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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춘천마임축제, 호반의 도시 춘천엔 '몸이 있었다', 뜨거웠다!!

여행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6. 1.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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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도깨비 난장'. 격렬한 락과 힙합음악, 마임, 무용, 서커스 등이 밤시간 동안 뜨겁게 펼쳐진다.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어느덧 벌써 6월, 여름이다. 바로 어제까지 축제의 달 5월에는 주마다 각 지역 축제로 가득했다. 그 중에서도 호반의 도시 춘천에서는 그 유명한 '2013 춘천마임축제'가 잊지 않고 올해도 우리를 찾아왔다. 5월 19일 시작되어 26일을 마지막으로 시민 17만 5천여 명의 참여 아래 무사히 성황리에 폐막했다.

1989년 시작되어 올해로 25회째를 맞는 춘천마임축제는 국내 최우수축제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을 뿐 아니라 이제는 영국 런던 마임축제, 프랑스 미모스 마임축제와 함께 세계 3대 마임축제로 자리 잡았다.

2009년부터 올해 2013년까지 춘천마임축제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수가 매년 증가하는 가운데, 올해는 예산과 장소선정문제 등의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난관을 뚫고 '태초에 몸이 있었다'는 올해의 슬로건대로 작년보다 다양해진 전시형태의 작품들과 함께 피지컬, 비주얼아트, 퍼포먼스, 미디어아트, 음악 등 다채로운 장르를 경험하고 맛볼 수 있었다.

개막일인 5월 19일 춘천시 중앙로에서 펼쳐진 '아!수라장'의 물 폭탄 세례는 도심의 거리를 적시며 시원한 여름을 알려주고 있었다. 어디서 이런 물벼락을 퍼부으며 또 맞아보겠는가. 참신하고도 기발한 아이디어로 시민들, 관객들에게 즐거운 경험을 안겨주며 앞으로의 일주일간의 축제를 기대하게 하며, 마임축제는 그렇게 시작했다.

▲ 셔플코믹스 ’코메디 퍼포먼스‘. 풍선개그, 접시 던져받기 등 코믹한 진행으로 즐거움을 선사했다.

5월 24일 저녁 8시 찾은 춘천마임축제에서는 여느 축제와 마찬가지로 행사가 열리는 어린이회관과 수변공원 일대에 가까워지기 전까지는 일반적인 도시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어린이회관 건물에 도착하자마자 한밤중인데도 모여든 인파와 공연의 열기로 과연 축제의 원류라고 일컬어지는 춘천마임축제의 저력을 느낄 수 있었다.

저녁 8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어린이회관 외부무대와 수변공원에서 공연된 '도깨비난장'은 다양한 공연과 마임들로 몸이 보여줄 수 있는 여러 감각적인 예술형태를 보여주었다. 안산국제거리극축제에서도 만나볼 수 있었던 셔플코믹스의 '코메디 퍼포먼스'는 풍선으로 재미있는 캐릭터 만들기, 몸 개그, 짖궂게 상대방 약올리기, 무거운 접시를 턱으로 들기, 물건 높이 던져올려서 턱에 든 기구로 받아내기 등 다양한 볼거리와 코믹한 모습으로 관객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마린보이의 '나홀로 서커스'는 특히 어린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저글링 등 재밌고 다양한 묘기를 선보이며 즐거움을 주었다. 이외 타악퍼포먼스 '아작'은 한밤의 공기를 진동하며 신나는 리듬의 향연을 보여줬으며, 예리밴드, '캐비버의 스프레이 아트', 극단 고도의 '오늘은 아무일도 없습니다...아무일도' 등 80개 남짓한 단체의 수준 있는 공연들을 한자리에서 관람할 수 있는 것에 충분히 감개무량 하며 몸과 마음을 정화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 무세중 대동 전위극회의 '카피틸(Capiteel)'. 자본주의 폐해를 파격적 행위예술로 고발한다.


비슷한 시간대에 어린이회관 건물 내부에선 19금 작품들이 모인 '미친금요일'이 진행됐다. 작년과 다르게 금요일과 토요일 양일간 '미친금요일'과 '밤도깨비난장'을 같은시간대에 동시에 감상할 수 있게 되어 더욱 풍성한 볼거리와 입체적인 경험의 장이 되었던 이번 '춘천마임축제'는 특히 더욱 과격하고 때로는 선정적인 작품들도 접할 수 있었다.

'누가 진정 미친놈들인가. 썩은 자본주의는 미친 창녀처럼 가랑이를 벌리고 매춘을 한다....썩어서 피가 검게 되버렸다면 선혈의 생성함을 위하여 현장을 샅샅이 뒤져서라도 미친 금요일로부터 해방해야 한다. 때문에 우리는 미친 금요일 밤의 아수라장을 통과해야 한다'는 '미친 금요일'의 격문을 쓴 우리나라 1세대 전위예술가 무세중은 그의 단체 무세중 대동 전위극회와 함께 '카피틸(Capiteel)' 공연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자본주의 'Capitalism'과 장어 'eel'을 합성한 제목의 '카피틸(Capiteel)'은 자본주의와 그 폐해를 고발한 작품이다. 남녀 배우 10여명이 다소 선정적으로 옷을 입지 않고 일부는 성기노출장면도 있다. 푸른색, 붉은색 음산한 조명에 머리는 산발, 몸에는 요란한 페인팅으로 더욱 모습이 기이하고 무섭기까지 하다.

이걸 계속 봐야하나 고민하며 둘러볼 즈음 관객들은 제자리에 앉을 것이 제안되며, 이내 무세중은 사회비판적인 고함과 외침으로 우리를 질타한다. 너무 물질만능에 찌들어있다는 것이다. 그는 옆에 있던 전라의 동료멤버를 세게 회초리질하며 우리 모두를 채찍질하듯 거칠게 몰아붙인다. 보고 있는 마음이 아프고 또 무섭다. 우리가 이렇게 잘못했나. 그런 아픔을 느낄 수 있다는 면에서 그의 작품은 두말할 것 없이 성공적이다. 하지만, 역시나 꽤 과격하긴 하다.

▲ 판토마임팩토리의 '백조의 호수'. 호수오염 등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또 하나의 센세이션한 작품은 판토마임팩토리의 '백조의 호수'였다. 한 남자와 여자가 등장하여 소원과 꿈을 적으라며 관객들에게 계란과 펜을 나눠준다. 남자는 관객들이 계란에 적은 소원을 마이크로 읽고는 비닐로 만든 호수에 던져서 깨트린다. 차이코프스키의 발레 '백조의호수' 음악과 함께 백조를 상징하는 한 여자가 등장하는데 그녀는 손에 죽은 물고기를 쥐고 있다. 곧 남자가 무시무시해 보이는 방독면을 쓰고 높은 곳에 올라가 검은색 물감을 백조여자의 몸에 가득 붓자,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무서움에 벌벌 떤다.

남자가 오리털파카를 입고는 그것을 칼로 찢더니 백조에게 오리털을 마구 뿌린다. 남자와 같이 있던 다른 한 여자는 더욱 기괴하고 우스꽝스러운 삐에로 같은 탈을 쓰고 생닭을 칼로 마구 찢고 헤집는다. 점점 가학적인 모습에 공포를 느낄 즈음, 남자는 검은 물감과 깃털로 범벅이 된 백조를 커다란 비닐로 숨도 못 쉬게 꽁꽁 덮어 묶어서 끌고 무대 뒤로 사라진다. 지구상의 호수오염과 환경오염에 대한 경고를 표현했는데, 그 처참한 모습이 정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었다.

또한 이지연 작 '매춘'은 여성의 성을 상품화하는 매춘행위와 장소를 오히려 단순한 사진찍기 공간으로 표현해 심도를 낮춘 점이 인상적이었다. 홍등가 같은 방 10개정도를 재현하고, 그 안에 어여쁜 20대 초반 여성들이 자리하여 관객들과 함께 사진 찍을 수 있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요새 젊은이들에게는 예전엔 금기시 여겨졌던 '매춘'이라는 개념이 단순히 퍼포먼스처럼 공개적으로 향유될 수 있다는 점이 기발하고 놀라웠다. 소재 자체는 선정적인 개념인데 퍼포먼스는 사회악을 고발하는 앞의 두 작품 '카피틸'이나 '백조의 호수'에 비하여 오히려 전혀 선정적거나 폭력적이지 않고 가볍게 진행된 점이 신선했다.

▲ 이지연 작 ‘매춘’. 여성의 성을 상품화하는 매춘공간을 행위와 장소를
오히려 단순한 사진찍기 공간으로 표현해 심도를 낮춘 점이 인상적이었다.


같은 맥락의 작품으로 여성의 직업으로서의 매춘행위를 풍자한 김예슬 작 '키스방'이 있었다. 작가는 매춘, 키스방 전단과 명함을 모아서 그동안 자신의 취업용으로 찍었던 증명사진을 우연히 매치시켰더니 맞아떨어지는 점에 착안해 전단과 명함에 자신의 증명사진을 합성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키스방' 안 한쪽 벽에는 작가의 얼굴에 합성된 풍만한 가슴과 노출이 과한 키스방 전단이 벽면 가득 커다랗게 붙어있고, 다른쪽 벽에는 비슷한 형태의 키스방 명함과 전단의 작은 크기가 덕지덕지 도배되어 있다. 관객들은 현란한 방안모습에 신기해하고 놀라기도 하며 즐겁게 사진을 찍으며 관람한다.

'미친 금요일'에 선정적이고 쇼킹한 작품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비폐기물생산자연대의 '구구절절(보드게임카페)'과 같은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아이디어 기발한 보드게임도 있었다. 인터넷, 컴퓨터 게임이 난무하는 요즘, 간단한 숫자사이의 규칙을 따라 게임을 하다 보니 이곳의 다른 쇼킹한 작품에서 받았던 충격까지 벗어지면서, 또한 그동안 인생을 너무 복잡하게 살았구나, 이런 단순하고 재미있는 세상도 있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영상작품, 퍼포먼스, 몸짓 향연 등 다양했던 '미친금요일'과 '도깨비난장'의 2박 3일의 짜릿했던 일정이 끝나고 드디어 수변공원 불타는 동네에서 '폐막불난장'이 시작됐다. 씨어터제로&스모커즈는 '스트레스'라는 공연에서 자동차 한 대를 몰고 나오더니 격렬한 힙합사운드를 들려주며 마임축제의 마지막 밤을 뜨겁게 적셨다. 특히 그들이 몰고나온 자동차를 야구방망이로 부수고 마침내는 앞 유리까지 깨는 격렬함까지 보여주었다. 파이어밴딧(일), 만시간크루, 예술불꽃 화랑 팀이 보여준 다채로운 형태의 불쇼 퍼포먼스로 어둔 밤은 전혀 어둡지 않고 활기차게 타오르고 있었다.

▲ 김예슬 ‘키스방’. 작가얼굴에 키스방 전단을 합성해 직업으로서의 여성의 매춘을 풍자했다.


뜨거운 열기는 점점 극에 달했고, 불꽃이 수변공원 안쪽 둘레를 따라 폭포처럼 줄을 타고 흘러내리는 모습이 무척 아름다웠다. 모두 한마음이 되어 '춘천에 휘영청 마임이 떴네'라는 가사의 반복이 흥겨운 춘천마임축제 주제곡 '마임송(이남이 작곡)'을 부르며 가운데 놓인 첨성대처럼 생긴 높은 불탑을 바라보고 강강술래를 하며 7박 8일간 축제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2013 춘천마임축제'는 성황리에 끝났다. 하지만, 몇 가지 사건 사고도 있었다. 故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박정희 육영수여사 사진을 향해 손가락 욕을 해 정치적 파문을 일으킨 마임공연자 '오키드 레드(25)'에 대해 춘천시가 출연제지 공문을 사무국 측에 냈고 이에 유진규 감독은 "예술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처사"라며 강하게 반발, 축제가 끝난 이후에도 춘천CBS 시사프로그램 <포커스 937(연출 최원순, 진행 정예현)>에서 같은 감정을 드러냈다. 축제 중인 24일에는 춘천시 중앙로에서 스페인 마임공연자들이 운행 중이던 버스의 사이드미러에 매달려 시비가 붙은 해프닝도 있었다.

6월에도 축제는 가득하다. 강준혁 춘천인형극제 이사장은 25일 강원체육회관에서 열린 '춘천 마임축제 토론회'에서 "행정관과 시민들은 예술의 가치를 깨닫고 그 가치에 대한 믿음을 통해 축제를 나무 키우듯이 돌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춘천마임축제 뿐 아니라 모든 지역축제들에게 통용될 말이다. 지역축제가 각 지역을 대표하는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기까지 단지 예술가들만이 의무를 지녀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시민과 지역사회 모두가 나를 돌보듯 내 가족을 돌보듯 축제를 받아들이고 일구려고 노력할 때, 모두가 어우러질 수 있는 축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mazlae@daum.net

(공식페이스북) http://facebook.com/news.ew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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