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밝넝쿨 안무, 무용-권병준 음악 '파이팅 룸'. 삶이라는 주제를 
실시간 음악과 역동감 있는 춤으로 표현했다.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지난 5월 31일과 6월 1일 이틀간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2013 한팩 솔로이스트' 첫 번째 팀의 공연이 있었다.

'한팩 솔로이스트'는 국내외 활발한 활동 중의 능력 있는 무용가와 안무가가 함께 선보이는 무대로 올해는 총 7팀의 안무가-무용가 팀이 공연을 펼친다. 5월 31일부터 이틀간의 첫 번째 팀 공연에는 밝넝쿨-권병준, 김지영-김보람, 김혜림-김재덕, 김성용-지슬라 로샤 팀이 짝을 이루어 현대무용, 발레, 한국무용의 다양하고 신선한 무대를 보여주었다.

이날 작품의 주제는 인생과 춤, 혼돈, 선택, 엄마와 아들 등으로 ‘인생’의 여정과 고난 갈림길, 그리고 그것에 대한 의문을 소재로 한 것들이었다. 각기 특징 있는 소재와 안무,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는 1인 무용수들의 수준 있는 몸동작으로 집중감 있는 무대공간이 되었다.

첫 번째 작품 '파이팅 룸(Fighting Room)'은 차세대 안무가 밝넝쿨의 안무와 춤에 사운드아티스트 권병준의 음악이 결합된 작품이다. 우선 음악을 맡은 권병준이 무대 왼쪽 위에서 실시간으로 음악을 넣어주어 현장감이 좋았다. 여기에 역동감 있고 에너지 넘치는 밝넝쿨의 힘찬 몸짓이 주제를 잘 표현했다. 매 순간 삶이라는 거대한 방 안에 ‘살아있는 것’과 ‘살아간다는 것’ 그리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 그 미세한 차이가 주는 의미를 자신의 ‘춤 인생’으로 느끼며 표현했다.

삶이라는 것은 참 버겁다. 존재하게 되어서 그것을 내가 진행시키는 것, 그리고 멈추지 말고 나아가야 한다는 그것을 안무가이자 무용수 밝넝쿨은 보여주고 있었다. 무대에 등장해 “여러분, 여러분“을 20여 번 외치며 관객을 불러 깨우더니, 음악에 맞춰 소용돌이치듯 웨이브 섞인 몸동작을 한다. 다양한 운동과 스포츠, 무술, 노동, 놀이 동작을 펼친다. “I love Music, I love my threat, I love Audience, I love this theater, I love music, I love Dance". 그의 마지막 외침이 그가 사랑하는 인생과 춤, 그리고 다시 한번 분투하고픈 의지를 말해주고 있었다.


▲ 김지영 무용-김보람 안무 ‘혼돈의 시작'. 발레무용수와 
자유분방한 안무가의 결합이 의외로 안정적이었다.  


두 번째 작품은 김지영 무용, 김보람 안무의 ‘혼돈의 시작(Chaos Begins)'이다.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함이 특징인 안무가 김보람과 우아한 자태의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의 결합이 의외로 안정적이었다. 안무가는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사회로부터 혼돈되어지는 것‘ 보다는 ’스스로 우리 혼돈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표현했다. 평소 김보람 안무가가 양보하지 않는 두 가지- 선글라스와 음악- 도 여전히 고수되었다. 시작되면 몸에 딱 붙는 흰색 타이즈와 상의에 선글라스를 낀 김지영이 앉아 있다가 일어나 걷는다. 걸은 궤적대로 조명이 들어오는데 ‘파이(Φ)‘ 모양이다. 


슈만의 '트로메라이'에 맞춰 우아한 발레동작을 펼치더니 프랑스 듀오 다프트펑크의 '테크노로직'에 맞춰 디스코를 춘다. 발레리나의 댄스도 일직선과 멈춤이 어우러진 오묘함을 보여주며 재미있었다. 음악이 멈추더니 안무가 김보람이 등장해 김지영의 몸 앞뒤에 붓으로 자유롭게 색칠을 한다. 그가 퇴장하고 영화 서편제 ost 중 심청가 대목음악을 배경으로 김지영은 발레동작과 한국음악의 이질성을 넘어서서 경쾌한 발짓, 턴 동작, 날렵한 손동작으로 음악을 표현해낸다. 

다시 등장한 김보람은 이제 발레슈즈가 담긴 멍석을 김지영에게 가져다준다. 이제 보니 마치 심청의 아버지 심봉사 같다. 그녀는 멍석을 깔고 앉아 발레슈즈를 갈아신고는 구슬픈 대금소리에 대조되게 경쾌한 동작으로 뒤돌아서 천천히 퇴장한다. 무대에는 ‘파이(Φ)‘모양을 따라 원형 조명이 반복적으로 회전하는 것이 혼돈을 의미한다.

▲ 김혜림 무용-김재덕 안무 ‘초이스’. 김재덕 특유의 판소리적 미학을 표출한 음악과 무대가 압권이었다.


세 번째 작품 ‘초이스(Choice)’는 김혜림 무용, 김재덕 안무로 구성되었다. 안무가이자 무용가인 김재덕 특유의 판소리적 미학을 표출한 음악과 무대가 압권이었다. 작품이 진행되는 동안 들리는 시계소리는 선택을 죄여오는 압박처럼 들린다. 소리꾼의 아니리가 두런두런 계속되고 무용수 김혜림은 그것을 손짓으로 표현하더니 이내 발짓으로 표현하며 한국춤의 몸짓을 보여준다.

“밑으로 내려갔다가 옆으로 꺾는 것은 어떻사옵니까, 밑으로 내려갔다가 위로 올라가는 것이 원래의 선택지이며“ 라고 반복되는 소리꾼의 구음이 작품의 주제를 무척 인상적으로 표현한다. 시계, 북, 멜로디온, 첼로소리까지 배경음이 더해져 익살스럽고도 구슬프고 처량하며 한편 음산하기도 하다. 열두개의 선택을 의미하는 시계 문양이 바닥에 그려지고, 노란색 테두리의 반원 조명이 여인을 둘러싸고, 소리꾼이 계속 노래를 부르면서 무대아래로부터 등장한다. 여인은 계속적으로 선택의 통증을 표현하는 격럴한 춤사위를 표현하는 가운데, 아니리는 줄어들고 시계소리만 남은 채 무대는 끝난다.

▲ 김성용 무용-지슬라 로샤 안무 '엄마와 낯선 아들'. 헨리무어의 조각 작품 ‘모자상’에서 착상했다. 


네 번째 작품은 브라질 출신 안무가 지셀라 로샤의 안무에 안무가 겸 무용수 김성용이 춤을 춘 '엄마와 낯선 아들(Mother & Alien Son)'이다. 헨리무어의 조각 작품 ‘모자상’에서 착상했다. 무대 바닥을 따라 크게 ‘ㄱ’자로 밝은 녹색선이 있는데, 헨리무어의 ‘누운 모자상’에서 아이를 감싸 안은 엄마의 팔처럼 보인다. 무대 왼쪽 끝에 있는 나무와 작은 수조안에 담긴 물은 생명의 근원, 엄마의 젖을 뜻한다. 무용수 김성용은 엄마의 품을 벗어날 수 없는 아이처럼 ‘ㄱ’자 선 안에서 주로 움직이는데, 동작은 엄마가 아이를 감싸듯이 둥근 곡선 동작이 기본 모티브다. 

엄마로부터 태어나 엄마를 인식하고 성장하면서 고통을 겪지만 결국 엄마의 존재에게로 돌아가고 깨닫는 과정을 그렸다. 바닥에 있던 동그란 돌을 수조에 넣었다 꺼내고, 그것을 공기놀이하듯 던지고 받는 등 자유스런 몸짓을 한참 펼친다. 이내 쌓여있던 돌무더기 위에 머리를 묻으며 괴로운 듯 끌어안더니 그것을 흩쳐버리고, 수조에 가서 머리를 헹군다. 바닥에 흩친 돌을 입안에 마구 쑤셔 넣고는 무대 왼쪽으로 앉은 채로 게걸음질 친다. 왼쪽 끝에서부터 빠르게 걸어서 ‘ㄱ’ 자 맨 앞까지 걸어 나온다. 맨 앞에 있는 빨간 와이셔츠를 입고는 수조에 가서 세수를 한다. 

나무를 향해 뒤돌아서더니 이제 격렬한 몸짓을 시작한다. 돌을 주워 오른손에 들고 멈칫하더니, 앞쪽으로 천천히 기어 나온다. 주인공은 큰 주춧돌 위에 올라선다. 불어로 여자의 낭독이 흘러나온다. 중세풍의 실내음악 반주와 함께 수조의 물을 머리에 뒤집어쓴다. 주춧돌은 무대 가운데 조명을 받은 채 위치해 있고, 남자의 빨간 와이셔츠가 조명을 받아 두드러져 보인다. 남자는 자유로우면서도 고립되어 보이면서 한편으론 동양무술을 변형한 듯한 몸짓을 보여준다. 이내 그 큰 주춧돌을 들어 배위에 올려놓고 누우며 공연은 끝이 난다. 

'2013 한팩 솔로이스트' 두 번째 팀은 6월 7일과 8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김건중 무용-하이디 비어탈러 안무의 ‘스위프트 시프트(Swift Shift)’, 허성임 무용-스테프 레누어스 안무의 ’출입구 또는 몽환(Entrance or en-trance)‘, 정훈목 무용-프랭크 샤띠에 안무의 ’존 막(Jean Marc)'의 세 작품이다. 

mazla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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