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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빈소년합창단과 한국인 여성 지휘자가 만났다

클래식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1. 24.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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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대 작곡가들이 거쳐간 '빈 소년 합창단'. 순수한 소년들의 맑은 음색이 일품이다. ⓒ 크레디아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빈소년합창단이 <빈소년합창단 내한공연>으로 국내 투어공연 중이다.

연 300회의 공연을 하고 전 세계 클래식 공연의 신호탄 격인 빈 신년음악회에 매해 출연하는 등 여느 성인 음악가들보다 더 인기 있고 바쁘게 활동하는 빈소년합창단은, 지난 520여 년간 베토벤, 슈베르트, 하이든, 모차르트 등 유럽의 작곡가들이 단원으로, 지휘자로, 작곡가로 참여한 유서 깊은 단체다.

100명 가량의 단원이 안톤 부르크너, 요제프 하이든,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프란츠 슈베르트라는 4개 단체로 나누어 공연하며 전 세계에 천상의 소리로 감화를 시킨다. 이번 공연은 특히 2012년 빈소년합창단 최초의 여성 지휘자이자 동양인으로서 처음으로 발탁된 김보미 지휘자와 함께 그녀가 맡고 있는 모차르트 팀이 내한해 큰 기대를 모았다.

소년들의 미성에 빠져들다

1월 17일 경기도 구리 구리아트홀, 19일과 20일에는 서울 예술의전당 공연을 마치고, 21일 경기도 고양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공연한 빈소년합창단은 그야말로 맑은 순수의 향연을 들려주었다. 1부는 유럽 성가곡, 세계 각국의 민요들에 아리랑까지, 2부는 오스트리아 빈의 정통왈츠와 앵콜은 우리나라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뽀로로’ 주제곡까지 경건함과 경쾌함을 넘나들며 공연 두 시간 동안 지루할 틈 없이 소년들의 미성의 세계로 빠져들도록 만들었다.

이날 공연의 첫 곡 프랑수아 쿠프랭의 <기뻐하라>중 3성부 모테트에서는 사실 20명 소년들의 가운데에 뒤돌아 앉아 피아노 반주하며 지휘하는 모습이 여느 어린 학생들의 학예회 정도의 모습으로만 보였다. 워낙 중세곡이라 쉽게 와 닿지 않는 고상한 선율선에 부드럽기만 해서 약해보이기까지 하는 소년들의 모습과 음성이 명성이 높다더니 별 거 아니구나하는 생각까지 들게 했다.

하지만 다음 곡 미하엘 하이든의 <우리의 영혼>과 특히 요제프 하이든의 <터무니없고 헛된 걱정들>에서부터 그런 잠깐의 얕보는 마음은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후 대부분의 작품들이 소년들의 서로 조화되고 공명된 음색 위에서 독창, 이중창, 삼중창의 협연 식으로 연주되었는데, 협연하는 소년들의 뛰어난 기량과 그러면서도 잃지 않는 소년으로서의 순수함에 매료되었다.

하이든 작품에서는 전형적인 바로크 음악에서 보여주는 질풍노도(독어:Strum und Drang)가 느껴졌다. 다음 안토니오 칼다라의 <나는 생명의 빵이로다>, 요한 요제프 푹스의 <성모 마리아 찬송가 K.257>,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무한한 우주의 창조주를 경배하는 그대, 칸타타 K. 619>까지 평소 듣기 힘든 유럽 성가곡들을 노래하는 소년들의 표정이나 호흡선, 들썩이는 어깨 등에서 깊은 열정과 순수함이 느껴졌다.

▲ 1월 내한공연에는 빈 소년 합창단의 네 개 팀 중 '모차르트'팀이 김보미 지휘자와 내한했다.
ⓒ 크레디아

소년 합창단의 투어는 계속된다

1부의 두 번째로는 각국의 민요메들리였는데, 전통 민요이면서도 대중에게 익숙한 선율이라 친근감이 있어 좋았다. 여러 나라 전통의상의 특색을 추상적으로 압축해 표현한 듯한 붉은색에 남색 띠무늬가 둘러진 긴 상의를 지휘자와 단원들이 맞춰 입고 나와 눈부터 산뜻했다. 각 민요 시작 전에 각 나라 출신의 소년들이 서툴지만 한국어로 곡의 제목을 소개하는 것에서 한국관객을 위한 배려와 소년들의 순수함이 엿보였다.

오스트리아 북부지방의 <마부의 노래>에 이어 아일랜드 민요인 <대니보이>는 우수에 찬 아카펠라가 일품이었고, 페루의 민속무용음악 <철새는 날아가고>는 전통 북 반주에 애수에 찬 부점 리듬이 좋았다. 불가리아의 트라키아 민요 <사랑가>는 합창과 네 명 중창자들과의 조화가 좋았고, 미국민요 <섀넌도어>는 알토파트의 소년이 색소폰으로 차분히 반주해 느낌을 살렸다.

인도민요 <가네사에게 승리가 있기를>은 두 개의 전통 북으로 신나는 리듬반주가 인상적이었으며, 남아프리카민요 <광부의 노래 호야 호>는 TV광고로 우리에게 익숙한 선율이었는데, 경쾌한 선율과 리듬, 중간 중간 ‘우가차카 우가’라는 외침과 박수반주가 흥겨움을 더해줬다.

1부의 마지막 곡은 독일-한국 민요였는데, 특히 한국 어린이가 또렷한 목소리로 속사포같이 곡 제목을 소개하자, 앞선 외국 소년들의 어색한 발음을 듣다가 명료한 발음을 들으니 후련함과 함께 한국 사람이 한국말 잘하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도 “그놈 우리말 참 말 잘하네~”하는 즐거움까지 느껴졌다. 하인리히 베르너의 독일가곡을 한국작곡가 이영조가 편곡해 재구성한 <아리랑 고개 위의 들장미>는 독일 정통 가곡의 진지함 속에 우리민요 아리랑의 한의 정서가 녹아나는 잔잔한 편곡이 인상적이며 좋았다. 

1부의 구성만해도 다채로운데 2부가 되자 그들의 본거지인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왈츠 네 곡과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음악으로 더욱 화려하면서도 기교적이고 대중적인 작품들로 구성해 이들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었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트리치 트라치 폴카 Op.214>는 경쾌한 리듬과 힘 있는 피아노 반주의 폴카에 가사가 더해져 흥미롭고 시원한 음악을 선사해주었다. 이어서 <황제 왈츠 Op.437>은 단원 중 한명이 바이올린으로 가냘픈 고음선율을 함께해 부드러운 중음역대의 소년들의 합창과 대비되며 왈츠의 경쾌함을 더해주었다.

▲ 동양인 최초, 여성 최초로 빈 소년 합창단 지휘자가 된 김보미 지휘자. 카리스마와 열정으로
소년들에게서 맑고 순수의 영혼을 이끌어 내며 훌륭한 음악회를 선사했다. ⓒ 크레디아

리처드로저스의 <사운드 오브 뮤직> 음악 중에서 첫 번째로 <사운드 오브 뮤직>은 산 능선을 타고 오는 것 같은 장대함과 순수함이 느껴졌다. 이어서 <도레미 송>을 부를 때 지휘자 김보미의 노련한 목소리는 줄리 앤드루스의 부드러운 목소리와는 다른 또 다른 매력을 선사했다. <산 위에 올라가서>는 장대함이 피아노 반주와 소년들의 목소리 속에서 느껴졌으며, <에델바이스>는 감미로웠다. 이어진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왈츠, Op.314>은 우리에게 익숙한 선율에 가사까지 붙여지니 더욱 친근하고 도나우 강의 푸르름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마지막 곡 <헝가리 만세 폴카 Op. 332>의 경쾌함과 뽀로로 주제곡을 포함한 세 곡의 앵콜곡까지 소년들의 순수함과 그들의 능력을 잘 구성한 프로그램으로 여느 곳에서 볼 수 없는 귀중하고 값진 공연 한편을 보게 해주었다.

요사이 우리나라 TV예능 프로 등에서 어린이들의 재능 경연대회가 많은데, 저 어린 소년들을 끌고 세계 각국을 다니며 돈벌이를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잠시 했으나,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어린 소년들에게도 세계 각국을 일찍이 체험하고 견문을 넓히며 음악의 힘을 어릴 적부터 알고 평생을 살아가게 하는 값진 경험이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는 이들에게는 소년들의 앙상블을 통해 다시금 음악의 순수함과 전 세계의 하나됨을 느끼게 해주고 말이다.  

<빈소년합창단 내한공연>은 1월 24일 김해 김해문화의전당 마루홀, 25일 여수 예울마루에서도 계속된다.

 

mazla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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