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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댄스씨어터 까두 10주년 '모티프 까두, 2013', 다양한 예술이 함께 만난 10년의 재해석

무용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12. 10.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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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소영 안무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까두의 대표작 중 하나인 '천적증후군'을 재해석했다. ⓒ 옥상훈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댄스씨어터 까두(단장 박호빈)가 창단 10주년을 맞아 <모티프 까두(Motif CcadoO), 2013>을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12월 5일부터 7일까지 성황리에 공연했다. 마지막 7일 공연은 전석 매진되며 역시 검증된 단체의 10주년을 많은 관객들이 함께 축하해 주었다.

2004년 창단된 ‘까두(ccadoo·加頭)’는 ‘머리를 여럿 더하다’라는 한자 뜻 그대로 여러 장르의 예술인간의 협업을 통한 새로운 창작을 추구하는 멀티미디어 댄스그룹으로, 예술이 갖는 사회적 가치도 함께 고민하며 교육과 지역사회와의 교류까지 함께하는 멀티미디어 댄스그룹이다. 단장 박호빈이 조성주와 공동대표였던 조박컴퍼니(1996년 창단, 2003년 해산)가 전신이다.

이번 공연은 지난 10년간의 까두의 발자취를 그렸다. 까두와 작업을 같이 해 온 미디어아티스트 최종범의 <까두의 빛과 시간과 공간-Alaska04052011>, 2004년 LG아트센터 기획공연으로 초연해 호평을 받고, 2005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초청, 2007년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 초청작 <돌아온 퍼즐 속의 기억>을 재해석한 <화이트>, 2003년 오딧세이 씨어터 초청, 2005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초청작 <천적증후군>을 재해석한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의 총 세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또한 그동안 까두와 함께 작업해 온 작곡가 박영란, 의상디자이너 김은영, 사진작가 겸 배우 윤다경 등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 10명의 인터뷰가 공연전후로 로비에서 상영되고 프로그램지에도 그들의 짤막한 메시지가 실려 있어 까두의 지난 10년을 돌아보는 기념식임을 표현해주고 있었다.

까두의 지난 10년간의 무수한 레파토리 중 강한 인상을 남겼던 작품 두 작품을 재해석한 이번 무대는 젊은 안무가들의 새로운 시각이 보태지고 미디어의 사용방법도 달라지며 ‘재해석’이지만 사실상은 새로운 두 작품들로 구성되어 보였다.

첫 번째 최종범의 <까두의 빛과 시간과 공간-Alaska04052011>는 무용이 없는 빛의 움직임과 소리, 그것이 오히려 움직임이라는 화두를 잘 드러내며 무용공연의 서두를 잘 열어주었다. 무대 가운데 두 줄기 세로의 흰 빛이 좌우로 움직이더니, 그것이 무대 앞과 뒤, 무대 위쪽까지 10개의 박스에서도 빛이 움직인다.

관객석의 양쪽 벽에도 각각 3-4개씩의 판넬에 빛이 움직인다. 신비롭고 몽환적인 음악과 함께 좌우로, 위아래로, 때론 깜빡깜빡거리고, 때론 넒은 띠 형태로 퍼져버리는 흰색 빛의 향연에 관객들은 마음을 사로잡힌다. 여러 대의 박스에서 움직이는 단순한 흰색 빛은 여러 곳에서 함께 움직이며 마치 미디어 오케스트라 같다.

▲ 한류리,주선희,최원석 안무 '화이트'. 원작 '돌아온 퍼즐 속의 기억'에 있던 영상을 배제하고,차분한 흰색과 검정색의 대비로 기억의 왜곡을 표현했다. ⓒ 강선준

 

두 번째 <화이트>는 원작 <돌아온 퍼즐 속의 기억>에 있었던 영상을 배제하고, 원작에서는 여인의 기억이 중심이었다면, 이번에는 그 기억이 왜곡되었다면 어떨까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까두의 대표작이랄 수 있는 원작은 다채로운 조명과 영상에 의한 시선의 분할, 영상의 콜라쥬 기법과 몸의 움직임보다 몸의 각 부분을 오브제처럼 사용해 일련한 기억이 아닌, 기억의 파편을 나타내면서 관객과 평단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었다.

이전의 공연을 ‘재해석’ 내지는 ‘재구성’ 한다는 것은 새로 작품을 만드는 것보다 오히려 어렵다. 기존의 것에서 살을 벗겨내고 뼈대를 어디까지 살릴 것인지, 어느 것을 어디로 옮기고 무엇이 첨가되어야 하는지 파악하고, 하나의 포인트, 즉 초점을 잡아내는 일이 특히 힘든 일일 것이다. 게다가 인기작품이었으면 그 부담감은 상당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선희, 김효진, 한류리, 최원석’ 네 명의 안무가와 무용가는 돋보기로 과거작품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과연 ‘기억’이라는 것을 어떻게 접근할지 잘 풀어냈다. 많은 예술가가 고민하고 다루는 ‘기억’이라는 주제를 이들은 원작보다 더욱 상징적으로, 특정 사건이나 특정 기억보다는 인간존재의 본질인 삶의 두려움에 의한 기억의 ‘왜곡’이라는 가상공간으로 무대를 설정해 풀어낸다.

인간의 뇌에 차곡히 담긴 기억은 사실은 과거사건을 마음이 받아들여 발췌해 저장해 놓은 사실과는 또 다른 한편의 편집된 드라마일 것이다. 원작이 그것을 ‘퍼즐’로 접근해 영상, 조명, 연기, 무용 등 까두의 정신그대로 관객의 혼을 쏙 빼놓는 미디어의 총집합으로 표현했다면 젊은 안무가와 무용가들은 이것을 그저 담대히, 블랙과 화이트의 색채감, 느림 속의 빠름의 미학으로 군더더기 없이 오로지 사랑에 대한 기억의 ‘왜곡’과 그 두려움, 괴로움을 표현했다.

검은 옷의 여자가 머리가 긴 여자를 몸에 매단 채 들어온다. 머리가 긴 여자는 나의 다른 자아이다. 또 다른 한 여자는 사과껍질을 주워 모으며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라고 읊조리더니 사과를 우걱우걱 먹는다. 한 여자의 뇌를 상징하는 무대 위에는 기억의 구조물인 상자 두 개가 놓여있다. 마지막에 상자 안에 들어간 여자는 ‘사랑한다 사랑한다’ 라고 반복하는 것이 못 이룬 사랑에 대한 바램으로 자신만의 왜곡된 기억을 주입하는 것 같다.

▲ '화이트'. 기억의 오브제로 사용된 상자 속에서 검은 기억과 두려움이 공존한다. ⓒ 강선준


프로그램지에 적힌 사랑에 대한 12월 16일과 25일, 32일의 일기가 기억의 왜곡을 말해준다. 1년의 마지막 날에서 하루가 더 있었으면 하는 그 마음, 언니의 남자를 사랑하는 마음, 그에 대한 사랑과 언니에 대한 미움과 증오, 사랑에 대한 증오, 벗어나지 못하는 자신의 행동 양식과 환경에 대한 괴로움이 붉은 사과와 두 개의 사방 1m 남짓의 직사각형 구조물을 사용해 표현된다. 또한 두 여인과 함께하기도 하고 대립하기도 하는 긴 머리카락의 올가미는, 옹졸하고 비겁한, 사과껍질을 벗기듯 순수한 내 속살을 보여주고 싶은 그녀가 벗어버리고픈, 옹졸하고 비겁한 나 자신일 것이다.

세 번째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안무 박소영)는 자연속의 천적관계를 모티브로 했다. 13명의 무용수가 출연했던 원작과 달리 4명의 무용수가 각자의 캐릭터로 천적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한명의 여자를 물고기로 상징, 세 명의 남자와의 사이에서 먹고 먹히는 관계를 표현한다.

일단, 경쾌하고 키치적인 상징과 웃음유발, 남자 무용수들의 코믹한 표정과 동작이 재미있다. 뱀, 늑대, 쥐를 상징하는 남자들의 한가운데 물고기를 상징하는 여자가 있다. 여자를 최종적으로 포식당하는 것으로 설정한 것이 한편 불편한 면도 있지만 의도는 파악된다.

천적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동물세계에서 잡아먹고 잡아먹히는 관계 중에서 잡아먹는 쪽을 천적이라고 한다. 그런데, 안무가는 이 작품에서 결국 최고 포식자도 영원히 강자일 수는 없고 천적관계는 공존과 상생이 함께 존재한다는 것을 파악했다.

그것을 그녀는 구체적인 동물간의 먹고 먹히는 관계보다는 그 상생과 공존을 표현하기 위한 동화적 판타지로 풀어낸다. 일단 상징적 도구로 물고기, 푸주간, 낚싯대가 사용된다. 물고기는 최고 포식자에 반대되는 위치, 즉 여기서는 최고 피식자이자 꿈을 의미한다. 푸주간은 동물세계의 최고 포식자들이 도착하는 현장, 즉 도살되어 결국 인간이라는 또 다른 포식자에게 바쳐지는 현장을 의미한다. 낚싯대는 그 물고기를 잡아들이는 인간의 도구이지만 반대로 그 낚싯대로 인해 그들도 연못 안으로 빠지게 되고 물고기가 낚싯대를 쥐고 승리하게 하는 역전의 역사를 만드는 도구다.

▲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영원한 강자도 약자도 없다는 시각으로 천적관계를 바라보았다.
ⓒ 옥상훈


여성으로 그려지는 성의 피해자, 포식관계의 제일 아랫단에 있을지도 모를 그런 아픔을 가진 현장을 반대의 꿈으로 가볍게 터치한 것이다. 무대가 시작하자마자 푸주간 옷을 입은 음악가 지미가 껄렁껄렁하게 등장해 관객을 살짝 흘겨보면서 오른쪽 구석의 DJ Box쪽으로 간다.

무대에는 이내 알록달록 무지개 색 옷을 입은 단발머리 미소녀(김포근)가 커다란 주황색 풍선 물고기를 들고 등장해 무대를 한 바퀴 돈다. 무대 왼쪽에서 남자 셋이 들어온다. 날쌘 다람쥐 같은 남자(금배섭), 껄렁껄렁하게 콧수염이 있고 선글라스를 낀 남자(성한철), 웃통을 벗고, 머리를 묶고 시종일관 껌 씹는 듯 혀를 질겅거리는 남자(이용훈) 등 제각각이다.

이들 셋의 여러 가지 코믹한 움직임 후, 섹시한 여자(박소영)가 등장한다. 남자들과 서로 견주더니 “OK? OK!"라고 마치 성매매의 짧은 암호처럼 주고받고 네 남녀가 실컷 흔들더니 여자는 이내 힘이 빠지고 무대 뒤로 사라진다. 남자들은 계속적으로 먹이를 탐하고 서로를 할퀴고 흠집 내고, 낚싯대로 관객을 위협하기도 한다. 무대 오른쪽의 지미에게 가서 도살될 위기를 모면하는 장면은 음악까지 무용의 무대 위 요소로 직접적으로 사용되며 관객의 웃음을 유발한다.

무대 가운데 뒤쪽에 푸른 연못이 생긴다. 여자는 세 남자에게서 차례로 낚싯대를 맞고는 쓰러진다. 어느새 검은 봉지를 쓰고 있는 그녀는 일어나더니 무대를 괴로움의 몸짓으로 가로지르며 숨을 헐떡거린다. 정말 처절한 생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아 슬프기까지 하다. 그러더니 남자 둘이 봉지를 벗겨준다. 이 때 지미가 직접 부르는 그레고리안 찬트 스타일의 고요한 노래가 슬프게 울려퍼진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다. 이들 넷은 긴 낚싯대를 한 어깨에 짊어지더니 결국 세 남자는 연못에 빠지고 낚싯대는 여자가 쥐고 있다. 여자가 승리했다. 처음의 미소녀가 물고기를 다시 조정해 무대를 한 바퀴 돌며 무대는 끝난다. 원작의 무게감에 구애받지 않고, 신중하게 네 명의 적은 인원으로 ‘관계’에 대한 상징을 이용해 참신하고 관객이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잘 풀어냈다.

까두는 2014년에는 국제현대무용제 MODAFE 초청공연 <(가제)무엇을 위해 기도하는가>(안무 모므로(주선희, 최원석, 안겸)), ‘춤추는 과학’시리즈 기획공연, <코펜하겐 해석을 위한 고양이 협주곡 C장조>(안무 박호빈)을 공연할 계획이다. 10년간 늘 실험과 도전으로 여러 예술장르를 포섭하며 그 중심에 무용을 두고 중심을 잃지 않았던 ‘댄스씨어터 까두(ccadoo)의 행보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길 바란다.


mazlae@daum.net

(공식 페이스북)
http://facebook.com/news.ew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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