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화음챔버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운지회 30주년 기념 연주회 - JOY ON THE STRINGS>가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지난 7월 5일 저녁 7시 30분 열렸다.
운지회는 이종구(한양대 명예교수), 진규영(영남대 명예교수)을 비롯한 작곡계 중견들의 대학시절(1970년대) 결성한 스터디그룹이 모태이다. 스터디그룹을 지도하던 백병동(서울대 명예교수)의 아호를 따서 '소석 연악회'로 이어졌고, 이후 1992년 '운지회'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했다.
운지회는 그간 작품발표 및 연구, 렉쳐 콘서트, 논문발표, 초청 강연 등 한국 작곡계 모두를 위한 활동을 펼쳐왔다. 2006년부터 챔버오케스트라 시리즈를 기획해 실내관현악과 현악합주 작품소개에 중추적 역할을 하던 중, 2011년부터 박상연이 지휘와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화음챔버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Joy on the Strings 공연으로 한국창작음악계의 지평을 더욱 넓혔다.
이번 공연의 여섯 작품은 밀도높은 짜임새와 음향으로 다채로운 현악 합주의 세계를 소개해주었다. 첫 곡 장선순의 <인상(印象)>(2014/2022)은 높은 음의 스타카토가 옥타브 중복으로 시작해 점차로 트레몰로와 글리산도로 이동한다. 칸딘스키가 "색채는 건반이다... 영혼은 많은 줄을 가진 피아노다..."라고 언급한 것에 공감하며 현악적 색채와 소리를 연결했다
김지향의 <밤의 노래>(2012/2013)는 처음에 A음의 크레센도로 온화함이 느껴진다. 니체의 시 '밤의 노래'가 텍스트인 말러 교향곡 3번, 4악장 등을 음악적으로 인용해서 여명이 밝아오는 느낌을 주며, 여기에 바르톡 피치카토, 글리산도, 하모닉스 트레몰로 등 주법이 새가 지저귀는 밤의 빛과 습한 공기의 진동처럼 느껴진다. 절정부분에서는 첫부분의 밤주제음향이 전면에 등장해 강렬함을 남긴다.
전상직의 <형언(形言)할 수 없는...>(2008)는 1곡이 2곡의 전주곡 역할을 하며 2곡의 바흐(BACH) 이름에 의한 네음 주제가 인상을 남기며 현악오케스트라 다운 음향이 좋았다. '의미없음'이 사실은 모든 것을 의미할 수 있는 추상의 세계를 작품은 그리고자 했는데 1곡의 가느다란 하모닉스의 연결로부터 도래된 감각의 세계가 2곡 절정부의 현악의 강렬한 더블스탑 음들로 분출되어 미끄러져 내려오며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떠한 사건으로부터의 심상이 잘 전달되었다.
백영은의 <'내일의 주제' 기억에 의한 파사칼리아>(2010/2022)는 바이올린 솔로(김지현)의 6음 주제와 그 역진행이 합주를 이끄는 뚜렷한 현악적 색채가 좋았다. 바이올린 솔로가 주제를 노래하고 같은 목질 악기가 내는 현악합주 본연의 공명을 느낄 수 있었다. 중간부는 하모닉스로 엷고 날카로운 선율이 피어오른다. 부단히 움직이는 독주 바이올린 선율은 마치 오늘에 연결된 내일을 향하는 두려움에 찬 희망으로 보인다.
정태봉의 <한강>(2003)은 우리나라 한복판, 서울을 동서로 가로질러 서해로 흐르는 한강의 두터움과 부지런한 움직임이 현악기의 부단한 움직임과 명쾌한 선율 추진력으로 느껴진다. 현악합주에서 현악기 파트간 모방과 지속음, 넓은 수직음역대의 불협화음이 주는 긴장감으로 작곡가는 이(理)와 기(氣) 의 조화 또는 중용(中庸)을 표현하고 있었다. 굉장히 밀도 있고 짜임새가 듣는 귀로 느껴졌으며 한국인의 질김과 끈기를 이 구조와 음향으로 표현하고자 하는구나 느껴졌다.
마지막 백병동의 <운(韻)-8>(2014)는 작곡가가 정체성을 찾으려 시작했던 '운'시리즈로 기타는 작곡가가 인생 최초로 접한 악기라 한다. 현대음악적 논리와 기타의 투명하고도 명확한 음색적 특징으로부터 기인한 주제선율에 현악오케스트라는 사유와 감정을 더한다. 공간에 마치 한국 전통춤 승무 등의 춤사위도 보이는 듯하다. 기타가 멈춘 자리와 현악오케스트라 연결에 3초 넘는 시간적 틈이 있을 때에도 오히려 비어보이지 않고 채워진 듯하다.
공연에 앞서 화음챔버오케스트라의 예술감독이자 지휘자인 박상연에게 운지회 회장 김광희가 감사패를 수여해 그간의 노고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했다.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말아야 하고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생각해보면 베토벤도 슈베르트도 우리가 아직까지 그 음악을 계속 2022년에도 공부하고 연주할지 알았겠나 싶습니다. 고전이 된다는 것, 명곡으로 남는다는 것, 그 세계가 있다는 것을 Joy On the Strings와 운지회와 함께 느낄 수 있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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