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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뮤지컬 '오필리어', 여성의 시대에 바라본 '햄릿'의 재탄생

뮤지컬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5. 26.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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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뮤지컬 <오필리어>가 세종문화회관 M시어터에서 5월 16일부터 25일까지 공연되었다.

뮤지컬 <오필리어>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을 영화 서편제와 전 문화부장관으로 유명한 김명곤 연출이 햄릿이 아니라 그의 연인 오필리어에 초점을 맞추어 각색 연출한 작품이다.

<햄릿>의 내용은 잘 몰라도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라는 대사는 많은 사람들이 알 것이다. 자신의 아버지 왕이 죽자 삼촌이 왕위를 이으면서 어머니는 삼촌과 결혼한다. 그것에 대한 복수심에 늘 갈등하고 방황하며 연인인 오필리어의 사랑까지 팽개쳐 오필리어는 미치광이가 되고 결국 자결한다는 내용이 원작 '햄릿'의 간략한 줄거리이다.

21세기가 여성의 시대이고, 여권 신장, 여성파워, 여성의 능력이 강조되면서 예술작품들도 여성이 주인공이자 주제이고 여성을 다룬 이야기가 많아졌다. 대희곡 '햄릿'에서 오필리어를 주인공으로 뮤지컬이 제작됐다고 해서 놀랄 일은 아니다.

우선, 뮤지컬에서 중요한 부분인 음악을 얘기하자. 뮤지컬 <오필리어>는 바이올린과 피아노 두 악기의 라이브 반주만으로도 어떠한 미디악기나 많은 악기의 라이브 반주보다도 풍성하고 현장감 있는 효과적인 음악구성으로 극을 살려주고 있었다. 현대음악 앙상블 단체 TIMF의 음악감독인 최우정 작곡가는 아방가르드 느낌의 피아노 반주로 뮤지컬 노래선율을 장면의 분위기에 맞게 잘 작곡했다.

현란한 테크닉을 자랑하는 바이올린 주자는 배우로서도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연기한다.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와 노래로 극은 자연스럽고 경쾌하게 흘러간다. 극을 전개하는 뮤지컬 넘버도 극의 내용과 인물들의 감정과 상황을 노래와 가사로 충분히 파악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서정적인 부분과 열창부분, 고음과 저음 등 폭넓게 잘 작곡됐다. 


훌륭한 음악과 배우들의 노래와 연기, 간결하고 시공을 초월한 신비로운 무대와 조명, 거기에 맞춘 세련된 귀족풍의 의상까지, 뮤지컬을 이루는 여러 분야는 서로 조화를 이루었다. 각색된 극과 연출방향의 의문점에도 불구하고 다른 요소들 덕분에 극은 자연스럽고 경쾌하게,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을 고전의 격조는 살리면서도 현대적인 시대감각과 더불어 젊은이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도록 잘 표현되었다.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지도나 노래코치 등의 연출방법 말고, 근본적인 극의 진행방향, 즉 연출의도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마치 백조의 호수에 오데트 공주가 죽는 원래버전인 비극버전과 오데트가 지그프리트 왕자와 행복하게 끝나는 희극결말의 두 가지 버전이 있듯이, 햄릿에도 두 가지 버전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원작에서는 햄릿이 선왕의 망령을 만난 장면이 이번 뮤지컬에서는 오필리어가 꾼 꿈으로 바뀐다. 오필리어의 오빠 레어티즈와 햄릿과의 결투는 오필리어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햄릿에 대한 복수를 위해 자신의 쌍둥이인 레어티즈로 남장을 해 햄릿과 대결하는 것으로 바뀐다. 이 대결에서 결국 오해를 풀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게 된다. 햄릿의 어머니 거트루드가 햄릿의 아버지와 결혼 전 햄릿의 삼촌이자 현재 국왕인 클로디어스와 사랑하는 연인이었다는 설정은 원작에는 표현되어 있지 않은 부분이다.

'명작 뒤집기'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사실과 내용을 바꿈으로써, 시대에 맞게 혹은 공연의 방향과 상황에 맞게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대작 '햄릿'의 "죽느냐 사느냐.."의 그 삶의 방향에 대한 정립과 판단, 시대착오와 존재감에 대한 상실 등 원작의 주인공이 겪었을 심적인 고통과 삶에의 존재방향이 뮤지컬 전반에 표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주인공의 '사랑'과 '포용력'으로 '사랑이야기'라는 주제와 노랫말로 도입부와 후주에서 결론지으며 셰익스피어의 대비극 햄릿의 '인간 삶의 존재의 가치'에 대한 주제가 햄릿과 오필리어의 '사랑이야기'로 바뀌는 결말이 다소 의아하긴 하다.

연출가 노트에 적혀있듯 현대여성이라면 원작의 오필리어처럼 순수하고 순종적인 여성상이 아니라 햄릿의 사랑과 광기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처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오필리어가 자살을 할 것이 아니라 자살을 가장해 복수의 칼을 갈았다는 것까지는 이해가 된다. 그런데, 왜 복수 중에 다시 포용력을 발휘해 결국 해피엔딩의 행복한, 시공을 초월한 요정세계의 사랑이야기가 되어버렸는지는 의문이다.

현대적 여성상에 초점을 맞춘것이라면, 원작의 햄릿이 우유부단한 고민한 것에 대비되도록, 오필리어는 오히려 똑부러진 똑순이처럼 햄릿을 짓밟고 일어설 수 있는 캐릭터로 그릴 수도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적인 측면에서 귓가에 남는 선율과 노래, 햄릿이야기를 오필리어의 꿈같은 사랑이야기로 각색한 연출의 방향을 총체적으로 잘 뒷받침해 새로운 작품을 잘 만든 모든 스텝과 배우들은 충분히 박수 받을 만하다.

mazla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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