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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국립극장 레파토리 시즌, 국립합창단 '한국의 사계-추억의 한국가곡'

클래식

by 이화미디어 2022. 10. 18.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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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합창단 '추억의 한국가곡-한국의 사계' 공연에서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 소프라노 박미자, 단장 윤의중이 무대인사를 하고 있다.  ⓒ 박순영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에야~ 데야~!!"

가곡 '뱃노래'가 저렇게 우렁차고 꽉찬 음압으로 가슴을 파고들 수 있을까.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의 목소리로 울려퍼진 우리 가곡 <뱃노래>는 그 목소리가 기억되며 출렁이는 물결과 힘차게 노를 젓는 신명이 함께 절로 났다.

국립극장 레파토리 시즌으로 기획된 <한국의 사계-추억의 한국가곡>은 국립합창단 전임작곡가 안효영 한아름의 작편곡과 역대 전임작곡가인 조혜영, 우효원, 오병희 그리고 조성원, 나실인, 이지수의 다채로운 편곡으로 아름다운 한국의 사계를 그리고 있었다.

서곡으로 한아름 작곡의 '한국가곡연곡'은 흡사 할리우드 영화의 한스 짐머 음악처럼 박진감과 화려함 속에 '청산에 살리라', '진도 아리랑' 등 우리 가곡과 민요의 정서를 녹여내어 공연 시작에 힘을 주었다. 또한 사회자로 국립합창단 출신의 김현수가 무반주로 노래 한 대목을 부르고 중간중간 맛깔스러운 멘트로 음악회 분위기를 편안하게 이끌었다.

'봄' 섹션의 첫곡으로 '무언으로 오는 봄'(조혜영 곡, 한아름 편곡)은 합창 음악다운 아름답고 예쁜 곡과 연주로 그 노랫말처럼 이 순서와 이날의 모든 음악에 대해서 '뭐라고 말을 한다는 것은' 참 쑥스럽다. 마지막 가사 '이 엄청난 비밀을 곰곰이 느껴보게나'의 심정으로 합창음악의 비밀을 곰곰이 느껴만 보고싶지 또 이 글을 써야 한다니.

그런데 그 합창의 매력 또한 음에 '말'을 실어 전달하는 것 아니겠나. '늴리리야'(안효영 편곡)는 굿거리 장단과 가야금의 소리를 흉내낸 여성 성부의 노래가 경쾌함을 주고 알토 최윤정의 굵직한 솔로가 포인트가 되며 우리민요를 훌륭한 합창곡으로 만들어주었다.
 

▲&nbsp; 해방이후부터 80년대 중반까지 한국가곡은 가요와 더불어 우리정서의 짙고 푸름을 낱낱이 표현할 수 있는 장르였다. 지금은 추억이 되어버린 그 가곡을 국립합창단에서 사계절로 묶어 펼쳐보였다. &nbsp; ⓒ 국립합창단

 
'청산에 살리라'(한아름 편곡)는 남성 합창이 '나는 수풀 우거진~' 하며 시작하고 여성합창과 합쳐져 서곡에서도 보인 바, 박력과 웅장미가 가득하게 곡의 느낌을 살렸다. '강 건너 봄이 오듯'에서 소프라노 박미자 교수의 부드러운 음색과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의 우렁찬 목소리가 벅찬 희망의 봄을 전해주었다.

'여름' 섹션의 첫 곡 '하우(여름비, 조성원 곡)'는 영화음악 같은 유려한 편곡과 여성, 남성 합창의 주고 받음으로 지쳐있는 마음에 여름비가 내려 위로를 준다는 가사가 잘 느껴졌다. 혼성합창과 베이스 유지훈, 테너 지재엽의 솔로로 가곡 '명태'(우효원 한아름 편곡)를 역동적으로 표현했으며, '바다로 가자'(우효원 곡)는 8.15 광복의 벅찬 기쁨을 표현한 김영랑의 시를 합창단과 함께 소프라노 정경임, 알토 김옥선, 테너 김영욱, 바리톤 나한유가 우렁차게 노래해주었다.

'가을' 섹션의 첫 곡 '뱃노래'에서는 가수에 따라 노래가 이렇게 특별해지는구나를 다시금 확인한 순간이었다. 독일 오페라 전문가수인 사무엘 윤은 우리말도 정확한 어조와 느낌을 주었는데, 그 짧은 '뱃노래' 3분 채 안 되는 동안, 흥겨움과 일렁이는 물결 속에 숨겨져 있는 알지 못할 슬픔과 울분까지 다 느껴지는 넓고 깊은 저음의 매력을 한껏 선사하여 관객이 감동의 큰 박수를 보냈다.

이어 <그리운 금강산>(이지수 편곡)은 성악을 부각시키는 저음과 관악기의 포인트로 합창의 시원함을 주었다. '지란지교를 꿈꾸며'(안효영 곡, 편곡)는 시작과 끝, 간주의 하모니카(김여진) 소리가 무척 예쁘고 애수 어린 곡의 특징을 잡으며, 바리톤 함신규와 합창이 차분하고 진심어린 가사담음으로 우정을 꿈꾸는 벅차오르는 마음을 선사했다.

'겨울' 섹션 첫곡 '동심초'(나실인 편곡)에서는 클라리넷의 애수어린 전주가 분위기를 적시며 소프라노 박미자 교수가 과연 교수님다운 아름답고 고운 목소리와 멀리 쳐다보는 시선처리까지 아득한 분위기에 고음인데도 어려움이나 높다는 느낌보다는 맑디 맑다는 느낌을 주며 겨울을 기대하게 하였다. '눈'(우효원 편곡)은 아카펠라로 김효근 곡에서의 하얀 겨울눈이 따스하고 포근하게 잘 표현되며 성악앙상블의 매력을 어필하였다.

'겨울동요 메들리'는 빨간색 옷을 입은 서울시소년소녀합창단(단장 박종원)이 등장자체부터 관객의 탄성을 자아냈다. 어린이들이 무대에서 웃는 모습과 낭랑한 목소리로 파란마음, 창 밖을 보라, 종소리 등을 선사하니, 경쾌한 편곡과 클림오케스트라, 국립합창단의 밝고 힘찬 연주와 함께 이 가을 10월에 벌써부터 따뜻하고 포근한 겨울을 맞이한 것 같았다.

 

▲ 공연 때 소년소녀합창단의 어여쁜 모습사진을 못찍었기에 로비에서의 모습을 남겨본다.&nbsp; ⓒ 박순영

 
해방 이후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한국가곡은 가요와 더불어 우리 정서의 짙고 푸름을 낱낱이 표현할 수 있는 장르였다. 지금은 추억이 되어버린 그 가곡을 국립합창단에서 사계절로 묶어 펼쳐보였다. 레트로 열풍으로 작년부터 클래식계에도 가곡열풍이 불고 있다. 지금은 기획공연으로 추억하는 앨범 같은 일이 되었지만 그 앨범 만드는 일도 전속작곡가, 전임작곡가 제도가 있는 국립합창단이 하니 의미가 남달랐다. 나라의 합창단, 오케스트라, 음악단체가 해야 할 일, 본보기가 되는 일이다. 

mazlae@hanmail.net

 

(공식페이스북) http://facebook.com/news.ew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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