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실 그리고 잊혀짐(망각)' 첫장면. 세운상가 내 대림상가 1층 복도의 두 무용수
사리 팜그렌(가운데)과 박나훈(오른쪽)의 몸짓이 이채롭다. ⓒ 문성식 기자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지난 10월 11일과 12일 서울 을지로 세운상가 내 대림상가에서 <상실 그리고 잊혀짐(망각)>공연이 있었다.

이날 공연은 제 15회 서울세계무용축제 <SiDacne 2012>(10월 5일~10월 20일) 중 무용확장 프로젝트 '춤추는 도시(Dancing City)' 의 네 번째 공연이며, 도시 곳곳의 거리, 빌딩, 지하철 등에서 시민에게 직접 다가가는 형태의 무료 공연으로 지난 2007년부터 시작되었다.

<상실 그리고 잊혀짐(망각)>은 화려한 도시 한복판, 서민들의 일터이자 삶의 공간인 허름한 옛 건물이 밀집한 세운상가 내 대림상가라는 잊혀져가는 공간 속에서 우리의 삶을 돌아보고 삶의 의미를 되찾을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 되고 있었다. 


▲ 무용수 박나훈(왼쪽)과 주변 행인들의 자연스런 섞임이 또하나의 무대를 만들고 있다. ⓒ 문성식 기자


공연이 시작되면 대림상가 1층 복도 저 멀리서부터 안무가인 박나훈과 사리 팜그렌의 춤사위가 시작된다. 우연히 복도를 지나던 행인들까지도 공연의 출연자가 된 듯한 자유로운 공연 분위기에 관객들은 더욱 빠져들고 있었다. 대림상가 각 상점 간판 배경과 큰 스피커에서 울려퍼지는 비트가 강한 음악이 무용수들이 춤추기에 멋진 배경이 되고 있었다.


1층에서 춤이 끝나고,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공연과 건물에 대한 안내멘트에 따라 관객들은 2층으로 올라간다. 옆 건물에 있는 바람개비 모양의 LED 조명이 멋지면서도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신비한 분위기의 전자음향 곡을 배경으로 박나훈이 춤추기 시작한다. 난간에 의지한 채 위험한 사투를 벌인다. 아슬아슬한 그 몸짓과 음악, 그리고 도시 한가운데의 허름한 청계천 세운상가 건물이 의외로 잘 어울린다.


▲ 잊혀진 공간 속 어두컴컴한 복도를 관객들은 한지로 만들어진 등불로 밝히며 탐험하고 있다.
ⓒ 문성식 기자


이제 3층으로 올라간다. 관객들은 각자 이어폰을 반납하고 흰색 한지로 만들어진 등을 하나씩 들고 상가건물 안으로 들어가 바닥의 화살표를 따라 건물 안을 여행한다. 가게 문이 모두 닫힌 빈 상가건물 내부가 으슥하다. 건물 한 구석에 설치된 영상에서도 기괴하고 으스스한 분위기가 난다.

그곳을 지나 3층의 건물과 건물사이 공터에 도달한다. 박나훈이 가족에 대한 단어들을 나열하며 빠른 몸짓으로 태권도를 한다. 무언가를 애타게 응징하고 부숴버리고 싶어하는 것 같다. 관객들을 향해, 허공을 향해 한참을 혼자 휘두르고 두드리기를 반복한다.

이내 사리 팜그렌이 합류한다. 둘은 계속 공간을 휘돌며 마주쳤다 스치다 떨어지기를 반복하며 서로의 동작이 조화를 이룬다. 주변으로 보이는 서울한복판 종로를 채운 빌딩들과 이 무용수들의 몸짓, 이를 지켜보는 관객들의 모습 모두가 하나의 작품이 되고 있었다.


▲ 건물과 건물 사이 공터에서 두 무용수는 공간을 휘돌며 격렬하게 움직인다. 주변의 빌딩들과 관객들과 무용수의 조화가 멋지다. ⓒ 문성식 기자


박나훈은 이제 허리높이의 단 위에 올라가고 팜그렌 혼자 춤을 추기 시작한다. 관객들은 반대편 건물 계단 위로 올라간다. 계단에서 그들은 아래쪽 무용수들의 퍼포먼스에 집중한다. 안무가인 박나훈이 색소폰을 불기 시작한다. 그의 색소폰 실력이 꽤 대단하다. 색소폰 소리는 외롭고 나직하다. 사리 팜그렌 역시 외로움을 온몸으로 느끼며 자유롭고 외로운 몸짓의 동작으로 공간을 채운다.

이어서 반대편 건물 안으로 관객들은 일제히 들어간다. 삶의 치유를 표현하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관객들은 음악을 들으며 바닥에 눕는다. 50여명 남짓한 관객들이 일제히 바닥에 누워 음악을 들으며 가족의 따스함과 삶의 여유를 느껴보는 광경은 가슴의 뭉클함과 또한 신기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 격렬한 춤사위 후 박나훈은 나직이 색소폰을, 사리 팜그렌은 홀로 외로운 춤사위를 펼친다. 관객들은 건너편 건물의 옆계단에서 공연을 내려다보는 이색적인 풍경이다. ⓒ 문성식 기자


박나훈과 사리 팜그렌이 윗층에서 비눗방울을 분다.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비눗방울은 작은 효과이지만 신비롭고 동화적인 분위기를 연출하여 관객 대다수 성인들이었음에도 "신비롭다", "짧지만 좋은 휴식이 되었다", "재미있다"는 반응들이었다.

도시 한복판, 아직도 작고 낡은 공간에서 옛모습을 지키며 도시의 불빛을 밝히는 이 도시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그곳. 작은 점포들이 밀집되어 경쟁을 펼치지만 우애가 있는 곳. 전자부품, LED조명, 아크릴 등 삶의 이음새를 담당하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 그곳에서 펼쳐진 이 공연은 특정 장소의 중요성과 현재, 과거, 미래를 연결시켜주며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하였다.

한편, <춤추는 도시(Dancing City)>의 다음공연은 10월 18일 오후 5시 스페이스 꿀에서 이설애+전수진, 리브레디 무브먼트의 공연이, 10월 20일 오후 3시에는 서울숲 입구에서 지구 댄스 씨어터와 나이지리아의 이조디 댄스 컴퍼니가 공연한다.


▲ 두 무용수는 윗층에서 비눗방울을 불고, 관객들은 아래층에 일제히 누워 평화로운 음악을 들으며 삶과 가족에 대해 떠올리는 시간을 갖으며 휴식을 취한다. ⓒ 문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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