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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유니버설발레단 '지젤', 여섯 커플의 지젤-알브레히트 기대만큼 다양한 연기 펼쳐

발레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6. 16.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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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젤'에서 2회 공연하는 황혜만-엄재용 부부 커플. ⓒ 유니버설발레단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유니버설발레단(단장 문훈숙)이 낭만발레의 대표작 <지젤>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6월 13일부터 17일까지 공연중이다.

<지젤>은 올해로 창단 30주년을 맞는 유니버설발레단의 대표 레퍼토리로 2005년 예술의 전당 공연에서 전석 매진을 달성했고, 2011년 일본 도쿄를 포함한 3개 도시 투어에서는 일본 무용계와 관객들의 유례없는 찬사를 받았다.

올해 <지젤>공연은 유니버설발레단이 6년 만에 선보이는 것으로, 5일간 7회 공연동안 여섯 커플의 주역을 만나볼 수 있다. 황혜민-엄재용, 강미선-콘스탄틴 노보셀로프, 김나은-이고르 콜브, 김채리-이동탁, 이용정-이승현, 김주원-이승현이 그들이다. 특히 강미선, 김채리, 이용정이 새로이 지젤로 데뷔하는 한편, 마린스키발레단의 수석무용수 이고르 콜브는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김나은과, 유니버설발레단의 상임 객원 수석무용수가 된 김주원은 유니버설의 수석무용수 이승현과 호흡을 맞춘다.

공연은 '영원한 지젤'로 불리는 문훈숙 단장의 해설로 시작됐다. 지젤의 판토마임과 같은 손동작이 중요한 요소로 사용된다는 설명을 몸으로 직접 보여주며 작품 감상을 도와주었다. 15일 공연에서는 오후3시 공연에 황혜민-엄재용 부부 커플, 저녁7시 공연에는 김주원-이승현 커플이 공연했다.

엄재용-황혜민 커플은 역시 부부의 애정과 화학작용이 깊게 묻어나는 공연이었다. 커플의 눈빛은 깊었고 둘의 호흡은 아름다웠다. 황혜민의 지젤은 더없이 어여쁘고 깃털처럼 가벼웠다. 엄재용의 알브레히트 역시 늠름하고 기품이 넘쳐흘렀다.

지난 몇년간 <오네긴>과 <백조의 호수> 등으로 더욱 팀워크와 애정이 단단해진 이들 부부가 오랜만에 자신들의 뿌리와도 같은 <지젤>을 어떻게 선보일지 궁금했다. 특히 황혜민은 전성기 시절의 문훈숙 단장의 ‘지젤’을 보는 것 같다는 평을 받는 바대로 이번 시즌에서 2회의 지젤 공연을 선보이며 단연 유니버설발레단의 간판스타다운 모습을 선보였다.

1막에서는 순박한 시골처녀대로의 풋풋함을, 1막 후반에서는 알브레히트에 대한 배신감에 갑자기 미쳐 머리를 풀어헤치고 칼을 들고 설치는 정신증세, 2막에서는 유령과도 같은 처녀귀신 윌리가 되어 끝까지 알브레히트와의 사랑을 지키는 고요함과 잔잔함 속의 우아한 동작들이 황혜민 지젤의 완벽한 기교와 내면연기로 펼쳐지고 있었다.

엄재용 역시 그 어느 알브레히트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완벽한 내면연기와 기교로 지젤과 함께 호흡했다. 1막 처음에 빨강 망토를 입고 등장하는 순간의 마치 동화속에서 막 나온것 같은 이웃나라 왕자님 같은 표정, 지젤과의 행복한 한 때, 지젤이 죽자 괴로워하며 빨강망토를 집어들고 무대를 뛰쳐나가는 장면, 2막에서는 지젤의 영혼과 춤을 추다 결국 지젤이 사라지자 무대 한가운데서 괴로워하는 장면 등에서 돋보이는 연기와 무용기량을 선보였다.

특히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40회 푸에테는 한치의 오차도 없이 공중에서 빠른 발동작으로 전혀 어려움 없이 성공하기 때문에, “과연 저 동작이 그렇게나 어려운 동작인가”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가볍고 자연스러웠다.

▲ '지젤' 2막의 의 발레 블랑. ⓒ 유니버설발레단

<지젤>의 1막과 2막은 확연히 다르다. 2막은 결혼을 앞두고 처녀로 죽은 영혼들인 ‘윌리’들이 새하얀 로맨틱 튀튀를 입고 어슴푸레한 달빛 아래서 일사불란하게 춤을 추는 ‘발레 블랑(백색 발레)’이 압권이다. 지젤의 2막은 '백조의 호수' 중 호숫가 장면, '라 바야데르' 중 망령들의 왕국과 더불어 3대 발레블랑의 하나이다.

윌리들은 죽은 영혼이기 때문에 아름다우면서도 힘이 없이 살아있는 것 같지 않게 움직여야 하는데, 유니버설발레단의 윌리들은 모든 윌리들이 하나같이 아름다운 선과 동작으로 갖가지 대형을 만들며 주역커플의 움직임을 더욱 돋보이게 해준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윌리들의 여왕인 미르타의 엄숙함 모습이나 윌리들이 알브레히트를 가운데 두고 크게 원형으로 휘도는 장면, 20명 윌리들이 둘, 셋씩 짝지어 무대 왼편 끝으로 등 돌려 퇴장했다가 바로 일렬 사선으로 등장해 알브레히트를 향하는 장면 등 2막 전반부를 장식하는 발레 블랑은 발레가 과연 주역들 뿐만 아니라 훌륭한 군무의 뒷받침이 꼭 필요한 것임을 보여준다.

15일 저녁 7시 공연은 김주원-이승현 커플이었다. 한 작품에서 한 배역에 대한 다양한 출연진 사이의 미묘한 차이를 볼 때마다 재밌는 점은 각각의 개성으로 작품전체가 달라 보인다는 점이다.


▲ 김주원의 지젤 ⓒ 유니버설발레단



물론 작품의 내용이 달라지는 것은 전혀 아니다. 하지만 누가 연기하는가에 따라 같은 무대, 같은 군무인데도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다. 김주원의 경우 2년 전 국립발레단에서의 <지젤> 때보다 더욱 애틋하고 순수한 지젤로 돌아왔다.

2년이 지났는데도 더욱 어려진 모습, 1막에서는 귀엽고 깜찍한 소녀 지젤의 모습이었다면 2막은 슬퍼서 영혼이 없어진 것 같은 투명한 지젤의 모습이었다. 슬픈 옆모습의 45도가 ‘최고의 지젤 라인’ 혹은 그녀의 상체에 대해 ‘최고의 상체’라고 일컬어지는 김주원은 이번 작품에서도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승현의 알브레히트도 또 하나의 왕자탄생을 예감하며, 준비된 모습으로 우아하고 완벽한 알브레히트를 보여주었다.

이제 16일 공연에 김채리의 지젤 데뷔 무대로 이동탁과 호흡을 맞추며, 17일은 황혜민-엄재용 커플로 대미를 장식한다. 한편 21, 22일 양일간 수성아트피아에서 첫 대구공연을 갖는다. 대구 공연은 지난 5월 부부가 된 수석무용수 강미선과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발레단의 차세대 주역 이용정과 이승현이 주역을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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