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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무용단 전통의 재발명전, '어긋난 숭배'와 '혼 구 녕'

무용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8. 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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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다프로젝트 '어긋난 숭배'. ⓒ 문성식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전통은 지금 우리를 가볍게 하는 것일까 무겁게 하는 것일까.

국립현대무용단(예술감독 안애순)이 ‘전통의 재발명전’ 공모작으로 가다프로젝트의 ‘어긋난 숭배’와 고블린파티의 ‘혼 구 녕’을 8월 22일부터 24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무대에 올렸다.

이 작품들은 지난 5월 23일부터 6월 13일까지 모집된 35편 중 1차 서류와 2차 면접심사, 3차 쇼케이스를 거쳐 최종 선정된 작품들로 전통적 제사의식과 상례(喪禮)라는 소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가다프로젝트는 유럽 벨기에에서 활동하는 이은경과 국내에서 주목받는 김보람이 팀을 이루었다. 이들이 공동 안무한 '어긋난 숭배'는 강강술래와 전통적 제사의식을 현대인의 삶으로 풀어냈다.

강강술래와 전통민요의 구성진 목소리와 내용이 하나도 어색함 없이 오히려 멋들어지게 두 현대 남녀의 이야기로 잘 표현됐다. 무대 오른쪽 위로 둥근 달이 밝고, 가운데에 향을 피우며 작품은 시작된다. 작은 토끼인형들이 무대바닥에 원형으로 늘어져 있고, 김보람은 정장을 입고, 이은경은 밀리터리 룩을 입고 그 인형들을 천천히 지신밟기 하듯이 즈려 밟더니 점차 빨리 돈다. 작은 토끼들은 나와 너를 제외한 세상을 이루는 제3자들, 영혼 없는 현대인, 혹은 지쳐서 이미 쓰러진 작은 현대인의 모습 같다.

전통춤사위가 멋스럽게 변형되어 이 스타일리쉬한 젊은이들의 옷과 몸매에 맞게, 때론 코믹하게 표현된다. 노랫가락의 ‘떠는 목’에서 몸과 머리를 바르르르 떠는 모습조차도 재미있다. 어느새 옷을 훌러덩 벗고 속옷 차림이 된다. 인형들을 서로 각자의 벗어던진 옷에다 주워 담는다.

인형을 주워담으며 남녀사이의 툴툴거림, 다툼이 일어난다. 하지만, 각자의 분신인 작은 토끼 합체 인형은 그 사이에도 묵묵히 완성된다. 각자의 썬글라스까지 씌우니 각자를 대변하는 제법 멋있는 상징이 되었다. 군대 행진의 북과 나팔소리가 울려퍼지며 이들은 비장한 모습으로 목욕가운을 펄럭이며 걸쳐입는다.

목욕가운 뒤에는 예수얼굴 아래에 ‘믿음부자, 불신지옥’이라며 현대의 교회를 풍자한다. 둥근 달을 향해 기원을 할 때에는 남자는 충심을 다해하는 반면, 여자는 교태를 부리면서 옷을 벗고 남자를 유혹한다. 남자는 여자를 향해 관객석을 향해 돈을 뿌린다. 남자는 무대 한쪽구석에 텐트를 치고 그 안으로 기어들어가며 작품이 끝난다.

▲ 고블린파티 '혼 구 녕'. ⓒ 문성식


고블린파티는 임진호, 지경민, 전효인, 이경구가 한 팀을 이루었다. 이들의 '혼 구 녕'은 임진호 안무, 지경민 연출로 전통 상례를 소재로 했다. 검은 양복차림으로 상복과 상례에 필요한 갖가지 천뭉치를 한꾸러미씩 가득 몸에 들고 느리고 힘겹게 입장한다. 차분한 음성의 남자목소리 나래이션이 ‘귀신’이란 죽어서도 세상을 쉽게 못 떠나는 존재인데, ‘깨어있지 못하고 집착이 강한 사람, 그 사람이야말로 귀신같은 존재다’라는 대목이 무척 인상적이다.

검은 양복차림의 세 사람은 긴 나무판자를 든 지경민과 맞부딪혀 모두 뒤로 쓰러진다. 괴성을 지르며 깨어난 이들은 상여매기, 입관절차, 죽음의 슬픔 등 장례의식 전반의 모습을 표현한다.

전통 장례는 한여름이어도 아랑곳없는 흰 색 삼베옷에 죽은 자에 대해 과장되게 슬퍼하며 죽은이를 산자와 함께 모셔놓고 삼일동안을 함께한다. 이 때의 모습이 느린 팝송과 바른 뽕짝가요, 유럽 성가 등의 음악 속에서 때론 슬로우 모션으로, 때론 마임처럼, 때론 사실적으로 묘사된다. 마지막에 지경민이 눈알을 뒤집고 귀신들린 흉내를 내며 마무리짓는 부분 또한 재밌다.

23일 공연이 끝나고, ‘전통과 컨템포러리 사이의 합의되지 않은 온갖 이야기, <거룩한 곰팡이>’라는 주제로 전통의 재발명전 토크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조성주(바누인터미디어 예술감독)의 사회로 이날 공연의 안무자들과 함께 전통을 소재로 작업 중인 세 명의 작가 남인우(연극 연출가), VJ ASTRA(미디어아티스트), 강혜숙(일러스트레이터)이 패널로 참석했다.

남인우 연출은 “‘사천가’, ‘억척가’를 연출할 때 전통분야와 연극계 양쪽에서 질타를 받기도 했다”면서 “전통은 이미 내안에 있는 것 아닌가. 새로운 작품을 만들 때 전통과 현대의 구분보다 그것 자체로에 의미를 둔다”고 얘기했다. 강혜숙 작가는 “불화인 만다라에서 형식을 차용해 내 그림을 그린다. 왜 옛 만다라보다 정교하지 못한 그림을 그리느냐는 질문도 받았었다”면서 “그래도 전통은 나에게는 ‘답’이다. 전통에 기댈 수 있기 때문에 오늘의 내가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김보람은 8월 23일과 24일 문화역서울284의 아트플랫폼3 ‘세계를 사로잡다’에 출연한다. 고블린파티는 9월 13일과 14일 강동아트센터 소극장 드림에서 ‘인간의 왕국’을 공연한다.


mazla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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