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올오페라 앙상블 가족오페라 '개구쟁이와 마법'은 개구쟁이(소프라노 정시영 분)가
장난감들의 반란을 통해 자신의 잘못을 깨닫는 과정을 잘 그렸다. ⓒ 강희갑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숙제하기 싫어! 게임이나 실컷 했으면." 애들은 늘 하는 말이고, 엄마는 늘 듣는 말이다. 이번 오페라에도 나오는 말이다. 극 중에서 직장 다니는 엄마는 아이에게 카톡으로 숙제검사를 하며 3등밖에 못했냐고 나무란다. 서울오페라앙상블(예술감독 장수동)이 공연장상주단체로서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7월 17일부터 19일까지 공연한 오페라 <개구쟁이와 마법>은 20세기 초 프랑스 작곡가 라벨의 작품을 이처럼 한국 현실에 맞게 21세기 이 땅의 학원, 입시를 겪는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각색하고 한글로 번안한 작품이다. 오페라의 성지인 이태리 밀라노 라스칼라 극장에서 동양인 최초로 무대감독이 된 장누리씨가 이번 공연의 연출을 맡아 아이와 어른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는 우리땅의 오페라로 재탄생시켰다. 또한 지휘자 Unai Urrecho는 11인조의 앙상블 스테이지를 이끌고 라벨의 이국적이고도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선율과 화음요소를 ‘마법’이라는 소재를 드러내는 ‘분위기’로 자연스럽게 표현해주었다. 17일 금요일 첫공연의 유튜브 생중계를 우리집 거실TV로 보았을 땐, 집에서 밥 먹어가며 아이들과 편안하게 멀리 구로 공연을 보니까 신기하면서 실제 공연처럼 생동감도 느껴졌다. 반면, 공연 후반부 음악이 격해지는 부분에서는 TV음량이 커서인지 아이들이 좀 무섭다고 해서 유튜브 본 것으로 만족할까 싶기도 했다.

▲ 소파(베이스바리톤 김준빈)와 놀이텐트(소프라노 김은미)도
개구쟁이에 대한 자신들의 불만을 노래한다. ⓒ 강희갑


하지만, 기자이자 작곡가인 엄마의 욕심에, 기왕 가족오페라로 만들어진 오페라를 보여줄 기회를, 거실TV 공연에 대한 아이의 몇가지 반응 때문에 놓칠 수는 없었다. 현장 공연을 봐야 정확한 결과를 알 수 있지 않겠나. 자주 있는 아이와의 흔한 협상(많은 부모님들이 알 것이다. 이것이 무엇인지를)으로 일요일 오후는 공연에 꼭 간다는 다짐을 받고, 19일 일요일 오후 3시 공연을 보았다. 특히 의견 뚜렷한 우리집 초등학교 2학년 큰아이가 공연보면서 "재밌다"고 했으니 결과는 고맙게도 또 한번의 뿌듯한 대만족이었다. 무대에는 커다란 책 안에 생활계획표, 우주 탐험선이 멋지게 그려져 있고, 푹신한 소파, 놀이 텐트 등 주인공 '개구쟁이'(소프라노 정시영 분)는 뭐하나 부족할 게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개구쟁이는 "내버려 둬!뭐든지 내맘대로 할거야"라며 책은 찢고, 소파 위에선 쿵쿵거리고 장난감을 집어던지며 불평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결국 개구쟁이는 텐트, 선풍기 등 그가 마구 쓰던 물건들의 반란과 노래로 자신의 잘못을 알아간다. 성악 출연진은 평소 많이 부르는 이태리, 독일 오페라도 아닌 프랑스, 그것도 반음계 자자하고 선율선이 긴 라벨 오페라에 네모 반듯한 우리말을 얹어 부르면서 감칠맛나게 연기까지 하느라, 습한 더위에 코로나로 마스크까지 끼고 연습하느라 정말 애를 많이 쓴 것이 느껴졌다. 이 작품이 원래 프랑스 것인지, 오페라라는 생소한 장르인지 구별할 필요없이 관객 입장에서는 여느 우리나라의 아동 뮤지컬처럼 흥미롭게 감상이 되었으니 말이다.

▲ 수학자(테너 석승권)가 "사사는 십칠 이구삼십" 이라고 괴상하게
외치는데, 꼭 개구쟁이의 속마음 같다. ⓒ 강희갑


뻗침머리의 개구쟁이 역도 자연스럽게 소화한 소프라노 정시영, 수학자의 "사사는 십칠~이구 삼십(4×4=17, 2×9=30)"이라는 히스테릭함을 높은 테너음역으로 잘 어필한 테너 석승권, 찬바람을 일으키는 선풍기 역이 겨울왕국 엘사보다도 더 곱고 차가웠던 소프라노 윤성회, 개구쟁이에게 맨날 낙서를 당했던 고충을 하행하는 음계로 잘 표현한 베이스바리톤 김준빈 등 주역들의 1인다역과 합창이 효과적으로 잘 연주되어 극을 잘 전달해주었다. 공연이 끝나고 살펴보니 아동관객이 참 많았는데, 자신들의 내용이기 때문에 잘 공감되었을 것이다. 또한 무대미술과 의상, 조명이 극의 분위기를 잘 살리고, 우리말로 또랑또랑하게 노래부르니, 오페라라는 장르이든, 추상적인 선율이나 화음이든 어렵지 않고 아이들에게는 오히려 그것을 받아들이고 배울 수 있는 훌륭한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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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구 구로동 101 |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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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오페라단 '투란도트'. 2막에서 투란도트 역 소프라노 김라희가
'이 궁전에서(In questa reggia)'를 열창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서울시오페라단(예술감독 이경재)의 오페라 <투란도트>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26일부터 29일까지 공연되었다. 대형 오페라 작품이라 국내에선 자주 공연되지 않는 데다, 서울시오페라단 이경재 감독 취임 이후 2018년 첫 정기공연이자 국내 오페라 연출의 거장 장수동이 연출을 맡았기에 더욱 기다려졌다.

27일 공연을 보았다. 기다린 만큼 보람은 있었다. 휴식시간을 제외하고 2시간의 러닝타임 동안 투란도트 공주의 수수께끼와 칼라프 왕자의 사랑의 줄다리기가 긴장감 있게 잘 표현되었다. 무대 규모와 제작 시간이라는 현실에 걸맞은 연출이었다.
 

세종문화회관의 오페라 공연은 모든 좌석 뒤편에 자막 안내가 나와, 무대 꼭대기 위나 양 옆 전광판을 볼 필요가 없다. 반면에 가로로 긴 무대 길이는 극복해야 할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 3막. 칼라프 역 테너 박지웅이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를 열창중이다.ⓒ 세종문화회관


모든 오페라가 그렇듯 전체 3막 중 1막은 사건의 전개와 인물들의 관계를 파악하는 시간이기 때문에 관객이 집중하기 좀 어렵다. 류, 칼라프, 티무르 3명 주역의 성량과 연기는 훌륭했다. 그러나 무대 양 옆으로 퍼져있는 합창단과 단조로움을 메우려는 무용단의 움직임 때문에 다소 집중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장수동 연출의 작품은 뒷심이 강하다. 전체 흐름에서 주역 가수가 꽉 잡아줘야 할 부분은 반드시 세밀하게 잡고, 합창만으로 극의 흐름 설명이 부족할 때는 무용을 투입한다.

오페라는 성악, 무대, 연기, 의상, 조명 등 모든 것이 어우러져 만든 에너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만약 그 중 어느 한 가지가 부족할 때는 다른 것의 에너지를 더 살리는 방법이다. 오페라에 정통한 관객에게는 무용 등으로 흐름을 흐리는 것이 불편할 수 있겠지만, 일반 관객은 제자리에서 가만히 부르는 합창단의 외국어 노래는 단조롭게 여겨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무용이나 조명으로 변화를 주는 것은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1막의 서술이 무르익을 즈음 등장하는 류, 칼라프, 티무르와 핑, 퐁, 팡의 6중창과 군중의 합창은 꽤 멋지고 압도적이었다. 마지막에 칼라프가 자신의 여정을 알리며 큰 징을 칠 때는 모션만이고 실제 소리는 오케스트라에서 나서, 동작이 있는 곳에서 소리가 발생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 2막 도입의 핑,퐁,팡의 삼중창이 흥미롭다. 핑(바리톤 임창한), 퐁(테너 정재윤), 팡(테너 김재일).
ⓒ 세종문화회관


2막부터는 본격적으로 흥미진진하다. 핑(바리톤 임창한)의 굵직하고 믿음직한 목소리, 퐁(테너 정제윤)의 맑고 순수한 음색, 팡(테너 김재일)의 명료하고 경쾌한 음색이 어울려 칼라프의 여정을 예고한다.  무대를 깊이 사용해 안쪽 제일 높은 곳 황금빛 세트에 앉아 있는 알툼(테너 김재화)의 모습과 목소리에는 엄숙함과 위용이 깃들어 있었다. 알툼 뒤 배경에는 '쏘아보는 눈' 모양의 영상과 파란톤의 무대에 24개의 빔이 사선으로 늘어져 왕좌의 찬란함을 잘 연출했다.

투란도트의 등장부터는 이제 몰입이다. 그녀가 하는 한 마디 한 마디에 관객은 숨죽인다. 눈을 치켜뜨거나 내리뜰 때, 그 날렵한 옆모습에 가슴이 조마조마 했다. 이전 대구오페라페스티벌, 세종문화회관 공연에서 투란도트 역으로 이미 호평을 받은 소프라노 김라희는 부드럽고도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투란도트 답게 맺고 끊는 것이 확실하고 과장된 창법으로 노래해, '과연 투란도트가 저랬겠지' 하는 느낌이 들게끔 관객을 빨아들였다.

투란도트가 낸 수수께께의 답, LA SAPELANZZA(희망), IL SANGUE(피), TURANDOT(사랑)를 칼라프가 알아맞힐 때마다 전광판에 띄워 눈길을 끌었다. 또한 칼라프 역 박지응은 이 장면에서 희망과 승리에 찬 표정으로, 벅차오르는 감정을 담은 충실한 음색으로 감정을 표현했다. 
 

박지응이 부르는 3막의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는 공주를 그리워하는 꿈에 젖은 밤의 감성을 잘 표현하며 박수갈채를 받았다. 힘 있고 팽팽한 탄력이 노래의 클라이맥스 부분까지 잘 전달되며 다음 장면으로 이어졌다. 투란도트에게 사랑의 의미에 대해 호소하는 류 역 소프라노 신은혜의 '가슴 속에 숨겨진 사랑(Tanto Amore, Segreto)'도 음색과 연기가 일품이었다.
 


▲ 서울시오페라단 투란도트 2막 장면. 오윤균의 무대미술은 무대를 가로지르는
파란색 빔 조명과 붉은색 강렬한 눈 영상으로 극의 분위기를 살린다.ⓒ 세종문화회관


류는 칼라프의 이름을 말하지 않고 칼로 목을 그어 자결한다. 그녀의 죽음에 투란도트는 뭔가를 깨우치게 되고, 자신의 미묘한 감정에 맞서려 하지만 결국 칼라프에 대한 사랑으로 귀결된다. 이 장면에서는 지금까지의 모든 무대장치를 가린 무대 커튼 앞에서 투란도트와 칼라프의 이중창에만 집중되는데, 이로 인해 인물들의 감정선이 노래와 연기로 더 잘 드러났다.

왜 지구종말에 임박한 시대의 서울 당인리 발전소(현 서울복합화력발전소)가 배경이어야 하는지, 간혹 3막 대단원의 합창에서만큼은 무용을 절제해도 되지 않았을지, 1막에서 의상과 조명 모두 어두운 분위기에 희뿌연 연기가 과도하게 사용된 것은 아닌지 등의 부분적인 궁금증은 남는다. 만약 <어벤져스> 시리즈 등의 미래를 그린 영화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배경설정이 그다지 어색하진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푸치니의 아름답고 웅장한 음악을 주역 가수들과 서울시합창단(합창지휘 강기성)의 가창 그리고 성남시립교향악단(지휘 최희준)의 훌륭한 연주로 표현했다. 이를 오윤균의 무대미술과 조명, 안무와 잘 조화시켜 힘의 균형과 에너지의 완급 조절 면에서도 만족스러운 오페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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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세종로 81-4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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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의 화가 윤현(테너 이대형)은 윤두서(그림 자화상)의 그림세계로 관객을 인도한다.ⓒ 문성식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고태암 작곡, 김민정 대본의 창작오페라 <붉은 자화상>(연출 장수동)이 5월 6일과 7일 서울 남산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되었다.

<붉은 자화상>은 조선후기 화가 윤두서의 일화를 그린 오페라다. 올해로 4년째를 맞는 한국예술문화위원회(아래 ARKO) 아르코창작아카데미 오페라과정에서 고태암 작곡가와 김민정 작가가 함께 탄생시켰다. 또한 ARKO 2016 오페라 창작산실 우수작품 제작지원으로 이번에 장수동 예술감독의 서울오페라앙상블과 함께 공연된 것이다.

고태암은 우리말과 장면에 대한 연구를, 현대음악 어법과 국악 장단, 시김새가 결합된 오케스트레이션으로 잘 녹여냈으며, 김민정은 화가 윤두서의 자화상이 완성되는 과정을 짜임새 있고 설득력 있게 대본으로 출발시켰다.

장수동 연출은 이 신작을 기성작에 버금가는 무대화로 탄탄하고 안정감있게 선보여줬다. 오윤균의 무대미술은 한지로 여백의 미를 살린 회전무대로 합리적이고도 입체적인 무대규모를 맞췄고, 김평호 안무의 우리춤은 주인공들의 마음을 서정적으로 아름답게 설명해주었다.

▲청사초롱의 합창단과 영래(소프라노 이효진), 영창의 아리아가 사랑스럽게 기억에 남는다.ⓒ 문성식



또한 실력파 성악가들은 창작오페라를 맛깔나게 선보인 장본인들이었다.1막, 한지 회전 무대에 윤두서의 그림들이 펼쳐지고, 현대의 화가 윤현의 안내로 과거 속 이야기가 시작된다. 조선달(테너 위정민), 말복(베이스 바리톤 장철유), 나주댁(소프라노 이종은)은 충실한 노래와 익살스런 연기로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1막 3장 검정그림자 같은 여성 무희들이 윤두서의 고뇌를 표현하고, '굳어버린 손, 텅빈화폭, 백색감옥'이라는 가사의 죽 뻗어가는 선율을 윤두서 역 바리톤 장철(5/6공연), 장성일(5/7공연)은 가슴에 와 닿도록 절절히 전했다.

1막7장 영래와 영창의 아리아는 작곡가의 역량이 드러나는 아름다운 대목이다. 대숲에 합창단의 붉고 푸른 청사초롱, 밤이면 몽유병에 걸리는 영래가 영창(검은 그림자, 윤두서의 제자)과 함께 "내 사랑을 말해"라며 부르는 다장조의 충만한 노래에서 소프라노 박하나와 테너 엄성화(5/6공연), 소프라노 이효진과 테너 김주완(5/7공연)은 브라보를 받았다.

▲ 검은그림자(테너 엄성화)가 빈 화폭을 가리키고 윤두서(바리톤 장철)는 괴로워한다.ⓒ 문성식



영래의 몽유병을 걱정하는 어머니 이씨 부인의 노래에서 메조소프라노 최정숙(6일)과 소프라노 이미란(7일) 모두 풍부한 성량과 몰입감을 보여줬다. 1막 11장 영래가 없어지고, 합창이 "아씨를 찾아라" 라며 긴박함을 알린다. 영창의 환영이 빈 화폭을 가리키고, 윤두서는 자화상을 그려야 영래를 살릴 수 있다는 것에 괴로워한다. 윤현 역 테너 이대형(6일)과 최재도(7일)가 "무엇을 담아야 하나 텅 빈 화폭에!"라고 열창을 펼치며 장렬한 1막의 끝을 알린다.

2막 1장 회상장면인 3년 전, 사대부들이 민중의 모습을 그린 윤두서의 그림을 비판하는데, 푸른조명과 대비돼 사대부들의 색깔별 의상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의상디자인 신동임). 금관과 타악기로 음향에 긴박감이 더해졌고, 윤두서는 선비들과 "연판장을 돌려라"라고 역모를 꾀한다. "그림 속 세상이 아니라 그림 밖 세상을 펼치고 싶네"라는 윤두서와 '역능복주'를 했다고 꾸짖는 친구 이하곤(베이스 구교현)의 노래는 저음이 오케스트라를 뚫어내며 극의 클라이막스로 향한다. 감옥의 영창과 그 앞 윤두서와 윤현, 이씨부인, 영래, 이하곤의 6중창 역시 명장면이다.


▲고태암 작곡 창작오페라 '붉은자화상'의 감옥장면 6중창은 클라이막스로
<붉은 자화상>의 완성도를 가늠할 수 있는 인상적인 부분이다.ⓒ 문성식



스승의 밀지를 전한 영창이 감옥에서 부르는 "내가 죽으면" 아리아에서 테너 엄성화(6일)와 김주완(7일)은 고음의 폭발적인 에너지로 열창을 선보였다. 영창의 죽음에 영래도 결국 죽는다. 붉은 무대에 흑야(소프라노 이종은)가 저승에서 슬픈 인연 피어나라며 신비로운 분위기로 노래한다. 죽은 딸과 영창이 꽃가루 속에 올리는 슬픈 결혼식, 윤두서와 합창의 "너를 죽이고서야 빈 화폭을 채우노라, 자화상"이라는 노래가 웅장한 음악과 함께 울려 퍼지고, 이제야 완성한 윤두서의 얼굴이 영상으로 무대 가득 펼쳐지며 대단원의 막이 관객의 브라보와 함께 내린다.

한국오페라 70년 역사와 함께한 창작 오페라를 향한 열망은, 현제명의 <춘향전>(1949)을 시작으로 아직까지도 진행 중이다. 그만큼 우리 정서와 우리말 발음을 잘 살린 오페라, 음악을 모르는 이도 공감하고 보고 싶어 하는 레퍼토리화 될만한 작품을 우리는 기다린다는 것이다. 천재 오페라 작곡가를 키워내려면 <붉은 자화상>을 우리의 자화상으로 잘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흑야(메조소프라노 이종은)는 검은무리의 영매로 극의 갈등요소를 뚜렷이 부각시킨다.ⓒ 문성식


이제 오페라는 무수히 배출되는 창작자와 성악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실용적 아이템으로 키워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적은 돈으로 오페라 하는 방법 어디 없을까. 그리고, 국내 곳곳의 마을회관과 문화센터, 해외 현지 오페라하우스에서 우리의 창작오페라가 자주 울려퍼지면 얼마나 좋을까. 할 수 있다. 우리는 무엇이든 해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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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오페라앙상블 '베르테르' 1막. 베르테르(테너 석승권)와 샤롯데(메조소프라노 김순희).
ⓒ 플레이뉴스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바야흐로 연말연시, 크리스마스 캐롤과 트리, 길거리를 수놓는 불빛이 추위를 따스하게 녹여준다. 공연들은 특히 가족단위 관람객을 겨냥해 1년의 노고를 위로하고 마음을 풍요롭게 해준다.

지난12월 둘째주말에 흔치않은 프랑스 오페라 두 편이 공연됐다. 서울오페라앙상블의 <베르테르>와 국립오페라단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그것이다. 프렌치오페라, 젊은 남녀의 죽음의 러브스토리라는 공통점, 우리말번안과 프랑스원어, 소규모와 대규모 제작비라는 차이점을 가졌다. 그 감동은 어땠을까?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12월 9일부터 10일까지 공연된 서울오페라앙상블 <베르테르>(예술감독 연출 장수동)는 청년의 순수한 사랑과 고뇌가 절절히 전달되는 호연이었다. 감각 있는 무대미술(무대디자인 오윤균)과 12인조 음악 앙상블(지휘 정나라)로 소규모극장 특성을 살려 관객이 가깝고 생생하게 무대의 드라마와 노래, 표정을 느낄 수 있었다. 프로그램지의 목표대로, 현대사회를 사는 중년과 청년 모두의 감성을 자극하고 힐링하기에 충분했다.

왼쪽 위 십자가에 'ㄷ'자로 다리와 계단이 꽃장식과 나무로 운치 있는 무대, 1막 샤롯데의 어린동생들의 합창이 귀엽다. 아버지 베일리 역 베이스 박종선의 중후하고 인자한 표정과 노래가 좋다. 드디어 여주인공 등장으로 무대가 한층 흥미로워진다. 메조소프라노 김순희의 샤롯데에 어울리는 새침하고도 어여쁜 자태와 우리말 발음이 잘 들리면서도 윤기 있는 노래로 극에 점점 빠져들게 된다. 테너 석승권은 텐션 있는 미성과 열렬한 표정으로 베르테르의 아리아 '오 아름다움 충만한 자연이여(O Nature, pleine de grace)' 에서 벅차오르는 사랑을 표현하며 관객도 함께 설레게 했다.

▲ 1막 알베르(베이스 김민석)와 소피(소프라노 신모란).ⓒ 플레이뉴스


2막 교회 앞, 슈미츠(테너 서승환)와 요한(베이스 구교현)이 '비바 바쿠스'라며 흥겹게 축배를 든다. 샤롯데는 어머니 유언대로 알베르와 결혼을 했다. 베이스 김민석은 대포알처럼 굵직한 목소리와 가늘게 뜬 눈으로 아내를 단속하는 알베르 역에 딱 어울렸다. 소피(소프라노 신모란)가 맑고 힘찬 목소리로 언니 부부를 위로하며 '행복이 넘치네(Du gai soleil, plein de flame)'라고 노래 부른다. 하지만, 샤롯데는 베르테르에게 혼자 떠나라고 얘기하고 좌절한 베르테르의 아리아가 한참 이어진다.

3막 침실, 어둔 창 밖으로 눈이 내린다. 흰 색 잠옷에 창백한 샤롯데, 베르테르의 편지를 들고 괴로워하는 '가라 나의 눈물이 흐르게 하라(Va, laisse couler mes larmes)' 아리아로 브라보를 받는다. 소피가 찾아와 위로하지만 '베르테르가 내마음속에 있다고 누가 상상이나 할까(Werther! Qui m'aurait dit)/나는 당신께 작은 내 방에서 편지를 씁니다(Je vous écris de ma petite chambre)'라고 샤롯데는 아픈 마음을 노래한다. 이윽고 찾아온 베르테르의 ‘왜 나를 깨우는가(Pourquoi me réveiller?)’ 단조선율로 응답하고 둘의 가슴 아픈 사랑의 듀엣이 격렬한 박수를 받는다. 알베르의 권총을 빌려나온 베르테르가 총을 쏴 쓰러지고, 영상에 붉은 피가 점차 퍼진다. 4막 샤롯데의 집 정원, 죽어가는 베르테르와 끌어안은 샤롯데의 노래가 절절하다. 마지막 아이들의 노엘합창이 비극을 더한다.

2016년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으로 제작된 서울오페라앙상블의 <베르테르>는 오페라제작과 창작오페라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소규모 제작비임에도 압축된 무대와 음악편성으로 우리말 발음을 잘 살린 노래를 뒷받침해 인기 뮤지컬 같은 한 편의 드라마를 훌륭하게 보여줬다. 요사이 아르코창작아카데미 등 창작오페라 발굴노력이 계속되는 가운데, 드라마, 연극 등 많은 볼거리에도 '왜 오페라를 만드는가'라는 질문에는 충실한 종합예술을 만들어 감동을 안겨주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12월 8일부터 11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 국립오페라단 <로미오와 줄리엣>(예술감독 김학민, 연출 엘라이저 모신스키)은 웅장함과 원근감을 살린 무대(리처드 허드슨),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그란데오페라합창단의 격조 있는 음악(지휘 김덕기), 성악가들의 열연으로 풍요로운 고급성찬을 대접받는 느낌이었다.


▲ 국립오페라단 '로미오와 줄리엣' 5막 무덤장면 로미오
(테너 스티븐 코스텔로)와 줄리엣(소프라노 나탈리 만프리노).
ⓒ 플레이뉴스


10일 공연은 젊은 외국 주역의 활약이 한 편의 영화처럼 관객을 몰입시켰다. 무대색감과 조명은 영원한 사랑을 상징하며 우주색인 푸른 톤을 유지했다. 1막 장중한 서곡, 관 두 개가 나란히 들어오는 장례식에 합창단이 양 집안의 적대관계를 노래한다. 노랑색 캐퓰렛가의 미뉴엣과 붉은색 몬테규 청년들의 모습이 흥겨운 가면무도회다. 이어 등장한 줄리엣(나탈리 만프리노 분)의 사랑스런 '꿈속에 살고 싶어(Je veux vivre)'와 첫눈에 반한 로미오와의 이중창 ‘고귀한 천사여(Ange adorable)'로 브라보를 받았다.


2막 발코니, 열렬한 이중창이 이어진다. 테너 스티븐 코스텔로는 잘생긴 외모에 장면 따라 다양한 발성을 구사했는데, ‘사랑, 사랑, 나의 온 존재가 흔들린다(L'amour, l'amour, oui, son ardeur a trouble)’에서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브라보를 받았다. 연인의 아리아, 헤어짐을 못내 아쉬워하는 로미오의 아리아까지 발코니장면은 사랑 그 자체다.


3막 비밀결혼식, 로렌스신부 역 베이스 김일훈의 저음의 차분한 음성이 좋다. 연인과 신부, 유모 거트루드(메조소프라노 김현지)가 감싸 안고 부르는 4중창 ‘당신 형상대로 남자를 창조하신 하느님(Dieu qui fit l'homme a ton image)’이 가슴 뭉클하다. 베로나 광장의 결투, 스테파노 역 메조소프라노 김정미가 긴 장면의 노래로 멋진 인상을 남긴다. 1막에서도 눈에 띄었던 테너 민현기(티볼트), 바리톤 김종표(머큐쇼)와 두 가문의 칼싸움이 실감난다. 머큐쇼의 죽음에 복수하고 추방당하자 절규하는 로미오의 하이C음 완벽한 절규에 관객들은 브라보를 보냈다.

▲ 3막 티볼트(왼쪽 테너 민현기)와 머큐쇼(바리톤 김종표)의 결투가 실감난다. ⓒ 플레이뉴스


4막 침실장면, 침대에 앉아 끌어안고 노래하는 협화음의 조화에 녹아들 것만 같다. 파리스와의 결혼을 피하려 로렌스에게 얻은 약을 먹은 줄리엣의 ‘사랑이여, 용기를 주소서(Amour, ranime mon courage)'가 아름답다. 5막 어두운 무덤, 잠에서 깨어난 줄리엣이 옆에 쓰러진 로미오의 모습에 절망하고, 로미오의 손에 칼을 쥐어 감싸 자신의 배에 겨냥한다. 푸른 조명에 죽어가는 붉은 연인의 긴 아리아 ‘슬퍼하지 말아요, 가여운 연인이여’(Console-toi, pauvre ame)'가 대단원의 비장감을 준다.



종합예술이기 때문에 오페라 제작비는 소규모라도 몇천만원부터 많게는 몇억단위이다. 하지만, 무대 위 성악가가 나를 향해 불러주는 노래의 드라마, 멋진 오페라로 울려퍼지는 감동은 이번 양쪽 공연 모두 ‘일등급’이었다. 샤를 구노(1818~1893)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발레 분위기였고, 쥘 마스네(1842~1912)의 <베르테르>에서는 뮤지컬 분위기를 느꼈다. 두 프랑스 작곡가의 표현력 짙은 음악이 독일, 이탈리아 오페라와는 사뭇 다른 색채감과 드라마를 드러낸다는 점을 서울오페라앙상블과 국립오페라단의 각각의 개성으로 선보인 훌륭한 선물에서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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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va Opera!! 낭만오페라 세계로의 여행‘ 갈라콘서트가 '오페라 파라디소 in 혜화동 展"
일환으로 8월 17일 저녁8시 혜화아트센터에서 공연되었다. ⓒ 문성식 기자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오페라 파라디소(Opera Paradiso) in 혜화동 展”이 8월 14일부터 26일까지 서울 대학로 동성100주년기념관 내 혜화아트센터에서 전시중이다.

이번 전시는 연극을 비롯한 한국공연예술의 메카인 혜화동에 정작 오페라 문화의 흔적이 없는 것에 착안해 혜화아트센터와 한국오페라자료연구소(소장 신동임)가 주최하고 서울오페라앙상블(예술감독 장수동)이 후원해,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오페라 소통’을 도모하고자 기획했다.

전시장은 1전시장과 2전시장 두 곳이다. 1전시장은 ‘한국 속에서의 서양오페라’, ‘한국 창작오페라공연’, 한국 오페라의 해외활약상을 전시한 ‘한국오페라의 한류’등의 섹션으로 나누어 관련자료인 오페라 포스터, 악보, 의상, 무대디자인과 무대미니어처 등이 전시되어 있다.

국립오페라단의 ‘가면무도회’의 포스터와 무대 미니어처, 정명훈 얼굴이 보이는 ‘카르멘’ 포스터,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투란도트’ 야외 대형공연, 대한민국오페라 페스티벌, 베세토 오페라단, 뉴서울 오페라단, 글로리아 오페라단, 인천 오페라 페스티벌 공연 포스터 등 한국에서 그간 공연된 오페라도 많고, 민간 오페라단과 페스티벌도 다양하구나 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한다.

창작오페라 ‘시집가는 날’, ‘논개’, ‘춘향전’, ‘불의 혼’, ‘청라언덕’, ‘순교자’, ‘보석과 여인‘, ’탁류‘, ‘백범 김구’ 등의 포스터와 악보, 특히 최근 공연된 이근형 창작오페라 ‘운영’의 악보가 피아노 위에 놓여 있어 눈길을 끈다.

또한 ‘서울오페라앙상블’이 그간 공연한 ‘돈 조반니’, ‘모세’, ‘리골레토’, ‘라보엠’, ‘운명의 힘’,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세빌리아의 이발사’, ‘어느 병사의 이야기’ 등의 다양한 포스터와 공연사진이 일목요연하게 전시되어 국내 민간오페라단의 지난 20년의 눈부신 활약상을 가늠해 볼 수 있다.

▲ 2전시장에는 회화작가 외 11인의 '오페라를 그리다' 전시가 열린다. ⓒ 문성식 기자


2전시장에는 회화작가 외 11인의 '오페라를 그리다' 전시가 열린다. 11명 화가가 11개 오페라작품에 대해 각 2점씩 총 22점의 그림을 선보인다. 작가 안명혜는 베르디의 ‘리골레토’를 소재로 희화적이고도 조롱섞인 광대를 구슬같은 질감과 화려한 색으로 표현했다.

백승기 작가는 푸치니의 ‘라보엠’에서 가난한 연인의 애틋함을 만화 같은 이미지로, 박상수 작가는 모차르트의 ‘마술피리’를 커다란 플루트와 달밤, 밤의 여왕의 매서운 눈, 그리고 주인공 타미노와 파미나의 작은 모습으로 펼쳐냈다. 도록에는 22점의 회화작품과 작가정보, 그리고 신동임 소장이 직접 각 오페라내용을 알기 쉽게 설명해서 담았다.

▲ 전시에 대해 설명중인 한국오페라자료연구소 신동임 소장.ⓒ 문성식 기자


신동임 소장은 “올해가 광복70주년이자 분단70주년이잖아요. 한국오페라도 1948년 ‘라트라비아타’를 시작으로 한국역사와 함께 발전해 왔음에도, 대중에겐 가까이 하기엔 먼 공연예술인 것이 사실이죠”라면서, “동성100주년기념관에서 연극, 무용은 활발하지만 오페라토대는 부족한 대학로에서 ‘오페라’를 보고 듣고 만질 수 있도록 고맙고 귀한 자리를 마련해 주셨습니다다”라고 이번 전시의 취지를 설명했다.

한편, 1전시장에서는 'Viva Opera!! 낭만오페라 세계로의 여행‘이라는 오페라 갈라콘서트를 개최한다. 지난 8월 17일 저녁8시 공연에는 신승아, 김은미, 강훈, 박정섭 성악가와 우수현 피아니스트가 오페라 아리아와 푸치니 ’라보엠‘, 베르디 ’리골레토‘ 하이라이트 공연을 펼치며 갤러리를 꽉메운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8월 26일 저녁 8시에도 한차례 공연이 더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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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오페라앙상블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1막. 지하철을 배경으로 한 한국판
씻김굿으로 글룩의 고전오페라를 명쾌하게 재해석했다. ⓒ 서울오페라앙상블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서울오페라앙상블(예술감독 연출 장수동)Gluck 탄생 300주년 기념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626일부터 28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했다.

바로크시대 독일작곡가로 오페라개혁을 이룬 글룩의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는 명확한 내용과 간결하고 힘있는 음악이지만 국내에서 흔히 공연되는 레파토리는 아니다. 2007년 경남오페라단의 국내 초연 이후, 20105월 국립오페라단이 제1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에서 장수동 연출의 서울오페라앙상블이 제12회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 개막작으로 각각 공연해 화제가 되었다. 이어 서울오페라앙상블은 2014 11월 충무아트홀에서 공연하고 이번에 또 관객을 찾아왔다.

작년
11월 공연이 세월호 유족들을 위한 한국판 씻김굿 버전이었는데, 올해는 갑작스런 5-6월의 메르스 사태로 인한 희생자들을 위한 의미가 더해졌다.

이번 공연은 소극장의 이점으로 공연에의 몰입도가 좋았으며
, 세련되고 심플한 무대디자인과 주역 가수들의 훌륭한 노래와 연기, 정금련 지휘의 서울바로크플레이어즈의 생생한 반주와 서울오페라앙상블합창단의 탄탄한 합창으로 글룩 오페라 합창의 특징을 잘 살려내었으며, 또한 그루포 디 단짜(서재민, 이빛나, 김다솔)3인조 발레가 극 흐름을 살려주었다.

공연이 시작되면 끝없이 도시를 횡단하는 지하철 영상이 보인다
. 극장을 가득 채우는 서울바로크플레이어즈 14명 앙상블의 역동적인 반주가 관객 바로 앞에 생생하게 펼쳐진다. 이내 막이 오르고, 큰 원형에 배모양 배경과 배모양을 형상화한 양 옆 계단에 검정옷의 합창단이 노래한다. 흰색 상복 상의와 상모를 쓴 오르페오(메조 소프라노 김정미)가 아내 에우리디체를 잃은 슬픔을 애절하게 노래한다.

슬픔은 독창과 합창
, 발레의 간결한 서술로 관객의 공감을 얻는다. 아모르(테너 장신권)가 나타나 에우리디체를 만나게 해주겠다고 말한다. , 그녀에게 오르페오의 얼굴을 보여서는 안된다는 조건이다. 테너 장신권은 검정 옷에 붉은칠, 머리에도 붉은 칠을 하고, 한쪽 입이 슬쩍 올라가 익살스러우면서도 괴기스럽고 흡사 저승사자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며, 설득력 있는 연기와 노래를 펼쳤다. 무대 가운데 큰 원과 양 옆 기둥 스크린에 배, 구름, 지옥 등 장면별 영상이 분위기를 자아낸다.

▲ 서울오페라앙상블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 서울오페라앙상블

 
2, 아모르와 합창단, 오르페오는 망태기를 입고 손에는 붉은 목장갑을 끼고 손전등을 비추며 붉은 레테의 강을 건너고, 드디어 에우리디체(소프라노 이효진)를 만난다. 만남의 기쁨을 노래한 듀엣이 아름답다. 3막에서 에우리디체는 왜 계속해 자신을 쳐다보지 않느냐 추궁하고 결국 오르페오가 그녀를 쳐다보자 모든 것은 산산히 부서지고 폐허가 된다. 그녀는 다시 죽게 된다. 이 때 부르는 유명한 아리아 "에우리디체 없이 어떻게 하나?(Che faro senza Euridice?)"에서 메조소프라노 김정미는 성심을 다한 노래와 연기로 박수를 받았다

상심한 오르페오가 자살하려고 하자, 아모르가 막으며 다시 에우리디체를 살려내고 해피엔딩이다셋의 삼중창이 즐겁고 아름답게 울려퍼진다. 소극장에서 더욱 가깝고 친숙하게 만난, 작년과 올해의 큰 사건과 영혼을 위로하는 레퀴엠이자 씻김굿으로 찾아온 '고전중의 고전' 오페라로 음악을 듣고 보는 즐거움이 다시 한번 살아난 밤이다.

서울오페라앙상블은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2015 밀라노세계EXPO' 기간 중에 ‘한국문화주간’에 메인 공연으로 7 12일 밀라노 팔라치나 리베르티홀 (Palazzina Liberty Auditorium)에서 공연한다. 한국판 씻김굿으로 변모한 클래식 오페라, 오페라 본고장에서의 활약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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