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자현 ‘비디오푸가’는 보여주는 전자음악공연을 목표로 했다. ‘Construction’순서의 조인철(타악),
최세희(바이올린), 김자현(작곡/컴퓨터), 박순영(비올라), 최세은(첼로). ⓒ김자현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예술작품의 이해에서는 나의 세계와 너의 세계가 만나 판타지로 인도가 되면 다행이지만, 종종 오해로 이끌어지게 되면 관객과 작가 모두에게 질문은 다음과 같이 되돌아온다.

“이 작품은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가?”

작곡가 김자현의 <비디오푸가>(기획/연출 김자현, 조연출 최하늘) 공연이 지난 2월 25일 저녁7시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열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창작아카데미 aPD과정 일환으로 기획 창작된 이번 공연에서는 “음악의 구조를 보여주는 전자음악”을 목표로 했다.

보이는 음악, 그것도 구조를 보여주는 것이 과연 가능한 것일까. 청취에 관한 것을 시각적으로 재구성해 인식시킨다는 것은 사실상 많은 논의의 여지가 있다. 또한 수많은 음악가들이 ‘보이는 음악’을 주제로 시도해왔고, 뮤직비디오부터 실시간 오디오비주얼 작품까지 음악이 영상, 이미지와 결합하는 방법은 실로 다양하다.

이번 <비디오푸가>에서는 전자음악에 푸가구조를 결합하게 된 김자현의 문제의식과 사고과정을 각 작품이 진행되는 순서에 따라 상징적, 점진적으로 보여주었다. 즉, 일반인에게 생소했던 현대음악, 전자음악의 음향적인 면에, 클래식음악의 탄생형식인 푸가의 ‘주제와 응답’, 모방이라는 탄탄한 형식구조와 비디오까지 결합함으로써, 전자음악이 단순히 음향의 탐색과정을 통한 결합덩어리가 아니라 “음악이다!”라는 답을 제시한 것이다.

우선, 첫 작품 <Indeterminacy>에서는 후반부 순서 ‘푸가’와는 상반되는 우연성 요소에 집중했다. 작곡가가 여러 깡통형태의 모듈을 무작위적으로 책상 위에 갖다 댈 때마다 센서에 의해 구슬 같은 음색이 발생한다. 고음과 저음을 오가며 때로는 간헐적으로, 때로는 뭉쳐서 센서모듈 깡통의 움직임대로 발생하는 소리와 작곡가의 퍼포먼스가 마치 마법사가 주문을 외는 듯한 신비로운 분위기도 느껴졌다.

다음 <Construction>은 푸가의 기본인 ‘주제와 응답’을 기존 1도 5도 음정, 음계가 아니라, 현대음악의 노이즈와 그래픽악보로 표현했다. 현악삼중주(최세희, 박순영, 최세은)과 타악 연주자(조인철)는 작곡가가 그린 직선, 곡선, 점 등의 그래픽 악보를 노이즈 형태의 현대음악 기법으로 연주한다. 관객도 함께 무대 뒤 스크린의 악보를 보게 되는데, 이를테면 바이올린이 사선이 그려진 마디를 트레몰로가 동반된 긴 글리산도로 연주하고, 그 다음마디의 사선을 비올라가 비슷하고도 다르게 연주하는 것을 통해, 소리의 발생이 쌓여 하나의 구조를 만드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Prototype I>은 이어질 <Video Fuga #01>의 프로토타입이었다. Max/MSP/Jitter(사운드와 영상 실시간 제어 프로그램) 윈도우를 스크린에 드러내어 프로그래밍 구조를 보여주었다. 음악을 배울 때 만나는 첫 계이름 ‘도, 레, 미’가 미니멀적으로 반복되고, 이것을 a, b, c 활자로 나타내준다. 그러다가 화음으로 쌓이면서 ‘i, video, fuga, prototype'이라는 글자가 각 1도, 5도, 4도 화음에 배치되고, 마지막으로 ’thank you‘ 화음의 반복으로 짧게 마무리된다.


▲ ‘Video Fuga #02’는 도마를 문지르고 두드리는 다양한 소리가 4성부 푸가기법으로 확대,
강화되고 영상으로 그 과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 김자현



<Video Fuga #01>는 엄격한 음악질서인 푸가형식을 대한민국의 헌법 1조 1항인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의 번역인 ‘Republic of korea is a Democratic Republic'이라는 엄격한 문장에 대입한 작가의도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앞 프로토타입보다 더욱 다듬어진 1, 4, 5도의 미니멀한 사인파 음색들이 흰색과 하늘색 바탕으로 양분할된 화면 위에서, 헌법 1조 1항 각 영어단어를 파랑색, 갈색으로 무작위적이면서도 의도적인 충돌을 일으키며 노는 소리가 재미있었다.

<Prototype II>역시 스크린에 Max/MSP/Jitter로 프로그래밍 구조를 보여준다. 도마의 모습이 보이고, 강렬한 타격음과 함께 손으로 도마를 찧는 모습이다. 주먹으로 도마를 세게 찧는 모습과 소리가 네 개의 층으로 연속적으로 들리는 딜레이 기법이 사용되었다.


대미를 장식한 <Video Fuga #02>는 이날 공연의 핵심이자, 지난 4년간 작곡가 김자현의 탐험과 연구를 집대성한 결과물이었다. 많은 구조물이나 악기 중에서 김자현은 도마를 선택했다. 책상에 올려놓은 상태로 두드리고, 문지르면서 컴퓨터 프로세싱에 의해 실시간으로 음색 변조되기에 제일 간단한 형태의 악기를 선택한 것이다. 악기명칭에도 ‘도마’, 영어로는 ‘Amplified choppoing board'라고 부엌에서 사용하는 도마라는 명칭 그대로를 드러낸 것에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도마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천천히 문지른다. 이내 손톱으로 빠르게 문지르더니 세 개 두드리고, 빠르게 움직이는 등 갖가지 층위의 소리로 분산된다. 손이 도마를 문지르고 두드리는 갖가지 움직임은 실시간 영상으로 딜레이, 빠르게 감기, 되감기 등으로 강렬하게 화면을 지배한다. 푸가의 네 개 성부처럼, 소리와 영상 각각 4개 층의 주제와 응답이 세부적으로 전개되며 점차 복잡다단하게 진행되며 소리와 영상의 싱크로니제이션이 주는 묘미가 재미있었다.

작곡, 전자음악 그룹인 창작집합소 물오름 대표인 김자현의 그룹 동료로, 이번 공연의 비올라연주자로 공연에 참여한 자가 느낀 <비디오푸가>는 멋지게 잘 준비되고 의미 있는 공연이었다. 대학원 석사 이후, 예술현장에 던져진 한 예술가가 자신의 전공인 전자음악을 토대로 즉흥음악, 악기제작, 실시간 코딩음악, 영상작업에로의 확대,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획/연출자로의 도약 등, 지난 5년간 이곳저곳을 뚫고 탐색하고 다녔던 그녀의 행보와 관심이 그냥 단순한 젊은이의 호기심이 아니었음을 증명해주었다.

하나의 생각을 보여주기 위해 수많은 과정을 해결하고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공연을 보는 사람에게는 자신의 지식과 경험대로 공연이 보이고 읽히기 때문에 공연에는 관객을 향한 장치가 필요하다. 이번 공연에 대한 몇몇 블로거의 글에서처럼, ‘일반인을 위한 공연은 아니었다, 마지막 관객과의 대화 덕분에 공연이 이해됐다’ 등의 반응은 창작자와 함께 예술문화가 다양한 층위로 더욱 넓게 공유되어 토양이 일구어져야 할 부분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지점이었다.



mazla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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