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페레타 '박쥐' 2막 마지막. 캬바레 '박쥐'에서 주인공 아이젠슈타인이 커다란 와인잔에
들어가서 교도소장 '프랑크'와 서로 자신의 신분을 속인채 향락을 즐기는 장면. 전 출연진이
싸이의 '강남스타일'춤을 춰 즐거움을 더했다.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지난 11월 27일부터 12월 1일까지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립오페라단이 요한슈트라우스 2세의 오페레타 <박쥐>를 공연하였다. 전세계 오페라극장의 연말 공연 1순위 오페레타 <박쥐>는 그동안 국내에서 들을 기회가 흔치 않았는데, 50주년을 맞은 국립오페라단이 야심차게 준비하였다.
아름답고 귀에 쏙쏙 들어오는 선율, 왈츠와 폴카의 리듬, 풍자적이고 코믹한 스토리, 배우들의 멋들어진 노래와 연기 어느 것 하나 흠잡을 데 없이 기분 좋은 무대가 되고 있었다. 거기에 3막에서는 ‘달인’으로 유명한 개그맨 김병만의 깜짝 출연으로 더욱 재미있고 통쾌한 무대가 되고 있었다.
줄거리 자체가 아주 간단하고 선율이 아름답기 때문에, 오페라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이더라도 오페레타 <박쥐>는 오페라 입문용으로 좋을 것이다. 주인공 아이젠슈타인 박사가 가면무도회라 거짓말을 하여 박쥐 분장으로 사람들로부터 놀림감이 되었던 팔케 박사는 그에 대한 복수로 아이젠슈타인을 무도회에 초대하여 곤경에 빠트린다는 내용이다.
▲ 오페레타 '박쥐' 1막중. 노란색에 검정색 벽지문양이 화려하고 귀족적이다. 부부의 이중성을
아름답고 경쾌한 '삼중창'으로 부르고 있다. 왼쪽부터 변호사 블린트(박진형 분), 부인 로잘린데
(파멜라 암스트롱 분), 남편 아이젠슈타인 백작(리차드 버클리 스틸 분).
익숙한 선율의 장대한 서곡이 앞으로 펼쳐질 오페레타에 기대를 가지게 한다. 이어진 1막 무대는 1층에 놓여있는 그랜드피아노를 시작으로, 2층과 3층에는 점점 규모가 커지면서 그랜드피아노의 ‘S'자 곡선을 본딴 듯한 형태로 무대가 설계되어 있었다. 2막의 캬바레 ’박쥐‘ 무대 역시 1막 무대구조를 그대로 살려 공간 활용을 잘하고 있었다.
1막에서는 노란색 배경의 무대에서 옛 애인 알프레드가(김기찬 분) 시원한 고음테너로 ‘마셔요 내 사랑, 어서’라는 노래로 여주인공 로잘린데에 대한 사랑을 노래한다. 하녀 아델레(이현 분)는 여동생 이다(김보슬 분)가 이날 밤의 무도회에 초대한 편지를 읽으며 몰래 빠져나갈 생각에 들떠있다. 아이젠슈타인 박사(리차드 버클리 스틸 분)는 재판에서 판사에게 욕을 하여 감옥에 구류를 가야하지만 이날 밤 팔케 박사(나유창 분)가 초대한 캬바레 ‘박쥐’에 부인 로잘린데 몰래 갈 생각으로 역시 들떠 있다. 각 주인공들의 상황이 아름다운 선율로 듀엣, 트리오와 맛깔스런 배우들의 연기로 재미있게 전개되고 있었다.
2막이 되면, 무도회가 열리는 캬바레 ‘박쥐’의 화려함에 매료된다. 박쥐 의상을 입은 섹시한 무용수들의 춤에 눈이 즐겁고 오페라 한 편으로 고급 디너쇼에 초대받은 느낌이다. 무대의 화려함 속에 남편을 미행해 온 로잘린데(파멜라 암스트롱 분)가 자신을 헝가리 백작 부인이라고 신분을 속이며 부르는 ‘차르다슈’도 관록 있는 소프라노의 중후하고 편안한 목소리가 인상적이었으며, 아델레(이현 분)가 자신은 하녀가 아니라며 아이젠슈타인을 비웃는 노래 ‘친애하는 후작님’ 역시 깔끔하고 경쾌한 목소리가 좋았다.
▲ 2막의 화려한 캬바레 '박쥐'장면 중. 위선적인 주인공들이 모두 모였디. 변장을 한 부인
로잘린데(파멜라 암스트롱)가 남편 아이젠슈타인 박사(리차드 버클리 스틸)의 시계를 빼낸 장면.
2막에서는 또한 이 캬바레를 소유한 오를로프스키 왕자(이동규 분)의 카운트 테너 음색을 듣는 묘미도 있었다. 이 역할은 전통적으로 메조 소프라노나 카운트 테너가 담당하는데 이날 공연에서 카운트 테너 이동규는 말할 때는 남자 같은데, 노래하면 여자 같은 묘한 매력의 왕자 역할로 인상을 남겼다. 또한 아이젠슈타인과 교도소장 프랑크(스티븐 리차드슨 분)가 처음만나 인사하는 장면에서 ‘메르시(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하면 ‘멸치볶음’이라 답하고, ‘앙샹떼(만나서 반가워요)’라 하면 ‘엉성해’라고 답하는 등 대사 부분에서 우리말을 포함하여 재미를 더하였다. 2막 마지막엔 요사이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싸이의 ‘말춤’을 모든 출연진이 추며 보는 즐거움을 주고 있었다.
이번 공연에서는 특히 ‘달인’으로 유명한 개그만 김병만이 3막 시작부에 교도간수 ‘프로쉬’로 출연하여 즐거움을 주었다. 전통적으로 이 역할은 각 지역의 유명한 코미디언이 맡게 된다고 한다. 김병만은 전혀 어색하거나 떨림 없이 혼자 약 10분가량 우리말로 연기를 펼쳤는데, 술이 떡이 되어 마대자루를 여자로 착각하고, ‘쥐잡기’에 혈안이 되는 등 코믹한 몸동작과 대사로 웃음을 선사하였다. 특히 12월 대선을 의식하여 정치인을 ‘쥐’로 풍자하며 각종 돈비리와 관련된 ‘빼돌리쥐’, 선거유세만 하고 공약은 지키지 않는 ‘언제 오쥐’, 수해복구 현장에서 사진만 찍고 돕지는 않는 ‘찍쥐’ 등을 공격하는 장면으로 시의적절한 웃음을 주고 있었다.
▲ 3막 첫부분. 개그맨 김병만이 교도간수 '프로쉬' 역으로 정치풍자 코미디를 펼쳐
시원한 웃음을 선사하였다.
이번 공연의 연출을 맡은 스티브 로리스는 “세기말 경제는 파탄이 나고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에 귀족들은 더욱더 파티에 몰입하였다. 원래 오페레타 <박쥐>는 1873년 비엔나 주식시장 붕괴를 배경으로 쓰여졌지만, 이번 작품에는 배경을 1920~30년대의 경제대공황 시대로 옮겨서 더욱 몰락한 가운데 향락에 몰두하는 상류사회의 위선과 허세 속의 웃음을 연출하였다. 실제로 비엔나에는 1870년대 당시 캬바레 ‘박쥐’가 있었다”라고 설명하였다.
오페레타 <박쥐> 공연장의 분위기는 국립오페라단의 여느 오페라 공연 때보다 들떠 있었다. 연말에의 설레임도 있었겠지만 공연의 경쾌함이 전해진 탓일까. 이번을 계기로 오페레타 <박쥐>는 연말마다 국립오페라단의 정기 프로그램으로 계속된다 하니 기대된다. 오페레타 <박쥐>는 2012년의 마지막인 12월 지금 경제적 어려움과 북의 장거리 로켓 발사 발표, 차기 대선을 앞둔 복잡한 상황에서 좋은지 나쁜지 함박눈까지 내리고 있는 모습의 우리와 닮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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