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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현대음악이 전해준 삶의 의미 "사라지니 살아지네!"

클래식

by 이화미디어 2025. 3. 2.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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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그룹포네의 '사라지네' 공연 후 커튼콜 장면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2024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31작품 공연이 3월 첫째 주말 막을 내린다. 음악분야 선정작 두 작품 중 지난 27일과 28일 세종체임버홀에서 3회 공연된 아트그룹 포네(대표 이연승)의 '사라지네'는 현대음악에 무용, 연기가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옴니버스 음악극이었다.

 

황동우 원작 연출의 연극 '사라지네'를 모티브로 음악화화했다.

 

이번에는 서지원 연출가가 작업했다. 네 명 작곡가가 작곡한 앙상블음악(로드 앙상블)이 극을 진행하며 배우의 연기와 무용수의 몸짓이 표현을 했다.

 

1곡 ‘화분’은 이재구 작곡가가 작곡한 1곡 ‘화분’은 2093년 인류멸망 후 지구상에 유일하게 남게 된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이다. 아이를 키우고 싶어하지만 아담이 원하지 않아 이브는 무화과 화분에 물만 주며 살 뿐이다.

 

태초의 평화를 나타낸 듯한 4박자 C장조로 시작해 음악은 점차 두 남녀의 균열처럼 무조의 불협화음으로 불안을 나타낸다.

 

C음의 근음과 차임벨의 분위기 전환, 중간부의 무조음악의 격렬함이 이재구 작곡가가 구성한 1곡과 5곡에서 상황을 이끌기도 하고 관조하기도 하는 음악의 역할에 적합했다.

 

무대 왼 편에 계란판을 여러 겹 쌓아서 무용수의 댄스플로어처럼 만들었고 그 위에 무용수 네 명(최진한, 김정수, 노화연, 조연희)과 배우 두 명이 연기를 한다.

 

남녀 두 배우(김동규, 김보민)가 대사로 극의 내용을 알게 하는데, 이들의 갈등요소나 상황은 작곡된 음악이 진행시키는 방식이다.

 

“아이 대신 화분이라도 키우면 살아질까 했는데....도대체 무슨 낙으로...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하는 아내의 대사는 우리 삶의 의미에 대해 극 도입으로서 애틋한 질문을 던진다.

 

네 명 작곡가가 각 소재를 음악으로 풀어낸 방식은 개성대로 다양했다.

 

양영광 작곡가의 2곡 ‘다마고치’는 20세기 한국 초등학교 교실이 배경이다. 다마고치 공룡 키우는 게임에 대한 내용이라 그 재미있는 대사와 연기에 관객이 제일 많이 웃었다.

 

둘은 티격태격하며 다마고치 게임에 열중하게 되고, 계란판 무대 가운데 무용수가 다마고치를 표현하는데 몸을 배배꼬며 점차 위로 길어지고 음산한 조명에 무용수 세 명이 흰색 방염복을 입고 있는 모습이 재미있다.

 

두 남녀학생의 이야기지만 양영광 작곡가의 음악은 자신 특유의 현대음악으로 극에서의 갈등요소에 집중하게 만든다.

 

학교물이라 경쾌한 뮤지컬풍 음악이나 적어도 조성음악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현대음악이 할 수 있는 일을 설파라도 하는 듯, 영화음악의 효과음향파트보다 더 역할을 키워 템플블럭과 공(Gong, 큰 쇳소리 나는 직경 1m정도의 악기)소리의 공포영화 같은 음산한 분위기 음악으로 배우들의 낭랑한 목소리를 반대적으로 더욱 돋보이게 했다.

 

“미래에는 다마고치나 인간이나 똑같다”고 여학생이 말하니 이 참 갈등상황이 아닐 수 없다.

 

세 번째 김희정의 ‘튤립’은 17세기 네덜란드 튤립 파동에 대한 이야기다. 화가 얀은 자신의 그림작업도 잠시 중단하고 고환물가치인 튤립 키우기에 열중한다.

 

음악 처음은 1곡 C장조와 2곡 무조의 결합 같은 톤으로 플루트의 빠른 상행 아르페지오와 무조의 앙상블 음악이 연결되며 인상적이다.

 

대사 중에 “꽃 한 송이가 1200길더인데 이것은 소 여덟 마리를 키울 수 있는 돈”이라고 했고 술집에서 튤립증서를 통해 거래되고 있으니 얼마나 가치가 높았겠나.

 

음악은 굉음의 공소리를 많이 사용해 분위기 전환을 했고, 빠른 트레몰로와 옥타브 도약의 선율은 꽃이 피어 우뚝 솟은 모습인 듯하다. 로드앙상블 리더인 김재린이 일어나서 유려한 바이올린연주 솔로로 꽃의 피어오름을  표현했다.

 

계란판에 있어야 할 알처럼 탁구공들이 계란판 중심에서 하나둘씩 밖으로 던져지기 시작한다. 공소리의 굉음과 함께 탁구공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플루트의 조용한 소리로 곡을 마감한다.

 

네 번째 이연승 작곡가의 ‘송 대감댁 이야기’는 고려시대 부적에 관한 이야기다. 부적만이 건강을 챙겨준다고 믿는데 부적의 행방은 묘연하다.

 

여기에 이연승 작곡가가 만든 바로크풍의 절도 있고 우아한 음악이 송 대감댁 ‘부적’이라는 옛시절 이야기를 풍자하며 묘하게 잘 어울린다.

 

부적이 “둘째한테서 셋째, 셋째한테서 넷째”에게 갔다는 대목 후에 신명나는 타악리듬이 우리전통 북청사자놀음의 징소리 꽹과리소리 같다.

 

그런데 여기에 우리에게 미국민요로 잘 알려진 ‘애니로리’ 멜로디가 연결되는데 너무나 자연스러워 신기했다.

 

현악기 목관악기 타악기는 힘찬 행진과 무속의 분위기를 그로테스크하게 연출하고 무용수와 배우들은 붉은 조명에 격렬한 몸짓들이다.

 

아트그룹포네의 이번 공연을 보면서 2022년 올해의신작 음악분야 이근형 작곡 음악극 '붕새의 꿈'에서는 아예 연기와 무용없이 현대음악만으로 영상과 결합하여 감흥을 주었고, 2023년 신음악회 46회 정기작품발표회가 같은 세종체임버홀에서 현대음악과 무용의 결합을 선보였던 것이 생각났다.

 

316앙상블은 이윤경작곡가와 '카프카'공연으로 현대음악에 성악, 나래이션의 결합을 작년 11월 세종체임버홀에서 선보인 바 있다.

 

이렇듯 세종체임버홀에서는 클래식공연에 다양한 예술장르가 접목되어 선보였던 이력도 있고, 또한 창작산실에서 음악극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번 공연은 네 명 작곡가의 시각으로 현대음악의 진행방법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는 점과 연극을 보는 것 같은 두 배우의 실감나는 연기가 장점이었다.

 

'사라지네'의 두 가지 장점은 돌려보자면 ‘음악분야 선정작다운 하나의 극’이 더욱 될 수 있어야겠다는 향후과제가 남아있게 된다.

 

극 처음에 댄스플로어처럼 깔렸던 계란판이 마지막 다섯 번째 곡 이재구 작곡가의 ‘살아지네’에서 쌓여 높은 탑이 되었다. 거기있던 계란알 같은 탁구공은 무대전체로 다 흩어졌다.

 

아담과 이브는 극 처음 ‘화분’의 2093년보다도 더 미래의 편안한 동굴로 이사했고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이제는 무화과 화분을 동굴 밖에서 키우며 더 화창하게 자라기를 바란다. 첫 곡의 분위기로 순환하며 "사라지는,살아지는" 메시지는 이렇게 끝이자 시작이다.

 

mazlae@daum.net

(공식페이스북) http://facebook.com/news.ew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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