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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에머슨 스트링 콰르텟 Last Dance! Last Concert!

클래식

by 이화미디어 2023. 5. 30.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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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 예술의전당 '에머슨 스트링 콰르텟 - Last Dance' 공연모습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40여년간 세계 최고의 현악 사중주단으로서 정상의 자리를 지켜온 실내악 그룹 에머슨 사중주단이 한국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지난 5월 25일부터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의전당을 시작으로 대전, 서울, 부천, 통영까지 한국관객에게 고별무대를 선사했다. 수도권 관객들에게는 서울 예술의 전당과 새로 개관한 부천아트센터에서 27일과 28일 양일간 에머슨의 고음악부터 낭만음악까지를 연달아 볼 수 있었던 감격의 시간이 되었고, 서울, 부천 양쪽 관객들의 기립박수가 이를 증명했다. 

 

27일 서울 예술의 전당 공연인 <에머슨 스트링 콰르텟 - Last Dance>에서는 헨리 퍼셀, 모차르트, 베토벤의 작품을 선보였다. 첫 곡 퍼셀의 샤콘느부터 현악기는 왠지 은발의 신사가 연주해야 하는 법칙이라도 있는 것처럼 1976년 창단이래 47년의 세월과 열정이 청아하고 진중한 음색으로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하이든의 현악 4중주 G장조 Op.33 No.5는 현악사중주의 아버지 하이든의 위트와 너그러운 품을 느끼게 해주었다. 궁정에 속해 악단을 위한 음악을 작곡한 하이든이기에 만들 수 있었던 다양한 리듬과 선율이 에머슨의 것이 되어있었다. 이어 모차르트의 현악 4중주 D단조 K.421은 그의 D단조 피아노협주곡에서도 느껴지는 특유의 긴장감과 투지가 느껴지는 연주였다. 또한 두 주자의 화음은 단순한 겹침이 아니라 잘 섞인 하나의 화학반응으로 느껴졌다. 


후반부 베토벤 현악 4중주 E단조 일명 '라주모프스키'에서는 필립 세처가 1바이올린을 맡아 풍성한 색채를 선보였다. 전반부의 고음악과 고전시대 음악보다 더욱 표현성이 짙은 작품이기에 선율의 주고받음과 일치된 움직이 치밀하게 번갈아 베토벤의 정신을 선사해주었다. 드보르작 'Cyprus', 멘델스존, 바하 코랄 중 '내가 이제 주의 보좌 앞으로 나아갑니다' 이렇게 세 곡의 앵콜로 본 프로그램에 더해 낭만음악까지를 선보였으며 특히 마지막 바하는 다시금 음악의 중심을 알려주며 심금을 울렸다. 

 

부천아트센터에서 공연후 인사중인 에머슨 콰르텟.

28일 <에머슨 스트링 콰르텟 - Last Concert> 공연은 새로 개관하며 음향이 잘 설계된 부천아트센터의 특성과 맞물려 앙상블이 한결 더 생생히 들렸다. 콘서트홀 천장의 음향반사판을 조금 더 낮추는 방식으로 객석 멀리까지 소리전달이 잘 되기에 이날의 멘델스존, 브람스, 드보르작의 낭만음악이 더욱 화려하게 펼쳐졌다.

 

전날인 27일 공연 앙코르 두번째 곡으로 멘델스존 2악장을 선사했기에 28일 첫 순서인 멘델스존 현악사중주 1번 Eb장조 Op.12는 더욱 친숙했다. 첼로가 펼치는 안정된 온음표 위에서 1바이올린 2바이올린이 함께 빠른 16분음표를 조잘조잘 화음으로 내는 모습이 경이로웠다.

 

이어서 브람스 현악사중주 3번 Bb장조 Op.67는 1악장의 셋잇단음표 활력있는 주제와 1바이올린의 빠른 상하행 아르페지오가 속도감을 주며 같은 사중주인데도 이렇게 다르구나를 느끼게 해주었다. 3악장에서 비올라, 첼로의 역할이 커지며 차분함이 돋보이고 4악장에서 다시 1악장 주제를 회상하며 힘차게 마무리했다.

 

후반부 드보르작 현악사중주 Ab장조 Op.105번은 현악사중주 세계로의 또다른 탐험이었다. 1악장에서는 드보르작 특유의 화성변화가 1악장부터 반음계로 진행되며 네 명이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느낌이 들었다. 점음표의 화려한 화음과 방향성을 가진 장식적인 선율의 펼침, 이것이 2악장이 느리지 않고 Vivace로 빠른 악장이 되고 보통의 미뉴에트 3악장이 오히려 느린 악장이 되어 마치 에머슨의 과거를 회상하듯 풀어내었다. 4악장의 박진감 넘치는 주제는 어쩌면 이들 에머슨 콰르텟의 젊은 날이자 제2, 제3의 에머슨 콰르텟을 예상하는 움직임이 아니었을까 싶다. 

 

에머슨 콰르텟 네 명 현악기 음향만으로 파이프 오르간처럼 한 몸체를 느낄 수 있었다. 파트간 선율 주고받음이 한 악기 같았으며, 현악기끼리 일치된 활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어떤 대단한 신의 계시처럼 보였다. 그들의 고별무대를 함께하며 음악을 생각할 수 있었음에 감개무량한 5월 마지막주 연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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