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10일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2016 예술인일자리박람회> 현장.
각 부스별로 기업/기관에 대해 퍼실리테이터가 예술인들에게 설명중이다. ⓒ 박순영


돈 벌기 참 힘든 세상이다. 평생직장은 이미 없다. 시국은 흉흉하지만, 세상은 돌아간다.


예술로 세상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그저 나 좋아서 하는 취미활동의 연장선이 되기 일쑤인 예술 활동, 그것을 하는 사람 예술가. 예술가는 항변한다, 사람이 태어나서 밥만 먹고 사냐고. 사회가 생기면 고차원의 정신활동을 찾는다고, 인류는 동굴에 벽화를 그리며 예술활동을 필연적으로 시작했다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2016 예술인파견지원사업>, 1000명 예술가, 150개 기업기관 참여 

2013
년 한 예술가의 죽음으로 출범된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는 예술인의 일자리 창출일환으로 2014년부터 예술인파견지원사업을 시작했다. 201412명 멘토, 331명 파견작가로 시작된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예술인파견지원사업>2016년에는 200명 퍼실리테이터, 800명 파견예술가, 150개 기업/기관/공동체의 참여로 사업이 확장됐다. <예술인파견지원사업>은 예술인이 기업이나 마을공동체에 파견되어 각자의 예술로 파견지에 새로운 예술과 문화를 꽃피우는 사회기여, 예술인에게는 일자리 창출, 부업활동 등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사업의 실제 이야기는 어땠을까? 올해 5월부터 10월까지 6개월 동안 예술인파견지원사업에 서 활동한 싱어송라이터 노갈(망원시장 상인회), 작곡/전자음악가 김자현(홍은 청소년 문화의 집), 작곡/즉흥바이올린 연주자 박순영(벽산엔지니어링), 힙합뮤지션 시로스카이(서울오케스트라) 이렇게 다양한 기업/기관에 파견된 음악가 네 명과 한 번의 만남, 두 번의 통화 및 서면으로 대담 및 인터뷰를 진행했다.
 

▲ 망원시장 4인방 1.노갈 방송 포스터 2, 유재인 작가 과일 물물교환 '망과휴'
3. 박소영 작가 '마음도시락' 4. 정광숙 작가의 웹툰. ⓒ 노갈


싱어송라이터 노갈(39)은 지난 1030일 홍대 프리버드에서 그룹 나비맛 정규2집앨범 <Portable Exit> 발매기념 공연을 했다. “관객 반응도 좋고 저도 재밌었어요. 복지재단 덕분에 큰 산 하나 넘었습니다.” 파견활동비 매달 120만원이 아니었다면 앨범이 미뤄졌을지 모른다. 공연은 일시적이지만 앨범은 남기에 자신의 음악을 알리는 또 하나의 생명이다. 그가 작년 예술인파견지원사업으로 차세대융합기술원, 올해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쉼터아이들등지에서 싱어송라이터 교실을 진행할 때, 기타도 못 치던 아이들, 기업인들에게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어 녹음하고 앨범까지 만드는 마지막 과정까지 체험하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노갈은 올해 망원시장에서 7월부터 10월말까지 토요일 오후 4시 음악방송 ‘Made in 망원으로 홍대, 망원동 음악가들 30팀을 소개했다. “토요일 시장손님이 제일 많거든요. 그런데 음악소리 때문에 손님과 대화가 안 된다고 항의전화가 오면 정말 철렁했어요. 도움되려고 한 건데, 괜히 했나 싶기도 했죠.” 이후 음악은 적당한 볼륨으로, 멘트는 들릴 듯 말 듯 내보냈다. 점점 방송이 시장에 활력이 되고 덕분에 물건도 잘 팔리는 것 같았다. “망원시장 측에서 처음에 시장 이미지 개선과 공익적인 걸 원하셨어요. 좋은 실력임에도 망원동에 재야의 음악가들이 많거든요. 저를 포함해 이들을 알리고 싶어서 사명감을 다했습니다.” 귓가에 아련히 망원시장의 음악이 들려온다.
 

▲ 1.김자현 작곡가(왼쪽)의 홍은 청소년 나래이션 녹음모습 2. 청소년들과 전시 견학
3. K'FOTO부산국제사진페어 전시장면 4. 청소년들의 고정 촬영지 사진촬영모습 ⓒ 김자현


작곡가 김자현(34)은 홍은지역 청소년들과 8K'FOTO부산국제사진페어에 참가해 부산에서의 추억도 만들었다. “홍은 청소년 문화의 집 사진반 학생들과 미술, 사진 등 파견예술인 5명이 주말에 사진 속 숨 쉬는 마을프로그램으로 만났어요. 기관에서는 학생들이 서대문고가 철거 등 마을의 변화를 5년 동안 찍어둔 것에 동기부여와 의미화로 다큐멘터리 제작을 원하셨습니다.” 환경이 변하면 소리도 변한다는 점을 그녀는 기관에 제안해 매칭되었다. “홍은지역을 직접 다니며 소리를 녹음해 노이즈 제거와 EQ작업을 하고, 학생들은 자신들의 나래이션 녹음의 경험도 했구요파견활동을 통해 <홍은동과 아이들> 영상의 오디오 작업으로 협업을 하고 싶었던 목표를 이루어 기쁩니다.

김자현은 올해 6월 '2016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 프로듀서과정( aPD과정)'에 선발되어 2월 25일 공연으로 음악의 형식과 구조를 보여주는 새 작품을 준비중이다. “부산전시 설치 때 함께한 전선작업, 판넬 자르기 등은 곡 작업만 해서는 못 경험하거든요. 제가 소리전시에도 관심이 있는데, 나중 제 작품공연 때에도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현대음악과 전자음악을 전공하고도 실험/즉흥음악, 기획에의 다양한 관심과 경험, 그리고 수년째 군포문화재단 클래식 음악감상, 학교 강의, 교회앙상블 편곡으로 바빴지만 주요수입원으로는 부족했던 현실이 김자현을 예술인파견지원사업으로 이끌었고 그 결과는 개인과 사회 양쪽 만족임에 틀림없다.


▲ 1.전시장 앞 박순영 퍼실리테이터, 김유경작가(캘리/드로잉), 손이숙작가(사진), 임희주 담당대리
2. 임직원의 캘리그라피 작품 3. 사무실 촬영작품 (임희주대리) 4. 회사 갤러리 촬영수업 ⓒ 박순영


작곡가 박순영(37)은 파견사업 막바지에 음악회 작품발표회까지 겹쳐서 10월엔 아이 셋 돌보며 곡 쓰고, 파견사업 전시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그녀는 벽산 엔지니어링에 퍼실리테이터로 파견되어 매주 점심 화요일 사진과 목요일 캘리그라피 드로잉수업을 14주간 진행했다. “파트타임이라도 회사 출근하는 기분이랄까(웃음). 근데, 임직원분들께는 바쁜 회사업무 중의 소중한 점심시간이잖아요. 사진 선생님은 DSLR카메라로 사무실과 옥상 등을 다르게 찍어보기, 캘리/드로잉 선생님은 나만의 글씨로 컵소품 만들기 등 짧은 시간 안에 바로 결과물이 나오게 수업을 짜오셨어요.” 1018일 벽산엔지니어링 19층 갤러리에서의 <벽산, 일상을 그리다> 전시는 12명 임직원, 40여점의 열의와 정성, 개성 가득한 작품으로 파견사업 만남의 흐뭇한 성과를 느낄 수 있었다.


같은 파견예술인 중 기업과 예술인 사이를 담당하는 퍼실리테이터는 4월부터 11월까지 활동으로 사업전후 두 달 간 준비와 정리를 맡는다. 박순영은 사업결과물로 수업, 전시 내용을 영상과 도록보고서로 남겼다. 파견기간 시행착오도 있었다. 기업 업무량도 많은데, 일주 한번 과제가 수업참여 임직원에게는 부담이었다. 또한 박 퍼실리테이터가 작년 파견 활동지에서 매주1회 전체회의 한 것을 처음에 기준으로 내세우니, 매주 수업을 해야 하는 선생님들에게는 어려움이었다. “퍼실리테이터 개념이 제게 생소했지만, 결국 제가 바뀌자 해결되었어요.” 기획이나 감독과는 또 다른 촉진자(Percillitator)’로서의 역할이, 아이 셋 엄마 박순영과 맞물리며 포기하지 않고 뜻을 전달하되, 유연하게 대처해야 살아남음을 깨닫는 계기였다.

 

▲ 1.시로스카이 음악 작업 2. 서울오케스트라연습실 3.극장 용에서의 서울오케스트라 야외음악회를
파견예술인이 촬영중이다. 3. 송년음악회 포스터 ⓒ 시로스카이


재즈힙합PD 시로스카이(29,윤하얀)12월인 지금도 파견된 서울오케스트라의 1223일 서울오케스트라 송년음악회 준비로 분주하다. “저희 팀은 한 달 더 자발적으로 활동하기로 했어요. 서울오케스트라에서는 클래식 외에 예술의 타장르와 결합된 이미지 개선과 홍보를 원하셔서 힙합 쪽인 저를 선택하신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매칭된 후 영상작가, 일러스트레이터 작가, 대중음악가, 재즈피아니스트로 다양한 참여예술인을 매칭했습니다.” 3개월 리서치 동안 극장 용 등에서 함께 서울오케스트라 공연도 관람하고, 관련영상도 찾아보면서 행복하게 일해왔다.


한국 유일의 여성 재즈힙합 PD/DJ인 시로스카이는 첫 정규앨범La lecture까지 6개의 앨범을 냈다. 주요수입원은 광고음악과 공연이지만, 다양한 경험을 위해 퍼실리테이터에 지원했다. “힙합 프로듀서는 협업예술가와의 중심에서 일하는데 반해, 퍼실리테이터로 옆에서 보조하며 합작하는 콜라보레이션 개념이 달랐어요. 회의 진행하고 업무 접근하는 시도를 통해 많이 배웠습니다”. 리서치기간 이후 9월부터 전문성 있는 홍보컨텐츠를 위한 영상작업에 많이 주력해 송년음악회 포스터 홍보와 볼레로 공연 준비로 1년을 마무리중이다.

이렇게 네 명의 음악인은 예술인파견지원사업을 통해 각자의 개성과 목표대로 새로운 경험과 기여, 창출을 했다. 직장인들이 회사에 대해 할 말 많은 것처럼 이들도 아직 할 얘기가 더 많은 듯 했다.

활동시간이랑 활동비 말이예요, 보고서도요김자현이 얘기를 꺼낸다. “파견지원사업이 예술인의 부업이 기치고, 한달 30시간이상, 10회이상 파견활동 기준이라, 그러면 일주 4시간, 2일 정도인데, 그거로는 파견기관에서 요구하는 홍보물, 음악작업 등 지속적이고 퀄리티 있는 작업이 힘들죠박순영이 덧붙인다. “실제로는 일주일 내내 컴퓨터 앞에서 일하는데도, 이틀로 적는 이유가 월말 인터넷 보고서 날짜별로 클릭해 내용 쓰는 것도 시간이 너무 들고 인터넷 시스템도 종종 끊기고요.” 일동 모두 공감하는데, 이것은 그냥 불평 정도다.

이제 실제 돈 문제다. “사실, 120만원이면 적지 않아요. 저도 큰 도움을 받았어요. 시급 4만원이니, 예술교육 강사료인 시간당 4-6만원 정도로 괜찮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 파트타임 일을 하다보면 시간수가 거의 주업처럼 되어 큰 정신노동이 되니 120만원이 그리 크게는 안 느껴지고요.” 김자현의 말에 일리가 있다.

 

▲ 1.5월 26일 2016 예술인파견지원사업 출범행사. 2015년 우수사례 발표(노갈도 보인다).
2. 출범행사에는 기업기관담당자, 퍼실리테이터, 예술인 1000여명이 행사장에 모였다.
3. 4월 5일 퍼실리테이터 간담회 4.8월 19일 퍼실리테이터 교육-회의의 기술. ⓒ 박순영


박순영은 다른 기관 진행상황이 궁금하거든요. 그런데, 퍼실리테이터 교육 때 회의기술에만 집중되어 아쉬웠어요.” 현재, SNS에 각 기관활동을 공유하지만, 실제 만나 얘기 나누고 방법론을 토론하는 정기적인 만남이 더욱 필요하다. 노갈도 보탠다. “퍼실리테이터만 간담회 있었죠. 참여예술인은 제일 첫 간담회 외에는 아예 없었어요. 사업 중간, 그리고 마지막 간담회가 꼭 있어서 내가 활동 잘 한 건가, 다른 팀은 어떠한가함께 나누었으면 합니다.”

복지재단에 등록된 예술인정보가 아깝다, 파견기간동안 한 달 두 명이라도 선별해 개별작업 메일링 등 홍보가능(노갈), 파견사업에서 예술수업’ ‘지양이유 뭔가, 예술수업은 기업/공동체문화 윤활유 의미 충분하다(박순영), 사업기간이 상하반기 중간에 걸쳐있어 맥락 끊긴다, 더 길게 10개월이면 어떨까(시로스카이), 참여예술인 매칭 과정이 온라인이라 퍼실리테이터에게는 어렵다, 세부면접 등 있었으면(시로스카이), 200개 파견기관이면 사례도 모두 다르다, 충분한 선례와 예술인 작업공유로 사업초반 기획 다질 것(김자현) 등 경험에 따른 다양한 의견으로 더욱 탄탄한 예술인파견지원사업에의 애정과 바램을 드러냈다.



음악의 공공기여, 공공재가 되어버린 음악

마지막으로 음악의 공공기여에 대해 논의했다. 김자현은 이전에는 제 개인 연구와 표현으로서의 음악이었다면, 이번 활동으로 음악의 다양한 필요와 쓰임새를 알게 되었다. 내년 파견사업에서는 음악인들끼리 모여서 심화된 공공기여물을 만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순영은 음악은 누구나 듣지만, 만들고 연주하기 어려운 점이 힘들다. 하지만, 요새 광화문 광장집회에서 바이올린 즉흥연주도 하고, 내 재능으로 사회현안에 동참할 수 있어 기쁘다파견예술 수업도 기업의 조직문화개선에, 사후 영상홍보물이 기업 이미지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 말했다.

 

▲ 왼쪽부터 노갈(싱어송라이터), 김자현(작곡가), 박순영(작곡가, 인터뷰 진행). ⓒ 박순영



노갈은
먼저 자리 잡고 계신분들과 협의가 잘 되어야 했어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신경 써야 할 게 많더라고요. 그리고, 음악은 이미 공공기여를 하고 있지 않나요? 음악가가 자신의 의지와 사명감으로, 자기 자원을 몇백, 몇천만원 들여 음악을 만들어도 0.1원 정도면 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이미 공공재가 되었어요. 심지어 개인의 예술작품이 아니라 공적인 의미를 담아 만든 예술작품도 많은 예술품 중의 하나로 미미하게 여겨지는 느낌이 들어요. 결국 그 노력의 산물조차 사장되어버리거든요. 사회적으로 그에 대한 대가를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되면 좋겠습니다.” 라고 꼬집었다.

국정사태 이야기가 나오자, “에효, 우리 같은 프리랜서는 정말 타격이 크죠. 골치 아파요. 그거 때문에 에너지 뺏겨, 시간관리하기도. 날마다 SNS나 평일 광화문에 왜 예술인이 제일 많겠어요. 우리 그 얘기는 다음에 합시다라며 우리는 밥 먹으로 다 함께 나갔다. 전방위적으로 국정을 농단한 것에 대한 뼈저린 사과 없고, 우리는 구경도 못한 수백, 수천억 단위를 빼돌리는 것, 그게 가능한 일인가? 예술로 세상을 움직이고, 나를 내 음악을 알리고픈 젊은 음악가들에게 다가온 현실은 국정사태를 전후로 늘 한결같다. ‘밥 벌어먹고, 음악하면서 살기 힘들다는 것’. <예술인파견지원사업>이 끝났으니 이제 또 연말부터 뭐 먹고 사느냔 말이다


mazlae@daum.net   


(공식 페이스북) http://facebook.com/news.ew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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