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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국립현대무용단 <끝-레지던시: 안무가 초청 프로젝트>, 윤푸름 <17cm> 임지애 <어제보자>

무용

by 이화미디어 2015. 3. 3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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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지애 <어제 보자>. '언어'가 '동작'을 규정하는 것을 탈피하고 재설정
함으로써 동작에 신선함을 불어넣는다. ⓒ 국립현대무용단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국립현대무용단이 <끝-레지던시: 안무가 초청 프로젝트>로 안무가 임지애의 <어제보자>와 안무가 윤푸름의 <17cm>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3월 27일부터 29일까지 공연했다.

이번 공연은, 국립현대무용단이 현대무용의 역할이 기존의 경계를 흔들고 현실을 새롭게 환기를 바란다는 취지로 2015시즌 키워드를 [밑 끝 바깥]으로 정하는 그 첫 작품으로 올려졌다.

안무가 임지애의 <어제보자>는 말에 얽매이는 몸짓을 분리해 3명의 남녀 무용수로 풀어냈다. 60년대 영화 <자유부인>과 40년대 영화 <미몽>에서 임지애는 장면의 연결방식이 즉각적이지 않고, 본인이 생각했던 타이밍보다 한 템포 늦게 서술되는 것에서 작품의 착상을 얻었다.

언어에 대해 한 사람이 생각하는 동작과 그 방향성, 결과가 실은 각 사람별로 다를 수 있고, 각각의 착각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작품은 시작해, ‘말’을 분절시키고, 무음으로 만들기도 하고, 말과 전혀 상관없는 우스꽝스런 몸동작, 기괴한 고음이나 저음의 음성 등으로 말을 의도적으로 일그러뜨린다.

말의 비틈에 집중했기 때문에 작품 내내 거의 음악이 없다. 일상적인 말이 아닌 것이 주는 긴장감과 말과 분리된 행동, 그런데 그 행동이 참 재미있다. 특히 장홍석 무용수의 말과 그것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동작과 표정은 무척 재미있고 작품내용을 제일 표면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최근에는 인터넷과 SNS사용, 정보의 검색이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편리해진 것에 대해서 ‘검색된’ 말의 내용을 장홍석이 몸짓으로 표현하는 장면은 관객의 웃음샘을 자극한다.

언어에 고정관념이 있다는 설정이 맞는 것일까? 하지만, 세상을 이해하고 인식하고 정돈하는 수단의 하나인 ‘언어’가 공통적으로 규정하지만, 우리가 각각의 ‘개체’이기 때문에 서로의 해석과 적용이 달라 서로 오해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이번 작품의 의도는 관객 누구라도 이해할 만하다. 안무가는 언어가 지배하는 몸도 그 고정관념을 넘어서지 못했다는 것을, “내일보자”는 일상적인 인사가 아닌 “어제(보았다)”와 “(내일)보자”라는 신선한 제목의 합성으로, 다음상황에 대한 고정관념의 기대치를 무너뜨리면서 의미 있게 보여주었다.


▲ 윤푸름 <17cm>. 관계를 인식하기 위한 최소거리 17cm를 기준으로 벌어지는
서로의 관계와 진실,거짓을 풀어낸다. ⓒ 국립현대무용단


안무가 윤푸름의 <17cm>는 사람 사이의 관계와 그 진실 혹은 거짓, 이 세상의 허와 실에 대해 5명의 남녀 무용수와 함께 표현했다. 사물을 바라볼 때 점점 가까워지면서 이상적으로 제일 잘 보이는 초점거리가 17cm인 것에서 착안해 제목을 붙였다.

무대가 시작하면 굉음과 함께 자유소극장 무대 하단이 아래쪽으로 열리고 무대 뒤편 조명을 받으며 무대 양 끝에 남녀 무용수가 서로 등지고 측면으로 서 있다. 옷을 하나씩 천천히 벗어 속옷 하의만 입은 상태가 된다. 다시 무대가 올라가고, 가운데 문 속에서 무용수들이 옆모습으로 걸어다니는 것이 보인다.

두 명의 남자와 세 명의 여자는 친구, 연인관계가 시시때때로 바뀌고, 때론 동성애 관계도 되며 변화하는 사람사이의 관계를 보여준다. 결코 뛰거나 무대를 가로지르는 법 없이, 어떤 내재된 규칙이라도 있는 양, 무대를 가로로, 세로로 일직선으로 말없이 조용하고 빠르게 걸으며 이들 다섯 명은 무리지어 다니며 서로 키스하고, 다독여주고, 뺏으며, 다투기도 하며 관계의 형성을 보여준다.

처음에는 느린 호흡과 적막감으로 작품이 다소 무겁고 지루하게 느껴지지만, 점차 수식되고 복잡해지는 구조 속에 우리가 늘 생각하는 ‘관계’라는 화두를 다루었기에, 결코 동떨어진 내용은 아니었다. 후반부에 왈츠 음악 속에 서로파트너를 바꿔가며 왈츠를 추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어쩌면 17cm이내 거리에서 시각은 인지하지 못하지만, 촉각과 그 너머의 감각은 이미 인지하거나, 혹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 우리의 모든 세포와 감각, 우리 자신들은 그렇게 관계와 사회를 유지해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국립현대무용단의 차기작은 4월 24일부터 26일까지 예술의 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되는 <이미아직>이다. 지난해 5월 안애순 예술감독의 안무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되었고 이후 4차례의 지역 순회공연을 가졌으며, 2016년 프랑스 샤이오국립극장 초청공연을 앞두고 있다. 한국의 전통 장례문화에 등장하는 ‘곡두’를 모티프로 올해 한층 업그레이드되어 공연된다. 


mazla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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