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제6회 강은경 작곡발표회 <회상>이 세종체임버홀에서 지난 5월 3일 저녁 7시 30분 열렸다.
이번 공연에서 작곡가 강은경은 현악사중주, 바순 솔로, 대금과 피아노, 5중주 등 다양한 편성과 스타일의 작품으로, 지난 2011년 1회 작품발표회부터 지금의 6회까지 꾸준히 개인 작품발표회를 펼쳐온 저력을 선보였다. 또한 제목 '회상'과 다섯 각 작품으로부터, 백세인생의 중반에 있는 작곡가가 인생 점검에 대한 의지와 코로나를 벗어난 긍지를 엿볼 수 있었다.
첫 순서의 작품 현악사중주 “플라잉 피쉬”는 날치류 물고기인 Flying Fish가 수면위로 날아오르는 힘찬 움직임과 추진력을 표현했다. 플라잉 피쉬가 날 수 있도록 해 주는 배 밑의 4개의 지느러미를 4개 현악기로 빗대어, 증음정으로 상행하는 고음 현악기의 날렵함으로 찰랑거리는 물결, 날아오르기 위해 준비하는 물고기의 동작을 잘 표현했다. 중간부에 비올라의 4음 지속움직임 위에 바이올린 트릴로 '점프'라는 희망과 꿈을 나타내며 대위적인 구성에 도달하는데, 다시금 첫부분의 음향으로 회귀한다. (Vn.1 박재린, Vn.2 김정수, Va.이경워느 Vc.박기흥)
다음 “스올의 뱃속”은 바순 솔로의 차분한 독백으로 시작했다. 성경의 요나서에 나오는‘sheol’은 히브리어로 죽음이나 무덤 즉 갑갑한 현실, 칠흙같은 어두움을 뜻한다. 목관악기 바순 특유의 꽉 막히고 고집세 보이는 소리라서 더욱 인간이 맞딱뜨린 극한의 경험과 어두움이 잘 드러났다. 중저음의 긴 지속음과 플라터 텅잉, 고음의 짧은 트릴, 상행의 빠른 아르페지오가 서로 연결되며 독백하는데, 이로부터 인생의 깊은 외로움과 고독을 느낄 수 있었다. (Bn.이지현)
“프로세스 2”는 2011년부터 시간을 주제로 한 강은경의 연작시리즈로 역시 현악사중주였다. 흔히 '크로노스'적인 절대적인 시간 없이는 '카이로스'적인 급격한 변화는 없다고 말하는데, 작품은 이것을 다양한 변주로 표현했다. 처음 F화음으로 들리는 밀도있는 음향덩어리에서 술 폰티첼로 등의 기법으로 이탈과 균열이 생기며 각 악기별 상승과 하강으로 음폭이 넓어진다. 첼로의 급격한 트레몰로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바이올린 하모닉스와 쥬테를 거쳐 복잡한 움직임에 이른다. 시간이나 사건이 때가 차오르는 과정이 잘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Vn.1 박재린, Vn.2 김정수, Va.이경원 Vc.박기흥)
인터미션 후 연주된 “..한 복판에서”는 대금과 피아노의 내적 에너지로부터 힐링이 되었다. 알베르 까뮈의 글귀 '눈물 안에서 나는 내안에 꿋꿋한 미소가 있는 것을 알았다. 혼돈 한복판에서...겨울 한복판에서... "로부터 곡은 착상되어 사회, 국가, 자연이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3개 악장으로 표현했다. 각 악장별 새로운 음색으로 특히 2악장은 전통적인 대금선율인 '청성곡'의 한 소절을 차용했고, 피아노는 분명하고도 간결한 화음으로 자연스런 장단을 맞추고 있었다. 혼돈의 한복판에서 우리는 어떻게 중심을 잡을 수 있을까. 그것을 생각하며 대금의 선율행보와 피아노의 파노라마를 따라가니 우리가 한복판에 있을 때는 그것에서 쉽사리 떠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또 그것에 너무 파묻혀서도 안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금 심성현, 피아노 윤혜성)
이 날 공연의 마지막 작품인 5중주 “아니마민 2”가 압권이었다. 제목은 히브리어로 '나는 믿는다(Animamin)'라는 뜻의 노래인데, 한 유태인 외과의사가 공포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감금되었던 극한의 상황에서 가사를 바꾸어 불렀던 노래이다. 모티브인 Eb-B-F는 그 음간격이 감5도 화음으로, 완전5도처럼 충만하게 꽉차지 않는 공허함이 있다. 피아노 저음의 클러스터와 트레몰로, 바이올린과 첼로 고음의 트릴과 급하강음, 클라리넷과 바순의 외침. 공포와 허무, 절망과 절규가 다섯 악기간에 변주된다. 그들에게 그것이 일상이었지만 동시에 그 절망은 소망이었음을, 그리고 결국 주인공은 생존자가 되었다는 것을 작곡가는 변주되지만 끝까지 통일된 주제요소로 표현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연주 지휘 김신웅, 바이올린 강민정, 클라리넷 백양지, 바순 이지현, 첼로 윤석우, 피아노 윤혜성)
'회상'으로 본 이 날 작품에서는 극한의 상황과 차분한 독백, 극복이 나타났다. 음의 표현성을 끈질기게 연구하며 순수음악, 현대음악이라 불리는 장르를 지키는 작곡가에게 음악은 표현의 '수단'을 넘어 바라보는 '시각' 자체라는 것을 이번 공연의 흐름과 음의 힘을 통해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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