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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프랑스 누벨당스의 시성, 시각성 잘 보여준 마기마랭 무용단 '총성(SALVES)'

무용

by 이화미디어 2013. 6. 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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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기 마랭 무용단 '총성'의 마지막 장면인 '파티' 장면. 무대 위로 헬기가 '예수'상을 실어나르고 있다(사진제공=LG아트센터)


[플레이뉴스 문성식기자] 마기 마랭 무용단(Compagnie Maguy Marin, 1978년 창단)이 2010년 프랑스 리옹에서 초연한 '총성(SALVES)'이 6월 5일부터 7일까지 사흘간 LG아트센터 CoMPAS13 기획공연으로 한국 관객들을 만났다.


프랑스 누벨 당스(Nouvelle Danse: 새로운 무용)를 이끌며, 독일 피나 바우쉬와 함께 유럽 현대 무용의 양대 산맥으로 불린다는 안무가 마기 마랭(Maguy Marin, 프랑스, 62세/1951년생)의  마기 마랭 무용단이 내한한 것은 2003년 SIDance 초청작 '박수만으로 살 수 없어(LES APPLAUDISSEMENTS NE SE MANGENT PAS)' 이후, 10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은 것이라 한다.

'총성'은 객석과 무대의 조명이 모두 켜진 상태에서 아주 고요하게 시작되었다. 먼저 한 명의 무용수가 투명한 실을 이끌고 등장한다. 그리고 차례로 객석에 앞쪽 열에 앉아있던 다른 무용수들을 불러내어 서로를 그 투명한 실로 엮어낸다. 7명의 무용수들이 대략 투명한 실로 서로를 엮어내는 동작들을 한 후 어느순간 객석과 무대의 불이 모두 꺼져 캄캄한 암흑바다로 변하게 된다.

이후 무용수들은 캄캄한 가운데 손전등을 들고 등장한다. 그리곤 마치 어두운 밤, 어떤 빌딩의 한 창에서 불이 켜졌다가 이내 꺼지고 또 다른 창문에서 불이 켜졌다 꺼지는 것처럼 무용수 한명 또는 두명씩 무대 한켠에서 등장하면 이곳에만 핀조명이 비춰지며 어떤 동작들을 보여주게 된다.


▲ 마기 마랭 무용단 '총성'의 한 장면. 한 무용수가 다른 무용수의 목에 칼을 겨누고 있다.
(사진제공=LG아트센터)


여자 무용수 한명이 앉아서 깨진 화병이나 접시를 이어 붙이려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하고, 의자에 앉아 앞으로 고개를 숙인 한 여자 무용수의 머리를 위로 올리는 동작, 또는 무용수 여러명이 둘러 모여서 동시에 기합소리를 지르며 어떤 나무 판자 같은 것을 전달해 나르기도 한다. 한 무용수는 자유의 여신상 조각을 들고 나르다 바닥에 떨어트려 캐트리기고 또다른 두 명의 무용수는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그림액자 등을 벽에다 걸곤 한다. 

이 와중에 음악소리는 따로 없다. 무대 네 곳에 설치된 네개의 릴테입에서는 용광로의 불이 타오르는듯한 소리, 보일러실 기계 작동소리 처럼 웅웅거리는 괴음같은 것들이 상황에 따라 들려올 뿐이다. 무언가 사람 말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그런 와중에 무용수들은 쉴새없고 정신없이 바쁘다. 같은 동작을 반복하거나 비슷한 동작을 여러번 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들은 불안하거나 초조, 공포에 떠는 사람들이 반응하는 동작들로 느껴진다.

공연 시간 70분 중에 거의 50분 정도가 암전 속에 단 한 곳만 밝고, 그곳의 무용수 또는 무용수들이 무언가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순간 순간, 부분 부분에 촛점을 맞춰 보여주면서 전체적으로 미장센을 형성한다. 어떤 느낌 정도는 오는데 크게 공감이 가지는 않았다. 내가 유럽 사람이 아니어서 그런 것인가? 보도자료나 프로그램 책자에 쓰여진 격한 표현만큼 와닿지는 않았다.


▲ 마기 마랭 무용단 '총성'의 한 장면. 한 무용수가 끼어들면서 이들 여섯무용수를 옆으로 밀치는
약간은 코믹한 장면이다.(사진제공=LG아트센터)


다만, 마기 마랭 무용단의 '총성'을 통해 프랑스 누벨당스의 '시적'이고 '시각적'이라는 특성 자체는 확실하게 얻어갈 수 있었다. 결코 공연이 나빴다는 의미는 아니다. 내가 유럽 사람이 아니기에, 또한 한국전쟁을 직접 겪어본 세대도 아니기에 유럽 사람들이 1,2차 세계대전을 겪고나서 생겨난 트라우마 같은 것을, 더구나 이렇게 몸짓을 통해 시적으로, 미장센 방식으로 표현하는 내용들에 대해 수월하게 공감하기는 결코 쉽지 않았다는 뜻이다. 오늘날 유럽사람들이 느끼는 불안이나 개인주의 심화, 비관적 전망이란 것에 대한 감수성이 예민하지 않은 탓도 있었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히 마지막 엔딩 10분 정도에서 더욱 극대화된, 무대 위 무용수들의 몸짓들을 통해 나타내보인 아주 강렬한 에너지의 충만 만큼은 확실하게 각인되어 박혀왔다. 서로에게 물감을 뒤집어 씌우고, 케익으로 얼굴을 하얗케 만들면서, 온통 난장판이 되어버린 파티 테이블 위로 무선 작동 헬기가 작은 '예수'상을 실어 나르다 한 곳에 떨어트리는 장면 역시 무엇을 상징하는지 의미를 알지는 못하겠으나 꽤나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실제 무대에서 총은 딱 한번만 쏘더라.

LG아트센터가 기획한 CoMPAS13의 올 해 무용 공연 중 나머지 두 공연은 모두 하반기인 11월 중에 예정되어 있다. 그 중 첫번째는 벨기에 피핑톰 무용단. 11월 1일(금)과 2일(토) 양일간 벨기에 피핑톰 무용단은 현대인들의 고립된 삶을 다룬 연극적 요소가 강한 현대무용 작품을 선보인다. 또한 11월 6일(수)부터 10(일)까지는 스페인 국립 플라멩코 발레단이 2011년 내한공연보다 더욱 새로워진 레퍼토리로 앵콜공연을 한다.


ewha-media@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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