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빛아이 어둠아이' 중. 한아이(소프라노 정시영)와 어둠아이(테너 석승권)가 욕조배를 타고 지구를 구하러 출동한다. (사진 = 강희갑)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신동일 창작오페라, 서울오페라앙상블(예술감독 장수동) 구로문화재단 2021 공연장상주단체육성지원선정작인 <빛아이 어둠아이>가 10월 22일과 23일 양일간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공연되며 가족단위 관객들을 신비로운 지구환경과 오페라의 세계로 이끌었다.

 

공연 소개에 ‘지구를 구하라’는 슬로건과 ‘빛아이 어둠아이’라는 제목이 호기심을 주었기에 22일 첫 공연을 관람했다. 특히 코로나 바이러스 같은 빨강색 공을 주렁주렁 단 망토를 입은 '어둠아이(소프라노 김채선)'가 실감나게 무섭고도 재밌었으며, 그가 "(환경을 파괴하는)멍청한 지구인들!!"하고 말할 때는 내 스스로 찔리며 지구환경을 지키려면 다함께 어떻게 해야할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첫 장면, 3면 무대 영상에 최첨단 뇌신경망이나 최첨단 컴퓨터 회로가 분위기를 이끌고 가운데 주인공 '한아이(소프라노 정시영)'는 게임 삼매경 중, 엄마(소프라노 김은미) 아빠(바리톤 김지단)는 뒤에 서서 아이에게 학원가라 게임 그만하라고 두 팔을 높이 들어올려 손에 닌텐도 스위치를 든 채 로봇처럼 아이를 조정하고 있다. 한아이는 높은 음으로 소리지르며 실컷 게임이나 하겠다고 "괴물들아, 저 사람들 잡아가 버려!"라고 소리친다. 바이올린, 플룻 등에 피리, 덩더쿵 장구 등이 가미된 네오필리아 오케스트라(정주현 지휘)의 반주의 현대음악적 분위기가 한아이와 엄마 아빠의 충돌을 왁자지껄하고 그로테스크하게 잘 표현하고 있다.

 

한아이는 밤새 악몽을 꾸다가 깨어 엄마아빠가 사라진 걸 알게되고, 엄마아빠를 구하러 녹조로 더럽혀진 검은강을 건너게 된다. 마고할미(메조소프라노 신민정)가 등장하며 “둥개 둥개 둥개야"하고 노래를 부르니 메조소프라노의 풍성한 저음에 흥겨운 국악장단이 역동감을 주며 모험의 신비감을 준다. 마고할미는 한아이의 엄마아빠를 잡아간 것은 자신의 두아들 빛아이 어둠아이 중 어둠아이일 것이라며 한아이에게 "아이야 욕심을 내지 말거라. 행복은 지금 여기에 있단다"하고 노래 부르는데, 정감있는 선율에 푸근한 마음이 전해온다. 

 

해바라기 가득한 들판, 한아이는 빛아이(테너 석승권)를 만난다. 젖먹이 아기같은 퉁퉁한 살집에 기저귀를 찬 모습이다. 한아이 역의 소프라노 정시영과 빛아이 역 테너 석승권이 함께부르는 "친구가 된다는 건, 참 멋진 일이야. 네가 내가 되고, 내가 네가 되고" 노래가 참 정겹다. 의기투합한 이들은 곧 검은숲을 지난다.

 

"완벽한 아이를 만들어야 해!". 어둠아이(메조소프라노 김채선, 앞 중앙)가 "한국 엄마아빠들이 아이 위해서 못하는게 뭐 있어!"라며 채찍을 휘두른다. 뒷쪽 왼쪽부터 빛아이(테너 석승권), 아빠(바리톤 김지단), 엄마(소프라노 김은미). (사진 = 강희갑)

 

"죽음의 강아 흘러라"에서 검은망토 늘어진 머리, 무서운 빛나는 눈을 지닌 어둠아이(소프라노 김채선)가 옥타브 도약하는 선율을 노래부르는데 진짜 무서웠다. 피아노 반복저음에 관악기들이 트릴로 떨고 있고, 동반된 장구 장단과 거문고 소리도 무섭게 들릴 수 있는 거구나!! 소프라노 김채선의 연기는 가히 최고였다. 목을 좌우로 꺾으면서 팔을 양옆으로 들어올려 코로나 빨간 바이러스를 퍼트릴 듯이 “쓰레기 긁어모다 지구를 오염 멸망시킬거야”하는데 정말 사악해보였다. 

 

다음장면이 포인트다. 해골이 공중에 떠 있고 인체해부도, 심장박동수, 세포수치 그래픽이 영상에 보이며 인질로 잡혀온 엄마 아빠는 "완벽한 아이~완벽한 아이~"부르짖으며 시키는대로 실험중이다. 아인슈타인의 뇌, 10개국어를 하기 위해서는 슈카랑카크카 혀, 여배우의 머리칼, 피아니스트의 손가락, 바퀴벌레의 생명력을 구해와 아이를 만든다니! 작년  가족오페라 <개구쟁이와 마법>을 볼 때도 감탄했지만, 장면에 몰입할 수 있게 연출하고 암시를 두는 서울오페라앙상블(예술감독 연출 장수동)의 공연무대는 참 예술적이다.

 

국악기와 성악이 어쩜 이렇게 잘 어울릴까. 마라카스 리듬과 음산한 실험실 영상도 한 몫한다. 완벽한 아이란게 없지 않는가. 영상에 아인슈타인과 스티브 잡스가 보이더니 마지막에 빌 게이츠 캐리커처가 얼굴이 뚱뚱해져서 웃고 있다. 아이쿠.

 

오페라 <빛아이 어둠아이>는 해피엔딩이다. 빛아이와 어둠아이의 대결, 그리고 화해, 어둠아이는 그 검은망토를 벗고 마고할미 세식구도 모두 하얀옷으로 “아름다운 나라들 바다와 하늘, 인간의 지혜가 지구를 구하리라"라며 코러스와 다함께 "영원히 사랑해요!"라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인터미션 때 옆 관객 아빠가 “너도 아빠 잡혀가면 욕조타고 잡으러 올거야?”하고 아이에게 묻기도 하고, 할머니 손을 잡은 다른 6살 여자아이는 어둠아이가 무서워서 훌쩍이기도 했다. 기자도 이번 공연에 식구들을 못데려왔는데 네이버TV 방송이 된다하니 보여줘야겠다. 

 

이렇게 이지홍 작, 신동일 작곡, 정주현 지휘, 장수동 연출의 오페라 <빛아이 어둠아이>는 국악기가 가미된 오케스트라 반주에 명료하게 잘 들리는 우리말 노래가 즐겁게 교훈적 메시지를 전달했다. 특히 이번 오페라에서 소프라노의 활약이 컸고, 고음인데도 우리말 발음전달이 잘 되어 장면진행이 좋았다. 작곡적으로도 성악가들의 기술면으로도 모두 해결되어서 창작오페라에 하나의 열쇠로도 보인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이 아무리 재밌다한들, 현장 음악공연의 아름다움이나 정다움과는 견줄 수 없지 않은가! 가족을 위한 환경오페라 <빛아이 어둠아이> 참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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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오페라앙상 블 '나비의 꿈'(왼쪽) 첫 장면과국립오페라단 '1945'(오른쪽) 마지막 장면.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2019년 10월초 작성한 리뷰이니 1년 반 전이다. 간혹 세부내용 언급을 위해 좀 더 작성중에 리뷰를 기사로 못 올린 경우가 있다. 2019년 가을에 본 창작오페라 <1945>와 <나비의 꿈>은 당시 정치상황과 맞물려 내 마음을 더욱 무겁고도 뜨겁게 했는데, 보통 각 오페라 세부장면 언급을 리뷰에 하는 편인데, 이 당시 글에는 아무리 고쳐써도 다짐이나 바램만 자꾸 글로 쏟아져나와서 결국 적당한 시일에 기사로 송고하지 못하여, 오늘 올리게 되었다.

 

** (2019년) 10월 3일 개천절에는 늦어도 9월 말 주말 본 두편의 오페라 기사를 올리려 아등바등했던 마음과는 달리 휴일 세 어린아이 육아맘이자 작곡가인 기자는 그저 집에서 하루 삼시세끼를 차리고 먹고 치우느라 평화롭고도 노동집약적인 하루를 보냈을 뿐이다. 그래도 창작오페라 기사니까 한글날에 기사가 올라가서 오히려 잘 되었다. (기사로는 결국 못 올렸다)

지난 9월 27일 관람했던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 100주년 기념작인 국립오페라단의 오페라 <1945>(기획 윤호근, 작곡 최우정, 연출 고선웅), 28일 관람한 윤이상 탄생 100주년 기념작인 서울오페라앙상블의 <나비의 꿈>(작곡 나실인, 대본연출 장수동)은 저번 주말인 28일과 어제 10월 5일 서초동 법원 일대의 '조국수호집회'와 개천절인 10월 3일 광화문의 '조국사퇴집회'처럼 시대의 질서를 재편하려는 사회적 움직임과 맞물려 계속적으로 내 마음을 울리고 있다.

위 네 개의 사건이 겹치거나 연이어 있는 것이 결코 우연만은 아닐 것이다. 공교로운 것은 어제 조국사퇴집회에서는 1980년대의 유명한 가수 정수라가 부른 '아아~대한민국'노래의 '아아~나의 조국'이라는 가사가 집회참가자들 사이에서 아이러니의 상징으로 sns상에서 오가고 있다는 것이다. 

 

조국의 오페라, 10월을 맞이한 오페라 두 편 

그래, 그렇다면 이 나라 '조국'의 노래, 우리나라의 '오페라'는 과연 무엇일까. 

우선, 네이버 국어사전에 '조국'을 검색해보았다. 조국(祖國)이란 '1. 조상 때부터 대대로 살던 나라. 2. 자기의 국적이 속하여 있는 나라. 3.민족이나 국토의 일부가 떨어져서 다른 나라에 합쳐졌을 때에 그 본디의 나라.'라고 적혀 있었다. 

요 몇 년, 특히 올해들어 나는 어렸을 적에 '한반도 땅에서 유구한 오천년 역사를 지닌' 이라고 배운 것과는 달리, 여러가지로 우리나라 역사는 참 짧구나라고 느끼곤 하였다. 아마도 대한민국이라는 틀과 서구유럽의 선진화를 비교한 생각일 것이다.

서설이 또 길어지는데, 어쨌든 올해 초부터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기념한 수십수백의 축제와 행사 및 공연소식을 보면서, 가끔은 기념을 빙자한 자기만족의 잔치들은 아닐까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그러한 기억과 기념이 올 1년동안 쌓인 힘은 꽤 큰 것 같다.

9월 말 본 위 두 오페라작품은 시대의 사명과 역사의 질서와 운명을 함께 생각해보게 하는 기회를 주었다. 오페라 <1945>는 만주에서 서울오는 기차가 배경인데, 내가 이 기사를 서울에서 부산가는 KTX에서 적고 있는 것 또한 우연만은 아닐 것이다.  

너무 감상적인가, 아니면 나의 착각인가, 혹은 과대 망상인가. 하지만 중요한 것을 중요하게 느끼는 것이 이상한 것은 아니며, 바로 거기에 예술의 힘이 있다. 한순간에 눈과 귀와 마음을 사로잡으며 강한 전율을 느끼게 하고 가르침을 주는 것, 여기에 예술의 힘이 있다. 

 

국립오페라단 '1945' 한 장면

국립오페라단 <1945>, 서울오페라앙상블 <나비의 꿈>

국립오페라단 '1945'는 한일 화해, 서울오페라앙상블의 '나비의 꿈'에서는 남북화합의 바램을 느꼈다. 둘 다 창작오페라이고, 어려운 주제를 잘 표현해 큰 감동들 줬다. 나 또한 오페라 작곡가가 되리라는 열망이 피어올랐다. 두세시간 동안 시대를 겪는 인간의 감정을 담은 함축적 시어, 그것을 가사로 노래로 단순간에 몰입과 집중을 주는 예술장르는 단연 오페라뿐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자국어이면 오죽 와닿겠는가.

지난 27일 국립오페라단의 <1945> 초연을 보면서는, 13일 기자간담회 때 제작진 설명 그대로 충실히 잘 조직되었음을 느꼈다. 특히 작곡가 최우정의 음악을 중심으로 배삼식의 대본이 살아나고, 정치용 지휘의 코리안심포니까지 극저음으로 시작해 의도적으로 중음역대를 공허하게 비우고, 소프라노의 최고음까지로 인생의 깊은 절망과 끝없음을 표현하고 있었다. 낭만이후 현대오페라를 겨냥한 것은 분명했지만, 동요 '엄마야 누나야'부터 1930-40년대 창가와 트로트, 군가 등을 짧은 순간씩 녹여내며 익숙함을 주었다.

이번 작품의 고선웅 연출이 기자간담회에서 (다른 파트가 이미 잘하니)"저는 간판 한 것 밖에 없어요"라고 말한 것은 오페라에서 음악이 중심이라는 것에 힘을 실어준 겸손한 표현이었을 것이다. 2017년 세종문화회관에서 구자범 지휘, 고선웅 연출의 서울시오페라단 <맥베드>를 봤을 때도 더 오페라가수들이 여타 다른작품에서보다 더욱 세밀한 연기를 하며 감정선을 보여주었던 것을 기억해보면, 이번 <1945>에서도 여러명의 등장인물 각각의 상황에 고르게 몰입될 수 있는 적절한 동작과 타이밍, 동선, 표정연기 등의 세부사항이 극을 더욱 실감나게 해주고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기자간담회에서 기자가 궁금했지만 시간관계상 질문하지 않았던 내용이 왜 미즈코의 대사나 아리아가 일본어인지였다. 당시에는 이질적인 것의 결합을 추구하는 의미일거라 생각했지만, 본공연에서 비로소 그 큰 뜻을 알 수 있었다. 바로 어느날엔가 일본에서도 공연되어 양국의 화해를 도모하고, 이 작품 오페라 <1945>는 우리나라 최근의 역사를 조명하고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오페라를 겨냥하고 만들어진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 9월 27일과 28일 서울오페라앙상블(예술감독 장수동)이 공연한 나실인 창작오페라 <나비의 꿈>은 한마디로 ‘아름답다’, ‘정말 공연답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오페라였다. 2017년 초연이후 재연이어서 음악도 장면별로 귀에 쏙쏙 들어오는 아리아로 더욱 업그레이드 되었으며, 서울오페라앙상블이 구로아트밸리 공연장상주단체로서 잘 파악할 수 있기에 아트밸리 소극장 무대를 더욱 잘 살린 무대와 영상으로 극을 실감나게 표현하고 있었다.

윤이상 작곡가가 남산에서 고문관들에게 고문받는 첫 장면은 일종의 블랙코미디처럼 이 극 전체를 경쾌하게 비튼다. 간결하고도 속도감 있는 반주가 사건의 긴박성을 알리지만, 고문관들은 어떻게 하면 자백을 잘 받아낼 수 있을까 노래하는 동시에 기껏 “담배맛이 왜 이래?”, “아냐, 담배는 해로워”라며 노래한다. 이런 아이러니의 시대, 나라의 대작곡가를 그 대접하는 시대였음을 극은 알린다.

 

오페라 '나비의 꿈' 마지막 장면

공연예술, 그 중 오페라, 창작오페라의 존재이유

우리는 왜 공연을 볼까? 왜 예술이 필요한지를 놓고 보자. 이 지구상에 살고 있는 인간이라면 시간이 하루하루 잘도 흘러간다는 것을 알 것이다. 흐르고 또 흐르는 시간 안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일들, 그 속에서 내 감정을, 개인의 감정을 충분히 짚고 들여다 보기는 참으로 어렵다. 사실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물며 역사 속의 사건들은 어떠하랴. 그것 또한 하루하루 안에 똑같이 지나가버리는 것이다. 9월말 주말 나는 오페라에 빠져있을 당시에 서초동에서는 아마도 역사의 한 장면에 기록될 첫 번째 조국수호 집회가 열렸듯이, 그 역사속의 사건을 짚어내고 충분히 풀어내고 남기는 것에는 인간감정과 직결되는 예술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예술은 한 개인 안에 있는 것 중에 감정과 정신에 대한 통찰을 부각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만약, 예술가가 각기 다른 직업을 가진 여러 사람들의 그 느낌과 견해에 대한 대변자라면, 위안부 문제나 동백림 사건이라는 아직까지도 풀리지 않는 사건을 통해 국가 간, 국가에 의한 폭력과 인간 존재의 발견을 되돌아보게 하는 데에는 오페라라는 장르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다고 나는 단언하겠다. 

지금 이 시국상황은 새로운 질서의 재편을 원하지만, 나는, 내가 원하는 질서는 언제나 음이라는 질서이다. 드라마와 다르게 음악이라는 질서있는 체계가 감정에 가져다주는 깊은 울림, 그리고 우리말 로 된 노랫말 가사로 그것을 듣는다면 그 감동은 제일 직접적이고 깊을 것이다. 

16세기 유럽에서 대중음악이었던 오페라가 21세기 한국에서 왜 필요한지를 물어본다면, 나는 오페라의 매력은 단연 그 성악 발성과 함축된 시어로 표현되는 은유에 있다고 답하겠다.

성악발성을 보자. 인간이 자신의 얼굴과 몸 전체를 큰 울림통으로 하고 몸 주변의 공기를 사용해 높은 배음을 내는 성악발성이기 때문에 그 어떤 악기보다도 예술적 몸과 마음자세가 준비된다. 그리고 몸으로부터의 큰 흐름에서 노래가 나오기 때문에 재빠르거나 잔꾀를 부리거나 하는 '일상'의 방법으로는 좋은 노래가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고운 노래가 나온다. 음이 높아도 날카롭게 찌르지 않으며, 성량이 커도 무겁지 않다. 나는 그 점이 좋고, 점점 더 좋아진다. 

함축된 시어와 은유를 살펴보자. 발성방법에 걸맞는 간결하게 함축된 시어를 음에 얹어서 노래부른다. <나비의 꿈>에서는 억울하게 옥중에 갇힌 천상병 시인, 윤이상 작곡가, 이응노 화백에 대해 "느닷없이, 어처구니없이, 영문도 모르고"라는 노랫말에 단어마다 조를 변화시켜 터무니없는 국가권력과 이를 당한 심정에 몇 초만에 공감시킨다. 오페라 <1945>에서 윤경감이 "한글강습회~?"를 반복하면서 노래부르는 대목은 1945년 해방이 되었어도 만주벌판에서 어찌 한글을 가르치려하냐는 윽박지름을 솔과 시의 단지 두음의 상하행만으로 잘 표현했다. 

발산보다는 승화의 느낌이랄까. 펼쳐없어지기보다는 잘 응축해서 날려버리는 느낌이다. 이런 오페라의 특징은 그대로 관객에게 전달되고 관객은 오페라의 웅장함 속에 있는 맑은 정서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좋은 이유가 있는데, 오페라는 더이상 서양의 옛 귀족음악이 아니다. 클래식 종사자가 세계 그 어느나라보다 많고, 성악인구도 많고, 노래 좋아하는 한국인의 것이다. 

 

왜 우리나라에는 창작오페라가 없다고 말할까? 무수히 있음에도 말이다. 아마도 더 잘되고 좋은오페라, 외국에도 소개하고 싶은 '자랑스런' 오페라가 있었으면 하는 바램일 것이다. 무슨말인지 모를 이 엉켜있는 말이 지금까지 10여일의 내마음을 가장 잘 알리는 말인 것 같다.  

 

솔직하게 말해볼까? 그냥 세상이 오페라였으면 좋겠다고 외치고 싶다.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한 대한민국의 현 시국을 나는 그저 9월말 본 두 창작오페라를 어떻게 알리고, 나는 무엇을 느끼고 변화하였는지를 알리고 싶은 마음으로, 오페라처럼 지내왔다.

애써서 대작이 될 수도 있는 오페라를 만들었지만 잘 관리하지 않는다면 똑같은 창작오페라 하나 만든 것 밖에 안되는 것이다. 한국오페라의 위기일 수가 있다. 오페라 쪽에도 많은 논의와 움직임들이 있다. 10월은 기념일이 많다. 10월 9일 한글날엔 플래시몹이 열린다. (2019년 10월 9일 예술의전당 잔디마당에서 오페라 플래시몹 행사가 잘 열렸다.) 언젠가는 오페라가 한국것이라고 될 날이 있지 않을까. 세계오페라사 한가운데 중요한 위치에 한국이 위치하게 될 것이다. 

 

mazlae@daum.net

(공식페이스북) http://facebook.com/news.ew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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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잔디마당의 버스킹오페라 '로페라'로 시민들이 봄바람 맞으며 오페라 여러 대목을 감상할 수 있었다.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제19회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가 4월 6일 수요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성황리에 진행중이다. 유럽 각 지역 오페라극장이나 브로드웨이 뮤지컬처럼 오페라가 관객과 가까이 만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22년 전 출발한 '소극장오페라축제'가 이번에는 예술의전당과 공동제작해 더욱 관객친화적인 소통과 공연진행 방식으로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기자는 이번 오페라의 다섯작품과 오페라 포럼 두개, 버스킹 두 번을 모두 다 보고 싶었으나, 이번에 신작인 <엄마 만세>(연출 장서문, 번안 최지형) 는 표가 매진이라 못봤고, <김부장의 죽음>(대본 신영선, 연출 정서영)과 오페라포럼1은 스케줄상 못 봤고,  14일 <서푼짜리 오페라>, 17일 <달이 물로 걸어오듯>과 오페라 버스킹 <로(路)페라>를 보았다. 만약 이 공연들을 보지 못했다면, 한국 오페라가 발전하는 중요한 한 장면을 놓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14일 관람한 쿠르트 바일 작 <서푼짜리 오페라>(연출/각색 이회수, 번안 양진모, 지휘 박해원) 는 경쾌한 음악과 연극적 재미 속에서 자본주의를 폐해를 꼬집으면서도 인정미 있는 작품이었다. 극 시작에 출연진 일곱 명이 모두 한 명씩 등장하며 자신을 노래로 설명할 때는 길다 싶었는데, 극이 진행되자 이 덕분에 캐릭터 간 갈등이나 행동이유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 좋은 방식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주인공인 런던 암흑가의 보스 메키 메서(테너 김재일)가 객석에서 입장하면서 관객에게 말도 걸고, 노래를 불러 친밀감을 준다. 제작발표회 때 이회수 연출의 설명에 의하면 이번 작품이 대사량이 많고 가사템포가 빨라서 성악배우들이 "머리가 좋아지는 약을 먹고 싶다"고 했다는데, 연극배우보다 더 연극배우 같은 자연스러움에 완벽한 동선과 제스처, 노래로 기자는 원래 머리가 좋은 성악가분들로 결론내기로 했다. 무대는 그물망 형태의 네모 조각천을 10여개 스크린으로 해서입체적으로 장면에 따라, "No!"자막, 독약 모양,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 등으로 가사내용의 암시와 이해를 도왔다.

 

'서푼짜리 오페라'는 음악, 무대, 연기, 의상이 조화롭고 당시의 풍자극 역할을 이번 공연에도 살렸다. 

인터미션을 제외하고 전후반 100분동안 13개여 노래가 분위기에 따라 금관과 목관, 타악기를 반주로 하여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유럽중세 캬바레 분위기를 잘 살렸다. 이 때 노래제목이 무대양쪽 전광판에 우리말로 보이고, 스피커에서는 독일어로 소개되어 독일 오페라를 번안해 보고 있음을 상기시켜 주면서 이국적 느낌 또한 준다. 여주인공 폴리 역 소프라노 이세희는 '해적 제니의 노래'에서 빠른 리듬에도 경쾌하게 가사 장면을 눈앞에 펼쳐줬으며, 메키와의 '결혼의 노래' 또한 사랑스럽다. 경찰청장 브라운(베이스바리톤 윤종민)과 메키의 '대포의 노래'도 지팡이로 찰리 채플린 춤을 추며 암흑가 보스와 경찰청장이 친구가 된 연유를 익살스럽게 표현해주었다.

바로 이 장면에서, 이번 '소극장 오페라'다운 컷 한장면이 연출되었다. 안 그래도 내 머릿속에 "어쩜 성악가가 연기에, 게다가 춤까지 저렇게 잘 춰? 엄청 연습했겠다"라고 생각드는 순간, 내 머릿속을 들여다봤나, 메키 역 김재일이 채플린 모자를 바닥에 내동댕이치며 "에휴, 오페라 가수 일도 못해먹겠네. 개런티는 쥐꼬리만큼 주면서, 노래에 춤까지 시키고." 이렇게 말하니 옆에 브라운 역 윤종민이 "조심해요. 화난 이회수 연출이 내일 더 많은 대사를 안겨다주면 어쩌려고 그래요? 저~기 우리 보고 있는 거 보이죠?" 하고서는 연출을 향해 "사랑합니다"라며 둘은 손가락하트를 날려 재미를 주었다. 20세기 초 한켠의 유럽 소극장에서 사회를 비틀었던 그 장면을 이번 페스티벌 제작환경에 대해 슬쩍 푸념하는 것으로 보여준 것이다.

거지회사 사장 피첨 역 바리톤 최은석은 대사량이 제일 많아 보였는데, 연극배우 같은 나래이션으로 관객을 극으로 잘 인도해줬다. 메키의 부인인 피첨부인 역 메조소프라노 이미란은 '성의 노예에 관한 법칙' 노래에서 돈으로 해결되는 암흑같은 인생사 원리를 가슴 속에 파고들게 잘 들려주었다. 메키를 사랑하는 루시(소프라노 김경희)와 폴리의 '질투의 이중창'도 포인트였으며, 매춘여성 제니 역 메조소프라노 여정윤은 '솔로몬의 노래'에서 그 풍성하고 고혹적인 음성으로 사창가 여인의 삶과 선택에 공감을 불러일으켜 기자는 눈물까지 났다. 여왕이 사면해서 메키는 석방되는 결말에다가, 공연 커튼콜 후 공연 연습장면을 빠른 컷의 영상으로 보여주며, 서푼짜리 팀은 인정미 있는 백만불짜리 공연을 보여주었다. 

 

'달이 물로 걸어오듯'은 무죄를 밝히기 위해 주인공 수남이 '생각'하는 것을 영상으로 표현했다.  

 

<달이 물로 걸어오듯>(표현진 연출, 지휘 조정현)은 17일 공연을 보았다. 임신한 여주인공 경자가 좋아했던 딸기를 단서로 해서 경자의 붉은 머리색과 딸기장수(베이스 양석진)의 빨간색 바지, 남주인공 수남의 주황색 죄수복 등이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2014년 서울시오페라단에서 고연옥 대본, 최우정 작곡, 사이토 리에코 연출로 세종문화회관 M시어터 초연 때는 인물 각각의 심리가 초점이었다면, 이번에는 관계 간 갈등이 더 부각되었다. 이것은 극 초반 수남이 "그래 생각을 해보자"라고 할 때 영상에서 경자, 마담, 술집여인 미나, 검사의 얼굴이 보이면서 이들의 노래가 중첩되는 방식에서부터 시작된다. 이 시작으로써 장모와 처제를 살인했다는 누명을 스스로 쓰게 된 주인공의 선택과 갈등을 관객에게 알리고 시작한 것이다.

초연 때는 메조소프라노가 맡았던 마담 역이 이번에는 카운트테너 이희상이 맡아 "달이 물로 걸어오듯 여자와 남자는 만나는 거야"라며 노래할 때 여자보다 더욱 농염하고 인생사 측은해지는 강한 느낌이 있어 이번공연의 좋은 어필점이었다. 술집여인 미나(소프라노 김효주)가 군인 둘을 어루만지며 노래하고, 살인을 한 것은 경자라며 하이C음까지 멋지게 노래부를 때에야 비로소 그녀가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의 밤의 여왕처럼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즉 표현진 연출이 주요 소재설정을 딸기(마술피리)와 카운트테너(파파게노)로 이 극을 모차르트 마술피리 같은 심리적 판타지 동화로 만들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014년 초연부터 매번 수남 역을 해온 테너 염경묵과 마찬가지로 초연 때부터 검사 역을 한 테너 엄성화, 그리고 이번에 합류한 주인공 경자 역의 소프라노 신은혜 등 출연진들은 정확한 우리말 발음과 훌륭한 노래로 오페라와 연극의 경계를 넘은 열연을 펼쳤다. 또한 지휘자 조정현을 포함한 바이올린 두 대, 비올라, 첼로 피아노와 신디사이저의 7인조 앙상블인데도 작곡가 최우정의 불협화음과 반음계의 극적 긴장을 효과적으로 극장에 꽉 채워주었다. 공연 후 관객과의 대화(GV)에서 테너 염경묵은 "연출과 지휘자가 바뀌면 극이 바뀐다"라고 관객의 질문에 답변했다.

맞다, 그랬다. 그래서 기자는 아직도 초연의 자연스런 아름다움이 그리운데, 이 날 GV에서 관객반응에 "여주인공이 감옥에서 출산 후 죽고 누워있을 때, 그녀의 노랫소리가 화면 영상에서 들리는 줄 알았는데, 객석에서 실제로 노래부르는 것이냐" 등 사건 진행과 공연 기법의 신기한 점 등에 질문하는 모습에서 이제 오페라 <달이 물로 걸어오듯>이 일곱 살이면 앞으로 여러 무대를 만나 커가면서 자기 모습을 찾고 또 성장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페라 포럼I에서 이번축제 공동제작사인 예술의전당 유인택 사장이 열띤 설명을 하고 있다. 

 

17일 토요일 오후 12시부터 3시까지 예술의전당 잔디마당에서 관객들은 따스한 봄바람을 맞으며 오페라 버스킹 '(路)페라'를 관람하며 오페라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각 자유소극장 오페라 공연 중 한 번씩은 관객과의 대화(GV)로 관객과 오페라 공연자는 서로 가까워질 수 있었다. 14일 오후1시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에서 오페라포럼 I이 <벼랑 끝에 선 오페라 - 소극장오페라 부활을 위한 난상토론>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되며 가감없는 현실진단의 토로와 토론을 펼쳤다. 이제, 25일 폐막식과 시상식까지 <춘향탈옥> 공연과 오페라포럼 II를 남겨두고 있는 제19회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에 많은 분들의 계속적인 응원과 관심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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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국립오페라단 콘서트오페라 여행

오페라 2021. 4. 14. 18:25 Posted by 이화미디어

국립오페라단 <오페라여행> 포스터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국립오페라단(단장 박형식)이 2021년 첫 공식 프로그램으로 콘서트오페라 <오페라여행> 을 지난 49일부터 11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펼쳤다.

 

이번 <오페라여행>(연출 장수동)은 국내 오페라레파토리에서 자주 공연되지 않던 베르디 '아틸라',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 등 10편의 오페라 주요 장면들을 3일간 두루 감상함과 동시에, 비대면 영상 오디션을 거친 46명 젊은 성악가들을 무대에서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첫 번째 여정인 9일 저녁 7시 30분에는 '사랑과 욕망'이라는 부제로 벨리니의 <청교도>, 베르디 <아틸라>, 마스네 <베르테르>, 베르디 <맥베스>의 서곡과 아리아 총 18대목을 공연해 호응을 얻었다.

 

10일 오후 3시 두번째 여정은 '열정'이라는 부제로 베르디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 베르디 <일 트로바토레>, 구노 <파우스트>가 공연되었다. 그리스 신전을 연상케하는 무대에 조명빛이 더해 운치가 있었다. 오페라에는 장면별 무대셋트와 의상, 합창단 등이 필요해 오페라 하나를 원형으로 공연하려면 예산이 막대하게 필요한데, 콘서트오페라 형태는 이 부분이 줄어들어 예산이나 공연준비 면에서 가볍다.

 

국립오페라단 <오페라여행> 공연장면.

코로나가 갈듯 말듯 어슴프레하게 우리를 저울질하는 이 시국에 국립오페라단이 시기를 놓치지 않고 국내에 다양한 오페라와 신인 성악가를 소개하는 좋은 선택인 것 같았다. 첫 순서 오페라는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였다. 베이스 김동호가 '오, 조국이여...오, 팔레르모, 사랑하는 대지여'를 차분하고 정직한 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공연의 포문을 잘 열어주었다. 다음으로 바리톤 김성국이 풍성하고 윤택한 소리로 '그래, 날 증오하는 이유가 있지...풍요의 품속에서는'을 부르며 활력있는 분위기를 제공했다.

 

공연순서가 베이스에서 바리톤, 테너로 음역이 상승되니 감정의 몰입도도 함께 높아지는 효과가 있었다. 테너 윤정수는 신인은 아니어 보이는데, '이건 몽포르테의 명령이다!...통곡의 날'을 불러 팽팽한 텐션감있는 테너 목소리로 인상을 주었다. 첫 순서 유일한 여성성악인 소프라노 김민지의 '사랑하는 벗들이여,  고마워요' 또한 맑고 곧은 목소리로 분위기를 이끌었다. 마지막 테너 윤정수와 바리톤 김성국의 '꿈인가 생시인가? 마음 속에서 너에 대한 자애로움을 느꼈을 때'는 두 남성 성악의 풍성함에 관객들이 브라보를 보냈다.

 

두 번째 순서인 베르디 <일 트로바토레>를 소프라노 김소미가 '고요한 밤은 평온하고...그 어떤 사랑이'에서 잔잔하고 부드러운 노래를 들려주며 잘 시작해주었다. 다음 '불길이 타닥이네'를 메조소프라노 소라가 폭넓고 풍성한 음량으로 연주해주었다. 다음으로 '모든 것이 적막하네...그녀의 눈부신 미소는'을 바리톤 박세진이 사랑스럽게 들려줘 좋았다. 앞 노래의 분위기가 연결되어 매력적인 외모와 호소력 있는 목소리의 메조소프라노 신성희가 '그녀가 형구를 찬 채 끌려 나왔어'를 불러 장면에 잘 어필해주었다. 

 

.국립오페라단 '오페라여행' 공연장면.

인터미션 후 구노의 <파우스트>가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였다. 반주를 맡은 코리아쿱오케스트라(지휘 김주현)의 왈츠에 이어 바리톤 서진호가 '오 성스러운 목걸이...이곳을 떠나기 전에'로 이번 대목을 잘 이끌었다. 테너 조철희도 '정결한 집'을 깔끔하게 들려주었고, 소프라노 최세정의'보석의 노래' 또한 매끄러웠다. '너무 늦었어요...안녕히 가세요!'에서 소프라노 윤정빈과 테너 구태환은 선남선녀 커플의 모습자체로도 아름답고 음악에서 매력을 들려주었으며, 소프라노 박경은의 '벌써 사라져 버렸네'도 차분한 감성으로 여운을 남겼다.

 

이 날 공연의 하이라이트 중의 하이라이트라면 단연 베이스 아이잭 킴이었다. '잠든 척 하는 당신 들리지 않나요?'를 부르며 배역에 맞춰 지팡이를 짚고 걸어나와 휘두르며 연기하는 모습이나 그 눈빛과 중후하고도 탄력있는 목소리가 단연 강한 인상을 남겼다. 공연의 대미는 소프라노 이정은과 테너 조철희, 그리고 베이스 아이잭 킴이 '아! 그 분의 목소리!!...순결하고 찬란하게 빛나는 천사들이여'를 불러, 오페라 형식의 트레이드마크로 인물의 갈등을 보여주는 삼중창만의 멋진 매력과 묘미를 관객들에게 선사하여 박수와 브라보갈채를 받았다.

 

한편, 국립오페라단의 올 2021년 라인업은 더욱 색채적이고 풍성하다. 가정의 달 5월엔 전예은 작곡가가 작편곡한 서정오페라 <브람스>(5/13-16)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펼쳐진다. 빛나는 여름 7월엔 푸치니 <서부의 아가씨>(7/1-4)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한여름 8월엔 광복절 기간에 맞춰 베르디 <나부코>(8/12-15)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되며 조국광복의 정신을 다시금 되새긴다. 생상스 <삼손과 데릴라>(10/7-10,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도 기대작이며, 오랜기간 국립오페라단 연말프로그램이었던 <라보엠> 대신 이번에는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12/2-5,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를 연말작으로 하여 다가오는 봄을 기대하는 따뜻한 봄을 열고자 하는 의지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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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회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 제작발표회

오페라 2021. 3. 25. 13:10 Posted by 이화미디어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제19회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 제작발표회가 3월 24일 오후2시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4층 미래아트홀에서 열렸다.
 
1999년 시작되어 매해 개최된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는 지난 2017년 개최 후 예산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중단되었다. 2020년 축제개최를 준비하며 리허설까지 하였으나 코로나로 진행되지 못하고, 올해 드디어 예술의전당이 제작에 함께 참여하며 4년 만에 소극장오페라축제의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4월 6일(화)부터 25일(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개최되는 이번 축제는 20일 동안 다섯 작품이 총 22회의 공연을 펼친다. 특이할 점은 매주 한 작품이 3-4회 공연되는 기존 방식이 아니라, 레퍼토리 공연방식으로 한 주에 여러작품을 매일 로테이션 방식으로 관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모든 공연을 한국어 대사와 노래로 한 100% 우리말 오페라에 90분 공연으로, 오페라는 길고 어렵다는 틀을 깬다. 
 
다섯 작품은 창작작품 3편, 번안작품 2편이다. 창작오페라는 오예승 작곡 <김부장의 죽음>, 최우정 작곡 <달이 물로 걸어오듯>, 나실인 작곡 <춘향탈옥>이며, 번안오페라로는 도니제티(G. Donizetti) 작곡 <엄마 만세>, 쿠르트 바일(K. Weill) 작곡 <서푼짜리 오페라>이다. 작품마다 5회씩(단, 춘향탈옥은 2회 공연)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제작발표회에는 이번축제 공동조직위원장인 박수길, 이건용, 유인택, 집행위원장인 최지형, 예술감독 장수동, 참가작 연출자로 정선영, 장서문, 표현진, 이회수, 김태웅  및 각 오페라 제작진, 출연진이 참석했다.

박수길 공동위원장은 "소극장오페라공연이 운동의 차원을 넘어서 공연예술계의 하나의 보람이 되는 축제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라면서 "예술의 전당과 한국오페라인협회, 그리고 한국소극장오페라연합회가 뜻을 같이 하면서 그 맥을 있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 특별히 예술의 전당의 전폭적인 지원이 이 축제가 다시 열릴 수 있는 공기가 되었음을 감사드린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장수동 예술감독은 “소극장 오페라는 독립영화와도 같다. 이런 순수예술의 움직임에 뜻을 같이한 예술가들이 함께했다"라면서, "전세계적으로 극장 중심의 소극장오페라는 있겠지만, 이러한 축제방식은 없다. 이번에 250명이 오디션 신청을 했고, 엄정한 비대면 오디션을 진행했다. 이 무대는 지난 20년간 신인들이 우리 오페라에 진입하는 등용문이자 파이프라인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최지형 공동집행위원장은 이번 축제의 특징에 대해 ”첫 번째로 다양한 레파토리 발굴을 취지로, 창작오페라 3편, 신작오페라 2편으로 했다. 두 번째는 소극장에 적합한 레파토리로 하여 오페라가 대중성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세 번째는 신인 예술가의 등용문이 되도록, 심의위원회를 구성하여 엄정히 심사했으며, 네 번째로 매일 작품이 순환되는 레파토리 시스템이다"라고 요약했다. 

   
제작발표회 시작과 중간에는 각 작품 대목이 연주되었다. <춘향탈옥> 중 "촌스러우면 어떠냐!"는 향단(소프라노 윤성희)과 방자(바리톤 윤한성)가 '개굴개굴, 데굴데굴' 등 가사에 경쾌한 리듬으로 새로운 몽룡과 춘향의 얘기에 기대를 하게 했다.

<김부장의 죽음> 중 "의혹"은 주인공 영호(바리톤 임희성)이 내 인생이 잘못 살아온걸까라며 고통의 노래를 불러, 짧은 순간에 비극적 운명에 몰입시켰다. 마지막으로 <서푼짜리 오페라> 중 "해적 제니의 노래"는 빠른 리듬에 뮤지컬 같이 많은 양의 가사로 제니(소프라노 이세희)가 말하는 장면이 눈 앞에 보이는 듯 했다. 

연출가와 지휘자가 각 다섯작품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회수 연출은 "유럽에서 클래식만이 최대의 향유이던 시절 쿠르트 바일이 ‘서푼’짜리 오페라를 쓴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 처음 오페라 공연되는 <서푼짜리 오페라>를 그 당시 풍자의 정신을 살리고자 최대한 대사의 양을 많이 했다. 관객들은 `이게 연극인가?' 생각하실 정도일텐데, 성악가들은 '대사 틀리지 않는 머리 좋아지는 약'을 먹고 싶다 말하면서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작품들의 면면을 살펴보자. 재연작품은 두 작품 모두 창작작품이다. 한국판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가장의 비애를 다룬 블랙코미디오페라 <김부장의 죽음>은 2019년 오페라창작산실에 초연되며 호평을 받았다. 서울시오페라단에서 2014년 초연되며 반향을 일으킨 비극오페라 <달이 물로 걸어오듯>은 사랑을 위해 살인을 택한 비극적 운명의 심리 스릴러로 2021년에는 어떤 감정선을 건드릴지 주목된다. 
 
초연은 세 작품으로 번안 두 작품, 창작 한 작품이다. 풍자오페라 <엄마 만세(Viva la mamma!)>는 이탈리아 한 마을 오페라극장에서 배역경쟁을 하며 좌충우돌 코메디가 펼쳐진다. 사회비판오페라 <서푼짜리 오페라>는런던 암흑가의 매춘과 자본주의를 신랄하게 꼬집는 내용으로 오늘날 삶에도 경종을 울린다. 로맨틱코미디 <춘향탈옥>은 고전 춘향전 캐릭터를 현시대로 참신하게 비틀어 낸 창작오페라로 관객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이번 축제는 공연 외에 개폐막식과 버스킹, 포럼, 피칭타임 등이 신설되어 더욱 풍성한 오페라발전의 장을 펼친다.  4월 6일(화) 저녁 6시 개막식 후 저녁 7시반 <김부장의 죽음>을 시작으로 25일(일)까지 매일 다른 오페라 축제가 펼쳐진다. 기간 중 9일(금) 오후 3시 '제작매치 피칭타임'이 진행된다. 10일과 17일(토) 낮12시에는 오페라 거리공연 '路페라 버스킹'으로 색다른 오페라의 감각을 느낄 수 있다(참가자 3월 31일까지 접수중).

14일(수) 오후1시에는 '오페라 포럼'으로 한국오페라 현재와 발전에 대한 대담을 나눈다. 4월 25일(일) 오후 3시 <춘향탈옥>을 마지막 공연으로 오후 5시에는 기간 동안 출연진의 실력, 예술성, 작품성 등을 평가반영해 시상식과 폐막식이 이어진다. 이 외 작품별 관객과의 대화, V-log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공연 특별할인으로는 음악대학 재학생 S석 2만원, 부장 명함 소지자 50%할인(<김부장의 죽음>에 한해) 등이 있다. 자세한 정보는 예술의전당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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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올오페라 앙상블 가족오페라 '개구쟁이와 마법'은 개구쟁이(소프라노 정시영 분)가
장난감들의 반란을 통해 자신의 잘못을 깨닫는 과정을 잘 그렸다. ⓒ 강희갑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숙제하기 싫어! 게임이나 실컷 했으면." 애들은 늘 하는 말이고, 엄마는 늘 듣는 말이다. 이번 오페라에도 나오는 말이다. 극 중에서 직장 다니는 엄마는 아이에게 카톡으로 숙제검사를 하며 3등밖에 못했냐고 나무란다. 서울오페라앙상블(예술감독 장수동)이 공연장상주단체로서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7월 17일부터 19일까지 공연한 오페라 <개구쟁이와 마법>은 20세기 초 프랑스 작곡가 라벨의 작품을 이처럼 한국 현실에 맞게 21세기 이 땅의 학원, 입시를 겪는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각색하고 한글로 번안한 작품이다. 오페라의 성지인 이태리 밀라노 라스칼라 극장에서 동양인 최초로 무대감독이 된 장누리씨가 이번 공연의 연출을 맡아 아이와 어른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는 우리땅의 오페라로 재탄생시켰다. 또한 지휘자 Unai Urrecho는 11인조의 앙상블 스테이지를 이끌고 라벨의 이국적이고도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선율과 화음요소를 ‘마법’이라는 소재를 드러내는 ‘분위기’로 자연스럽게 표현해주었다. 17일 금요일 첫공연의 유튜브 생중계를 우리집 거실TV로 보았을 땐, 집에서 밥 먹어가며 아이들과 편안하게 멀리 구로 공연을 보니까 신기하면서 실제 공연처럼 생동감도 느껴졌다. 반면, 공연 후반부 음악이 격해지는 부분에서는 TV음량이 커서인지 아이들이 좀 무섭다고 해서 유튜브 본 것으로 만족할까 싶기도 했다.

▲ 소파(베이스바리톤 김준빈)와 놀이텐트(소프라노 김은미)도
개구쟁이에 대한 자신들의 불만을 노래한다. ⓒ 강희갑


하지만, 기자이자 작곡가인 엄마의 욕심에, 기왕 가족오페라로 만들어진 오페라를 보여줄 기회를, 거실TV 공연에 대한 아이의 몇가지 반응 때문에 놓칠 수는 없었다. 현장 공연을 봐야 정확한 결과를 알 수 있지 않겠나. 자주 있는 아이와의 흔한 협상(많은 부모님들이 알 것이다. 이것이 무엇인지를)으로 일요일 오후는 공연에 꼭 간다는 다짐을 받고, 19일 일요일 오후 3시 공연을 보았다. 특히 의견 뚜렷한 우리집 초등학교 2학년 큰아이가 공연보면서 "재밌다"고 했으니 결과는 고맙게도 또 한번의 뿌듯한 대만족이었다. 무대에는 커다란 책 안에 생활계획표, 우주 탐험선이 멋지게 그려져 있고, 푹신한 소파, 놀이 텐트 등 주인공 '개구쟁이'(소프라노 정시영 분)는 뭐하나 부족할 게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개구쟁이는 "내버려 둬!뭐든지 내맘대로 할거야"라며 책은 찢고, 소파 위에선 쿵쿵거리고 장난감을 집어던지며 불평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결국 개구쟁이는 텐트, 선풍기 등 그가 마구 쓰던 물건들의 반란과 노래로 자신의 잘못을 알아간다. 성악 출연진은 평소 많이 부르는 이태리, 독일 오페라도 아닌 프랑스, 그것도 반음계 자자하고 선율선이 긴 라벨 오페라에 네모 반듯한 우리말을 얹어 부르면서 감칠맛나게 연기까지 하느라, 습한 더위에 코로나로 마스크까지 끼고 연습하느라 정말 애를 많이 쓴 것이 느껴졌다. 이 작품이 원래 프랑스 것인지, 오페라라는 생소한 장르인지 구별할 필요없이 관객 입장에서는 여느 우리나라의 아동 뮤지컬처럼 흥미롭게 감상이 되었으니 말이다.

▲ 수학자(테너 석승권)가 "사사는 십칠 이구삼십" 이라고 괴상하게
외치는데, 꼭 개구쟁이의 속마음 같다. ⓒ 강희갑


뻗침머리의 개구쟁이 역도 자연스럽게 소화한 소프라노 정시영, 수학자의 "사사는 십칠~이구 삼십(4×4=17, 2×9=30)"이라는 히스테릭함을 높은 테너음역으로 잘 어필한 테너 석승권, 찬바람을 일으키는 선풍기 역이 겨울왕국 엘사보다도 더 곱고 차가웠던 소프라노 윤성회, 개구쟁이에게 맨날 낙서를 당했던 고충을 하행하는 음계로 잘 표현한 베이스바리톤 김준빈 등 주역들의 1인다역과 합창이 효과적으로 잘 연주되어 극을 잘 전달해주었다. 공연이 끝나고 살펴보니 아동관객이 참 많았는데, 자신들의 내용이기 때문에 잘 공감되었을 것이다. 또한 무대미술과 의상, 조명이 극의 분위기를 잘 살리고, 우리말로 또랑또랑하게 노래부르니, 오페라라는 장르이든, 추상적인 선율이나 화음이든 어렵지 않고 아이들에게는 오히려 그것을 받아들이고 배울 수 있는 훌륭한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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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구 구로동 101 |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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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오페라단 '투란도트'. 2막에서 투란도트 역 소프라노 김라희가
'이 궁전에서(In questa reggia)'를 열창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서울시오페라단(예술감독 이경재)의 오페라 <투란도트>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26일부터 29일까지 공연되었다. 대형 오페라 작품이라 국내에선 자주 공연되지 않는 데다, 서울시오페라단 이경재 감독 취임 이후 2018년 첫 정기공연이자 국내 오페라 연출의 거장 장수동이 연출을 맡았기에 더욱 기다려졌다.

27일 공연을 보았다. 기다린 만큼 보람은 있었다. 휴식시간을 제외하고 2시간의 러닝타임 동안 투란도트 공주의 수수께끼와 칼라프 왕자의 사랑의 줄다리기가 긴장감 있게 잘 표현되었다. 무대 규모와 제작 시간이라는 현실에 걸맞은 연출이었다.
 

세종문화회관의 오페라 공연은 모든 좌석 뒤편에 자막 안내가 나와, 무대 꼭대기 위나 양 옆 전광판을 볼 필요가 없다. 반면에 가로로 긴 무대 길이는 극복해야 할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 3막. 칼라프 역 테너 박지웅이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를 열창중이다.ⓒ 세종문화회관


모든 오페라가 그렇듯 전체 3막 중 1막은 사건의 전개와 인물들의 관계를 파악하는 시간이기 때문에 관객이 집중하기 좀 어렵다. 류, 칼라프, 티무르 3명 주역의 성량과 연기는 훌륭했다. 그러나 무대 양 옆으로 퍼져있는 합창단과 단조로움을 메우려는 무용단의 움직임 때문에 다소 집중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장수동 연출의 작품은 뒷심이 강하다. 전체 흐름에서 주역 가수가 꽉 잡아줘야 할 부분은 반드시 세밀하게 잡고, 합창만으로 극의 흐름 설명이 부족할 때는 무용을 투입한다.

오페라는 성악, 무대, 연기, 의상, 조명 등 모든 것이 어우러져 만든 에너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만약 그 중 어느 한 가지가 부족할 때는 다른 것의 에너지를 더 살리는 방법이다. 오페라에 정통한 관객에게는 무용 등으로 흐름을 흐리는 것이 불편할 수 있겠지만, 일반 관객은 제자리에서 가만히 부르는 합창단의 외국어 노래는 단조롭게 여겨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무용이나 조명으로 변화를 주는 것은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1막의 서술이 무르익을 즈음 등장하는 류, 칼라프, 티무르와 핑, 퐁, 팡의 6중창과 군중의 합창은 꽤 멋지고 압도적이었다. 마지막에 칼라프가 자신의 여정을 알리며 큰 징을 칠 때는 모션만이고 실제 소리는 오케스트라에서 나서, 동작이 있는 곳에서 소리가 발생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 2막 도입의 핑,퐁,팡의 삼중창이 흥미롭다. 핑(바리톤 임창한), 퐁(테너 정재윤), 팡(테너 김재일).
ⓒ 세종문화회관


2막부터는 본격적으로 흥미진진하다. 핑(바리톤 임창한)의 굵직하고 믿음직한 목소리, 퐁(테너 정제윤)의 맑고 순수한 음색, 팡(테너 김재일)의 명료하고 경쾌한 음색이 어울려 칼라프의 여정을 예고한다.  무대를 깊이 사용해 안쪽 제일 높은 곳 황금빛 세트에 앉아 있는 알툼(테너 김재화)의 모습과 목소리에는 엄숙함과 위용이 깃들어 있었다. 알툼 뒤 배경에는 '쏘아보는 눈' 모양의 영상과 파란톤의 무대에 24개의 빔이 사선으로 늘어져 왕좌의 찬란함을 잘 연출했다.

투란도트의 등장부터는 이제 몰입이다. 그녀가 하는 한 마디 한 마디에 관객은 숨죽인다. 눈을 치켜뜨거나 내리뜰 때, 그 날렵한 옆모습에 가슴이 조마조마 했다. 이전 대구오페라페스티벌, 세종문화회관 공연에서 투란도트 역으로 이미 호평을 받은 소프라노 김라희는 부드럽고도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투란도트 답게 맺고 끊는 것이 확실하고 과장된 창법으로 노래해, '과연 투란도트가 저랬겠지' 하는 느낌이 들게끔 관객을 빨아들였다.

투란도트가 낸 수수께께의 답, LA SAPELANZZA(희망), IL SANGUE(피), TURANDOT(사랑)를 칼라프가 알아맞힐 때마다 전광판에 띄워 눈길을 끌었다. 또한 칼라프 역 박지응은 이 장면에서 희망과 승리에 찬 표정으로, 벅차오르는 감정을 담은 충실한 음색으로 감정을 표현했다. 
 

박지응이 부르는 3막의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는 공주를 그리워하는 꿈에 젖은 밤의 감성을 잘 표현하며 박수갈채를 받았다. 힘 있고 팽팽한 탄력이 노래의 클라이맥스 부분까지 잘 전달되며 다음 장면으로 이어졌다. 투란도트에게 사랑의 의미에 대해 호소하는 류 역 소프라노 신은혜의 '가슴 속에 숨겨진 사랑(Tanto Amore, Segreto)'도 음색과 연기가 일품이었다.
 


▲ 서울시오페라단 투란도트 2막 장면. 오윤균의 무대미술은 무대를 가로지르는
파란색 빔 조명과 붉은색 강렬한 눈 영상으로 극의 분위기를 살린다.ⓒ 세종문화회관


류는 칼라프의 이름을 말하지 않고 칼로 목을 그어 자결한다. 그녀의 죽음에 투란도트는 뭔가를 깨우치게 되고, 자신의 미묘한 감정에 맞서려 하지만 결국 칼라프에 대한 사랑으로 귀결된다. 이 장면에서는 지금까지의 모든 무대장치를 가린 무대 커튼 앞에서 투란도트와 칼라프의 이중창에만 집중되는데, 이로 인해 인물들의 감정선이 노래와 연기로 더 잘 드러났다.

왜 지구종말에 임박한 시대의 서울 당인리 발전소(현 서울복합화력발전소)가 배경이어야 하는지, 간혹 3막 대단원의 합창에서만큼은 무용을 절제해도 되지 않았을지, 1막에서 의상과 조명 모두 어두운 분위기에 희뿌연 연기가 과도하게 사용된 것은 아닌지 등의 부분적인 궁금증은 남는다. 만약 <어벤져스> 시리즈 등의 미래를 그린 영화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배경설정이 그다지 어색하진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푸치니의 아름답고 웅장한 음악을 주역 가수들과 서울시합창단(합창지휘 강기성)의 가창 그리고 성남시립교향악단(지휘 최희준)의 훌륭한 연주로 표현했다. 이를 오윤균의 무대미술과 조명, 안무와 잘 조화시켜 힘의 균형과 에너지의 완급 조절 면에서도 만족스러운 오페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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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의 화가 윤현(테너 이대형)은 윤두서(그림 자화상)의 그림세계로 관객을 인도한다.ⓒ 문성식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고태암 작곡, 김민정 대본의 창작오페라 <붉은 자화상>(연출 장수동)이 5월 6일과 7일 서울 남산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되었다.

<붉은 자화상>은 조선후기 화가 윤두서의 일화를 그린 오페라다. 올해로 4년째를 맞는 한국예술문화위원회(아래 ARKO) 아르코창작아카데미 오페라과정에서 고태암 작곡가와 김민정 작가가 함께 탄생시켰다. 또한 ARKO 2016 오페라 창작산실 우수작품 제작지원으로 이번에 장수동 예술감독의 서울오페라앙상블과 함께 공연된 것이다.

고태암은 우리말과 장면에 대한 연구를, 현대음악 어법과 국악 장단, 시김새가 결합된 오케스트레이션으로 잘 녹여냈으며, 김민정은 화가 윤두서의 자화상이 완성되는 과정을 짜임새 있고 설득력 있게 대본으로 출발시켰다.

장수동 연출은 이 신작을 기성작에 버금가는 무대화로 탄탄하고 안정감있게 선보여줬다. 오윤균의 무대미술은 한지로 여백의 미를 살린 회전무대로 합리적이고도 입체적인 무대규모를 맞췄고, 김평호 안무의 우리춤은 주인공들의 마음을 서정적으로 아름답게 설명해주었다.

▲청사초롱의 합창단과 영래(소프라노 이효진), 영창의 아리아가 사랑스럽게 기억에 남는다.ⓒ 문성식



또한 실력파 성악가들은 창작오페라를 맛깔나게 선보인 장본인들이었다.1막, 한지 회전 무대에 윤두서의 그림들이 펼쳐지고, 현대의 화가 윤현의 안내로 과거 속 이야기가 시작된다. 조선달(테너 위정민), 말복(베이스 바리톤 장철유), 나주댁(소프라노 이종은)은 충실한 노래와 익살스런 연기로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1막 3장 검정그림자 같은 여성 무희들이 윤두서의 고뇌를 표현하고, '굳어버린 손, 텅빈화폭, 백색감옥'이라는 가사의 죽 뻗어가는 선율을 윤두서 역 바리톤 장철(5/6공연), 장성일(5/7공연)은 가슴에 와 닿도록 절절히 전했다.

1막7장 영래와 영창의 아리아는 작곡가의 역량이 드러나는 아름다운 대목이다. 대숲에 합창단의 붉고 푸른 청사초롱, 밤이면 몽유병에 걸리는 영래가 영창(검은 그림자, 윤두서의 제자)과 함께 "내 사랑을 말해"라며 부르는 다장조의 충만한 노래에서 소프라노 박하나와 테너 엄성화(5/6공연), 소프라노 이효진과 테너 김주완(5/7공연)은 브라보를 받았다.

▲ 검은그림자(테너 엄성화)가 빈 화폭을 가리키고 윤두서(바리톤 장철)는 괴로워한다.ⓒ 문성식



영래의 몽유병을 걱정하는 어머니 이씨 부인의 노래에서 메조소프라노 최정숙(6일)과 소프라노 이미란(7일) 모두 풍부한 성량과 몰입감을 보여줬다. 1막 11장 영래가 없어지고, 합창이 "아씨를 찾아라" 라며 긴박함을 알린다. 영창의 환영이 빈 화폭을 가리키고, 윤두서는 자화상을 그려야 영래를 살릴 수 있다는 것에 괴로워한다. 윤현 역 테너 이대형(6일)과 최재도(7일)가 "무엇을 담아야 하나 텅 빈 화폭에!"라고 열창을 펼치며 장렬한 1막의 끝을 알린다.

2막 1장 회상장면인 3년 전, 사대부들이 민중의 모습을 그린 윤두서의 그림을 비판하는데, 푸른조명과 대비돼 사대부들의 색깔별 의상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의상디자인 신동임). 금관과 타악기로 음향에 긴박감이 더해졌고, 윤두서는 선비들과 "연판장을 돌려라"라고 역모를 꾀한다. "그림 속 세상이 아니라 그림 밖 세상을 펼치고 싶네"라는 윤두서와 '역능복주'를 했다고 꾸짖는 친구 이하곤(베이스 구교현)의 노래는 저음이 오케스트라를 뚫어내며 극의 클라이막스로 향한다. 감옥의 영창과 그 앞 윤두서와 윤현, 이씨부인, 영래, 이하곤의 6중창 역시 명장면이다.


▲고태암 작곡 창작오페라 '붉은자화상'의 감옥장면 6중창은 클라이막스로
<붉은 자화상>의 완성도를 가늠할 수 있는 인상적인 부분이다.ⓒ 문성식



스승의 밀지를 전한 영창이 감옥에서 부르는 "내가 죽으면" 아리아에서 테너 엄성화(6일)와 김주완(7일)은 고음의 폭발적인 에너지로 열창을 선보였다. 영창의 죽음에 영래도 결국 죽는다. 붉은 무대에 흑야(소프라노 이종은)가 저승에서 슬픈 인연 피어나라며 신비로운 분위기로 노래한다. 죽은 딸과 영창이 꽃가루 속에 올리는 슬픈 결혼식, 윤두서와 합창의 "너를 죽이고서야 빈 화폭을 채우노라, 자화상"이라는 노래가 웅장한 음악과 함께 울려 퍼지고, 이제야 완성한 윤두서의 얼굴이 영상으로 무대 가득 펼쳐지며 대단원의 막이 관객의 브라보와 함께 내린다.

한국오페라 70년 역사와 함께한 창작 오페라를 향한 열망은, 현제명의 <춘향전>(1949)을 시작으로 아직까지도 진행 중이다. 그만큼 우리 정서와 우리말 발음을 잘 살린 오페라, 음악을 모르는 이도 공감하고 보고 싶어 하는 레퍼토리화 될만한 작품을 우리는 기다린다는 것이다. 천재 오페라 작곡가를 키워내려면 <붉은 자화상>을 우리의 자화상으로 잘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흑야(메조소프라노 이종은)는 검은무리의 영매로 극의 갈등요소를 뚜렷이 부각시킨다.ⓒ 문성식


이제 오페라는 무수히 배출되는 창작자와 성악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실용적 아이템으로 키워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적은 돈으로 오페라 하는 방법 어디 없을까. 그리고, 국내 곳곳의 마을회관과 문화센터, 해외 현지 오페라하우스에서 우리의 창작오페라가 자주 울려퍼지면 얼마나 좋을까. 할 수 있다. 우리는 무엇이든 해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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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오페라앙상블 '베르테르' 1막. 베르테르(테너 석승권)와 샤롯데(메조소프라노 김순희).
ⓒ 플레이뉴스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바야흐로 연말연시, 크리스마스 캐롤과 트리, 길거리를 수놓는 불빛이 추위를 따스하게 녹여준다. 공연들은 특히 가족단위 관람객을 겨냥해 1년의 노고를 위로하고 마음을 풍요롭게 해준다.

지난12월 둘째주말에 흔치않은 프랑스 오페라 두 편이 공연됐다. 서울오페라앙상블의 <베르테르>와 국립오페라단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그것이다. 프렌치오페라, 젊은 남녀의 죽음의 러브스토리라는 공통점, 우리말번안과 프랑스원어, 소규모와 대규모 제작비라는 차이점을 가졌다. 그 감동은 어땠을까?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12월 9일부터 10일까지 공연된 서울오페라앙상블 <베르테르>(예술감독 연출 장수동)는 청년의 순수한 사랑과 고뇌가 절절히 전달되는 호연이었다. 감각 있는 무대미술(무대디자인 오윤균)과 12인조 음악 앙상블(지휘 정나라)로 소규모극장 특성을 살려 관객이 가깝고 생생하게 무대의 드라마와 노래, 표정을 느낄 수 있었다. 프로그램지의 목표대로, 현대사회를 사는 중년과 청년 모두의 감성을 자극하고 힐링하기에 충분했다.

왼쪽 위 십자가에 'ㄷ'자로 다리와 계단이 꽃장식과 나무로 운치 있는 무대, 1막 샤롯데의 어린동생들의 합창이 귀엽다. 아버지 베일리 역 베이스 박종선의 중후하고 인자한 표정과 노래가 좋다. 드디어 여주인공 등장으로 무대가 한층 흥미로워진다. 메조소프라노 김순희의 샤롯데에 어울리는 새침하고도 어여쁜 자태와 우리말 발음이 잘 들리면서도 윤기 있는 노래로 극에 점점 빠져들게 된다. 테너 석승권은 텐션 있는 미성과 열렬한 표정으로 베르테르의 아리아 '오 아름다움 충만한 자연이여(O Nature, pleine de grace)' 에서 벅차오르는 사랑을 표현하며 관객도 함께 설레게 했다.

▲ 1막 알베르(베이스 김민석)와 소피(소프라노 신모란).ⓒ 플레이뉴스


2막 교회 앞, 슈미츠(테너 서승환)와 요한(베이스 구교현)이 '비바 바쿠스'라며 흥겹게 축배를 든다. 샤롯데는 어머니 유언대로 알베르와 결혼을 했다. 베이스 김민석은 대포알처럼 굵직한 목소리와 가늘게 뜬 눈으로 아내를 단속하는 알베르 역에 딱 어울렸다. 소피(소프라노 신모란)가 맑고 힘찬 목소리로 언니 부부를 위로하며 '행복이 넘치네(Du gai soleil, plein de flame)'라고 노래 부른다. 하지만, 샤롯데는 베르테르에게 혼자 떠나라고 얘기하고 좌절한 베르테르의 아리아가 한참 이어진다.

3막 침실, 어둔 창 밖으로 눈이 내린다. 흰 색 잠옷에 창백한 샤롯데, 베르테르의 편지를 들고 괴로워하는 '가라 나의 눈물이 흐르게 하라(Va, laisse couler mes larmes)' 아리아로 브라보를 받는다. 소피가 찾아와 위로하지만 '베르테르가 내마음속에 있다고 누가 상상이나 할까(Werther! Qui m'aurait dit)/나는 당신께 작은 내 방에서 편지를 씁니다(Je vous écris de ma petite chambre)'라고 샤롯데는 아픈 마음을 노래한다. 이윽고 찾아온 베르테르의 ‘왜 나를 깨우는가(Pourquoi me réveiller?)’ 단조선율로 응답하고 둘의 가슴 아픈 사랑의 듀엣이 격렬한 박수를 받는다. 알베르의 권총을 빌려나온 베르테르가 총을 쏴 쓰러지고, 영상에 붉은 피가 점차 퍼진다. 4막 샤롯데의 집 정원, 죽어가는 베르테르와 끌어안은 샤롯데의 노래가 절절하다. 마지막 아이들의 노엘합창이 비극을 더한다.

2016년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으로 제작된 서울오페라앙상블의 <베르테르>는 오페라제작과 창작오페라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소규모 제작비임에도 압축된 무대와 음악편성으로 우리말 발음을 잘 살린 노래를 뒷받침해 인기 뮤지컬 같은 한 편의 드라마를 훌륭하게 보여줬다. 요사이 아르코창작아카데미 등 창작오페라 발굴노력이 계속되는 가운데, 드라마, 연극 등 많은 볼거리에도 '왜 오페라를 만드는가'라는 질문에는 충실한 종합예술을 만들어 감동을 안겨주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12월 8일부터 11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 국립오페라단 <로미오와 줄리엣>(예술감독 김학민, 연출 엘라이저 모신스키)은 웅장함과 원근감을 살린 무대(리처드 허드슨),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그란데오페라합창단의 격조 있는 음악(지휘 김덕기), 성악가들의 열연으로 풍요로운 고급성찬을 대접받는 느낌이었다.


▲ 국립오페라단 '로미오와 줄리엣' 5막 무덤장면 로미오
(테너 스티븐 코스텔로)와 줄리엣(소프라노 나탈리 만프리노).
ⓒ 플레이뉴스


10일 공연은 젊은 외국 주역의 활약이 한 편의 영화처럼 관객을 몰입시켰다. 무대색감과 조명은 영원한 사랑을 상징하며 우주색인 푸른 톤을 유지했다. 1막 장중한 서곡, 관 두 개가 나란히 들어오는 장례식에 합창단이 양 집안의 적대관계를 노래한다. 노랑색 캐퓰렛가의 미뉴엣과 붉은색 몬테규 청년들의 모습이 흥겨운 가면무도회다. 이어 등장한 줄리엣(나탈리 만프리노 분)의 사랑스런 '꿈속에 살고 싶어(Je veux vivre)'와 첫눈에 반한 로미오와의 이중창 ‘고귀한 천사여(Ange adorable)'로 브라보를 받았다.


2막 발코니, 열렬한 이중창이 이어진다. 테너 스티븐 코스텔로는 잘생긴 외모에 장면 따라 다양한 발성을 구사했는데, ‘사랑, 사랑, 나의 온 존재가 흔들린다(L'amour, l'amour, oui, son ardeur a trouble)’에서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브라보를 받았다. 연인의 아리아, 헤어짐을 못내 아쉬워하는 로미오의 아리아까지 발코니장면은 사랑 그 자체다.


3막 비밀결혼식, 로렌스신부 역 베이스 김일훈의 저음의 차분한 음성이 좋다. 연인과 신부, 유모 거트루드(메조소프라노 김현지)가 감싸 안고 부르는 4중창 ‘당신 형상대로 남자를 창조하신 하느님(Dieu qui fit l'homme a ton image)’이 가슴 뭉클하다. 베로나 광장의 결투, 스테파노 역 메조소프라노 김정미가 긴 장면의 노래로 멋진 인상을 남긴다. 1막에서도 눈에 띄었던 테너 민현기(티볼트), 바리톤 김종표(머큐쇼)와 두 가문의 칼싸움이 실감난다. 머큐쇼의 죽음에 복수하고 추방당하자 절규하는 로미오의 하이C음 완벽한 절규에 관객들은 브라보를 보냈다.

▲ 3막 티볼트(왼쪽 테너 민현기)와 머큐쇼(바리톤 김종표)의 결투가 실감난다. ⓒ 플레이뉴스


4막 침실장면, 침대에 앉아 끌어안고 노래하는 협화음의 조화에 녹아들 것만 같다. 파리스와의 결혼을 피하려 로렌스에게 얻은 약을 먹은 줄리엣의 ‘사랑이여, 용기를 주소서(Amour, ranime mon courage)'가 아름답다. 5막 어두운 무덤, 잠에서 깨어난 줄리엣이 옆에 쓰러진 로미오의 모습에 절망하고, 로미오의 손에 칼을 쥐어 감싸 자신의 배에 겨냥한다. 푸른 조명에 죽어가는 붉은 연인의 긴 아리아 ‘슬퍼하지 말아요, 가여운 연인이여’(Console-toi, pauvre ame)'가 대단원의 비장감을 준다.



종합예술이기 때문에 오페라 제작비는 소규모라도 몇천만원부터 많게는 몇억단위이다. 하지만, 무대 위 성악가가 나를 향해 불러주는 노래의 드라마, 멋진 오페라로 울려퍼지는 감동은 이번 양쪽 공연 모두 ‘일등급’이었다. 샤를 구노(1818~1893)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발레 분위기였고, 쥘 마스네(1842~1912)의 <베르테르>에서는 뮤지컬 분위기를 느꼈다. 두 프랑스 작곡가의 표현력 짙은 음악이 독일, 이탈리아 오페라와는 사뭇 다른 색채감과 드라마를 드러낸다는 점을 서울오페라앙상블과 국립오페라단의 각각의 개성으로 선보인 훌륭한 선물에서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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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va Opera!! 낭만오페라 세계로의 여행‘ 갈라콘서트가 '오페라 파라디소 in 혜화동 展"
일환으로 8월 17일 저녁8시 혜화아트센터에서 공연되었다. ⓒ 문성식 기자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오페라 파라디소(Opera Paradiso) in 혜화동 展”이 8월 14일부터 26일까지 서울 대학로 동성100주년기념관 내 혜화아트센터에서 전시중이다.

이번 전시는 연극을 비롯한 한국공연예술의 메카인 혜화동에 정작 오페라 문화의 흔적이 없는 것에 착안해 혜화아트센터와 한국오페라자료연구소(소장 신동임)가 주최하고 서울오페라앙상블(예술감독 장수동)이 후원해,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오페라 소통’을 도모하고자 기획했다.

전시장은 1전시장과 2전시장 두 곳이다. 1전시장은 ‘한국 속에서의 서양오페라’, ‘한국 창작오페라공연’, 한국 오페라의 해외활약상을 전시한 ‘한국오페라의 한류’등의 섹션으로 나누어 관련자료인 오페라 포스터, 악보, 의상, 무대디자인과 무대미니어처 등이 전시되어 있다.

국립오페라단의 ‘가면무도회’의 포스터와 무대 미니어처, 정명훈 얼굴이 보이는 ‘카르멘’ 포스터,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투란도트’ 야외 대형공연, 대한민국오페라 페스티벌, 베세토 오페라단, 뉴서울 오페라단, 글로리아 오페라단, 인천 오페라 페스티벌 공연 포스터 등 한국에서 그간 공연된 오페라도 많고, 민간 오페라단과 페스티벌도 다양하구나 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한다.

창작오페라 ‘시집가는 날’, ‘논개’, ‘춘향전’, ‘불의 혼’, ‘청라언덕’, ‘순교자’, ‘보석과 여인‘, ’탁류‘, ‘백범 김구’ 등의 포스터와 악보, 특히 최근 공연된 이근형 창작오페라 ‘운영’의 악보가 피아노 위에 놓여 있어 눈길을 끈다.

또한 ‘서울오페라앙상블’이 그간 공연한 ‘돈 조반니’, ‘모세’, ‘리골레토’, ‘라보엠’, ‘운명의 힘’,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세빌리아의 이발사’, ‘어느 병사의 이야기’ 등의 다양한 포스터와 공연사진이 일목요연하게 전시되어 국내 민간오페라단의 지난 20년의 눈부신 활약상을 가늠해 볼 수 있다.

▲ 2전시장에는 회화작가 외 11인의 '오페라를 그리다' 전시가 열린다. ⓒ 문성식 기자


2전시장에는 회화작가 외 11인의 '오페라를 그리다' 전시가 열린다. 11명 화가가 11개 오페라작품에 대해 각 2점씩 총 22점의 그림을 선보인다. 작가 안명혜는 베르디의 ‘리골레토’를 소재로 희화적이고도 조롱섞인 광대를 구슬같은 질감과 화려한 색으로 표현했다.

백승기 작가는 푸치니의 ‘라보엠’에서 가난한 연인의 애틋함을 만화 같은 이미지로, 박상수 작가는 모차르트의 ‘마술피리’를 커다란 플루트와 달밤, 밤의 여왕의 매서운 눈, 그리고 주인공 타미노와 파미나의 작은 모습으로 펼쳐냈다. 도록에는 22점의 회화작품과 작가정보, 그리고 신동임 소장이 직접 각 오페라내용을 알기 쉽게 설명해서 담았다.

▲ 전시에 대해 설명중인 한국오페라자료연구소 신동임 소장.ⓒ 문성식 기자


신동임 소장은 “올해가 광복70주년이자 분단70주년이잖아요. 한국오페라도 1948년 ‘라트라비아타’를 시작으로 한국역사와 함께 발전해 왔음에도, 대중에겐 가까이 하기엔 먼 공연예술인 것이 사실이죠”라면서, “동성100주년기념관에서 연극, 무용은 활발하지만 오페라토대는 부족한 대학로에서 ‘오페라’를 보고 듣고 만질 수 있도록 고맙고 귀한 자리를 마련해 주셨습니다다”라고 이번 전시의 취지를 설명했다.

한편, 1전시장에서는 'Viva Opera!! 낭만오페라 세계로의 여행‘이라는 오페라 갈라콘서트를 개최한다. 지난 8월 17일 저녁8시 공연에는 신승아, 김은미, 강훈, 박정섭 성악가와 우수현 피아니스트가 오페라 아리아와 푸치니 ’라보엠‘, 베르디 ’리골레토‘ 하이라이트 공연을 펼치며 갤러리를 꽉메운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8월 26일 저녁 8시에도 한차례 공연이 더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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