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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 노래에 실린 알프스 산맥의 자유로움과 가족애

뮤지컬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1. 14.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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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폰 트랍 대령의 일곱 아이들이 천둥이 치던 날, 마리아의 방에
모두 들어와 무서움을 피하며 북적거린다. ⓒ 극단 현대극장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이 유니버설 아트센터에서 1월 4일부터 2월 5일까지 공연중이다.

<사운드 오브 뮤직>하면 알프스 산맥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주옥같은 멜로디와 가족애, 조국에 대한 사랑이 그려진 영화로 기억된다. 모든 멜로디마다 개성 넘치고 아름다워, 극의 상황을 노래로 잘 전달한 쥴리 앤드류스 주연의 그 영화. 국내 뮤지컬로는 1981년 극단 현대극장에서 윤복희, 유인촌이 초연해 큰 인상을 남긴 이래 수차례의 공연을 거쳐, 2006년에는 신시 뮤지컬 컴퍼니가 공연한 이후 이번에 극단 현대극장이 정식 라이선스로 다시 선보인다.

이번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은 원작 영화의 감동을 그대로 살렸으며 초연 뮤지컬 버전 이래의 틀을 잘 보존하여 옛 뮤지컬을 기억하는 관객에게는 풋풋한 향수를 전해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요사이 화려한 뮤지컬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다소 단순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고전이 왜 고전이겠는가. 동서고금의 진리를 담고 있고 담백하지만 깊은 맛, 멋부리지 않아도 느껴지는 기품과 여운으로 남는 따뜻함이 역시 <사운드 오브 뮤직>은 참 좋은 작품이라는 것을 느끼게 한다.

▲ 폰 트랍 대령 가족은 나치 독재를 피해 합창대회 직후 망명길에 오른다. 수녀들이 부르는
"Climb Every Mountain"이 대자연과 주님 사랑의 위대함을 느끼게 한다. ⓒ 극단 현대극장

1부는 수녀원 장면에서 시작해 주인공 마리아가 폰 트랍 대령가에 가정교사로 파견되어 아이들과 친해지고 결국 대령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깨닫는 장면까지이다.

단순하고 심플한 무대 배경은 요즘 유행하는 영상, 다채로운 조명, 회전식 입체 무대와는 거리가 멀다. 무대 뒤 그림으로 보이는 배경은 알프스 산을 표현했지만, 원작 영화에서 느껴지던 싱그러움과 풍성함, 자유와는 다르다.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배우를 위한 조명이 중요하기에 푸르고 초록이 가득해야 할 알프스 산맥은 갖가지 색의 조명에 묻힌다.

그렇지만 역시 뮤지컬을 드러내는 것은 음악의 힘이다. 1부 시작에 수녀들이 부르는 '전주곡'의 성스러움에 감동해 뭉클해진다. 주인공 마리아 수녀는 모든 수녀를 걱정시키며 외출후 귀가시간이 되었는 데도 밤늦도록 돌아오지 않고 있다. 말괄량이에 노래 부르기 좋아하는 그녀는 수녀원 뒷산에서 밤새도록 노래 부르고 있는데, 그 시원하고 상쾌한 목소리에 관객의 입가에는 어느새 미소가 번진다.

마리아가 산록에서 부르는 'Sound of Music', 마리아와 원장수녀가 부르는 'My Favorite Things', 폰 트랍 대령집에 가정교사로 간 마리아가 아이들에게 처음 가르쳐주는 노래 'Do-Re-Mi', 대령의 첫째 딸 리즐과 남자친구 랄프가 부르는 'Sixteen Going on Seventeen',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기 전 부르는 'So Long, Farewell', 1부 마지막에 폰 트랍 대령을 사랑하게 되어 갈등하는 마리아에게 두려워하지 말라며 원장수녀가 부르는 'Climb Every Mountain' 등 주옥같은 멜로디들이 정감있고 재미있는 이야기구조를 다채롭게 표현해 준다.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과 마찬가지로 각 뮤직 넘버 자체가 하나의 독립된 레파토리로 유명하다. 더 나아가, 극의 흐름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로 자연스럽게 배치된다.

▲ 폰 트랍 가족은 나치 지배하의 갈등상황 속에서 합창대회에 출전한다.
대령이 통기타 반주로 부른 '에델바이스'가 부드럽게 귓가에 맴돈다. ⓒ 극단 현대극장


2부는 마리아가 폰 트랍 대령과 결혼하고, 가족이 합창 경연대회에 나가 우승하게 되지만 나치 독일의 지배에 갈등하던 대령이 마리아와 가족들과 함께 오스트리아를 떠나 망명하는 장면까지이다. 1부 만큼 뮤지컬 넘버가 많거나 모두 인기 있지는 않지만, 경쾌한 음악 안에서 보이지 않는 갈등구조가 긴박하게 스며있는 점이 2부의 대단한 점이다.

음악 대회에 나가지 않겠다던 대령이 결단을 내리고 가족들은 대회에 나가 1등을 하게 되지만, 대회 시상식 직전에 가족은 나치의 눈을 피해 망명길에 오른다. 마리아가 예전에 있었던 수녀원에서 나치의 감시를 피하고 있을 때 수녀들이 부르는 "Climb Every Mountain"에서는 알프스 대자연의 위대한 힘과 신앙심, 가족애가 다시금 강조되며 극은 마무리된다.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은 이렇듯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전형적인 고전의 감동을 안겨준다. 여기에는 배우들의 열연과 인기도 한몫했다. 우선적으로는 대령의 아이들 역의 배우들이 잘해준 것은 물론이다.

주인공 마리아 역에 '나는 가수다2'에서 "한국의 머라이어캐리", "가요계의 뉴디바" 등으로 호평을 받은 가수 소향, tvN <오페라스타>의 우승자이자요사이 인기를 끌고 있는 케이블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자신의 노래 '시작'이 주제곡으로 다시 리메이크 된 가수 박기영, TV드라마와 뮤지컬을 종횡무진하며 훈남 외모와 편안한 스타일로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 배우 이필모, 푸근한 외모에 똑부러진 입담과 연기가 일품인 배우 양희경 등의 출연으로 시작 전부터 작품에 대한 기대가 컸다.

▲ 대령의 친구 막스 데트바일러 역의 조승연(왼쪽)과 대령의 약혼녀이지만 쿨하게 그를 포기하는
엘자 쉬래더 역의 김빈우(오른쪽)의 연기도 눈길을 끌었다. ⓒ 극단 현대극장

1월 9일 공연에서의 주인공 최윤영과 김형묵은 주인공 캐스팅 중 가장 원작 영화의 주인공과 외모적으로나 목소리, 연기 스타일 면에서 닮은 듯 했다. 마리아 역의 최윤영은 맑고 경쾌한 창법에 해맑은 표정의 마리아를 잘 표현했다. 김형묵 역시 엄한 카리스마 속의 온화함과 부드러움을 가진 폰 트랍 대령 역을 잘 소화했다. 양희경은 여러 뮤지컬에서 수녀 역으로 다져진 자신의 트레이드마크 원장수녀 역으로 풍성한 성량과 중후한 연기적 매력을 선보였다.

폰 트랍 대령의 친구이자 대령 가족이 합창대회에 출전하도록 이끈 막스 데트바일러역의 조승연은 유쾌한 매너와 연기로 감초역할을 훌륭히 보여줬다. 또 한 명의 중요한 조연으로, 대령의 약혼녀인 엘자 쉬래더 역의 김빈우는 첫 뮤지컬이지만, '쿨'하고 도도한 차도녀 스타일의 귀부인 역할을 잘 선보여서 눈길을 끌었다.

한편, 번역 뮤지컬의 경우 제일 중요한 것이 바로 번안 가사의 문제이다. 유명한 원작노래의 가사를 우리말로 번안해 부를 때, 보통은 원어 발음에서 오는 느낌과 의미의 뉘앙스가 많이 달라지기 때문에 번안해 부르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그렇다고 모든 외국노래를 원어대로만 들을 수는 없다. 아동극이나 우리말로 대중들에게 널리 알릴 필요가 있을 경우는 얼마든지 번안해서 부를 수가 있는 것이다.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의 경우 원작의 가사 의미가 잘 전달되면서 뮤지컬 형식에 맞게 번안이 잘 되었다. 또한 요즈음 가수들은 성악가들보다 오히려 우리말 발음과 발성에 대해서는 더 정확하고 명확하게 노래를 잘 한다. 따라서 잘 된 뮤지컬의 경우 노래듣는 묘미가 상당히 좋은데, 이번 뮤지컬 역시 그러한 점에서 번안가사의 어색함 없이 아주 즐거웠다.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은 2월 5일까지 유니버설 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mazlae@daum.net

(공식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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