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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그레이코드 X지인 '공기에 관하여', 소리가 온몸을 침투한다?!

콘서트

by 이화미디어 2025. 3. 7.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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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코드 지인의 '공기에 관하여' 공연이 막 끝난 후의 모습. 각 잡힌 장비들의 모습에서 클래식함이 느껴진다.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무대에는 각종 장비들이 쌓여있다. 공연무대니까 음향장비들인데 이 장비들이 음악을 확성하는 용도가 아니라 음악을, 그것도 더 세분하자면 음을, 소리자체를 만드는 용도이다.

 

지난 28일과 3월 1일 서울 아트선재센터에서 2024 아르코 창작산실 일환으로 3회간 공연을 펼친 그레이코드 X 지인의 <공기에 관하여>는 서울한복판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사운드 본연의 진동과 파장을 깊이 느낄 수 있는 공연이었다.

 

흔한 전자음악공연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이번에는 고주파와 저주파에도 초점을 맞추었다. 전체 네 부분의 순서로 첫 부분은 지인, 다음은 그레이코드, 그 다음 두 곡은 함께 연주했다.

 

첫 곡은 테이프와 애니메이션, 사운드트랙으로 지인의 순서였는데 짧은 영상이 사운드의 추상성과 결합하여 감정에 호소하는 측면도 만들어내었다.

 

두 번째는 피아노와 테이프의 곡이었는데 음향자체만의 변화와 변이에 멜로디가 결합되어 신선함이 있었다.

 

그레이코드가 피아노앞에서 주파수를 조절하며 동시에 건반으로 C음을 출발로 해 한 음씩 더해지며 미니멀적이고도 자유로운 라인을 형성하는 모습은, 진동과 주파수 자체에만 초점을 맞출 때보다 듣기에도 편하고 미래적인 느낌이 들기도 하였다.

 

이미 전자음악가들에게 최고의 영예라 할 수 있는 ZKM 기가헤르츠 어워드를 2018년에 수상한 이들 듀오가, 국내 아르코 창작산실 음악분야에 지원해 자신들의 음악을 선보이고 국내관객에게 확인시키는 무대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주목할 점이다.

 

사운드의 세부분야로서가 아니라 음악으로서 국내무대의 지평을 넓히고 자신들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하고자하는 메시지로 읽혔기 때문이다.

 

세 번째 네 번째는 둘의 듀엣무대였다. 세 번째는 라디오포닉스와 일레트로닉스(다채널) 작품이었다.

 

노이즈펄스가 굵다란 리듬을 형성하고 지인이 라디오 안테나가 달린 라디오에서 주파수채널을 맞춰 클래식방송을 튼다.

 

노이즈 한복판에 흐르는 클래식음악이 이렇게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 저녁7시 30분의 라디오는 반갑게도 때마침 한국작곡가 이남림의 바리톤 창작가곡 끝부분과 아나운서의 소개멘트였다.

 

전자음악 노이즈와 클래식 그것도 우리말 창작 가곡이 이렇게 조우할 수 있단 말인가. 일상의 오브제에 모두 소리가 담겨있고 소리를 찾는다는 “채널링”의 개념을 이번 퍼포먼스는 보여주고 있었다.

 

또한 공연 중에 지인이 소리를 선택하고 그레이코드와 눈빛으로 교감하며 현재의 소리에 대해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미묘함도 재미를 주었다.

 

네 번째는 2채널의 일렉트로닉스 작품이었다. 앞 순서가 보통의 소리크기로 소리의 선택과 의미발견에 초점을 두었다면, 이번 피날레는 무대에 즐비한 노트북, 릴테이프, 모듈러, 라디오, 컨트롤러, 믹서 등 각종 장비들에서 뿜어져 나오는 주파수들의 합이 거대한 산을 이루는 묘미가 있었다.

 

극저음 진동이 “웅~”하며 기본적으로 공간을 채우고, 중저음에서 다층적인 밴드의 글리산도로 음역을 오가며 윤곽을 형성한다.

 

시시때때로 톱니파로부터의 스크래치성 노이즈가 전면과 후면에서 장식을 하고, 펄스파는 극고음부터 중음역과 그 이하까지 분위기를 만든다.

 

기자간담회에서 설명한대로 진동이 귀로만 들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앉은 의자를 진동시켜 내 등이, 엉덩이가, 다리가 진동되며, 머리끝, 피부까지 따끔따끔하는게 저주파치료기, 고주파치료기를 받은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소리가 귀를 통해 머리로, 몸으로 전달되는 과정이 아니라 그야말로 온몸으로 바로 흡수되는 현장이었다.

 

mazlae@daum.net

(공식페이스북) http://facebook.com/news.ew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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