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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국립발레단 '해적', 해피엔딩 결말과 안무, 음악 돋보여

발레

by 이화미디어 2020. 11. 8.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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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발레단 '해적'은 시대에 맞는 각색과 해피엔딩 결말이 돋보였다.
주역 발레리노 이재우(콘라드 역)와 발레리나 박슬기(메도라 역). ⓒ 국립발레단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국립발레단(예술감독 강수진)의 183회 정기공연 <해적>이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11월 4일부터 8일까지 공연중이다.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2020년 오페라극장에서 하는 첫 발레이자 국립발레단의 올해 첫 발레작이기에, 한 칸 띄어앉기로 3층까지 객석을 꽉 채워 주요 대목에서 매번 환호와 박수를 쳤던 관객들의 뜨거운 기대와 호응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번 발레 <해적>은 영국시인 바이런의 시에 마리우스 프티파 안무, 아돌프 아당 음악의 원작을 각색하고 작편곡해 훨씬 발레관람이 재미있었다. 원작에 대해 영국 가디언의 평론가 주디스 매크렐이 '예술보다 쇼에 가깝다'라고 했을만큼, 소녀가 해적에게 노예로 팔려가는 점, 무용은 고난도 기교를 요하는데 음악은 그만큼 박진감이나 웅장함이 덜한 점 등이 있었다. 

이를 국립발레단에서 송정빈의 안무, 정다영의 각색, 김인규의 작편곡으로 이 세 명 젊은 예술가들이 훨씬 맛깔스러운 발레 <해적>으로 관객을 만족시켰다. 원작에서 배가 난파되어 주인공 해적이 모두 죽는 비극적 결말 대신에, 배신자를 처단하고 대항해를 시작하는 해피엔딩으로 바꿨다. 또한 메도라가 해적에게 '노예'로 팔려가는 것이 아니라, 왕에게 바칠 '귀중품'이 없어 끌려가는 것으로 하고 성격도 밝은 캐릭터로 하는 등 시대에 맞는 여성관점을 적용했다. 또한 원작에서는 알리가 1막 처음부터 해적단 두목 콘라드의 충신이었다면, 이번 송정빈 버전에서는 콘라드가 포획한 마젠토스의 상선에 있던 알리를 노예로 팔지 않고 풀어주어 그가 콘라드에게 우정과 충성을 바친다는 내용을 1막 초반에 자연스럽게 무용과 제스처로 펼쳐냈다. 

 

첫 장면 해적의 군무는 발과 팔로 노젓는 동작을 크게 그려 '해적'을 드러내고, 여사제들의 군무는 비취색 무대와 의상, 한국전래동화에 나오는 용궁을 떠올리게 해 친숙함을 주었으며, 이들이 비취색 항아리를 들고 추는 춤은 우아했다. 기우제 장면에서 머리위로 둥글게 커다란 꽃관으로 아름답고 기품이 있었다. 


▲ 이번 국립발레단 '해적'의 새롭게 작편곡된 음악(김인규)은 발레 춤동작을
더욱 돋보이고 서정적으로 느끼게 해주었다. ⓒ 국립발레단



보통 발레의 2막은 무용수별로 기량을 뽐내는 구간인데, 이번 발레 2막은 특히나 아기자기하고도 씩씩한 음악에 맞춘 춤들의 연속에 발레관람의 진정한 묘미가 느껴졌다. 마치 내가 귀족이 된 기분이랄까. 음악에 맞춰 여사제들의 귀여운 4인무부터 해적3인무, 그리고 해적단 두목 콘라드와 연인이 된 메도라, 콘라드의 충신 알리의 3인무와 독무, 2인무 등에서 계속적으로 이어지는 높은 점프와 24회전 32회전 실력에 관객들은 연신 환호와 박수갈채를 보냈다. 

6일 공연에서 박예은(메도라 역)은 정확한 기교와 우아한 제스처로 플로리아나 섬 출신 소녀의 감정과 알리와의 사랑을 잘 표현했다. 심현희(궐나라 역)는 마젠토스 왕국 대사제(여제)의 기품과 힘을 1막 여사제들의 춤부터 2막 기교의 춤까지 유려하게 표현해줬다. 허서명(콘라드 역)의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은 날렵하고 용수철처럼 가벼운 점프와 회전, 하지석(알리 역)의 공중에 멈춘 것 처럼 힘차게 쭉쭉 뻗는 점프와 회전은 각자의 특색으로 이 둘을 비교하는 재미도 있었다. 

또 한가지 인상적이었던 것은 단연코 음악이었다. 전체 2막 32장면 중 김인규 작곡가가 새로 쓴 장면이 13개, 기존음악과 섞거나 편곡한 것이 8개이다. 원작곡가인 아돌프 아당의 음악이 직선적이고 기교적임을 추구한다면 김인규의 음악은 거기에 인자한 품위와 포용력을 겸비하고 있었다. 

춤을 출 수 있게 하는 음악에서는 동작을 위한 짧은 프레이즈들과 그것의 수많은 연결, 매끄러운 이음새가 중요한데, 이번 발레에서는 아주 능수능란하게 되어 있었다. 프레이즈 끝을 단번에 종결음으로 끝내지 않고, 음이 찬찬히 내려오거나 어미끝을 짧게 반복함으로써 다음 발레동작을 위한 용수철처럼 도약할 수 있는 호흡단위를 주어, 이 덕분에 실제 발레 동작간 연결이 더욱 매끄러울 수 있었다.

첫 장면 '해적의 군무1' 장면은 음악이 6/8박자 완전5도 상하행 음들로 굽이치는 물결 위에서 대항해를 위한 웅장한 움직임을 표현하니 무용도 자연스레 해적들의 웅온한 기상을 동작으로 드러내기 수월하였다. 1막 중간 '여사제들의 군무'나 2막 마지막의 '침대로'에서는 선율이 유려하고 아름다웠으며, '마지막 전투'나 '새로운 항해의 출발' 장면에서는 음악이 박진감이 넘쳐 무용수들이 칼을 들고 상대편과 결투하는 장면이 실감나게 펼쳐졌다.

요사이 TV드라마를 보면, 10년 20년전 드라마와 갈등내용도 다르지만, 갈등의 시작점도 빠르고, 소소한 갈등내용도 많고 그 사이에도 작은 재미들을 주어 지루함을 없앤다. 현대사회가 그렇다는 뜻이다. 고전예술을 오늘에 맞게 표현하는 것, 그리고 세계 발레 계보에 무용수 뿐 아니라 안무가, 작곡가도 한 자리 이름을 올릴 수 있다는 것 모두 대단한 일이다. 


mazlae@daum.net

(공식페이스북) http://facebook.com/news.ew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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