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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리뷰] 음악동인명 제8회 작품발표회, 국악기와 서양악기로 그린 인간과 자연의 근원

▲  오세일 작곡가가 자신의 작품 '아가(雅歌)' 리허설을 진행하고 있다.  ⓒ 음악동인명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음악동인명 제8회 작품발표회>가 지난 19일 오후 다섯 시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열렸다.

'음악동인명'은 고 장정익 서울대 음대 작곡과 교수의 제자들을 중심으로 모인 작곡동인이다. 이 날 서로 다른 여덟 작품들에서 음악주제의 확고함과 엷은 톤의 음향이 동양적 선의 세계를 추구하는 것 같았다.

첫 곡 김은영의 <먹빛 풍경 소리>는 운치있는 강산이 눈앞에 그려지는 작품이었다. 박대성 화백의 그림 <한라산> 속 새가 느꼈을 풍경을 표현했다. 국악기 거문고(문숙)와 서양악기 더블 베이스(조정민)가 비슷한 음역대를 사용해서 이질적이지 않았고, 새가 점잖게 걷고 푸드덕거리는 모습이 가야금의 뜯는 주법과 트레몰로에서 들리고, 퀭하게 지글거리는 베이스의 지속음에서는 폭포의 물줄기가 느껴진다.

두 번째 김정옥의 <낮과 밤>은 낮과 밤의 대비와 순환을 그렸다. 베이스 트럼본(김민성)의 차분하고 묵직한 음색과 테너 트럼본(장대섭)의 기상나팔 같은 울림이 대비를 이뤘다. 트럼펫이 낮, 트럼본이 밤일수도 있고, 해가 지면 달이 뜨는 서로의 상보적 관계를 느낄 수 있었다. 
 

▲ 공연직후 얼른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연주자와 친구. 왼쪽부터 선민수의 친구, 선민수(비브라폰), 윤은자(거문고), 비올라(임혜진), 대금(이헌준). ⓒ 박순영


진희연의 <위로>는 전이수의 그림 <위로3>에서 영감을 받았다. 작은 사람이 기대어 있는 것은 하얀 강아지인데, 그 눈길이 작은 사람을 측은하게 바라본다. 처음에는 지속음이 저음과 고음을 오가다가 약간의 글리산도로 천천히 노래하며 위로를 전한다. 중간부는 끝없는 하행 글리산도가 전해지는데 격렬한 내면의 울부짖음 같다. 그 후에 잔잔한 위로가 온다. 팜플렛 설명 속 강아지의 측은한 눈길이 느껴진다.

오세일의 <아가(雅歌)>는 남녀 간의 사랑을 노래한 구약성서 '아가서'를 내용을 표현했다. 첫 가야금 화음이 단아한 분위기를 내며 그 위에서 거문고는 술대로 뜯으며 너른 춤사위로 공간을 가른다. 두 악기가 남녀라면 이들의 대화는 각자의 영역에서 서로를 침범하지 않으며 조금씩 간격을 좁힌다. 격렬해진 움직임은 사랑의 합에 도달함을 뜻할까. 다시 안정적이 되며 간헐적 음의 사유가 인상적이다.

조영미의 <만석중놀이>는 대금 바람소리의 공허함과 비브라폰의 영롱함이 잘 어울렸다. 만석중놀이는 고려시대 민중들이 즐겼던 그림자극인데, 조영미의 음악에서 '그림자'라는 가려진 이면의 표출과 소망이 악기 음색과 운동으로 잘 드러났다. 비브라폰(선민수)의 몽환적인 울림이 만들어내는 화음과 빠른 아르페지오, 그리고 대금(이현준)의 세찬 바람소리와 길게 뻗는 선율에서 불교의식, 나무인형 만석중과 십장생 등이 눈 앞의 그림처럼 그려진다.

이규동의 <이 신사는 오로지 글자로만 이루어져 있다.>는 독일의 작가 미하엘 엔데의 소설 '거울 속의 거울'중 16번째 단편의 남녀간 대화를 표현했다. 그래서 첫부분에서 트럼본(장대섭)의 느리고 대범한 선율 사이에 플루트(양미현)가 빠르게 재잘거리고, 트럼본은 뮤트를 바꿔끼며 음색도 달리한다. 네 번째 부분 시작 전에 바람소리로 트럼본이 "야!"하니 플루트가 "왜?"하고 대답하는 것 같은 부분도 마음에 들었다. 음악이 전위적인 형태이고 음표는 간헐적인데, 그 의도와 짜임새는 무척 치밀했다.

신지수의 < ...Except Atoms and the Void >는 "원자와 허공 외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루크레티우스의 주장에서 착상했다. 비올라(임혜진)의 하모닉스와 술 폰티첼로, 선적인 움직임과 고음에서 하행하는 글리산도를 듣자니, 원자 내 에너지 준위의 이동이나 허공처럼 들린다. 그 사이 거문고(윤은자)는 뜯는 음이나 트레몰로로 원자를 표현하는 듯 했다. 두 악기가 같은 리듬을 연주할 때는 강한 음색 속에 자유로움이 들렸다. 
 

▲ 음악동인명 작곡가. 조영미 김은영 김정은 진희연 오세일 이규동 신지수.&amp;nbsp; &amp;nbsp;ⓒ 박순영


마지막 장정익의 <사랑하는 이의 잠에 부쳐>는 학회로 비유하자면 이 날 음악회의 기조연설처럼 정제된 음의 사용이 가진 파워가 있었다. 조윤호의 '사랑하는 이의 잠'에 의한 작품으로, 나른한 비브라폰(선민수)의 울림에 정가가 높은 음으로 시를 의지적으로 낭송했다. 정가(이윤진)의 긴 선율을 다른 악기가 따라가며 받춰주다가 점점 대꾸하며 클라리넷(김길우)과 플루트(양미현)도 텅잉과 꾸밈음이 변화해 각자의 선율로 전체 분위기가 형성되는 모노포니에서 폴리포니로 귀결된다.

음악동인명의 제8회 작품발표회는 국악기와 서양악기가 조화되어 운치있는 동양적 선의 세계를 그리면서 그 속 인간사 속내를 표현하고 있었다. 다양한 창작음악회가 있지만 한 작곡가의 제자로서 스승의 작곡세계를 이어받고 그 틀을 유지하고 또 탈피하며 새로운 음악관을 만들어가는 음악동인명의 존재이유를 알 수 있는 귀중한 연말 한밤 보름달의 음악회였다. 

mazla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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