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벨라오페라단 '안나 볼레나'. 왼쪽앞부터 메조소프라노 방신제(죠반나 역), 소프라노 이다미(안나 역), 베이스 양석진(엔리코 역).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KBS 2TV 주말드라마를 보면서도 내 귓전에는 지난 주말 본 라벨라오페라단 <안나 볼레나> 2막 시작의 여성 합창이 자꾸 귓가에 맴돈다.

왜 이럴까. 요 근래 양반집 가문 아들 아닌 딸 셋이 이모네 하숙집에서 펼치는 좌충우돌 이야기 <오케이 광자매>를 보는 것이 내 일주일 삶의 낙이다. 아, 그런데, 왜 라벨라오페라단이 6년만에 공연한 <안나 볼레나>는 나한테서 안 떠나느냔 말이다. 

2015년은 안나의 복수, 2021년은 인물의 선택에 집중
 
라벨라오페라단(예술총감독 이강호)의 <안나 볼레나>가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관객의 찬사 속에 5월 29일과 30일 3회 공연을 마쳤다. 지난 2015년 <안나 볼레나>를 이강호 감독, 이회수 연출, 양진모 지휘에 국내 성악진만으로 훌륭하게 아시아 초연한 이후 6년 만이다. 

라벨라오페라단의 2016년 <안나 볼레나>가 정통파 무대에 안나의 복수에 초점이 있었다면, 이번 2021년 버전은 미니멀한 무대 속에 각 배역의 입장을 잘 부각시켜 더욱 입체적으로 도니제티의 벨칸토 오페라를 완성시켰다. 

메조소프라노 김정미(죠반나 역), 베이스 김대영(엔리코 역) 

 

긴 서곡이 연주되고 그 사이 붉은 장막에 자막으로 메리 스튜어트, 앤 불린 등 헨리8세의 여섯 아내의 이름과 설명이 보이니 영국 16세기 왕위계승의 치열한 아들 낳기 전쟁이 잘 와 닿았다. 1막 1장 엔리코(헨리8세)와 조반나가 몰래 만나고, 미니멀한 ‘ㄷ’자 형태 무대 2층에서 추밀원단이 그 모습을 내려다보면서 안나 왕비에 대해 걱정하는 합창을 한다.
 
이어 왕비에게 시종 스메톤(메조 소프라노 김하늘)이 하프를 연주하며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 마세요”하고 위로의 노래를 건네는데, 나한테 얘기하는 것 같아 속으로 깜짝 놀랐다. 1막 2장 윈저성 앞, 안나의 옛 연인 퍼시와 그의 친구이자 안나의 오빠 로쉬포르(바리톤 최은석)가 노래하는 장면도 멋지다. A팀의 퍼시 역 테너 이재식이 폭넓은 고음의 서정성이 호소력이 있었다면, 같은 퍼시역 B팀의 테너 석정엽은 뮤지컬 배우같은 훤칠한 키와 외모와 미성으로 매력선을 펼쳤다. 

1막 3장 안나를 사모하던 스메톤이 안나의 초상화가 그려진 메달을 가져갔다가 돌려놓으려고 안나의 방에 들어온다. 안나와 퍼시가 들어오자 스메톤이 벽 뒤에 숨는 모습을 벽에 그림자로 비치게 한 기법도 신선했다. 스메톤 역 메조소프라노 여정윤은 발각될까봐 숨을 곳을 찾는 그림자 연기를 풍성한 중저음 노래로 실감나게 해주었다.

퍼시의 사랑고백에 안나는 거절하고, 이에 퍼시가 자결하려 칼을 뽑아들자 막으려 스메톤이 벽에서 나오고, 엔리코 왕이 나타나 방 안의 모두를 감옥으로 보낸다. 이 때 'v'자 구도에 맨 앞에 안나로 엔리코, 퍼시, 로쉬포르, 허비의 5중창 '내 손에 떨어진 그의 눈물이(lo sentii sulla mia mano)'가 힘차게 울려퍼지는데, 노래가사가 서로 안 겹치고 각자 입장의 호소가 이렇게 잘 될 수 있는지 오페라 앙상블의 묘미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2막 시작 검은색 면사포를 쓴 시녀들이 왕비를 위로하는 합창을 한다. 노이오페라코러스가 연습을 참 많이 한 것 같고, 잔잔하고 우아하게 시작해 점점 어둠을 노래하는 이 합창이 참 좋다. "아, 왕비님이 행복하던 시절에 아첨하던 사람들은 다 어디갔나...불쌍한 왕비님 저희는 함께 있겠습니다...눈물은 언젠가 끝나지만 정절은 영원할 것입니다"

안나와 죠반나의 '내 마음을 들여다보시는 하느님(Dio, che mi vedi in core)' 또한 명장면이다. 붉은 조명과 검정 의상 속에 두 여인의 화려한 기교와 고음으로 팽팽한 대결을 보여준다. 왕실무관 허비 역 테너 김지민도 남성 합창(추밀원)과 대화하며 활력있는 고음으로 왕의 뜻대로 퍼시와 안나를 잡아들이는 역할을 잘 선보였다. 

소프라노 오희진(안나 역), 메조 소프라노 여정윤(스메톤 역). 

   
광란의 안나가 결혼식이라며 흰 면사포를 쓰겠다고 한다. 하늘을 향해 소용돌이쳐 날아오르는 나비장식 무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왕관 모양의 천장 샹들리에가 내려와 나비장식과 안나를 감싸고 감옥이 된다. 나비 감옥 속 안나의 아리아 '울고 있나요...내가 태어난 아름다운 성으로 데려다 주세요(Piangete voi?... Al dolce guidami castel natio)'가 아련하다.

A팀의 소프라노 오희진이 맑고 청아한 음색으로 인내의 안나를 보여줬다면, B팀의 소프라노 이다미는 좀 더 파워있는 목소리로 의지에 찬 안나로 표현했다. 2015년에도 엔리코 역을 한 B팀의 베이스 양석진은 더욱 연륜있고 강단있는 왕이 되었고, 마찬가지로 2015년에도 죠반나 역을 했던 A팀의 메조소프라노 김정미 또한 안정되고 풍성한 성량으로 매력의 죠반나를 어필했다.

새로 합류한 A팀의 엔리코 역 베이스 김대영 또한 위엄있는 노래와 연기로 엔리코를 표현했으며, B팀의 메조소프라노 방신제는 왕과 왕비에 충성하면서도 새로이 쟁취하는 야욕의 내면을 잘 표현했다. 공연이 끝나자 관객들은 출연진과 제작진, 노이오페라코러스와 양진모 지휘의 뉴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에게도 열화와 같은 브라보와 박수를 보냈다. 
 
이회수 연출은 “역사를 통한 오페라를 Re-examination이 아닌 Reillumination(재조명)으로 바라보고자 했다"라면서 "나비는 변신의 상징이다. 안나의 죽음이 딸인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새로운 삶과 연결된다. 그리고 엘리자베스 여왕의 작은 날갯짓은 헨리8세가 꿈꾸던 태양이 지지 않는 대영제국으로 연결된다"라고 2막 마지막 나비무대를 설명했다. 

안나 역 소프라노 이다미는 “작년에 오페라 <마리아 스투아르다>에서 '피의 메리' 여왕을 연기했는데, 올해는 그 적이랄 수 있는 안나를 연기하게 되었다”며 “라벨라오페라단 덕분에 <마리아 스투아르다>, <안나 볼레나>등 귀중한 레파토리를 할 수 있었다. <로베르토 데브뢰>도 출연하여 여왕 3부작을 꼭 완성하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우리는 오페라를 박물관에 걸어놓을 것인가.

기자가 이번에는 보통 리뷰기사 때처럼 공연내용과 제작의도, 관객 반응 등으로만 묘사하지 않고, 이렇게 짚어 쓰는 이유가 있다. 어쩌면 라벨라오페라단이 <카르멘>, <라보엠> 등의 레파토리가 아닌 지금껏 <안나 볼레나>를 비롯해 <마리아 스투아르다>, <에르나니> 등을 이 땅 한국에 소개해주는 이유와 일맥상통할 것이다.

좋은 것을 꼭 알려주고 싶은 마음, 그리고 내 손으로 이루고 싶은 마음. 의협심, 끓어오르는 열정. 특히 음악예술일 경우에는 '좋은 소리'와 그것이 추구하는 미학적 세계가 제일 중심이 된다. 오페라의 정돈된 소리를 통한 삶의 메시지, 그것이 이 미디어와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필요하기에 라벨라오페라단과 많은 오페라단, 성악가들이 해 나가고 있다. 

리뷰 글을 일주일 만에 겨우 정리해 갈 즈음에야 팜플렛의 이강호 단장의 인사말을 읽게 되었다.
 
“어딜 가도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어버린 오페라 공연을 묵묵히 지켜가는 예술가들과 스텝들에게 이 아름다운 오페라 안나볼레나를 오롯이 바친다”
 
읽어도 읽어도 또 슬프고 이 주말에 자꾸만 눈물이 터져나온다. 얼마나 외롭고 고통스러웠을까. 그 외로움은 TV와 유튜브, SNS 등의 미디어로 금새 툭 생성하고 소멸하고, 왈가왈부 될 수 있고, 입에 자꾸 오르내리는 인기쟁이가 될 수 없는 오페라라는 거대 공룡, 박제된 화석의 천지를 진동할 울음소리처럼 느껴진다.

B팀 소프라노 이다미(안나 역)

   
미디어 범람 속 오페라의 역할 

오페라 <안나 볼레나>도 TV드라마 <오케이 광자매>도 동서고금 여성들은 참 강하다는 진리를 보여준다. 아직도 검은색 면사포 쓴 2막 시작 시녀들의 합창이 들리는 듯하다. 가사 때문일까, 검은색 면사포 때문일까.  

정보의 홍수 시대다. 너도나도 SNS와 유튜브 등으로 자기표현을 한다. 무수한 컨텐츠가 시끌벅적한 소리로 덮여 있다. 과거 18세기, 19세기 서양인에게 오페라가 당시대의 정보와 감정전달의 미디어였다면, 21세기 한국인에게는 세계역사를 통한 교훈으로 이 땅을 살고, 맑고 정제된 소리로 정신을 일관되게 할 중요한 지표인 것이다. 

오페라와 TV 드라마, 양쪽 다 사람의 이야기다. 옛 사람이나 지금 사람이나 사람의 이야기이고 그들이 살며 느끼고 다시 삶을 이끌어가는 이야기를 오페라는 음악으로, 성악기법으로 한다. 그 소릿결이 다르고 스펙트럼이 다르다. 한국 전통 판소리와 또 다르고, 가요와 또 다르다.

오페라라는 거대 장르가 총체 예술로서 우뚝 서 살아 움직일 때, 한 나라의 존엄성과 위엄이 서릴 것이다. 더 이상 서양 예술이 아니다. 음이라는 질서가 보편화되고 세계 공통어로 되었다면 오페라는 벌써부터 우리의 것이다.

라벨라오페라단의 <안나 볼레나>가 이번에도 그 가교역할을 했으니 도니제티 <로베르토 데브뢰>까지 만날 날이 있지 않을까.  또한 작년 5월에 이어 올 8월 공연되는 라벨라오페라단의 <푸푸 아일랜드>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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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벨라오페라단 오페라 '에르나니' 1막 2장은 귀족 실바와 엘비라의 결혼식을 면사포로 표현한다. 결투를 벌이는 카를로(왼쪽 바리톤 최병혁), 엘비라(소프라노 이다미), 에르나니(테너 국윤종). (27일 드레스 리허설).  ⓒ 문성식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아 참, 오늘이 수능날이지! 이 와중에 고3학생들이 수능을 본단 말이지!'

이 생각을 하니 새벽 괜시리 일찍 깨어 오페라 <에르나니>를 이것저것 유튜브에서 참고하다가 눈물이 터져나온다. "아이고, 어떡해. 이거 기사 빨리 써야 하는데."

지난 11월 28일과 2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 라벨라오페라단(예술총감독 이강호)의 <에르나니>는 코로나 상황의 올 하반기 보기 드문 전막 오페라, 또한 국내 26년 만의 <에르나니> 공연이라는 기록을 만들며 관객들의 성원에 확실히 보답했다.

빅토르 위고의 원작을 피아베의 대본으로 베르디가 작곡해 1844년에 초연한 이 작품은, 아마도 세 남자가 한 여자를 사랑한다는 것, 사랑보다는 의리를 지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 우리 정서에는 맞지 않고, 벨칸토 오페라 최고의 기교와 고음 때문에 그간 국내에서는 <에르나니>가 자주 공연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라벨라오페라단의 공연에서는 위 이유들이 무색하리만치 자연스럽고 품격있는 연주와 4막 마지막 장면에 주인공 에르나니(테너 국윤종)가 자결하며 누워 부르는 노래마저도 '의리를 선택한 바보'가 아니라 남자들만의 최고의 지조로 여겨질 수 있도록 멋지게 연출되었다. (연출 이회수)

 

▲ 2막 실바의 성 안 연회장. 거대 그리스 조각상 얼굴 옆모습을 엘비라(소프라노 이다미)와 실바(베이스 이준석)이 바라보는 편으로 서 있고, 야고(바리톤 고병준)가 에르나니(맨 오른쪽 끝, 테너 국윤종)를 칼로 경계하고 있다. (27일 드레스 리허설). ⓒ 문성식

공연이 시작되면, 양진모 지휘의 뉴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오랜만에 들어보는 품격있는 오페라 서곡으로 공연에 대한 기대를 이끈다. 1막 1장 시작, 반역죄로 스페인 귀족 지위를 박탈당하고 산적이 된 에르나니와 산적 무리들이 노래하고 있다. 노이오페라코러스(단장 지휘 박용규)의 합창이 힘차다. 국윤종은 사랑하는 엘비라를 향한 아리아 '꽃봉오리 속의 이슬처럼(Come rugiada al cespiote)' 에서 밝고 힘찬 기운에 사랑의 느낌이 가득하여 극 진행의 원동력을 주며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회수 연출은 압축적인 무대미술을 사용해 시각적인 상징성을 주고, 음악으로 사건을 진행시키는 방식을 사용하기로 유명하다. 이번에는 철골 구조물(전막, 회전식), 결혼식 면사포(1막), 반쪽얼굴의 고대 그리스 조각상(2-4막, 회전식), 칼(전막, 소품), 마스크(4막) 였다. (무대디자인 신재희) 

 

이것은 현대오페라의 미니멀리즘적 무대미술 방식이기도 한데, 비닐에 가려져 회전하는 철골구조물과 그리스 조각상 얼굴은 인간의 양면성과 민낯, 욕망을 표현하였다. 또한 1막부터 4막까지 자주 주인공들이 충돌 때 칼을 꺼내듬으로써 4막 에르나니가 칼로 스스로 찔러 죽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도록 뒷받침해 주었다.

 

▲  3막은 카를로 마뇨 무덤과 찬란한 왕관, 음모와 야욕, 고뇌를 잘 표현했다. (27일 드레스 리허설)   ⓒ 문성식


1막 2장 엘비라의 방은 그래서 큰 면사포가 커튼처럼 드리워져 있다. 소프라노 이다미(엘비라 역, 28일 공연)가 '에르나니... 에르나니, 날 데려가주오(Ernani, involami)'라며 장식적인 기교와 시원한 선율선을 동시에 갖춘 이 아리아를 애틋한 표정연기까지 갖춰 잘 표현한다. 스페인 국왕 돈 카를로(바리톤 최병혁)가 찾아와 사랑을 고백하지만 엘비라는 거절하는데, 둘의 듀엣이 면사포(원래 곧 등장할 '실바'와의 면사포인데) 안에서 간절하게 이루어진다.

결국 에르나니가 나타나 남자끼리는 서로를 칼로 겨누고, 당황한 엘비라는 단도로 자신의 목을 겨누는데 이 때의 삼중창은 하이C음까지 가는데도 이들 출연진은 어려움 없이 긴장감과 박진감, 활력 모두를 갖추어 표현했다. 이때, 엘비라의 삼촌이자 그녀와의 정략결혼 상대인 실바(베이스 이준석)가 등장해 '나는 불행한 사나이(Infelice! e tuo credevi)'라며 이 상황에 놀라고 안타타까워 하며 중후하고 위엄있는 목소리로 노래한다. 역시 칼을 치켜올려 들고서.

그 칼이 하나도 어색해 보이지 않았다. 원래 저 시대 때는 그랬나보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1막 중간까지 30분여 안에 모든 등장인물의 성격과 갈등상황이 명료하게 드러나는 오페라 <에르나니>인데 왜 국내에서 공연이 되지 않았지라는 생각이 지난 27일 라벨라오페라단의 드레스리허설을 보면서 들었다.

위에 26년만의 에르나니 공연에 대한 세 가지 정도의 이유를 추측해 봤고, 기자는 27일 드레스리허설과 28일 공연을 보았지만, 앞으로 이 공연을 나도 또 보고 많은 이들이 또 봤으면 좋겠다. 통상의 오페라 공연이 3-4일간 4-6회 공연을 전좌석 하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번 공연은 이틀간 한 칸 띄어앉기 좌석으로 공연했으니 실예전으로 치면 하루공연만큼의 인원만 관람했기 때문이다. 
 

▲  4막 시작. 우리 또한 이러한 가면을 쓰고 있지 않을까? (27일 드레스 리허설)  ⓒ 문성식

 

2막 결혼식을 앞 둔 실바의 성 안, 무대 가운데 거대한 그리스 석상 옆 얼굴이 인상적이다. 망토를 둘러쓰고 순례자로 변장한 에르나니가 침입하지만 실바는 인자하게도 그에게 은신처를 제공한다. 다른 오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주역과 합창의 아카펠라(반주 없이 음성만으로 노래하는 것)로 은밀함, 속삭임을 표현한다. 에르나니와 엘비라의 사랑노래, 실바와 갈등의 3중창이 이어진다. 카를로가 엘비라를 납치하자 에르나니가 실바에게 뿔나팔을 건네고 모두들 칼 끝을 모으며 의기를 다지는 합창까지 전음역을 꽉 채우는 오케스트라와 성악은 에르나니를 통한 베르디 본연의 음향관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3막은 선왕 '카를로 마뇨'의 무덤이 무대를 채우고 있는 모습만 봐도 한 편의 서정시가 시작될 것이 느껴진다. 카를로 역 바리톤 최병혁이 첼로 선율 위에 얹어진 '위대한 신이여... 젊은 날의 열정이여(Oh de’verd’anni miei)'를 부르니 통치차로서의 갈등, 아득함에서 그냥 그가 카를로 같다. 실바와 에르나니는 카를로 왕을 시해할 음모를 꾸미며 군중과 부르는 '일어나라, 카스티야의 사자여(si ridest li lion di castiglia)'도 웅장하다. 대북소리가 쿵쾅 들려오고 천장으로부터 크게 걸려있던 금빛 화려한 왕관이 왼쪽으로 이동하는 즉위식과 합창소리에, 이 오페라와 이 순간이 기적처럼 느껴졌다.
   
4막 시작, 얼굴 모양 가면을 엮은 구조물 사이로 합창이 결혼한 에르나니와 엘비라의 행복을, 가면 쓴 사람의 의혹에 대해 노래한다. 엘비라와 에르나니는 비로소 행복의 노래를 부르지만 그것도 잠시, 망토 입은 실바가 뿔나팔을 불며 에르나니를 위협한다. 실바가 더욱 위협적으로 노래할 때, 앞쪽을 향해 있던 얼굴 석상의 반쪽 옆 얼굴은 없고, 조명이 비춰지니 눈이 뜷려 있어서 더욱 섬뜩하다. 비장미 가득한 삼중창, 에르나니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결국 스스로 칼을 꽂고 죽는다. 테너 국윤종이 쓰러져 누워서도 어떻게 저렇게 노래를 아름답게 부르는가. 박수갈채 속에 막이 내리며 커튼콜로 관객은 환호와 끝남의 아쉬움을 표현했다. 
 

▲  라벨라오페라단의 '에르나니'는 반쪽 얼굴의 고대 그리스 석상이 막별로 회전하며 다채로운 느낌을 연출했다. 4막에 드디어 정면얼굴로 인생의 양면성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27일 드레스 리허설)  ⓒ 문성식

 

이 날은 서곡이나 막간곡 뿐 아니라, 성악 반주에서도 현, 금관, 목관 그리고 악기가 아닌 성악까지도 같은 음색과 밀도, 탄력을 가진 것이 음악에 추진력과 응집성을 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베르디의 음향적 특징이기도 하지만, 코로나라는 특수 상황이 빚어낸 공연에 대한 열망과 집념이 오케스트라와 성악 모두로부터 더욱더 이런 톤을 완성시키지 않았나 싶다.

공연이라는 순간을 위해 늘 연마하고 달리는 이들이 있다. 물론 기록 영상을 남기고 녹음도 하겠지만은, 계획하여 자신의 기량을 남들에게 선보여 영감을 주고, 일상을 또 내일하루를 살 수 있는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작품들이, 공연들이, 공연자들이 있다.

이 날 오페라를 보면서는 '나도 오페라 대본 노래 다 외우고 관람하고 싶다'는 생각이, 오페라 수년간의 관람 중 처음으로 들었다. 이거 하나면 충분하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이 리뷰를, 이 기록을 남기기 힘들었다. 내 개인이 느낀 감동을 올곧이 느낌 그 자체로 품고 가고 싶었을 것이다.

올 한 해, 정말 다들 힘들었다. 코로나 때문에 힘들고 또 덕분에 조금 내려놓고 정리할 수 있었다. 이 와중에 라벨라오페라단은 <에르나니>를 정말 무모하게도 해냈다. 그리고 그 감격을 글로 일일이 남기는 것은 거대한 공연에 비해서 보잘 것 없고 어렵다. 

하지만 그래도, 그냥 울고 말 것을, 그냥 내 몸 한 구석에 들어와서 나를 지배할 그날의 느낌을, 여러 사람이 함께 볼 수 있도록 적어야 하는 나의 사명이 있겠지. 이렇게 생각하며 글로 정리해 놓으니, 다시 차분해진다. 그러니 나는 앞으로도 글을 적어야 하겠지. 그리고 지금은 어느덧 오후다. 수험생들이 2020 수능을 잘 치뤘길 바란다. 결과야 어떻든, 오페라 에르나니 속 얼굴석상의 양쪽면처럼, 이제부터는 인생의 양면성을 잘 헤쳐나가길 바란다. 브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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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벨라오페라단 '푸푸 아일랜드'에서 둘카마라(오른쪽 바리톤 장성일)가
네모리노(왼쪽 김지민)에게 사랑의 묘약을 주는 장면. ⓒ 문성식 기자


[플레이뉴스 박순영 기자] 어린 아이들에게 '똥'이란 무엇일까? 신생아에게는 건강상태의 척도이고, 유아기에는 기저귀를 떼고 스스로 화장실을 사용하는 극복의 과제이자 성취감의 상징이다.아동기에는 자신에게서 나온 잉여물에 대한 조롱과 왠지모를 애정을 섞은 단어이다.


위 이유들어 더해 '똥'은 발음이 쉬워서 '아빠, 엄마'라는 말과 함께 유아 때 거의 처음 배우는 말 중에 하나라서 친숙한 만큼, 아동기때까지 종종 아이들에게 알쏭달쏭한 상황이 닥쳤을 때 혹은 그 상황을 극복하고자 쓰는 마법의 주문과도 같은 말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라벨라오페라단이 국내 최초로 키즈오페라 <푸푸 아일랜드>(원작 '사랑의 묘약', 예술총감독 이강호)를 2년여에 걸쳐 기획, 제작해 당당하고 야심차게 지금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지난 5월 6일부터 오는 17일까지 아이들을  위하여 매일 오전 11시, 오후2시 2회공연으로 펼치고 있다. 그 테마송인 '푸푸송'의 후렴구가 바로 '똥또로 똥~ 신나게 또도똥~ 똥똥똥!' 하고 외치는 부분이다. 


우리가족 다섯명, 그러니까 엄마인 나와 애들아빠, 초등학교 2학년, 1학년, 어린이집 다니는 6세까지 <푸푸 아일랜드>를 개막일인 5월 6일 관람했다. 4월말 조기예매 할인혜택을 받아 결제하고 관람때까지 유튜브에서 푸푸송을 아이들에게 미리 들려주어 똥똥똥 노래부르며 기다려 드디어 울 막내까지 온가족이 공연 60분의 우리말 키즈 오페라를 함께 본 성취감은 만족, 대만족이었다.


▲ '푸푸 아일랜드'의 개막 하루전인 5월 5일 어린이날, 예술의전당 분수대 앞에서 관객과 함께
신나는 플래시몹을 펼쳤다. 둘카마라 바리톤 양석진, 아디나 소프라노 한은혜, 네모리노 테너 원유대. ⓒ 라벨라오페라단


"오페라는 너무 어렵지 않아요?"라고 물으신다면 우리집 천방지축 삼형제가 잘 관람했으니 "<푸푸 아일랜드> 한번 보세요"라고 답하겠다. '남몰래 흐르는 눈물'이라는 선율로도 유명한 도니제티 <사랑의 묘약>을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작가 공가희가 우리말 대본을, 작곡가 서순정이 오페라 원곡은 살리면서도 '푸푸송'을 비롯, 신나는 리듬과 멜로디로 작편곡을 했고, 팝페라, 정통 오페라까지 아우르는 연출가 안주은이 공연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무지개 섬 푸푸아일랜드를 다채로운 색과 풍선으로 꾸민 무대가 아이들의 동심과 시선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유니콘 푸푸, 푸피와 브릴란떼 어린이 합창단과함께 신나고 경쾌한 푸푸송을 부르면서 관객의 흥미를 이끈다. 나 어릴 적 TV유치원인 '뽀뽀뽀'의 뽀미언니처럼 주인공 아디나가 주변 친구들에게 이번 공연의 원작인 <사랑의 묘약> 동화책을 읽어주면서 오페라 속으로 아이들을 인도한다. 


아디나를 사랑하지만 그녀의 마음을 얻지 못해 네모리노는 속상하고, 이를 알아챈 마법사 둘카마라가 흥미로운 '똥 쏭'을 부르며 등장한다. 그가 네모리노에게 사랑의 묘약을 팔고서, "사실은 포도주지, 이 바보"라며 노래할 때 울집 삼형제도 이를 알아챘는지 키득키득거리며 웃었다. 또한 나에게 이날 제일 놀라웠던 것은 우리집 여섯살 막내의 반응인데, 처음 부분 네모리노의 노래에서 슬픈 느낌이 났는지 갑자기 훌쩍거리는 것이었다.


▲ 아디나(소프라노 김효주)가 유니콘들(앙상블-김율하 김현정 박완
박정민 박주용 윤희선)에게 사랑의 묘약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다. ⓒ 문성식 기자


그 때 나는 느꼈다. 이 아이가 지금 비로소 오페라를 보고 있구나! 공연을 현장에서 직접보고 처음으로 뭔지모를 큰 에너지를 느낀 것이다. 내가 속삭이면서 "울었어? 슬펐구나!"라고 물어보니 자기는 안 울었다고 했지만, 아이가 경험한 에너지와 그 결과는 공연 후반부에 금새 나타났다. 사랑의 묘약 내용이 끝나고 아디나가 관객어린이들에게 푸푸 아일랜드로 가는 마법의 주문을 아는 친구 손 들어보라고 할 때, 수줍음 많은 우리집 막내가 갑자기 번쩍 손을 드는 것이 아닌가! 


"어머 우리 막내에게 이런면이~"라며 속으로 감탄할 찰나, 처음에는 막상 정답을 (많은 아이들이 공연을 볼 것이니 정답은 말하지 않겠다!~) 정확히 맞추지 못했지만 아디나와 푸포, 푸피가 힌트를 주어 함께 정답을 말하고 우리 가족은 소정의 상품도 받아 더욱 즐거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공연 후 집에서는 팜플렛의 색칠공부로 집에서 색칠도 하고, '똥쏭'(아차차~푸푸송)도 종종 흥얼거린다. 공연 단 한시간로만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은 그렇게 오페라와 만난 것이다. 요사이 집에서 게임하는 시간이 늘어 걱정하던 차에 만난 굿 찬스였다. 공연을 잘 견딜까했던 내 걱정과는 다르게 아이들은 즉각적으로 만나고 받아들였다. 스펀지처럼 무엇이든 빨아들이며 쑥쑥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하루하루 보는 것, 듣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 '푸푸 아일랜드'를 지키는 마스코트 유니콘 푸피, 푸포와 함께
아이셋과 인증샷 찰칵!! ⓒ 박순영 기자


코로나라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난 것이 아니다. 삶은 계속되고 예술은 계속된다. 아이들의 성장도 계속되고, 어려운 상황일수록 예술가들은 더욱 열망할 것이다. 코로나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택하고, 아이들에게 어떤 하루를 제공해야 할까? 어려운 상황에서도 강하게 태어난 <푸푸 아일랜드>에게 박수를 보내며, 신비의 섬에서 더욱 푸르고 아름답게 성장하며 한국 어린이들에게 오페라는 노래하는 한국인의 것임을 알려줄 푸포와 푸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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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벨라오페라단의 '마리아 스투아르다'에서 두 여왕 스투아르다(소프라노 강혜명)과
엘리자베타(소프라노 고현아)의 대결. ⓒ 문성식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두 여왕의 불꽃튀는 대결을 이처럼 실감나게 표현할 수 있을까?


라벨라오페라단(예술총감독 이강호)이 지난 11월 22일부터 24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내초연한 <마리아 스투아르다>는 현대오페라에 걸맞는 모던하고도 격식있는 무대미술, 화려한 의상, 품위있는 오케스트라 반주(지휘 양진모)가 좋았다.


여기에 주역들의 탄탄한 실력, 그리고 두 여왕인 마리아와 엘리자베타의 대립구도를 잘 살리는 연출(연출 이회수)로 도니제티 작곡의 <마리아 스투아르다>를 국내에 잘 상륙시켰다. 이강호, 이회수, 양진모는 라벨라 프로덕션의 중심이다. 지난 2016년 <안나 볼레나>를 전후로 라벨라오페라단의 주요작품이 대부분 이 3인방의 작품이다. 


도니제티 작곡의 여왕 3부작 <안나 볼레나>, <마리아 스투아르다>, <로베르토 데브뢰>는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1세(1533~1603)를 중심으로 한 영국 튜더왕조의 드라마틱한 이야기들이다. 기자가 라벨라오페라단이 4년 전 아시아 초연한 <안나 볼레나>를 보았을 때, 대작오페라를 초연하면서 탄탄하게 기성작처럼 올린 그 실력과 배포에 깜짝 놀랐었는데, 이번 공연 또한 더할나위 없이 기대 이상이었다.

   

▲ 2막 3장 스투아르다의 처형 전에 로베르토(테너 신상근)가 슬픔을 노래하고 있다.
스투아르다는 실제로 처형 때 붉은 드레스를 입었다고 한다. ⓒ 문성식



전체 2막 5장의 작품에서 여왕들이 갈아입는 드레스만해도 화려한 볼거리다. 엘리자베타는 화려한 금색, 보라색, 붉은색 드레스를, 마리아는 에메랄드색, 붉은색 등 풍성하고 다채로운 무늬의 드레스로 고급스러움을 잘 표현했다. 


무대미술 또한 멋졌다. 1막 1장 천장의 가시덤불 왕관처럼 생긴 샹들리에, 1막 2장의 붉은 빛 황량한 고목, 2막에는 기울어진 십자가로 표현해 스투아르다의 왕좌가 기울어짐을 표현했다.


특히 마지막 스투아르다가 죽는 장면을 해외 프로덕션에서는 단두대에서 칼로 내리치기 직전 장면으로 처리하기도 하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스투아르다가 죽음을 암시하는 마지막 노래를 부르면서 퇴장함과 동시에 무대가 회전하면서 스투아르다의 아들이 다음 왕인 제임스1세가 된다는 것을 확고하게 보여줌으로써 역사가 어떻게 순환되는지 느끼게 해주었다.  


<마리아 스투아르다>는 소프라노에게 최고의 기교인 하이 D음을 1막 마지막과 2막 마지막 이렇게 두번이나 요구하는데, 스투아르다 역의 강혜명과 이다미 모두 최고의 성량과 정확함으로 표현해 안정감과 만족감을 주었다. 강혜명이 우아한 목소리와 정확하고 시원한 고음에 절절한 슬픔으로 왕족의 기품을 보여줬다면 이다미는 곧은 음색과 절제되고도 단호한 내면연기로 또다른 스투아르다를 선보였다.


엘리자베타 역의 소프라노 고현아는 맑고 곧게 뻗는 목소리로 좀더 위엄있는 카리스마의 엘리자베타로 어필하였으며, 소프라노 오희진은 디테일한 표정연기와 인간적인 욕심이 더 잘 드러났다. 엘리자베타와 스투아루다 두 여인의 사랑을 받는 로베르토 역은 테너 신상근이 좀더 굵고 힘찬 음색의 팽팽한 힘이 느껴졌다면, 테너 이재식은 더욱 맑은 음색의 호소력이 인상적이었다.



▲ 1막 2장 스투아르다(소프라노 이다미)와 로베르토(테너 이재식). 붉고 황량한 나무는
스투아르다의 혈통을 상징한다. ⓒ 문성식


 

기자 개인적으로는 22일에는 이 공연을 처음봤다는 기대감으로 노래흐름만 따라가다 보니 마지막 네번째 공연인 24일 공연을 봤을 때 더욱 집중이 잘 되는 점이 있었다. 출연진들도 마지막 공연이라 더욱 안정감을 찾은 이유도 있었겠다. 이날은 탈보트 역 베이스바리톤 양석진의 안정되고도 정감있는 목소리에서 사형집행전의 이다미 스투아르다를 향한 공경과 사랑이 잘 느껴져 좋았다. 같은 장면에서 첫날 베이스 이준석은 더욱 저음이라서 신하로서의 충직함으로 와닿았다.


엘리자베타의 심복인 체칠 역 바리톤 최병혁이 스투아르다의 사형집행을 공표할 때의 순간적인 미묘한 표정변화 등도 극의 방향을 설명해주는 중요한 요소였다. 바리톤 임희성은 같은배역을 좀더 균형적이고 음악적 정확함으로 인상을 주었다. 안나 역의 메조소프라노 여정윤과 소프라노 홍선진도 스투아르다의 마지막을 함께하는 우정어린 친구이자 유모의 역할을 잘 표현해주었다.


역사상 정치적 라이벌인 메리 스튜어트와 엘리자베스의 이야기. 이 둘은 실제로 만난 적이 없고, 한 남자를 두고 사랑한 적도 없지만, 독일의 대문호 프리드리히 실러가 이 둘을 상상으로 만나게 했고, 이렇게 도니제티의 여왕시리즈에서 둘은 정치와 사랑을 두고 결투를 하게 했다. 1막 2장에서 스투아르다가 엘리자베타에게 "사생아"라고 외치는 장면이나, 1막 2장의 주요배역들의 합창, 2막 3장 마리아가 처형되기 전 군중의 합창, 스투아르다가 처형되기 전의 아리아 등이 압권이다.


'라벨라(La Bella)', 이태리 말로 아름답다는 뜻이다. 특히 지난 5년간 라벨라오페라단의 <안나 볼레나> 아시아 초연, <가면 무도회> 공연, 창작오페라 <검은 리코더> 공연과 라벨라성악콩쿠르, 라벨라 스튜디오 운영 등 행보를 보면 한국에서 민간오페라단이 오페라 발전에 어떻게 아름다운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라벨라오페라단은 2020년에 창작오페라 <까마귀>, 키즈오페라 <푸푸아일랜드>,  베르디의 <에르나니>를 공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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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라벨라 시그니처 시리즈 '그랜드 오페라 갈라 III- 오페라 속 춤과 노래' 피날레 장면.
ⓒ 라벨라오페라단


 아이쿠야, 벌써 연말이구나!”


지난
125일 저녁공교롭게도 라벨라오페라단(단장 이강호)2018라벨라 시그니처 시리즈 <그랜드 오페라 갈라 III- 오페라 속 춤과 노래> 의 첫 순서가 시작하자, 주책스럽게도 호화로운 음악의 향연에 괜시리 내가 이렇게 연말축하를 받고 있구나. 아직 못한 일이 많은데...’라는 괜한 아쉬움과 함께 2018년이 얼마 안 남은 것이 실감났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1,2,3층 전체 3000석 객석이 꽉 찼다. 공연은 오페라 유명아리아와 합창의 1, 춤의 2부로 전체 19곡이 2시간 동안 풍성하고 다채롭게 구성되었으며, 이번 공연의 연출이자 성악가 출신 팝페라 가수인 안주은의 우아하고 품격 있는 해설이 또한 공연의 흐름을 편안하고 부드럽게 해 주었다.

첫 순서로 남녀커플
6중창(홍선진, 양석진, 진영국, 나형오, 이용, 박현진)과 베이스 양석진의 제스처도 눈에 띄었던 <피가로의 결혼-내 품에 안겨 기억해 보려무나>, 깔끔한 올림머리와 검정색 일자 드레스에 밝고 힘찬 고음이 좋았던 소프라노 이민정의 <로미오와 줄리엣-꿈 속에 살고 싶어라>, 노래제목처럼 화려한 빛남의 연보라색 드레스와 부드럽고 굵고 당찬 소프라노 조현애의 목소리가 어울렸던 <파우스트-보석의 노래>까지 공연1부 시작에서 남은 시간도 기대하게 만들었다.

 

▲ 첫 곡 '피가로의 결혼' 에서 열창하는 베이스 진영국, 소프라노 박현진,
베이스 양석진, 소프라노 홍선진(왼쪽부터). ⓒ 라벨라오페라단


<
라 보엠-, 사랑스러운 그대>의 소프라노 이순재와 테너 김동원도 사랑스런 분위기를 잘 연출했는데, 새삼 이날 공연 자막의 모든 아리아에 사랑이라는 가사가 보였다. 오페라 내용을, 외국어 가사를 다 몰라도, 아름답고 풍성한 음악을 보고 듣고, 가사자막의 사랑자를 읽으며 다시금 사랑의 존재를 확인하니, 이게 바로 오페라 갈라콘서트의 묘미가 아닌가 싶었다. <오텔로-맹세의 노래>는 장쾌한 팡파르와 테너 이현종의 힘찬 음색과 표정연기, 바리톤 임희성의 중후하고도 격렬한 노래가 일품이었다.

다음으로 합창 다섯 곡은 메트오페라합창단
(단장/지휘 이우진)의 합창으로 오페라의 웅장함을 가득 느끼게 해주었다. <제비-그대의 신선한 미소를 마셔요>의 아름다운 4중창(김동원, 박현진, 김성천, 한은혜)과 합창으로 시작해, 투우사의 노래로 알려진 <카르멘-여러분의 건배에 보답하리>에서는 테너 임희성이 부르는 힘차고 익숙한 멜로디에 관객들이 박수로 장단을 맞춰주기도 했다.

<
일 트로바토레-대장간의 합창>은 힘찬 대장간의 망치질 소리와 남성합창에 이어 여성합창이 가세하는 부분에서 여성존재의 매력과 힘을 새삼 느꼈다. <파우스트 - 경계하라, 경계하라...하늘의 천사여>는 소프라노 조현애와 테너 이현종, 베이스 양석진의 실제 이 오페라 마지막 장면 같은 실감나는 연기와 노래, 장대한 산맥을 오르는 것 같은 장대한 합창과 오케스트라에서 숭고함이 느껴졌다. <아이다 - 개선행진곡>는 언제 들어도 기분 좋으면서, 신년을 맞이하는 힘찬 포부를 가지게 하였다.

2
부는 춤과 함께 무대를 더욱 뜨겁게 달구었다. <라 조콘다 - 시간의 춤>은 정성복J발레단의 우아한 발레로, <미소의 나라 - 그대는 나의 모든 것>은 장대한 스케일의 오케스트라와 테너 김동원의 충만한 노래로 박수갈채를 받았다. <호프만의 이야기 - 뱃노래>는 풍부한 성량과 저음이 매력인 메조소프라노 김정미로 시작해 소프라노 이민정과의 우애어린 듀엣이 아름다웠으며, <박쥐 - 나의 주인 마르퀴스>는 소프라노 한은혜의 경쾌하고 정확한 노래와 표정연기가 만족스러웠다.


▲ YS 어린이 공연단이 '카르멘 - 교대하는 병정들'을 합창하며 팡파르 동작을 하고 있다.
ⓒ 라벨라오페라단

 

주디타 - 너무나 뜨겁게 입맞추는 내 입술>에서 소프라노 이순재는 풍부한 감성의 호흡선으로 피날레의 고음까지 장식하며 브라보를 받았으며, <카르멘 - 교대하는 병정들>YS 어린이 공연단의 귀여운 합창에 관객들은 박수장단으로 화답했다. <카르멘 - 집시의 노래>는 붉은 드레스의 메조소프라노 김정미의 고혹적인 눈빛과 춤, 그리고 소프라노 홍선진과 김하늘의 유니즌으로 강렬하고도 아름다운 카르멘을 연출했으며, <삼손과 데릴라 - 바카날레>는 정성복J발레단의 원시적인 힘이 느껴지는 열정적인 춤과 이날 음악을 맡은 양진모의 지휘로 소리얼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장쾌한 음악으로 오늘 정말 멋진 공연 봤다는 느낌을 팍팍 주었다.

마지막으로 전체출연진이 함께
<박쥐-샴페인의 노래>를 서로 아리아 한 구절씩 뺏어 부르는 콘셉으로 부르며 재미를 주었다. 라벨라오페라단의 이날 갈라콘서트는 오페라를 모르는 사람도 CF나 영화 등을 통해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여러 유명 오페라 아리아에 춤과 합창이 어우러져 관객이 한해의 노고를 칭찬받는 듯한, 정말 가득담은 선물을 받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연말의 잔잔한 위로도 좋지만, 수고한 당신에게 주는 넉넉하고 특별한 선물얼마나 좋은가?!

우리 모두 수고했다고 서로를
, 스스로를 칭찬하자! 고마움을 표현하고, 기운을 북돋아주자. 할 일은 많지만, 무엇이 정말 필요한 일이었는지, 지금까지 그 일을 못했다면 왜 못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에그머니나?! 갑자기 부끄러워진다.

한편
, 라벨라오페라단은 2019년 상반기 3월 예정으로 윤미현 작, 나실인 작곡 창작오페라 
<검은 리코더(BLACK RECORDER)>를 공연한다. 하반기는 1122일부터 24일까지 도니제티의 <마리아 스투아르다>를 공연한다. 믿고 보는 오페라, 라벨라오페라단의 2019년도 기대합니다!

 

 mazla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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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벨라오페라단 '안드레아 셰니에' 4막 맏달레나(소프라노 김유섬)와
셰니에(테너 이정원)의 호소력 짙은 사랑의 듀엣이 아름다웠다.ⓒ 문성식 기자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라벨라오페라단(단장 이강호)의 오페라 '안드레아 셰니에'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9월 23일부터 25일까지 공연되었다. 이번 공연은 제5회 그랜드오페라축제이자 한불수교 130주년 기념오페라로 제작되었다.

오페라 '안드레아 셰니에'는 프랑스 혁명기 실존인물인 시인 안드레아 셰니에를 주인공으로 한 베리스모(Verismo, 사실주의) 오페라다. 19세기 중반 유럽전역을 휩쓸던 바그너풍 오페라에 반대해 탄생한 베리스모 오페라는 '라보엠', '카르멘'처럼 상류사회가 아닌 격변하는 사회 속 서민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작년 12월 '안나 볼레나'를 아시아 초연해 호평을 받은 라벨라 오페라단은 1년도 안되어 이번에는 '안드레아 셰니에'라는 새로운 레퍼토리에 도전했다. '안나 볼레나' 성공의 3인방 이강호 단장과 이회수 연출, 양진모 지휘자가 다시 만나 이번에도 국내 제작진, 출연진만으로 모던하고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어냈다.

연출가 노트에 적힌바, 개인으로부터 구성된 국가라는 구조를 '프랙탈'에 초점을 맞춰 벌집형태로 창이 뚫린 벽면구조로 전체 막을 통일했다. 여기에 1막 무대는 대형 시계로 변화하는 시대를, 2막은 '마라의 죽음'을 대형부조로 세워 혁명을, 3막 혁명재판소 장면은 정사각형 샹들리에로 계급투쟁 속 인생의 격투장을, 4막은 무대를 가득 채운 긴 쇠창살로 생 라자르 감옥을 표현해 국가와 개인이라는 운명공동체와 각 장면별 특색을 효과적으로 보여주었다.

의상은 전체적으로 귀족과 여인은 흰색, 혁명군과 남성은 블랙으로 대비를 시켰다. 화이트 의상은 조명을 효과적으로 보이게 하였으며,1막 무도회에서는 흰색 바탕 의상에 검정 역삼각형과 소매의 검정띠 포인트로 모던함을 보이는 한편 카드병정 같은 느낌을 주며 귀족사회의 모순성을 표현한다. 또한 2막과 3막 여인들 의상에서 프랑스 삼색기를 허리띠나 소매깃에 응용했다.

무대와 의상의 뒷받침 속에 탄탄한 실력을 갖춘 성악가들은 유명 아리아가 많은 이 오페라를 훌륭하게 이끌어갔다. 23일과 24일 저녁 공연의 세 주역은 이정원, 김유섬, 박경준이었다. 1막 귀족들의 무도회 장면에서 셰니에 역 테너 이정원은 '언젠가 본 하늘처럼(Un di al azzurro spazio)'을 호소력 짙게 부르며 브라보를 받았다. 맏달레나 역 소프라노 김유섬은 특히 3막 제라르 앞에서 '돌아가신 어머니(La mamma morta)'를 누운 자세에서도 거뜬히 절절한 감정으로 부르며 풍성한 성량과 호흡을 선보였다.

▲ 3막에서 바리톤 박경준이 카리스마 있는 중후한 목소리로 노래한다.ⓒ 문성식 기자


제라르 역 바리톤 박경준 역시 돋보였다. 짧은 곱슬머리와 이국적인 외모도 한몫했지만 1막 제일 처음 귀족에 대한 불평, 1막 마지막 혁명군에의 가담, 그리고 특히 3막에서 셰니에와 맏달레나에 대한 연민과 흠모에 갈등하며 부르는 '조국의 적인가?(Nemico della Patria?)'에서 중후한 목소리와 개성적인 연기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24일과 25일 오후공연의 세 주역 테너 국윤종, 소프라노 오희진, 바리톤 장성일의 무대도 훌륭했다. 국윤종의 셰니에와 오희진의 맏달레나는 이정원 김유섬에 비해 좀더 젊은 감각의 감수성을 가지며 풍부한 성량과 연기로 무대를 이끌었다. 23일 박경준의 제라르가 욕정과 분노가 더욱 잘 보여졌다면, 장성일의 제라르는 셰니에에 대한 연민이 더욱 잘 표현되었다. 

주연급 조역들의 활약도 남달랐다. 2막 창녀굴 장면에서 베르시 역의 메조 소프라노 정수연은 흰색치마에 삼색기 소매를 흩날리며 '내가 두려워한다고?(Temer? Perche?)'를 매혹적으로 노래불렀다. 3막에서 눈먼 할머니 마데롱 역의 메조소프라노 김소영은 '어머니 내 아들을 바칩니다' 라고 긴 호흡선으로 노래부르며 감동을 주었다. 쿠와니 백작 부인역의 메조소프라노 김하늘 역시 1막에서 무도회를 주도하며 막힘없는 노래실력을 자랑했다.

혁명에 대한 이야기인만큼 조역 남성성악도 비중이 컸다. 2막에서 셰니에에게 여권을 주며 탈출을 종용하는 루쉐역의 바리톤 서동희는 깔끔하고도 중후한 목소리와 연기를 보여줬다. 3막 혁명재판에서 조국을 위해 기부하라고 연설하는 마튀에 역 베이스 양석진 역시 힘찬 저음의 혼신을 다한 연기를 펼쳤다.

2막과 3막에서 풍부한 표정연기와 음색을 선보인 밀정역의 테너 김재일,1막의 테너 김성천(수도원장 역)과 바리톤 김준동(플레빌, 두마 역), 바리톤 이준석(푸키에 역), 4막 간수역으로 짧은 단독장면이지만 주목되었던 바리톤 김진원(집사, 간수 역) 모두 성실한 연기와 뚜렷한 선율선으로 노래하며 작품을 입체적으로 만들어주었다.

이번 오페라에서는 영상의 활용이 적절했다. 3막과 4막에선 무대벽 가득 프랑스 혁명 인권선언문의 글씨로 가득채워 혁명의 정신을 드러낸다. 제라르가 셰니에에 대한 고발장을 쓰며 갈등할 때는 영상에 프랑스 혁명의 3대정신인 LIBERTIE(자유), EGALITE(평등), FRATERNITE(박애)의 글자가 뚜렷하게 보여진다. 또한 고발장을 완성시키는 과정이 무대가득 영상에 보이며 사실감을 더한다.

정리된 군중신 또한 특징적이었다. 2막 군중들은 잠시 무대 뒤로 빠지게 해 관객이 제라르와 셰니에의 결투 장면을 집중하게 했고, 3막 마튀에가 연설할 때 여인들은 꼭두각시처럼 반응한다던가, 재판장면에서 천장의 정사각형 샹들리에가 무대하단까지 내려오고 붉은 머리의 배심원들이 둘러앉은 것으로 셰니에를 사방팔방으로 압박하는 모습을 연출해 격투장과 같은 느낌을 주었다.

▲ 3막 혁명재판소 장면. 천장의 정사각형 샹들리에가 무대로 내려와 배심원단과
자신을 변호하는 셰니에를 둘러싸며 격투장의 느낌을 준다.ⓒ 문성식 기자


무대와 영상의 효과적 배치아래 3막과 4막은 노래로 더욱 집중된다. 사각 재판정에서 셰니에가 '그렇소 나는 군인이었소(Si, fui soldato)'라며 노래부를 때 애국심과 숙명감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4막 혁명군의 노래가 저멀리 들려오고, 셰니에가 감옥에서 부르는 '오월의 어느 아름다운 날처럼(Come un bel di di maggio)' 또한 아름답다.

맏달레나는 셰니에와 마지막까지 함께하기 위해 여성수감자와 이름을 바꾸어 감옥에 들어간다. 이윽고 만난 둘의 듀엣 '우리들의 죽음은 사랑의 승리((
La nostra morte è il trionfo dell'amor)'이 찬란한 고음으로 펼쳐지고, 빛나는 조명아래 두 주인공은 무대 아래로 내려가고 영상에 프랑스 삼색기가 보이며 대단원의 피날레가 벅찬 감동을 선사한다.,

양진모 지휘의 자타공인 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단장 성시연)의 기품있고 안정된 반주, 메트 오페라합창단(단장 이우진)과 시민MC에델 여성합창단(지휘 김진홍), 아름불휘어린이합창단(단장 안지영)의 충실한 화음, 연기자 무용수들, 그리고 젊은 감각의 무대디자인(김대한), 조명디자인(김용회), 의상디자인(김미정)까지 모두 하나되어 라벨라오페라단의 '안드레아 셰니에'를 품격 있게 만들어냈다.

하나의 오페라는 악보를 시작으로, 웅장하고 감각적인 무대와 세련된 의상, 빛나는 성악가 한명 한명의 노래와 색채적인 조명, 그 모든 것이 다시 오케스트라의 안정된 배를 타고 무대에 오를 때 이윽고 완성된다.

매번 새로운 무대를 올려놓는다는 것은 큰 배포와 결단력, 안목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믿음'이라는 덕목이 중요하다. 이강호 단장의 안목도 좋지만 그만큼 제작진, 출연진에게 믿고 맡겼기에 이렇게 큰 일을 성사시켰을 것이다.

이번 오페라를 보면서 '혁명'이라는 단어에 최근의 한국현실이 더욱 가슴아프게 들어온다. 우리는 누구를 믿을 수 있을까. 믿고 싶어하는데, 돌아오는 것은 믿지 못하고 압박하겠다는 어처구니 없는 처사로 돌아오고 있다. 많은 이들의 희생과 사랑 속에서 진정으로 혼돈이 질서로 흐를 수 있도록, 진심을 헤아릴 줄 아는 지도자와 사람이 많은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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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막은 연적인 브이용공비(손진희 분)와 아드리아나(박명숙 분)의 팽팽한 신경전이 흥미롭다.
ⓒ 문성식 기자


[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2015 제6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이 어느덧 후반부에 접어들었다. 

그 네번째 작품으로 누오바오페라단의 <아드리아나 르쿠브뵈르>가 5월 29일부터 6월 1일까지 공연되었다.국내에서 자주공연되지 않는터라 기대되었던 만큼, 이번공연은 기대에 부응했으며, 작품선택, 연출, 성악가들의 노래와 연기, 무대미술, 의상 등에서 두루 만족스러웠다.

우선 새로운 작곡가를 발견하게 되어서 즐거웠다. 경쾌하고 다양한 리듬과 선율, 다채로운 음악이 인상적이다. 작
곡가 프란체스코 칠레아(1866-1950)은 현재의 우리에게 유명하지는 않지만, 대표작으로 오페라 <아를르의 여인>, <아드리아나 르쿠브뵈르>를 남기는 등 이탈리아 베리즈모 시기에 활발히 활동한 작곡가이다.

뮤지컬을 보는듯한 장면전개에 다양한 선율과 리듬, 분위기를 잘 묘사하는 음악, 주선율의 끊임없는 변형반복 등이 
극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등장인물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음악의 분위기, 각 인물마다 아리아와 듀엣의 배치,4중창, 합창 등의 배치로 음악이 극을 잘 이끌고 있는 현대오페라라서 극의 이해에 어렵지 않다.

또한 그 어느 오페라무대보다도 화려했던 무대와 의상,그리고 다양한 배역의 성악가들의 균등한 노래와 연기실력까
지 두루 만족스러웠다. 특징적인 한 무대셋트로 전막을 다 채우는 경우도 있는데, 이번공연은 전체 4막이 모두 무대셋트가 바뀌고 각 장면을 성실히 변화주어서 무척 만족스럽고 인상적이었다. 

▲ 1막 아드리아나 역 소프라노 박명숙(왼쪽)과 미쇼네 역 바리톤 강기우 ⓒ 문성식 기자


1막 코메디 프랑세즈 무대는 많은배우들의 등장, 가로채진 편지로 인한 사건의 발단 등 다소 극의 파악이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30일 공연에서 에메랄드 색 화려한 드레스의 아드리아나 역 이영숙의 노래와 마우리쵸 역 차성호와의 듀엣, 극의 빠른 흐름, 배우들의 노래와 화려한 무대로 충분히 집중감을 준다.  

이윽고 2막에서 마우리쵸를 사이에 두고 아드리아나와 브이용공작비 두 여인이 대결구도에 접어든다. 메조소프라노 
조미경 또한 주인공 소프라노와는 또다른 매력, 붉은드레스와 카리스마로 좌중을 사로잡는다. 마우리쵸역 차성호와의 듀엣도 좋다. 차성호는 훤칠한 키에 힘있게 펼쳐지는 성량과 음역과 연기를 보여주었다. 연적인 두 연인이 서로를 알게되고 아드리아나가 괴로워하며 장렬한 음악과 함께 끝나는 2막 마지막장면도 강렬하다.

3막 브이용공작의 궁전장면은 극의 절정으로, 서울발레단의 단아한 발레단독장면이 3막초반 10분 단독으로 펼쳐지
면서 폭풍전야의 긴장감을 한껏 고조시킨다. 무대 양끝에 선 두 여인이 비유적인 시낭송으로 서로를 조롱하는 장면에서는 극중 여인들의 팽팽한 신경전, 그리고 실제 소프라노와 메조소프라노의 우열을 가릴 수 없는 각기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어 보는 이는 즐겁다. 

4막 아드리아나의 집 장면은 커다른 보라색 제비꽃 장식으로 무대앞면 벽을 가득채워 정말 멋지다. 마우리쵸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해 병든 아드리아나에게 생일선물로 시든 제비꽃이 온다. 1막에서 사랑의 징표로 나눈것인데, 시들어서 온 것이다. 낙담한 여주인공에게 미쇼네에게서 편지를 받은 마우리쵸가 오고 오해가 풀리지만, 결국 아드리아나는 멜포메네의 대사를 외치며 숨을 거둔다. 마지막 두 주인공의 애틋함과 슬픔이 느껴진다.

아드리아나역 이영숙은 4막에서 흰색 잠옷차림이지만 여전히 아름답고 파워풀하고 카리스마있게 사랑의 감정을 노래하며 슬퍼한다. 또한 극 전체적으로 무대도 멋지지만, 남녀 의상, 특히 두 여성, 그 중에서도 아드리아나가 장면마다 갈아입는 의상을 보는것만해도 즐겁다. 또한 2,3막에서 브이용공비를 흠모하는 승원장 아바테 역의 김재일, 1,4막에서 아드리아나를 늘 지켜주는 미쇼네 역의 김영주의 노래와 연기도 주연과 극을 뒷받침하는 조역으로 탄탄했다.

▲ 2막에서는 정치적인 이유로 마우리쵸(왼쪽 이인학 분)는
브이용공비(손진희 분)에게 제비꽃을 건네준다. ⓒ 문성식 기자

누오바오페라단의 선택, 재밌는 소재의 흔하지 않은 레파토리를 멋진 무대로 살려낸 것, 관객에게 즐거운 시간을 마련해준 것에 고마운 생각이 든다. 국내 성악가수들에게도 골고루 연기할 수 있는 무대를 준 것에 그 의미가 크겠다. 

다음차례로 공연될 2015 제6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작품은 6월 6일과 7일 공연된 국립오페라단의 박영근 작곡 
<주몽>이다. 귀한 창작오페라로 어떤 무대가 올라올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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