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건중 무용-하이디 비어탈러 안무 ‘스위프트 시프트’. 새롭게 설정된 공간에 대한 인식을 표현했다.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6월 7일과 8일 '2013 HanPAC 솔로이스트' 두 번째 팀이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했다. 김건중-하이디 비어탈러, 허성임-스테프 레누어스, 정훈목-프랭크 샤띠에의 무용가-안무가 세 팀의 작품이 진행된 가운데 이날 작품들의 주제는 주로 관계, 에너지, 시선에 대한 것들이었다.

첫 번째 팀은 김건중 무용-하이디 비어탈러 안무의 ‘스위프트 시프트(Swift Shift)’이다. 시작되면 무용수 김건중이 바지를 벗으려는 제스처를 취한다. 무대장막이 내려오는데 맞추어 바지를 갈아입으며 몸을 숙여 관객을 애써 쳐다보는 그의 모습이 코믹하다. 이어 느린 템포와 종소리의 몽롱한 음악배경에 그는 자유롭게 공간을 휘돌며 춤을 춘다. 속삭이는 목소리들의 중첩이 이어지고 그는 무대오른쪽에 세워져 있던 베이지색 바지에 검정상의로 갈아입는다.

원래 입었던 옷을 가지런히 옷걸이에 걸어놓는다. 흰 장막이 내려오더니 거기에 주인공의 모습이 보인다. 나른한 기타 음악이 연주되고, 그는 벽에 붙어서 올라가려 하고, 혹은 바닥에 누워 자꾸만 끌어당기는 오른쪽 벽에 붙어버리고, 몸과 공간에 대해 탐구하는 듯 보인다. 뭔가 어색하다. 발이 땅에 닿지 않는데,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화면을 옆으로 돌려놓았다는 것을 느낄 즈음 장막이 걷히고 보니, 역시나 김건중의 실제 몸짓이 90도 회전된 화면이다. 내가 바라보았던 방향이 새롭게 설정되었을 때 느끼는 당혹감과 신비함이 의미있는 작품이었다.

▲ 허성임 무용-스테프 레누어스 안무 ’출입구 또는 몽환‘. 안무의도의 기발함과
무용의 에너지 넘침이 외설스러울 수도 있는 동작과 설정을 의미있고 재미있게 결합했다.
(사진제공=한팩)

두 번째 작품 허성임 무용-스테프 레누어스 안무의 ’출입구 또는 몽환(Entrance or en-trance)‘은 한 소녀의 몸에 들어가려는 에너지의 모습을 격정적으로 흥미롭게 표현했다. 자칫 잘못 보면 외설스러울 수도 있는 동작과 설정이었지만, 무용가의 그 에너지 넘침과 안무의도의 기발함으로 주제와 볼거리의 결합에서 재미가 있었다. 공간중의 거대한 에너지가 소녀몸의 공간 어딘가로 쑤시고 들어가려고 하지만 매번 잘못 들어간다. 큰 글리산도 굉음이 이를 극대적으로 표현해주며, 소녀는 에너지가 파고들 때마다 자신의 하복부 이하를 공중으로 솟구쳤다 내렸다 하며 아슬아슬하게 혼자하는 성행위를 연상시킨다.

동작 중에 하늘거리는 원피스를 입은 무용가 허성임의 아랫부분이 살짝살짝 드러난다. 그 야릇함에 집중되지만 또한 공간 중 에너지의 파고듬에 괴로워하는 한 소녀, 인간이 무척 느껴진다. 다음 장면은 작은 사각형 테두리를 일직선 앞뒤로 정신없이 움직인다. 이리저리 바쁘게 앞뒤로 움직이고, 자동차 핸들을 돌리고 뭔가 쫓기듯, 혹은 외부의 힘에 의해 움직이듯 보인다. 그러더니, 중세 성가풍의 여성합창이 들리면서 소녀는 미친 듯이 머리를 헤집고 공간을 휘돌며 괴로워하더니 음악이 멈추고, 집중되는 가운데 무릎 꿇고 옷을 벗는다. 이를 드러내며 웃는 모습으로, 양팔을 번갈아 천천히 휘돌리며 앞으로 걸어나온다. 온몸이 숨쉬는 것 같다. 

▲ 정훈목 무용-프랭크 샤띠에 안무 ’존 막'.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공간에서
한 인간과 그를 지켜보는 자, 고령화와 젊은 존재의 고독, 괴로움 등 생각거리를 안겨준다.

세 번째는 정훈목 무용-프랭크 샤띠에 안무의 ’존 막(Jean Marc)'이다. 쇼팽의 에튜드 E 단조가 들리고, 무대 왼쪽 물바닥을 엎드려 누워 휘돌며 주인공 정훈목은 하얀 짧은 팬츠만 입은 채 뒹굴고 있다. 음악은 끝날 즈음 짙은 리버브로 얼룩지면서, 주인공은 무대 중앙으로 가 서고, 흰 가운을 입은 할머니 한 명이 그의 젖은 몸에 수건을 덮어 그를 무대 오른쪽 뒤에 있는 의자에 앉힌다. 할머니 두 명이 그를 닦이고 무릎보호대를 채워주고, 머리를 묶어준다. 보살피는 것인지 목적이 있어 다듬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그의 뒤로 흰 가운을 입은 남녀 노인 8명이 의자에 앉아 있더니 맨 처음 주인공이 휘돌던 장소로 가 그의 흔적을 조사한다. 주인공이 쓰러지고 노인들 중 한명은 흐느껴 울고, 다른 노인들은 주인공에게로 가서 염불소리를 낸다. 이내 주인공은 일어나 늑대소년처럼 네 발 몸짓으로 이리저리 천천히 움직이며 자신의 몸을 탐색한다. 노인들이 누구이고 주인공 왜 늑대처럼 네 발로 되었는지 중요하지 않다.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공간에서 한 인간과 그를 지켜보는 자, 고령화와 젊은 존재의 고독, 괴로움 등 생각거리를 안겨준다. 작품 내내 유일하게 주인공을 외면하고 앉아있던 한 노인만이 마지막에 그에게 손을 내민 것은 그래도 고민에 대한 희망을 제시해준다.

2주간 일곱 팀의 공연에서 각각 한 명 무용수가 무대에서 펼치는 에너지는 군무나 두 명 이상 출연자의 작품보다 훨씬 크고 집중감이 있었다. 솔로무대는 무용수 개인을 오히려 더 큰 존재로 부각시켰다. 또한 무용수와 안무가를 일대일로 결합한 시스템은 한 사람이 무용가이자 안무가로 공연할 때 보다, 두 사람의 세계가 만나 한 사람의 몸을 통해 변환되고 걸러져 나오는 에너지로 더욱 몸의 순수성을 드러내었다.

한편, 2011년에 처음 시작한 ‘한팩 솔로이스트’는 프로젝트 3년차에 글로벌 아트 마케팅을 달성했다. 2012년 한팩 솔로이스트에서 초연된 한국 모던 힙합댄서 이우재와 프랑스 안무가 얀 루르(Yan Lheureux)의 협업작품 ‘현행범’이 2013년 6월 30일부터 7월 2일까지 파리 Ville 극장에서 공연되고, 2014년에는 몽쁄리에 국제무용축제 초청공연을 제안받은 것이다. 모든 경비와 정식 출연료를 받는 조건이며, 평론가와 언론을 위한 특별공연이 마련된다.

mazla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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