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리안 드럼-영고' 첫번째 장 '태초의 소리'. 대지를 울리는 대고의 울림과 북들의 향연이 붉은 기운과 함께 강렬히 울려퍼진다.
'태초의 소리', 북소리로 세상을 두드리다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국수호 디딤무용단(예술감독 국수호)이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코리안 드럼-영고(Korean Drum-Echo of the Earth)> 공연을 진행 중이다. 이번 작품은 2011년 영국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각종 매체로부터 최고평점인 별 다섯 개로 극찬을 받으며 성황리에 한 달 동안 공연되었다.
국수호 예술감독은 '북'이라는 주제로 지난 1985년 광복 45주년 기념 <북의 대합주>를 시작으로 1999년 <코리안 드럼스 페스티벌(한국의 북춤)>, 2008년 <천무> 등의 일련의 작품으로 이어지며 이번 <코리안 드럼-영고>를 완성시켰다. '북'이라는 하나의 소재로 원시시대부터, 삼국시대의 춤, 현대춤까지 동서고금 또 남과 북이 하나로 만나는 10개 장의 춤을 만들었다.첫 시작으로 대고(大鼓)가 둥둥거리며 대지를 울린다. 1장 '태초의 소리'이다. 땅과 하늘, 사람을 울리며 거대한 소리가 공간을 가른다. 예로부터 북은 인간의 기원을 담아 그것을 자연과 우주에 알리며, 동시에 인간의 의식과 유희가 함께 들어 있다. 그것을 1장에서는 하나의 대고와 네 명의 북주자가 주고받으며 점점 다이내믹한 리듬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 2장 ‘기원의 북, 경고’. 여인들의 기원이 북으로 아름답게 승화되었다.
이어서 2장 '기원의 북, 경고'이다. 1장의 억셈과 대비되며 아녀자들의 잔잔한 다듬이 소리와 함께 아름다운 장고춤이 펼쳐진다. 3장 '구정놀이'는 전라 우도농악의 장고놀음으로 한국 남성의 노동악이다. 호남평야에서 땅을 일구던 남자들의 생활력과 생동감이 드러나는 듯 하였다.
4장 '땅의 혼-오고무'는 단청북을 다루는 다섯 명의 한국 여인을 다루었다. 오색찬란한 옷을 입은 아녀자들의 북춤은 어머니의 숨결을 듣는 듯하다. 일련하게 움직이는 몸동작과 정교한 북소리가 보는 즐거움과 듣는 즐거움을 함께 주고 있었다. 이처럼 <코리안 드럼-영고>에서는 남과 여가 강약을 주며 장별로 서로 대비되고 또한 화려한 고전 의상으로 음계 없이 리듬으로만 계속되는 북춤들의 향연을 다채롭게 하고 있었다.
다음으로 5장 '판굿' 장면이다. 판굿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국악에서 제일 익숙한 부분으로 꽹과리, 징, 장고, 북의 사물로 소리뿐 아니라 갖가지 흥겨운 놀이 모습을 보여준다. 꽹과리의 다소 시끄럽지만 흥을 돋우는 음색과 징의 중후함, 장고의 부지런함. 북의 단단함이 한데 어우러져 신명나는 장단과 상모 돌리기, 원반 돌리기 등의 놀이로 신명나는 한판이 전체 작품 중 꽤 긴 시간 비중으로 즐거움을 더한다.
6장 '춘설'은 가야금의 음색을 고스란히 춤동작으로 표현하였다. 하늘거리는 여인의 몸은 펄럭이는 치마 안에서 공기를 가볍게 휘감고 앞장 '판굿'에서 한껏 고취되었던 흥을 사뿐히 풀어주며 미의 세계로 인도하였다.
이어지는 7장 '붉은 혼'은 '춘설'과 무척 대비된다. 강렬한 붉은 색조명안에 웃옷을 벗은 남성들이 커다란 북을 다양한 리듬으로 마구 두드린다. 이렇게 리듬이 다양할 수 있나 놀랄 정도이지만 리듬 동작 그 자체가 춤이다. 그저 제자리에 서서 리듬에만 집중할 뿐인데, 무척 역동적으로 보이는 움직임과 풍성한 소리에 놀랄 수 밖에 없다. 붉음으로 상징되는 정열, 열정, 뜨거움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8장 '손북춤'은 세계적인 무용가 최승희류 북춤의 하나로 최승희의 후계자 김해춘에게서 재일동포 무용가 백홍천 선생에게로 다시 디딤무용단에게 전수된 작품이다. 북이 서 있고 다섯명의 무용수가 리듬을 맞추는 '오고무'와는 또 다른 멋으로 여자 무용수들이 손에 북을 들고 이리저리 움직이며 더욱 자유로운 몸짓이다.
▲ 7장 ‘붉은혼. 붉은 정열이 네명 북주자의 다양하고 일련한 리듬으로 표현된다.
9장 '맞두드리북-대고'는 커다란 북 한 대를 사이에 두고 두 남자의 대결이 펼쳐진다. 1장 태고의 소리가 한 인간으로 대변되는 인간의 세계를 향한 염원과 부르짖음이었다면, 맞두드리북은 각자의 성취를 위하여 서로 대적하면서 점차적으로 하나되는 합일을 위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10장 '북의대합주'가 펼쳐졌다. 대고, 장고, 북, 소고 등 모든 북들이 다함께 등장하여 다채롭고 더욱 신명나는 한판 춤의 대향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북의대합주'는 국수호에 의해 1985년 초연되어 지금까지 전 세계 50여개국에서 공연된 당대 최고의 명작으로 꼽힌다.
북이라면 단순히 두드리는 것으로만 아는 것이 보통인데, <코리안 드럼-영고>에서는 다양한 북의 리듬과 여러 가지 북, 또 우리 민족 각 시대의 춤이 다양하게 어우러져 음악과 춤이 하나가 되어 지루하지 않게 1시간 20분을 구성하고 있었다.
국수호는 "다른 민족이 북을 군사용도 등 단순히 사용한 것에 비해 우리민족처럼 북으로 춤도 추는 등 일상과 친밀하게 다루는 민족은 드물다"며 "대중과 친밀해지기 위해 노력했다. 보통 한국의 무용공연이 하루, 이틀로 끝나는데 것이 아쉬워 <코리안 드럼-영고>는 5일 공연으로 하였고, 국내의 외국인과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팜플렛에도 영어로 설명글을 썼다"고 설명하였다.
국수호디딤무용단의 <코리안 드럼-영고> 공연은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9월 5일부터 9월 9일까지 공연된다.
▲ 9장 '맞두드리북-대고’. 북을 사이에 두고 서로 대적하는 리듬으로 점차 하나로 합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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