMZ 쌀, 철원농민 삶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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