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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포란 도록과 매거진 사이, 독창적인 아트북『HURZINE』

전시

by 이화미디어 2024. 6. 1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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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미술작가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아트북HURZINE

 

중견화가 허진의 작품세계와 여러 스타일의 글쓰기를 연계한 매거진형 아트북

일반적인 도록이나 화집과는 달리 작가의 33년 화업을 매력적인 콘텐츠에 담아 시원한 디자인의 a3 판형으로 구현

도판과 텍스트의 조화 ; 인물 에세이 / 비평문 / 대표작 / 인터뷰 / 연보로 구성

미술작가+편집자+디자이너3인 협업 체제 각자의 기량을 발휘하는 실험형 간행물

 

서지사항

제목 HURZINE

 

이근정, 이태리, 최석원, 허진도판 허진인터뷰 이승훈디자인 임문택

발행처 스튜디오 포란출간일 202452224297×420mm

ISBN 979-11-987750-0-9 03650정가 30,000

 

주제 /키워드

예술 > 미술 > 아트북 > zine > 작가론 > 작가 연구

 

그냥 도록이 아니다!

 

[플레이뉴스 문성식기자] 이 아트북은 화가 한 사람에 집중해 기획되었다. 중견 화가 허진은 1990'묵시' 시리즈를 발표하며 촉망받는 신예 작가로 떠올랐다.

한국 근현대사의 인물상을 소환해 자신의 시대감각과 버무려 폭발적인 필치의 작품들을 내놓았던 작가는 '', '유전', '다중인간', '익명인간'에 이어 '이종융합동물''유목동물'을 발표하며 인간 삶의 조건을 깊이 응시하는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35
년째에 이르는 그의 화업은 이제 출판 활동으로 확장된다.

a3
판형 24쪽으로 이루어진 아트북 HURZINE은 이근정 편집자의 기획 아래 화가 허진의 작품세계를 5개의 목차로 조명한다. 기존의 화집이나 전시도록의 형식에 머물지 않고 풍부한 스타일의 글쓰기를 도입한 이 아트북은 미술작가를 다루는 경쾌하면서도 독창적인 출판 작업의 성공적인 예를 보여준다.

 

a3 판형에 시원스럽게 담은 독창적인 콘텐츠

제호 HURZINE은 화가의 이름과 zine을 합성해 만들었다. HURZINE은 부제 ‘about Hurjin(허진에 관하여)’에서 드러나듯이 허진 화가 한 사람에 집중하지만, 향후 출간을 계속하면서 동료 작가들의 다양한 작업까지 포용할 가능성을 열어둔다.

임문택 북디자이너는 각 콘텐츠의 성격에 맞게 텍스트의 흐름에 변화를 주어 면의 개성을 살리고 한눈에 볼 수 있게 했다.

목차는 5개로 구성되어 있다. 문학 전공자 이태리, 서울대학교 동양화과 교수이자 미술 비평가 최석원, 편집자 이근정이 필진으로 참여했으며, 전시기획자 이승훈이 허진을 인터뷰했다. 특히 허진 작가 자신이 쓴 연보는 그 진솔한 서술방식으로 인해 독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미술작가+편집자+북디자이너3인 협업 체제로 탄생

HURZINE의 탄생 뒤에는 먼저 편집자와 북디자이너의 만남이 있다. 출판사에서 인문 교양 도서를 만들어온 이근정 편집자는 모 기업의 전시실을 꾸미는 프로젝트에서 임문택 디자이너와 만나 아트북을 함께 만들어보기로 의기투합한다.

이후 이근정 편집자는 허진 화가에게 공동작업을 제안하는데 허진 화가가 이에 응하면서 실행에 이르렀다.

미술 작가, 편집자, 디자이너 3인이 기량을 발휘하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한 중견화가의 작품세계를 개성적으로 들여다보는 최종 결과물이 탄생했다.

 

화가 소개

허진 (b.1962)

서울대학교 예술대학 회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90년 개인전 '묵시'로 등단한 이후, 개인전 35, 단체전 600여 회로 굵직한 이름을 알렸다.

 

8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1회 한국일보 청년작가 우수상, 2001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문화관광부), 19회 허백련미술상 본상, 용봉학술상 등을 수상했으며 전남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금호미술관, 성곡미술관, 서남미술관, 한국일보사, 통도사 성보박물관, 소치기념관, 박수근미술관, 월전미술관, 교토 노무라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필진 소개

이태리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시각 이미지와 내러티브의 상호 침투를 다루는 웹진 디 분테 쿠Die Bunte Kuh편집장이다.

 

이근정

서강대학교 독어독문학과와 중앙대학교 대학원 연극학과에서 공부했다. 출판물을 다루는 스튜디오 포란 대표.

 

최석원

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University of California, Santa Barbara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교수이다.

 

허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90년 개인전 <묵시>로 데뷔한 이래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전남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 교수이다.

 

이승훈인터뷰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대학원 예술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사이아트스페이스 대표이자 월간 아트앤맵 편집인이다.

 

 

HURZINE간행과 발맞춰 전시 개최

가을 짐승의 털끝

2024.6.8.-7.7

갤러리 이레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에 위치한 갤러리 이레에서 중견화가 허진을 초대해 전시를 연다.

'
가을 짐승의 털끝'이라는 제목을 단 이 전시에는 허진 작가가 세밀하게 묘사한 야생 동물들의 털이 예리함을 발산하고 있다. 그러나 작가는 단지 짐승의 털을 묘사하기 위해 이 그림들을 그린 것이 아니다.

육중한 야생동물과 인간의 일상용품 사이에 현대인의 모습을 검은 실루엣으로 배치해 거친 자연과 매끄러운 문명 사이에서 부딪치며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반추한다. 작가는 전시를 앞두고 이근정 출판 편집자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간 삶의 조건을 깊이 응시하는 시선으로 작업을 계속하고 있는 허진 작가의 생각을 이 응답에서 충분히 엿볼 수 있다.

 

전시 제목 가을 짐승의 털끝이 인상적입니다. 작가님의 유목동물이종융합동물시리즈에는 동물이 주요한 도상으로 등장하는데요, 제목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가을 짐승의 털끝이라는 제목은 장자에서 따왔습니다.

장자-제물편에 나오는 추호지말秋毫之末이 그것이지요. 고대 중국의 사상가 장자는 말합니다.

가을철에 짐승이 털갈이를 해서 새로 돋은 털끝보다 큰 것은 천하에 없다.” 가늘디가는 가을 짐승의 털끝도 비교 대상이 뭐냐에 따라 클 수 있다는 말이지요. 그런데 장자는 해석의 폭이 대단히 넓은 텍스트입니다.

가을 짐승의 털끝은 상대주의적 관점뿐만 아니라 상호 연결성을 말하기 위한 비유로 해석할 수 있어요. 저는 제 그림 속에 표현된 인간, 동물, 문명의 관계를 성찰적으로 바라보자는 뜻으로 이 제목을 썼습니다.

 

작가님의 그림에는 사람이 마치 픽토그램처럼 표현되어 있고 동물은 크고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또 수도꼭지나 신발 같은 인공물도 사람보다 크게 그려져 있습니다. 인간은 동물과 인공물의 틈바구니에 낀 존재처럼 보이기도 하는데요, 인간과 동물, 또 인간과 인공사물의 관계를 보는 작가님의 관점은 어떻습니까?

 

인간은 자연에서 유래했지만 문명을 발달시키고 동물의 제왕인 듯이 군림하면서 자연에 거스르는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동물은 인간의 타자(他者)인 동시에 인류의 원시성을 담은 존재죠. 저는 자연과 문명이라는 이중의 숙명 속에 놓인 인간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동물과 인공물을 함께 묘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그린 인공물에는 비행기가 있는가 하면 신발도 있고, 커피캡슐 머신이 있는가 하면 헤드폰도 있습니다. 저하고 친한 어떤 지인은 그 인공물들의 모호성을 지적하더군요.

지나치게 무작위하다는 거죠. 제 성격하고 똑같다며 웃어요. 맞습니다. 제 첫 발표작 묵시시리즈에서 그랬던 것처럼, 저는 우연적인 이미지, 제 머릿속으로 들어온 충동적인 이미지를 수용하는 편입니다.

그것이 작품 해석에 애매함을 안겨줄 수도 있다는 것 인정합니다. 이런 면이 어떻게 변화해 나갈지는 저 자신에게도 숙제이자 궁금한 부분입니다.

 

동물시리즈를 보면서 저는 신체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바닥이 없다는 점입니다. 아이들을 침대에 눕혀놓고 천장에 투사해 보여주는 환등극이 연상됩니다. 방의 벽과 천장을 따라 펼쳐지는 환등극 말이죠.

작가님이 해석한 이 세계에 대한 우화가 입체 공간에 펼쳐지며 지나가는 것 같다고나 할까요?

 

환등극이라고 말씀하시니, 제 생각을 잘 건드려 주신 것 같습니다. 20대 중반에 독일 신표현주의 작가인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작품을 보고 충격 받은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 작가의 브랜드는 거꾸로 선 인간의 형상이에요.

맨 처음엔 어설프게 느껴졌는데 여러 번 보니 힘이 있더군요. 바젤리츠를 통해서 화면에 자유자재로 대상들을 종횡무진 배치하고 싶다는 계기를 제공받은 거 같아요. 다중시점으로 가상현실 공간에 빨려들어 가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산수화의 화중인물처럼 보는 사람이 그림과 혼연일체가 되어 무중력 상태를 느끼게 하는 게 제 희망이지요.

 

이번 전시에서는 예전에 작업하신 현대산수도도 볼 수 있습니다. 큰 화면에 돌산이 여러 개 수묵으로 그려져 있고, 그 주위를 16개의 작은 채색화가 둘러싸고 있습니다.

작은 채색화들에서는 지금 진행 중인 시리즈의 모티브도 엿보입니다. 동물 형상, 인체 장기의 형상인데요, 산수도 주위에 그런 것들을 배치하신 의도는 무엇인가요?

 

그 작업은 1999년 금호미술관에서 선을 보였습니다. 큰 화면을 차지한 자연 이미지는 인간이 결국 돌아갈 수밖에 없는 곳을 낙원으로 상정해 그렸어요. 요즘 풍멍이라는 말이 있는데, 풍경 보며 멍 때릴 수 있는 곳, 치유하는 곳이지요.

작은 화면들은 제 일상생활에서 느낀 것들을 일기처럼 기록하는 기분으로 그렸어요. 그 무렵 부모님을 모시고 병원에 자주 갔는데 그런 경험도 반영돼 있지요. 삶을 가능하게 하는 몸은 한순간 부서질 수 있는 매우 연약한 물질이기도 합니다.

인체, 동물의 몸, 그리고 사물들에는 서늘한 품격이 있어요. 그 서늘함은 유한함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당시에 제 생각을 자극한 것들을 강렬한 컬러로 표현했어요. 저는 늘 다층적인 것에 관심이 있습니다. 그래서 주된 풍경 화면과 작은 화면들이 모여 기이하고 아이러니한 분위기가 연출되길 바랐습니다.

 

작가님의 초기작을 보면 동학군이나 일제 강점기 인물, 군인 등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관심이 적잖이 보입니다. 또 목포 앞바다의 섬이나 산수를 그린 그림에서는 자연을 대하는 각별한 태도 또한 느껴집니다. 현재 진행하는 시리즈는 작가님의 관심이 역사를 통과해 더 근원적인 인간 삶의 조건 쪽으로 옮겨졌다고 봐도 될까요?

 

제 작품세계를 일관하는 것은 결국 인간에 대한 탐구입니다. ‘묵시’, ‘’, ‘부적에서 과거 시간이 현재에도 지속됨을 보여주었다면, ‘다중인간을 하면서 인간의 몸과 감각에 집중하고, 40대 중반에 들어서면서는 자연에 대한 외경심이 생기더라고요.

결혼 후 광주에서 살면서 주말만 되면 가족과 함께 전국의 좋은 산천을 찾아 여행했던 7년간 경험에서 자연에 눈을 떴다고 할 수 있지요. ‘익명인간작업을 하면서는 주도권을 자연풍경에 넘기고 싶어졌습니다.

불교에서는 삼라만상이라는 말을 씁니다. 모든 것은 다 연으로 이어지고 우주는 그 일체라고 하지요. 저는 가끔 내면세계로 침잠해 우주의 파동을 느낍니다. 그러면 내가 곧 동물이며 또한 사물이며 심지어 남도 나입니다.

제가 계속 작업하는 유목동물’, ‘이종융합동물시리즈 근저에는 하늘, , 인간을 하나로 보는 삼재(三才) 인식이 있어요. 제 그림을 보는 사람이 이 삼박자를 느낀다면 좋겠습니다.

 

ewha-media@daum.net

(공식페이스북) http://facebook.com/news.ew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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