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 바우쉬 부퍼탈 탄츠테아터. 인간과 삶, 사랑에 자유로운 춤으로 표현하는
피나바우쉬의 철학이 잘 나타나 있다. ⓒ LG아트센터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전 세계 춤의 전설 ‘피나 바우쉬 부퍼탈 탄츠테아터’가 <Full Moon(보름달)>로 4년 만에 LG아트센터에서 3월 28일부터 4월 1일까지 공연했다.
독일 북부의 작은 도시 졸링겐(Solingen) 출신의 피나 바우쉬(1940-2009)는 ‘탄츠테아터(Tanztheater)‘ 장르를 확립시키며 20세기 현대무용에 새로운 획을 그었다. 독일 에센 지방의 폴크방 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미국 줄리어드 스쿨에서 유학 후, 1973년 독일 부퍼탈 시립공연장 발레단의 예술감독 겸 안무가로 취임 직후 무용단 이름을 ’부퍼탈 탄츠테아터‘로 개명하면서 인간을 주제로 한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작품을 만들어냈다.
한국에는 1979년 세종문화회관에서 <봄의 제전>을 공연한 이후 LG아트센터에서 2000년 <카네이션(Nelken)>, 2003년 <마주르카 포고(Masurca Fogo)>, 2005년 <러프 컷(Rough Cut)>, 2008년 <네페스(숨, Nefes)>, 2010년 <카페 뮐러(Cafe Muller)/봄의 제전(Das Fruhlingsopfer)>등의 작품으로 공연 때마다 관객들의 열렬한 반응을 이끌어 내었다.
특히 2004년에는 한국을 소재로 LG아트센터와 공동 제작한 작품 <러프 컷(Rough Cut)> 작업을 위해 단원들과 15일정도 한국에 머무르며 우리 정서와 문화를 작품에 잘 담아내며 관객들과도 더욱 친숙해졌다.
지난 2012년 빔 벤더스(69)의 3D 영화 <피나>를 통해 국내에 더욱 피나 바우쉬의 인기는 더해졌다. 영화 <피나>는 피나 바우쉬 무용단 단원들 각각이 피나와의 작업을 회상하며 나래이션하고 그녀의 작품들을 설명해 피나 바우쉬와 그녀의 작품에 대해 좀 더 세세하게 느껴볼 수 있게 이끌어주는 영화다. 올해도 국내에 <Full Moon> 공연기간에 맞추어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3월 27일부터 4월 3일까지 재상영 중이다.
이번 <Full Moon>은 피나 바우쉬가 오로지 그녀의 무용단만을 위해 만든 작품으로 단원들 각각의 특색과 기량이 최대로 드러나 있다.
▲ 천장에서 시원하게 비가 내리며 무용수들은 물을 퍼부어댄다. ⓒ LG아트센터
무대는 간결하다. 검은 무대 한가운데 커다란 바위가 있다. 그 바위는 마치 1960년대 닐 암스트롱이 인간 최초로 우주를 정복했을 때 밟았던 달 표면 같다. 거기에 남자가 양팔을 쭉 뻗어 사선으로 회오리처럼 노를 젓듯이 허우적거린다.
수많은 작품을 했지만 어느 작품이나 모두 ‘인간’을 주제로 하는 피나 바우쉬의 스타일이 이 작품에는 더욱 특징적으로 드러난다. 13명의 남녀가 서로 짝을 지어 남녀간의 이야기를 춤으로 보여준다. 사랑, 배신, 성취, 결핍, 외로움, 깨달음...등이 독무로, 2인무로, 여러 무리의 동작으로 자연스럽고 직관적으로 표현된다.다.
1부 후반부 남자들은 노를 젓는다. 유유자적하게 뱃사공처럼 노를 젓는 것이 아니라, 물에 흥건히 젖은 땅을 긴 막대기로 디디고 신나게 미끄러지며 무대를 이리저리 빠르게 움직인다. 흰 옷 입은 여자는 외로움의 몸짓을 한다. “내 눈은 꿈을 봐요. 내 생각은 높아요. 그리고 내 몸은 강해요”.
2부 첫 장면이다. 한 남자가 개미같이 바위 위에서 내려온다. 남자는 상의를 벗은 채 양동이로 바닥의 물을 퍼올린다. 곧이어 남자들은 흰 양동이로 물을 퍼서 바위위에다 쏟아 붓고 검은 옷을 입은 한 여자는 격렬한 춤을 춘다.
또 하나 인상적인 장면에서는 검은 옷을 입은 여자들이 발레 <지젤>의 ‘윌리’처럼 서성인다. 윗팔은 몸에 딱 붙이고, 아래팔은 ‘ㄴ’자로 꺾어 몸 밖으로 향하며 더 흐느적거린다. 인생을 실제처럼 살지 못하고 배회하거나 서성이는 혼령 같은 느낌이다.
마지막 부분의 에너지가 무척 강렬하다. 격렬한 음악 속에 서로가 서로에게 양동이로 물을 퍼부어댄다. 물속에서 휘돌고 휘감는다. 위에서 내리는 강렬한 물줄기는 씻김굿 같기도 하다. 내 안의 삶의 에너지와 엉킴, 이런 모든 것들을 씻어내는 강렬한 물줄기이다.
3D 영화 <피나>에서 한 무용수는 말한다. “피나의 작업방식은 우리 모두를 웃게 하고 울게 한다”. 즉, 춤을 통해 삶을 진짜로 살게 한다는 뜻이다. 안무 기간 내내 그녀는 단원들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고 그것을 표현하게 하고 또다시 질문하는 것을 수개월 동안 반복한다고 한다.
정답이 없이 하얀 백지 상태에서 철저히 단원들에게서 이끌어내는 것, 자유로움을 위한 끊임없는 기다림. 정말로 소중한 교훈이다.
mazla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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