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현대무용단 '개와 그림자'. 무대뒤쪽 2,200개의 상자들로
기억과 허상의 공간을 표현한다. ⓒ 국립현대무용단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기억’과 ‘허상’은 사실 예술에서 많이 다루는 주제이다. 모두 인간의 사고과정과 관련이 있으며, 표현방법도 여러 가지다.

국립현대무용단이 6월 28일부터 30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한 ‘개와 그림자’는 기억과 허상이라는 주제를 동명의 이솝우화 내용에서 착안하여 과감한 현대무용으로 펼쳐내었다.

뼈다귀를 물고 있던 개가 시냇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물 안의 뼈다귀까지 얻으려고 입을 벌리자 물고 있던 뼈다귀마저 떨어뜨린다는 내용의 이솝우화를 바탕으로 추상적이고 상징적인 몸짓으로 표현했다.

국립현대무용단 3년의 임기동안 ‘수상한 파라다이스’(2011), ‘호시탐탐’(2012)의 신작들과 '말들의 눈에는 피가', '아Q', '벽오금학' 등의 자신의 이전작품들을 선보였던 홍승엽 예술감독은 이번 ‘개와 그림자’(2013)를 마지막 신작으로 내놓으며 임기를 마친다.

▲ 흐트러진 기억상자들을 이리저리 굴리며, 그속을 미친듯이 돌아다니며,
기억을 나부끼며 제각각의 모습들이다. ⓒ 국립현대무용단


공연이 시작되면 무대 뒤쪽으로 2,200개의 박스가 가득하다. 그 안에는 흰 솜뭉치, 깃털, 빨간 털실 등이 들어있다. 각각의 박스는 기억 공간을, 안에 담긴 재료들은 갖가지 기억들을 의미한다. 첩첩이 쌓여있던 거대한 기억들이 어느 순간 와르르 무너져 사람의 상체 모양으로 가운데가 뻥 뚫린 형태가 된다. 마치 뼈다귀를 물고 있던 개가 뼈다귀를 떨어뜨려 아무것도 얻지 못하게 되는 허망한 상태를, 공허한 자아의 모습으로 표현한 듯하다.

그 앞에서 13명의 무용수들은 자아의 허상에 대해 탐구하는 몸짓을 한다. 바닥에 누워 하얀 깃털을 부는 동작을 반복하는 여성도 있고, 빨간 구두를 발에 신지 않고 손에 들고 우왕좌왕하는 이도 있다.

느릿느릿 무너진 박스들 사이로 바닥에서 유유자적 기억의 공간을 유영하던 무용수들은 어느새 흰 남방의 상체를 풀어헤친 남자무용수들의 등장으로 서로 남녀커플로 짝을 맞춰 격렬한 안무를 한다. 그 사이로 깃털을 부는 여성은 여전히 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있고, 한편에선 키가 커진 채 풍성한 검정드레스를 입은 무용수가 유유자적이 걸어나온다.

홍승엽의 안무스타일은 소설이나 우화, 연극 등 기존의 내용을 상징적으로 형상화하고 이것을 나타낼 수 있는 소도구를 활용하여 무대에 접목시킨다. 그에 따라 추상적인 춤동작은 전체적인 군무와 그 사이사이의 독무의 표현이 적절히 배합된 간결하고 힘 있는 동작이 특징이다.   

▲ 가벼운 소재의 검정판넬은 기억과 허상의 공간을 재구성한다. 그 공간안에서
무용수들의 강렬한 군무가 자아에 대한 탐구인 듯 강렬하다. ⓒ 국립현대무용단


이번작품에서도 기억을 표현하기 위한 박스와 함께 거대한 검정 판넬이 눈에 띈다. 판넬들이 세워져서 기억의 공간 혹은 허상의 공간을 만들며 무용수들을 가리고 가두기고 하고, 바닥에 개별적으로 깔려서 무용수 옆에서 공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생각되는 무거운 판넬이 아니라 무용수들이 들기에도 가벼운 판넬이 만드는 다채로운 공간은 우리 손에 의해 여러 형태로 우리 자신을 가두고 속박하는 ‘껍데기’, 혹은 ‘허상’과 같이 우리 인생을 버겁게 만드는 것들을 표현한다.

한편, 국립현대무용단은 제 2 대 예술감독으로 안무가 안애순(현 안애순 무용단 대표)이 취임한다. 취임일은 오는 7월 28일이며 임기는 3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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