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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부산물의 산물', 사운드 퍼포먼스로 풀어낸 재활용의 의미화

콘서트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5. 2. 23.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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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물의 산물' 도입부. 미래 도시 같은 분위기에 다른 공연들에서 쓰고 버린
의자, 계단 등 무대소품들이 모아져 있다. ⓒ 이수진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우리나라에도 쓰레기 재활용 시스템이 도입된 지 근 20년이 흘렀다. 자원보유가 적고, 소비가 많은 나라에서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 하는 부분이고, 더욱 가치 있게 물품들이 관리되고 유통되어야 하는 현실이다.

한편, 예술에서도 ‘재활용’이라는 개념을 적용할 수 있을까? 여기에 말 그대로 다른 공연들의 ‘부산물’로 다시 하나의 작품을 재구성한 희귀한 공연이 하나 있다.

지난해 7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권영빈) 공연예술센터 주최/주관으로, 116명 지원자 중 28명의 연극, 무용, 음악,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를 선발해 <공연예술스타트업>(부제: 대학로예술생태프로젝트)라는 제목으로 올 2월까지 약 7개월 동안 아티스트간 서로 긴밀한 관계로 대학로에 서식하며 ‘대학로’를 주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그 결과물을 총 18개 프로젝트 팀이 2월 11~15일 아르코예술극장, 대학로예술극장, 예술가의 집, 마로니에공원 쇼케이스 형식으로 펼쳤다.


지난 2월 12-13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열린 <부산물의 산물> 공연 역시 <공연예술스타트업> 파이널 쇼케이스로 ‘재활용’이라는 공연계에서는 다소 새로운 소재를 선택했다. 사운드아티스트 이수진, 무대미술가 배윤경, 연출가 윤혜진, 현대무용가 밝넝쿨이 뭉친 프로젝트 팀 '부산물의 산물'은 다른 작품이 쓰고 남은 것, 즉 '주가 아닌 것‘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그 의미를 재해석해 낸다.

공연이 시작되면, 무대에는 다른 공연의 무대소품에서 모아놓은, 의자, 계단, 천 등이 널부러져 있다. 어두운 조명 아래, 공연이 끝난 후 무대 철수하는 작업부들의 소리가 들려온다. 미래 도시 같은 어두운 분위기 속에 싸이렌 소리, 리듬소리 비트가 반복된다. 무대 위 오브제들과 조명 속에 한참을 사운드만의 청각의 세계가 15분여로 계속된다.

갑자기 의자가 움직이더니, 노숙자처럼 보이는 넝마 입은 사람이 손전등을 비추며 계속 물건들을 조심스럽게 들여다본다. 갑자기 하늘에서 비닐이 쏟아진다. 무대 왼쪽에서 흰색 우주복을 입은 정체모를 사람 둘이 무대로 들어온다. 무대오른편에 웅크려 앉아있더니, 그들이 서서히 깡통과 나무판자를 두드리며 흥미로운 리듬소리를 낸다.

그 장단에 맞춰, 무대철수팀 세 명이 무대 위의 셋트를 철수하러 들어온다. ‘부산물의 산물’ 팀이 대학로의 각 공연장에 공연 직후 매번 들이닥쳤을 때 이들이 맞딱드렸을 상황을 눈에 펼쳐놓은 듯하다. 그것을 관찰하며 자신들의 소재인 그 공연 ‘부산물’을 모으고, 녹음했을 모습이 떠오른다. 작업인력들의 대화 속에 물건들이 정말로 하나씩 두 개씩 제법 치워진다.

▲ 공연 마지막 부분. 무대셋트에 프로젝션 맵핑으로 외곽선이 형광빛으로
반짝이며 미래와 재활용에 대한 희망적인 꿈을 제시한다. ⓒ 이수진


공연 마지막 부분에는 제법 깔끔해진 무대 위에 남은 의자, 책상 등의 구조물의 윤곽선들이 형광빛으로 프로젝션 맵핑되며 신비로운 인상을 남긴다. 남들이, 다른 공연이 두고 간, 버리고 간, 한 번 써버린 것들에, 새롭고 미래적인 이미지를 부여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하겠다는 의지를 마지막 빛의 조명에서 느낄 수 있다.

<부산물의 산물>을 기획하고 참여한 이수진 사운드 아티스트는 “대학로라는 곳 하면 가장 먼저 ‘공연’이 떠오른다”면서 “제가 근래 2-3년 동안 재활용 악기와 재활용품에 관심을 두고 작업을 해왔어요. 대학로에서도 공연을 하고 ‘남은 것들’에 초점을 맞추었죠”라고 작품의 시작배경을 설명했다. “공연 후 철수작업의 소리들, 철거되는 무대 셋트 등을 모두 모으고 녹음해 이번 작품에 ‘재활용’한 셈이죠. 쓰고 버리게 될 것들이 한데모여, 대사 없이 사운드와 분위기만으로 이끌어가는 새로운 극형식으로 제작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설 명절, 넘쳐나는 남은 음식들로 각 가정들 고생 좀 하셨을 것이다. 오죽하면 ‘명절 음식 재활용 레시피’ 공모전이 종종 열리겠는가. 그만큼 의복, 음식, 건축 내외장재, 생활용품 등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한번 사용되면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모양만 바꾸어 순환하고 돌고 돌아 얼마든지 다시 가치 있게 쓰여질 수 있다. <부산물의 산물>이라는 공연을 통해, 다시 생각해본 재활용의 의미와 소리공연의 새로운 형식, 충분히 가치 있었고, 쇼케이스에서 발전되어 기성공연으로 더욱 많은 이들이 함께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mazla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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