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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2021 서울국제음악제 류재준 교향곡 2번. 특히 '4악장'

클래식

by 이화미디어 2021. 11. 1.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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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음악제 개막음악제에서 류재준 작곡가가 자신의 '교향곡 2번' 초연후 인사하고 있다.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놀람과 충격, 그리고 의문. 이것이 류재준 교향곡 2번 세계초연 현장에서의 내 느낌이다.

 

공연기자가 1시간 20분 남짓의 대편성 오케스트라와 합창, 5명의 성악주자의 ‘교향곡’을 보고 글을 쓸 깜냥도 안 되지만, 나처럼 일상도 정리가 안 되어 있고 정신머리 없는 사람이 뭐라고 그 거대한 교향곡을 보고 아직도 뭔가의 숙제처럼 찜찜한 마음이 남아있어 글을 남긴다.

 

바그너 오페라나 말러를 들을 때 나는 감당이 안되어서, 혹은 압도되어서 감각을 차단하는 모양이다. 잠이 몰려온다. 거대한 에너지의 파도에 몸을 맡기는 것일까. 떠밀려 가며 잠의 파도에 들어가곤 한다.

내 주파수가 그 정도밖에 되지 않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남들은 눈을 말똥말똥 뜨고 그 흐름을 타는 것을 곁눈질로 보고 있자면, 내가 모자라도 한참 모자라나 보다 하고 꾹 참고 여튼간에 바그너나 말러를 느끼려고 노력한다.

 

류재준 '교향곡 2번'이 나에게 그랬다. 깊은 슬픔, 코로나 팬데믹과 작곡가의 스승 펜데레츠키의 타계. 모든 것이 소용돌이 치는 그 한가운데에는 환희가 피어올랐다. 그런 정도는 나도 알 수 있었다.

한 악장들이 20분정도씩이었는데 실제로 들을 때는 길다 이런 생각은 안 들었다.

1악장부터 각 악기파트가 서로를 모방하며 닮고 또 조금씩 변주시키며, 프랙탈처럼 발전해가는 류재준만의 작곡방식은 이번 교향곡에서는 유독 더욱 끈질기게 호흡을 늘이며, 때론 숨을 죽이고 흐느끼고 점점 차올라 벅차오르곤 했다.

 

2악장이 소프라노 임선혜와 이명주 듀오로 성악이 첨가된 형태였으며 이것은 3악장을 지나 4악장에서 합창과 메조소프라노 김정미, 테너 국윤종과 베이스 사무엘 윤도 가세해 새로운 이데아를 만든다.

셰익스피어 소네트가 한 구절씩, 그 옛 시대 고어 영어가 텍스트로 오케스트라 앞에서 높은 음으로 비행을 한다.

 

글을 지금 쓰다보니 그렇다. ‘비행’이라는 표현. 이미 높이 떠서 여러군데를 본다.

분명 류재준의 상반기 가곡 '아파트'에서는 익살스럽고 해학적인 한국어 가사가 귀에 쏙쏙 박혔는데, 보통 오페라의 이태리어도 아니고 독일어도 아닌 영어가 소프라노의 높은 음으로 가사 한 구절 자체를 음악의 한 프레이즈로 낭송하는 형태는 처음에는 어색하게 들렸다.

 

감히 그렇게 쓴다. 어색했다고. 그건 내 느낌이다.

클래식 음악에서 성악은 어떤 형태여야 하는지 우리가 보통 말할 때의 목소리가 아닌 성악발성으로 무엇을 부르짖을 때의 그 느낌은 어떨 수 있는지, 내가 여러 현대음악 가곡이나 옛 기존 오페라를 들었을 때도 궁금했던 점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류재준은 말했다. 이것이 삶이라고. 이런 삶을 살아야 한다고. 소프라노가 한 구절 부르면 합창이 받아서 부르고, 또 메조소프라노가 부르고 다른 구절을 불렀다가 다시 앞 가사를 베이스가 강조해준다.

계속해서 같은 구절을 시간을 두고 음악 안에서 듣고 또 공연무대 영상의 자막을 통해 보는 느낌은 이거 이제 이해된다 작곡가가 이런 말 하는구나 알겠다.

 

그래 계속 말한다. 반복한다. 이해된다. 뭘 말하려는지. 가사를 내가 메모지에 적어놨는데 종이가 어디갔지? 아무튼 인류 삶과 숭고한 정신에 대한 내용을 계속적으로 부르짖는다. 부르짖는다는 것은 작곡가 내부에서 그것이 끝없이 피어오르고 물 긷듯이 길어져 올라온다는 뜻이다.

끝없이 넘쳐흐르고 말해도 말해도 끝도 없이 내용은 옷을 입고 이런저런 격식을 갖추어 지금 SIMF오케스트라와 국립합창단을 통해 랄프 고토니 지휘로 전장에서 전쟁을 하고 천상에서 노래한다.

 

문득 떠올라서 민망했다.

우리 임종우 선생님 같으면 저렇게 안 하실텐데. 같은 에너지와 감흥을 전자음향 스피커와 연주자 한명으로 나는 느낀 적이 있다.

이게 내가 정말 말하고 싶었던 부분이라 이번 공연, 특히 류재준 작곡의 '교향곡 2번'에 대해 내가 함부로 글을 쓸 수 없었던 이유이다.

정말로 무엇인가를 느꼈을 때 그것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 어떤 격식으로 합당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내 진심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설명할 것인가 말이다.

 

왜 내 대학원 작곡전공 컴퓨터음악작곡 전공일 때의 지도교수님이신 임종우 교수님의 올 봄 작품을 들었을 때 제작하신 멀티미디어 악기와 오디오비주얼의 감흥과 또 그 작품에서 스승의 스승, 그러니까 임종우 교수님의 은사님이시고 애석하게도 작년에 타계하신 고 강석희 선생님에 대한 깊은 존경과 사랑이 느껴졌으며 그 작품이 그런 모든 것을 코로나 중에 표현했다는 것을 내가 당시에 리뷰글로 남기기에는 지금 이번 공연에서처럼 감히, 내 깜냥도 안 되고 내 마음을 공식적으로 들킬까 봐 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 그런 내 마음에서 꿈틀거리는 뭔가가 느껴질 때는 달래느라 혹은 꽁꽁 숨겨놓느라 글을 못 쓴다. 사람은 분명 현상에서 뭐든간에 느낀다.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그것을 글로 표현한다는 것은 진심을 일단 표현해 놓고 다듬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제 서서히 내 마음이 달래진다. 그리고 그때 그 모습이 보인다.

류재준 '교향곡 2번' 무대에서 그 백주영, 김상진,김민지 등 각 대학 교수님이자 최정상급 솔로이스트들이 오케스트라를 이루어 4악장 마지막에 내달렸으며, 성악 솔로이스트들은 서로의 호흡을 느끼며 셰익스피어를 노래하던 모습을.

 

베토벤은 교향곡 9번에 합창을 넣었고, 말러는 3번에 여성합창을, 8번에야 '천인'이란 이름으로 대규모 합창을 넣었는데, 류재준은 2번에 넣었으면 그 다음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이제는 10년이 넘은 서울국제음악제. 류재준 작곡가의 이데아와 집념이 낳은 서울국제음악제의 새로운 10년이 보인다. 보고 싶다.

mazlae@hanmail.net

 

(공식페이스북) http://facebook.com/news.ew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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