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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베세토오페라단 '삼손과 데릴라', 강화자 단장 경험살린 값진 무대

오페라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5. 27.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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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세토 오페라단의 '삼손과 데릴라' 삼손 역의 다리오 디 비에트리.
3막 삼손이 감옥에서 주님께 기도하는 장면. ⓒ 문성식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베세토오페라단(단장 강화자)이 2014 제5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네 번째 무대이자 체코 프라하 스테트니 오페라극장과의 자매결연 10주년 기념으로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를 5월 23일부터 25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했다.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Samson et Dalila)>는 구약성서에 나오는 이스라엘 영웅 삼손과 그를 유혹하는 팜므파탈 데릴라의 이야기로 프랑스 작곡가 까미유 생상(Camille Saint Saens, 1835-1921)의 오페라 중 유일한 성공작이다.

베세토오페라단은 2011년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로 대한민국오페라대상 수상과 당시 세계적인 테너 호세 쿠라의 축내 첫 오페라 출연이라는 사실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강화자 단장은 1976년 뉴욕 리릭 오페라단에서 데릴라 역을 제의받고 1달 만에 연습해 성공적으로 무대에 올린 이후 1000여회나 데릴라 역을 맡았다. 이번 무대에서 강화자 단장은 이탈리아 출신 오페라 연출가 엔리코 카스티리오네와 공동 연출했는데, 그녀의 수많은 경험과 열정이 과연 빛을 발한 훌륭한 무대였다.

23일 공연에서 1막 초반 이스라엘 군중 장면에서는 동선이 잘 안 잡힌 듯 다소 집중력이 떨어졌고, 삼손 역인 테너 다리오 디 비에트리도 그 영향 탓인지 본래의 성량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하는 듯했으나 점차로 안정을 찾아 곧 좋은 무대를 보여주었다. 아비메레크 역의 바리톤 이형민과 눈부신 은색 망토를 걸치고 위엄 있는 다곤의 대정승 역의 바리톤 미켈란젤로 카발칸티, 히브리 장로 역의 베이스 크리스토퍼 템포렐리 등 저음 남성배역의 중후하고 안정된 목소리로 등장하면서 극의 음악적 몰입도는 점차 살아났다.

특히 데릴라 역의 메조 소프라노 갈리아 이브라기모바가 등장하면서 극은 제궤도에 진입했다. 데릴라의 매혹적인 아름다움이 무희들의 주황색 천을 활용한 계속적인 움직임으로 태고의 원초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질 수 있도록 주황색 조명과 함께 신비롭게 표현되었다. 삼손과 데릴라 두 남녀사이를 10여명 여성 무희들(김복희 무용단)이 갖가지 동작으로 더욱 아름답게 수놓는 가운데, 데릴라가 부르는 ‘봄이 다가와’라는 아리아가 무척 매혹적이다.

▲ 2막에서 삼손을 유혹하겠다고 결탁하는 다곤의 대정승
(미켈란젤로 카발칸티)과 데릴라(갈리아 이브라기모바). ⓒ 문성식


메조 소프라노 갈리아 이브라기모바는 아름다운 미모와 풍부한 성량과 고음처리, 유혹적인 표정과 동작으로 삼손을 유혹하는 데릴라 역을 훌륭히 표현하며 그 유명한 아리아 ‘그대 목소리에 내마음이 열리고’를 아름답게 열창했다. 이 때 삼손의 “데릴라! 데릴라! 당신을 사랑하오”라는 가사가 무척 가슴 설레게 한다. 데릴라가 다곤의 대정승과의 결탁으로 삼손을 유혹하겠다고 다짐하고 결국 삼손의 힘의 비밀인 머리를 잘라내 손에 들고 웃는 2막 마지막 장면에서는 팜므파탈의 지배욕과 광기가 느껴진다.

3막의 1장과 2장의 무대전환에 오케스트라의 다가올 장면을 암시하며 꽤 긴 시간 연주되는데, 지리 미쿨라 지휘의 소리얼 오케스트라는 안정되고 정돈된 음색으로 막간 음악을 잘 연주했다. 3막은 어두운 감옥 속에서 머리가 깎이고 눈을 빼앗긴 삼손이 홀로 연자 방아를 돌리는 장면이다. 주님을 등지고 여인에게 현혹된 것에 비통해하는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라는 아리아가 감옥 밖 히브리인들의 원망이 합창마에스타 합창단, 송파 소년소녀 합창단)으로 들리는 것과 대비되며 보는 이에게도 절절한 감동을 준다.

3막 2장은 신전의 기둥이 높이 솟은 무대에 군중들이 가득하다. 10여 분간 다양하고 화려하게 이어지는 민속춤(김복희 무용단)과 음악은 삼손과 데릴라 관람의 또 하나의 매력요소이다. 기둥 양 옆으로 다곤의 대정승과 데릴라가 승리를 자축하며 등장한다. 안내하는 아이의 손에 이끌려 등장한 눈이 먼 삼손을 사람들은 손가락질하면서 동시에 대정승의 위엄을 찬양한다. 삼손은 주님께 다시 한번 힘을 달라고 절실하게 기도한다.

▲ 삼손이 신전의 기둥을 무너뜨리는 마지막 장면. ⓒ 문성식


결국 신전의 기둥을 무너뜨리는 부분에서는 전율이 느껴진다. 충실한 내용에 열정적인 연출과 배우들의 훌륭한 성악과 연기, 합창단과 오케스트라의 좋은 연주에 관객들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제작진과 출연진 역시 몇 차례나 커튼콜을 하며 즐거워했다.

2014 제5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의 마지막 작품은 5월 31일과 6월 1일 국립오페라단의 <천생연분>이다. 맹진사댁 경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상우 대본, 한아름 개작/가사, 서재형 연출, 임준희 작곡의 창작 오페라다. 이번 오페라페스티벌 기간 중 두 개의 창작오페라로 <루갈다>에 이어 어떤 모습일지 자못 기대가 된다.


mazla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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