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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예술의 융합 - '원리'는 정체성 확립

전시

by 이화미디어 2011. 5. 29.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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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돈응 교수,"소리를 보다! 음악을 만지다!" - 국립과천과학관 기획전시

▲ 이돈응 교수, "이야기 장독대" 앞에서 국립과천과학관 기획전시 "소리를 보다! 음악을
만지다!" 를 설명중이다.  ⓒ 문성식  

음악과 소리에 대한 체험적 접근 - 설치작품과 한국전통의 미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보통 소리하면 단순히 들리는 것, 음악하면 아름다운 곡을 콘서트홀 안에서 들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국립과천과학관 기획전시 <소리를 보다! 음악을 만지다!>를 구성한 이돈응 교수(서울대 음대 작곡과)는  이러한 고정관념을 벗어나서 소리를 볼 수 있고, 음악을 만질 수 있는 체험을 가능하게 한다.

이번 <소리를 보다! 음악을 만지다!>전시는 지금까지의 이돈응의 사운드설치 작품을 집약시킨 형태로, 서울 소재의 미술관이 아니라 국립과천과학관 기획전시로 특히 많은 지역의 어린이, 학생 관람객이 호기심을 가지고 접근할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진다. 관람객은 소리가 기존의 악기 형태가 아닌  전시물의 형태로 보여질 수 있다는 경험을 하게 된다. 소리를 질러보고, 손으로 그려보고 눌러보면서 체험하게 되고, 소리를 만드는 것이 재미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체적으로 이번 전시는 소리와 음의 '원리'에 대한 체험이다. '원리'는 또한 이돈응에게 자신의 작품에 접근하는 기본 모태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7개 영역의 소리를 체험할 수 있다. 입구에는 '이야기 장독대'가 위치한다. 이 작품은 한국 전통적 향취를 풍기는 여러 장독대가 배치되며, 가운데 장독대에 관객이 소리를 내면 페이즈 보코더에 의하여 소리가 변조되어 장독 안에서 울린다.
 
 
▲ "풍관" 꼬마아이가 버튼을 누르며 풍관소리를 체험하고 있다 ⓒ 문성식

그 다음 오른편에 "풍관"이 위치한다. 한 옥타브 내의 열두 음이 커다란 풍관을 통하여 울린다. 바람소리 같기도 하고 오르간 소리 같기도 하다. 관은 한국 전통적인 문양으로 훈민정음과 한문체의 종이로 장식하였다. 음계버튼을 누르면 각각의 음관에서 음이 발생한다. 크고 작은 길이의 음관에서 발생하는 소리의 높이를 들으며 관람객은 소리 발생의 원리를 눈과 귀를 통해 배울 수 있다.

풍관의 오른쪽에는 장독과 지렛대 원리에 의한 압력조절장치가 있다. 마치 자격루나 물시계를 연상시키는데 이것이 압력에 의하여 소리의 세기를 조절한다. 각 관의 종이 길이를 늘였다 줄였다 하면서 음을 높고 낮게도 만들 수 있다. 이 작품은 구로 아트밸리 연주장 입구에 전시작품으로 그 첫번째 버전이 이미 설치되어 있다.

다음으로 '이야기 폭포'라는 작품이다. 소리와 그림에 대한 단상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액자형의 창틀 앞 마이크에 소리를 내면 소리가 기괴하고도 재미있게 변조되어 폭포처럼 울려퍼진다. 이 때 벽의 화면에 비친 관객의 모습은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시키듯, 소낙비같은 배경과 함께 크로마키되어 보여진다. 자신의 모습이 흑백영상으로 커다랗게 스케치된 모습은 운치 있으면서 서글퍼 보이기도 하다.
 
 
▲ "그림자 소리" 장난감의 그림자를 만지면 장난감이 움직이며 소리를 낸다 ⓒ 문성식

맨 안쪽에는 '그림자 소리'가 있다. 벽에 비치는 그림자를 자극하면 그림자 하단에 위치한 센서에 의하여 장난감이 간지름 타듯 움직인다. 탈 모형이 움직일 때는 웃는 것 같기도 하다. 특히 아이들이 아주 좋아하고, 어른 관객들도 무척 재미있어 한다. 아이들은 말을 탄 장난감의 움직이는 소리, 탈 모형의 풍경 소리 등이 작동하는 자연스러운 기계적 매커니즘과 소리발생의 관계성을 배우게 된다. 능동적으로 만짐으로써 소리를 만들 수 있고 또 물체의 움직임을 그림자를 통하여 조형적으로 볼 수 있다.

그 옆으로 '소리의 창'이라는 작품이다. 한국 전통 창호문이 전면과 측면, 천장에 달려 있다. '창호문에 귀를  대보세요'라고 쓰여진 대로 귀를 대보면, 새소리, 바람소리, 귀뚜라미 소리 등의 자연소리가 들려온다. 이전에도 창호문으로 4채널 스피커 원리를 구현해 온 이돈응 교수는 이 작품으로 가만히 귀기울여야 들을 수 있는 자연의 소리를 형상화함으로써, 한국적인 미 안에서 인간이 만들어낸 공간과 자연과의 공존을 모색하고 그 과정을 체험하게 한다.

 
▲ "소리의 창" 창호문에 귀를 기울이면 자연의 소리가 들려온다 ⓒ 문성식

'소리의 창'을 돌아나오면 '무한음계'가 우리를 반긴다. 간단하지만 차원 높은 소리작품이다. 달팽이 형태의 한옥타브 음계 버튼을 차례로 눌러가면, 음계는 한 옥타브를 넘어서서 계속적으로 상승한다. 반대로 누르면 음계가 끝없이 내려간다. 사실상 음계는 한 옥타브 뿐이다. 이것은 착청현상으로, 각 음의 배음의 강도 조절에 의하여 한 옥타브 음계의 끝음과 다음 옥타브 첫 시작음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들린다.

마지막은 '그리는 소리'가 장식한다. 커다랗고 둥근 스크린이 여자의 화장대처럼 아름답다. 앉아서 붓(레이저 포인터)으로 화면에 그림을 그리면 카메라가 인식하여 무작위 색깔의 그림을 그리면서 무작위의 재미있는 소리도 함께 발생한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그림은 자동으로 지워지고 깨끗한 새 화면이 된다. 벽면에 그림을 그리면서 함께 발생하는 일상적이지 않은 컴퓨터음악 소리의 결합이 재미있는 체험이다.

 
▲ "그리는 소리" 그림을 그리며 발생하는 무작위의 재미있는
   소리를 경험한다 ⓒ 문성식

'음악'과 '소리'에 대한 인식의 재정립

어릴적 과학자가 꿈이었던 이돈응 교수는 음대 작곡과 진학으로 음악가의 길을 걷는다. 독일 유학으로 전자음악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소리설치 작업을 하게 된다. 수퍼 장고, 풍경 소리, 풍관 등의 작업을  발전시켜 오면서 소리가 가진 특성을 단순히 음악적인 접근을 넘어서 환경과의 조화, 한국적인 특성에의 탐구와 접목시킨다.

"오늘날 우리나라 클래식 음악계는 마치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어머니를

어머니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의 심정과 마찬가지죠. 서양음악을 '음악'이라고 하면서

우리 음악을 '국악'이라고 합니다. 명칭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음악이라는 것

자체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입니다. 그리고, 클래식 음악에만 국한되지 않고

소리의 다양한 활용 가능성에 대하여 모색할 수 있도록 교육방향도 개선되어야 합니다."
 

▲ '이돈응 교수 인터뷰-"소리를 보다! 음악을 만지다!"
작가인 이돈응교수가 자신의 각 작품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문성식

서울대 음대 작곡과 교수이며 컴퓨터공학부 겸임교수이기도 한 이돈응 교수는 클래식 전공자들이 단지 순수음악에만 국한된 진로를 벗어나 소리 자체에 대하여 창의적으로 탐구하고 접근하기를 바란다.

다학제, 다전공을 지나 '융합'이 들끓는 요즈음에 이돈응 교수는 순수음악을 전공한 작곡가로서 음악과 소리의 과학적 속성을 연구하며, 전자음악과 소리설치 분야에서 선두적인 길을 걷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적인 소리설치 작업과 음악공연, 한국전통의 미에 대한 탐구에 중점을 두겠다는 그야말로 진정한 이시대 '융합형 인간' 이 아닐까.

<소리를 보다! 음악을 만지다!> 전시는 국립과천과학관에서 6월 12일까지 계속된다. 매주 토요일, 일요일에는 하루에 두 번 무료로 친환경 악기만들기 체험 행사가 진행중이다.

mazla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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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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