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라스트 월 비긴즈' 1부 마지막 장면. 남북한이 재통일되며 무너진 휴전선 장벽에서
주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9월 13일부터 16일까지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더 라스트 월 비긴즈(연출 류병학)는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서 한 예술가의 탈북과정을 통해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조명한다. 남북한의 재통일을 설정하여 전체 3부에서 1부는 재통일 이전, 2부와 3부는 재통일 이후를 연극, 무용, 음악, 미디어아트, 패션이 어우러진 복합장르극으로 표현하였다. 


재통일되는 남북한을 복합장르극으로 그리다


1부는 조선후기부터 일체침략과 광복, 그리고 한국전쟁을 거쳐 재통일되는 날까지를 그렸다. 도입에서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의 <금강전투도>가 등장한다. 조선조 명화 중 하나인 정선의 <금강산전도>를 기본으로 여기에 꽃이 피고 새가 지저귀는 봄, 울창한 삼림과 폭포의 여름, 가을 단풍, 눈 내리는 겨울로 바뀌더니 전투기가 등장하여 중심으로 화면을 검게 물들인다.   


이어 일장기를 연상시키듯 중심의 붉은 점에서 붉은 선들이 사방팔방으로 번진다. 이후 3·1운동, 대한민국 임시정부, 일제강점기 모습, 일본의 항복과 광복절, 한국전쟁, 3.8선, 이승만 정권, 김일성 동상, 5.18민중항쟁, 남북이산가족상봉, 남북정상회담, 천안함 침몰사건 등 대한민국 역사의 주요사건들이 회색톤의 뉴스로 빠르게 지나간다. 음악과 사운드(음악 오지은, 사운드 류한길) 역시 어두운 톤 배경에 금속성의 음향을 덧입혀 무채색 빛 한반도의 100년 역사를 실감나게 그려낸다. 


이어서 2019년 4월 12일 두만강 배경으로 북한청년 김영식과 한송이의 영상이다. 국경수비대의 삼엄한 경비를 뚫고 도주하던 중 영식이 총을 맞고 쓰러진다. 장면은 바뀌어 무대 위에서 송이는 눈물로 영식을 '피에타의 성모' 포즈로 껴안고 붉은 조명아래 침묵만 흐른다.

▲ 1부 장면 중. 주인공 송이가 두만강을 함께 건너다 총에 맞아 죽은 영식을 껴앉고 피에타의 성모 포즈로 흐느끼고 있다.


이들은 남북 재통일인 2019년 4월 13일의 바로 하루 전날 국경을 건너다 이러한 비극을 맞이한 것이다. 하루만 기다렸다면. 남북 정상회담과 5시간에 걸친 6자 회담으로 여행자유화가 추진된다. 남북한 주민들은 이에 격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남북 장벽을 붕괴하며 통일을 이룩한다.


1부의 내용은 이처럼 미디어아트와 영상, 연극으로 한반도의 역사와 재통일 이전까지를 주인공 한송이에 대한 짤막한 소개로 개인의 삶보다는 역사 전체를 아우르며 남북사이의 '물리적 장벽'이 붕괴되기까지를 빠르게 그려나간다. 이에 비해 2부와 3부는 재통일 이후의 예술가인 한 개인의 삶을 통해 통일 이후의 소외감과 비극 등 '심리적 장벽'을 현대 무용과 모션 그래픽 영상, 연극으로 그려낸다. 


2부 시작은 정석희의 애니매이션으로 재통일 이후 급격히 들어서는 건물들과 삶의 소외 등을 나타내었다. 이것이 한 장, 한 장 일일이 800장의 그림을 연결시킨 것이라니 정말로 놀랍다. 이어서 개콘의 '풀하우스'를 패러디하여 통일 이후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족구성원 각자가 겪는 어려움을 코믹하게 표현하였다. 아버지는 새직장 구하기 힘들고, 딸은 '빽'이 없어 무용 테스트에 떨어지고, 할아버지는 북한 출신이라 연금을 받는 것도 마음 편히 받지 못하고, 막내딸은 얼굴성형에 명품 짝퉁에 변해가며 모두가 자유를 찾아 왔건만 '자본'이라는 또 다른 독재에 힘들다.  


▲ 2부 장면 중. 개콘의 '풀하우스'를 패러디해 자본주의의 또다른 독재를 경험하는 북한출신 가족의 소외를 코믹하게 표현하였다.


이어서 송이와 군무의 '저항의 춤'(안무 이경)이다. 그녀는 통일 이전의 북한의 독재체제, 이후의 남한에도 여전한 자본이라는 독재에 맞서 저항한다. 여성 무용수들의 형형색색 컬러풀하고 미래적인 의상 안에서 섹시한 현대 무용이 인상적이다. 독재를 상징하는 피라미드 벽에 남자 군인들이 무장을 한 채 춤을 추는 영상이 비추인다. 한명이 춘 춤을 모션그래픽으로 군무로 처리하였다. 실제와 가상, 여성과 남성의 군무가 대비되면서 극적 드라마를 형성한다.


3부가 시작되면  DJ가 쇼타임을 외치며 관객들을 무대 위로 올라와 함께 춤출 것을 유도한다. 일부 관객은 함께하지만, 나머지 관객들은 쑥스러워 하며 여전히 관객석에 있는 것이 아쉽다. 모든 관객이 무대위로 올라오도록 흥을 한창 북돋워주거나 2부 마지막 장면이 감정적으로 훨씬 고취되도록 해야 하겠다. 


이 때 관객석 쪽에서 등장한 테러리스트들이 자본주의에 반대하며 폭탄을 들어보인다. 한송이는 폭탄을 뺏어 품에 안고 자폭한다. 마지막으로 송이와 영식의 '사랑의 춤'은 아쉬움과 애잔한 감정의 선이 여운으로 남으며 아름다운 듀엣을 선보인다. 주인공 송이 역의 김성숙이 최승희류 무용 이수자라는 것이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 2부 '저항의 춤'. 남한 자본주의의 또다른 독재가 피라미드의 꼭대기로 상징되며
벽에 미디어아트 영상이 펼쳐진다.


각 요소를 살리며 융합하는 것이 진정한 통일 


전체적으로 미디어와 영상, 연극과 음악, 무용이 한 무대에 만나지만 각자 어느 영역도 축소되지 않는다. 오히려 더욱 자신을 드러내며 다른 영역에 침해받지도 않을뿐더러 다른 영역을 부각시켜 준다. 이것이 <더 라스트 월 비긴즈>가 추구한 하이브리드의 개념이고, 요사이 한팩이나 아트센터 나비 등에서 미디어와 공연을 '하이브리딩'하는 목적이다. 


하지만, 미디어와 영상, 무용, 연극 각 요소들을 한 무대에 동시에 섞기 보다는 시간별로 한 요소가 한 무대에 존재하도록 하였기 때문에 각 장면 요소의 연결 시에 분절되는 느낌이 아쉬운 부분이다.  


제작감독인 신동훈은 "사람들의 뜻을 모아 표현하는 것이 공연의 기능 중 하나이다. 재통일은 한민족의 소망 아닌가. <라스트 월 비긴즈>의 주제인 '재통일'은 '하이브리드'와 잘 연결된다. 분단으로 인해 이질적이 되어 버린 우리 민족의 현실을 연결하고자 하는 노력은 트렌드를 넘어 앞으로도 지속되어야 할 주제이다"라고 작품을 설명하였다.
 ▲ 2부 '저항의 춤'. 컬러풀한 의상의 여성 무용수들이 송이의 내면을 표현한 저항의 춤을 선보인다.


단순히 여러 가지를 한 번에 보여주는 것, 하나로  모으는 것이 하이브리드는 아니다. 각각의 성질이 만나 그것을 간직하며 더욱 진일보한 새로운 형태로 거듭나는 것, 그것이 진정한 '하이브리드'이다. 남북한의 '재통일'도 역시 마찬가지다. 서로를 위하여 진정한 융합이 되는 것. 그것이 마지막 장벽(The Last Wall)이 극중처럼 'Begins' 되지 않고, 무너지는 순간이 아닐까?


주인공 송이역의 김성숙과 김병수, 김충성 등 주역 배우들은 실제 탈북 배우들로 북한 억양 등 극의 사실성을 더한다. 또한 다루기 어려운 남북 재통일이라는 주제를 기획하여 첫 연출데뷔까지 하게 된 미술평론가 류병학의 용기와 결단이 대단하다. 류병학 연출, 한국공연예술센터(한팩, 이사장 최치림)와 아트센터 나비(관장 노소영)가 공동 제작한 한팩 하이브리드 퍼포먼스 <더 라스트 월 비긴즈>는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9월 13일부터 16일까지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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