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태복의 “Dot, Line” for 4ch audio-visual media는 알고리듬으로 작곡된 음악과 이미지를
작곡가가 무대위에서 제어하는 멋진 작품이었다. ⓒ 한국전자음악협회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20주년기념 ‘서울국제컴퓨터음악제 2013’의 공연이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10월 29일부터 11월 2일까지 진행중이다. 두 번째 날인 10월30일 공연은 세 개의 오디오비주얼 작품과 세 개의 테잎 작품, 두 개의 악기와 전자음향을 위한 작품으로 구성되었는데, 다른 공연날에 비해 특히 오디오비주얼 작품이 세 개나 배치되어 기대가 되었다.

첫 번째 작품인 그리스 작곡가 Papadimitriou Lefteris의 “Acid Drops” for 8ch tape은 동그랗고 몽글거리는 음향이 네 대의 스피커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더니 점차로 날카롭게 변형되는 형태였다. 필름 몽타쥬로부터 영감을 얻었다는 이 곡은 합성되거나 악기로부터 녹음된 소리 소재들을 연속적으로 몽타쥬처럼 여러 형태로 배합해 음향층을 만드는 방식이었다. 소리층이 점차 작품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날카로워지고 미세하게 변형되는 것이 제목의 “Acid(신맛)"을 표현하는 듯 느껴졌다.

두 번째는 일본 작곡가 Yousuke Fuyama의 “Experimentation For DATA-Material” for 4ch live audio-visual performance였다. 디지털 시대에 데이터는 단순히 매개체가 아니라 콘텐츠, 즉 독립적인 주체가 된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작품이었다. 장장 20여분동안 데이터의 컴퓨터 변환을 통해 오디오와 이미지가 무수히 복제되며 생산되고 있었다. 흰색바탕에 무수히 많은 검은 선들이 서로 교차해 수많은 작은 삼각형 사각형 등의 이미지를 만들면서 그 구조가 계속적으로 변화해 가는데, 동시에 소리도 그에 따라 노이즈소리, 날카로운 파형음 등이 계속적으로 변화되는데 그 영상미와 사운드의 파워가 무척 힘있고 멋있었다.
 

▲ Yousuke Fuyama의 “Experimentation For DATA-Material”. 20여분동안 데이터의 컴퓨터 변환을
통해 오디오와 이미지가 복제되는 영상미와 사운드가 멋졌다. ⓒ 한국전자음악협회

 
세 번째로 영국 작곡가 Daina Salazar의 “Capsicum Fever” for 2ch tape은 제목에서부터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고추를 먹을때 타는듯한 느낌을 표현했는데, 고추의 씨를 빼는 소리를 녹음하고 점차 거칠게 변형시켜 음악을 만들었다. 산발적인 잡음들과 클릭 소리들은 몽롱한 배경음 위에서 점차로 엉켜있는 리듬을 형성하는데, 고추의 매운맛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가지고 만든 음악임을 알 수 있었다.

전반부 순서 마지막은 포르투갈 작곡가 João Pedro Oliveira의 “Intersections” for cello. percussion and 6ch live electronics로 이날 공연의 유일한 라이브 일렉트로닉 작품이었다. 작곡의도에는 전자음향이 첼로와 타악기사이를 연결하는 브릿지 역할을 한다고 써있었지만, 실제로는 그 이상으로 전자음의 비중이 커서 사실상 전자음향까지 삼중주였다. 첼로의 하모닉스, 트레몰로 등의 현대주법과 비브라폰의 몽글거리는 두음 트레몰로 등이 빠르게 교차하는데, 이 사이를 전자음향은 한 악기에서 다른 악기로 역할을 넘기기 위한 음형을 만들어내며 리듬, 음색, 음정을 연결하는 재밌는 작품이었다.

후반부 첫 순서인 조태복의 “Dot, Line” for 4ch audio-visual media는 작곡가가 무대 위에서 실시간으로 음악과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멋진 작품이었다. 알고리듬 작곡형태로 미리짜여진 이미지와 소리는 연주시마다 실시간으로 생성되며 매번다른 작품을 만들어낸다. 아주 작은 점들이 점차로 연결되어 유럽의 궁궐처럼 보이는 1차원 이미지가 생성되더니 어느새 그것이 3차원으로 펼쳐진다. 동시에 소리는 노이즈, 펄스 파 등의 전자음의 변형이 계속적으로 이미지와 연동되어 만들어진다.

다음으로 독일작곡가 Gerald Eckert “Aux mains de l'espace” for 4ch tape이 이어졌다. 폴 엘뤼아르의 시에서 작품의 이해를 찾을 수 있다는 이 작품은 이날 여러 매체가 함께하는 다른 작품들과 상대적으로 대비되며 오히려 조용히 소리환경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노이즈 등이 아닌 조용한 바람소리 등의 소리가 천천히 스피커사이를 이동하고 변형되고 쉬어가는데, 전자음악을 들으면서도 이렇게 평화롭고 고요할 수 있구나를 다시 한번 되새겨볼 만했다.

▲ João Pedro Oliveira의 “Intersections” .전자음향이 첼로와 타악기사이를 연결하는
브릿지 역할을 하며 사실상 전자음향까지 삼중주의 멋진 앙상블이었다. ⓒ 한국전자음악협회


일곱 번째는 이탈리아-미국 작곡가 Julian Scordato “Vision II” for 2ch audio-visual media였다. 작품이 시작되면 20세기 중엽의 전설의 전자음악가인 슈톡하우젠의 그래픽 악보를 닮아있는 악보가 스크린에 보인다. 검정 삼각형들이 이어붙여져 구성된 형태구조의 테두리를 얇고 붉은선이 계속적으로 움직인다. 이러한 이미지가 계속 만들어지며 또한 그것이 소리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날 공연의 마지막 작품은 일본작곡가 Kotoka Suzuki의 “While Ripples Enlace” for alto recorder and 2ch tape였다. 작곡가 게오르그 필립 텔레만의 작품에서 음재료를 가져왔다는 이 작품은 알토 플룻의 지속음 끝에 이어지는 트릴, 플라터 텅잉 등의 현대주법과 테잎음향의 물소리, 구슬소리, 바람소리 등이 상당히 잘 어울렸다. 이날 다른 많은 곡이 노이즈나 클릭소리 등의 날카로운 전자음향이 대부분이었던데 반해 이 작품의 테잎음향도 여러 음향이 부드럽게 조화되며 알토플룻의 배경을 제공하여 좋았다.

11월 2일까지 계속되는 서울국제컴퓨터음악제 2013의 공연은 이제 3일이 남았다. 테잎, 라이브 전자음악, 오디오-비주얼 미디어, 무용 퍼포먼스 등 컴퓨터음악과 전자음악의 다양한 형태를 한 자리에서 5일간 볼 수 있는 공연으로는 국내에서 유일하다. 특히 4일째인 11월1일에는 현대음악과 한국전통음악의 접목을 추구하는 CMEK(Contemporary Music Ensemble Korea)의 공연이라 이들이 전자음악과 만나 어떤 모습을 보일지 기대된다.

mazla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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