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악기와 전자음향, 이미지가 어우러져 음향의 또하나의 영역을 소개해준 장 저프루아-크리마 공연. ⓒ 크리마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11월 13일 저녁 8시, 백암아트홀에서 장 저프루아(Jean Geoffroy)와 크리마(CREAMA)가"Jean Geoffroy plays Attacca" 공연을 열었다.

프랑스의 세계적 타악주자 장 저프루아와 한국 현대전자음악분야의 선두주자인 전자음악연구소 크리마의 기획으로 열린 이번 공연에서는, 일반에게 생소한 타악기음악을 네 작품 들을 있었으며 그것도 전자음향과 함께하는 타악기 작품들이어서 더욱 주목되었다.

공연장 무대에는 각종 타악기가 무대가득 들어차 있었다. 마림바, 콩가, 드럼 셋트, 카우벨, 차임, 심벌즈 등등 클래식음악에 쓰이는 각종 타악기라 무대 한가운데를 가득 채우고 있는 모습이 이채로웠다.

무엇이 벌어질까, 이곳에서. 최근 5-6년간 국내 클래식 분야에서는 그간 건반악기나 현악기, 목관악기에 비해 주목받지 못했던 타악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각종 음악학회에서도 “타악기의 밤”이라든지, 새로운 타악기 레퍼토리를 발굴하는 음악 경연대회를 여는 방법으로 타악기에 관심을 두고 있어, 요사이는 예전보다는 타악기 종류나 주법, 그 음향에 있어 많이 친숙해졌다.

하지만, 정통 클래식 음악에서 그 레퍼토리 비율을 볼 때 타악기는 현저히 그 곡수가 부족하다. 계속적인 타악기 작품 창작과 관심, 그 음향으로의 탐험이 필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이날 공연은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는 음악회가 되었다.

작품의 연주에 앞선 관계자의 공연 소개에서 박수를 치지 않을 것을 안내했다. 과연 어떤 특이한 사람이길래 관객들이 작품 끝나고 박수 치는 것도 하지 말란 것인가. 조명이 꺼지고 무대 오른편구석에서 작은 핀 조명을 받은 채 어느새 주인공 장 저프루아가 콩가를 두드리고 있다. 이렇게 시작된 브루노 만토바니의 “Le Grand Jeu"는 여행을 떠나듯 타악기의 리듬 속에 시작했다. 

▲ 장 저프루아의 허리를 약간 구부린 채 오로지 타악기들과 그 리듬에만 집중하는 모습이 경이로웠다. ⓒ 크리마


이 작품은 저프루아를 위해 작곡을 시작했으며 만토바니의 타악기 연작인 “유희적 모음곡”의 세 번째 작품이다. 손으로 두드리는 콩가의 가볍고 때론 강렬한 리듬의 향연에 전자음향은 그에 걸맞는 배경을 제공한다. 비단결같이 때론 칼날로 내리치듯, 신비로운 구슬같고 때론 금속 서리가 내리고 금속 회오리가 휘몰아치는 것 같은 음향이 공간을 휘감는다.

전자음향이야 어찌됐든 저프루아는 오로지 자신의 손바닥과 콩가사이의 접점에만 집중한다. 아니, 그런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모든 감각으로 이 공간에서 음향이 어떻게 흐르는지 알고 관장한다. 타악기를 위해 전자음향이 배경역할을 하며 봉사를 한다든가, 아니면 너무 두드러지게 시끄러운 소리를 낸다든가 하지 않는다. 전자음향도 타악기의 리듬만큼 복잡하고 다채롭게 제 할 말을 다하지만, 타악기와 전자음향 둘 다 시끄럽게 얘기를 할 때조차 이 둘이 각각 잘 들리면서 잘 섞이는 것이 신기하다.

정말로 박수 없이 앞 작품이 끝난 직후 5초도 안 되어 저프루아를 비춘 조명은 꺼지고 무대 왼쪽에 조명이 들어오며, 다음 작품 야스오 스에요시의 "Mirage"가 연주되었다. 마림바로 연주되는 이 곡은 마림바의 리듬선율이 특색 있었다.

작품은 연주자가 직접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본다는 뜻으로 프랑스어 ’Mirer'에서 가지고 왔는데, 작곡을 하는 동안 배음을 듣기 위해 인디언 스타링 벨 한쌍을 책상 위에 두고 작곡했다고 한다. 마림바의 청명한 음색과 그 구슬이 흘러가듯이 빠르게 계속적으로 움직이는 리듬이 작품의 제목이 의도하듯 연주자가 자신의 반영으로 거울을 들여다보는 듯, 리듬의 흐름이나 강도를 잘 조절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작품이었다.

바로 이어서 장 저프루아가 걸어나오며 김은혜의 맞은편, 첫 번째 작품을 연주했던 무대 오른편에 섰다. 이 두 연주자가 연주한 임종우의 "Moving Color"는 타악기와 전자음향의 색채적 대비와 그 연결성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었다. 가죽악기로 이루어진 타악기 그룹과 가죽이 아닌 타악기 그룹, 이 두 그룹을 두 연주자가 연주한다. 작곡가의 의도대로 가죽악기를 연주하는데 금속성의 음향이 흘러나오고, 금속성의 음정이 없는 악기를 연주하는데 음정이 들린다.

전자음향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타악기에 부여하며 작곡가가 고심한 부분이 효과를 발휘하는 순간이었다. 전자음향으로 딜레이나 리버브, 노이즈 등의 흔한 기법을 쓰는 것에 비해, 이번 작품에서는 작곡가가 다양한 악기를 포함하는 타악기군의 특성과 그 악기별 색채를 고려한 점이 돋보였다. 거기에 박진감 넘치는 악기 리듬과 그것을 실시간 변조하는 전자음향, 또는 악기역할에 배경을 제공하는 테잎 음향도 색채적으로 좋았다. 두 타악기군의 대항하는 힘이 느껴졌으며, 할 말이 많은 작곡가의 특성 또한 그 충실한 리듬들에서 엿보였다.

후반부는 이날의 대미를 장식한 이보 말렉의 "Attacca"였다. 무대가득 들어찬 타악기는 마치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실험실을 연상시키는 듯, 장 저프루아는 그 속에서 각종 타악기를 해부하며 쉼 없이 리듬을 만들어 냈다. ‘쉼 없이’, 제목의 ‘Attacca'는 음악의 진행 중에 속도가 변화되는 부분이나 악장과 악장 사이를 중단 없이 연주할 때 사용하는 음악용어다.

▲ 공연 제목 Attacca의 뜻 그대로 작품 사이 박수를 치지 않고,
음향의 세계에 집중을 요구하는 공연이었다. ⓒ 크리마

총 56개의 타악기가 연주자를 가운데 두고 에워싸고 있는데, 이 악기들을 26분의 작품시간동안 이리저리 오가며 연주한다. 뒤쪽 악기의 연주를 위해 그가 뒤돌아서 연주할 때는 독주 연주자의 뒷모습을 볼 수도 있다는 것이 새삼 신기했다. 장 저프루아는 마치 그의 몸 전체가 허리를 축으로 하나의 관절인 것처럼, 허리에서부터 올라온 에너지가 손, 손바닥을 통해각 타악기들에서 최고의 것을 뽑아내고 있었다. 허리를 약간 구부린 채 오로지 악기들과 그 리듬에만 집중하는 모습이 경이로웠다.

악기 사이를 이동하며 각 에피소드를 연주할 때, 어떠한 중단 없이 연주하며 계속적인 음악의 진행을 기대하게 만든다. 강렬한 전자음향과 함께 점차 절정으로 치달았을 때 등장하는 차임벨의 순수한 음향은 침묵이 주는 ‘카타르시스’ 그 이상의 것이었다. 이후 모든 악기가 한꺼번에 빠르게 연주되며 지금까지 쉼없이 달려온 리듬질주를 총망라한다. 공연 제목이 후반부 작품의 제목이면서 동시에 “장 저프루아가 ‘중단 없이(Attacca)' 연주한다”여서, 이 날 연주회 전체적으로 작품간 박수 없이 이어서 연주를 한 의도가 이해되었으며, 저프루아가 의도한 ‘소리에의 집중’, 소리의 흐름을 기대하는 것에 대한 요구를 알 수 있었다.

이것이 슈톡하우젠의 “Kontakte"이후 중요한 타악기와 테잎을 위한 음악으로 평가되는 지점이다. 타악기의 갖가지 음향과 리듬을 다 뽑아내고 있었고, 전자음향 역시 그것을 잘 맞추어주고 있었다. 또한 이날 전체적으로 네 작품 내내 무대 배경에 삼각형, 사각형, 원의 추상적 도형이 천천히 움직이는 이미지(영상 이정윤)로 각 작품별 타악기와 전자음향의 음색변화를 더욱 시각적으로 느낄 수 있게 도와주어 효과적이었다.

이날 연주회는 전체적으로 희귀 레퍼토리에 좋은 연주, 집중력 있는 무대 구성 등 좋은 연주회였다. 청중들은 만족한 듯 연주자와 무대에 뜨거운 박수로 화답해 두 차례의 커튼콜을 만들어냈다. 이렇게 볼 때, 연구소 크리마가 앞으로 해야할 일은 자명하다. 더욱더 세계적인 연주가들과 작곡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그 열기를 뜨겁게 달구는 것, 우리가 소유하여 풍요로워진 감정을 그들과 함께하고 싶은 그 마음, 내 친구를 다른 친구에게 소개하고픈 그 마음을 일관되게 전달하는 일일 것이다.

 

mazla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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