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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음악오늘 '레나트 그라이스-아르민의 플루트', 플루트의 놀랍도록 화려한 세계

클래식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6. 10. 13.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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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레나테 그라이스-아르민의 플루트' 공연이 지난 10월 4일 저녁 7시 30분, 서울 한남동 일신홀에서 음악오늘 주최, 공연기획 해원 주관으로 열렸다.

'홀로, 그리고 함께'라는 부제의 이번 음악회는 음악오늘의 여섯 번째 음악회로 독주악기로서 플루트의 매력과 다양한 작품의 화려한 레파토리를 감상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그라이스-아르민(독일 칼스루에 음대 교수), 윤혜리(서울음대 부교수), 고영주(독일 뷔츠부륵 필하모니 부수석(종신단원)),이렇게 3대의 플루트와 임수연(협성대 초빙교수)의 피아노가 만났다. 무대는 같은 플루트를 연주함에도 개성으로 가득했다.

레나테 그라이스-아르민의 스승인 오렐 니콜레(Aurele Nicolet 1926-2016)는 학생에게 작품을 지도할 때 한 작품뿐만 아니라, 그 작곡가의 음악적인, 영적인 주변 환경과 그 시대에 관해 함께 공부하도록 했다. 이러한 영향이 공연무대에 함께 선 그녀의 제자 고영주와 함께 연주한 도플러 작품에서도 느껴졌으며, 작곡가의 시대를 플루트로 충실하게 대변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첫 곡 Joseph Bodin de Boismortier(1689-1755)의 'Sonate g-moll'에서는 수평의 세 대의 플루트가 피아노와 수직으로 만나 충돌하기도 하고 화해하기도 하며 중세시대 우아한 춤곡의 정취를 느끼게 해주었다.

다음으로 드뷔시(1862-1918)의 'Bilitis'는 '목신의 기원', '밤의 순조로움' 등 6개 악장의 인상이 연주로 한 화폭씩 서서히 완성되어 가는 느낌이었다. 그라이스-아르민의 플루트가 그림의 방향과 소재를 추진한다면, 임수연의 피아노는 그 정황이나 분위기를 설명했다. 대등한 앙상블은 드뷔시 특유의 온음음계가 주는 미스틱하고도 끈적이는 에너지를 한껏 살려주었다.

전반부 마지막 신수정(1975-)의 '플루트 트리오를 위한 네 개의 소품'은 한 중심음에서 파생된 다양한 음의 파편이 번뜩이는 플루트 세 대를 통해 섬광처럼 구조를 이루는 기하하적 재미를 주었다. 1악장 G음의 빠른 텅잉으로 시작해 2악장은 다소 간헐적이지만 장식적인 음들, 3악장은 코랄풍의 느린 하강음계, 4악장은 빠르게 넓은 음역대를 상승 하강하는데, 한 중심음으로부터 같은 음색의 플루트 세 대가 대등한 에너지와 추진력으로 충돌해 만드는 이미지가 신선했다.

후반부에는 네 개의 작품이 연주됐다. 도플러(1821-1883)의 '안단테와 론도'는 플루트 두 대의 기교가 매우 화려했고, 기품이 넘쳤다. 플루트 연주자였던 작곡가의 기술력과 감각이 충실히 녹아있는 작품이었다. 1악장의 서정적이고 긴 멜로디에서 2악장 론도의 빠른 리듬까지. 그라이스-아르민과 고영주 두 스승과 제자의 우정 어린 교감은 연주를 마치고 스승이 제자에게 뺨에 키스를 건네는 모습에서 관객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C.P.E.Bach(1714-1788)의 곡에서는 무반주 플루트의 영롱한 음색과 움직임이 그라이스-아르민의 막대 끝에서 올곧이 뿜어져 나오는 것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저 플루트라는 막대, 작은 관악기 하나에서 저토록 다양하고 깊숙한 울림과 에너지가 분출될 수 있을까. 멋진 작품이기도 하지만, 완벽을 넘어 실제 숨을 불어넣어 호흡으로 살린 작품이기에 더욱 연주자의 생명력과 특징이 느껴졌다.

플루트의 다채로운 매력이 한 작품 한 작품 무르익으면서 후반부 프로그램은 모두 관객들의 브라보를 받았다. 윤이상(1917-1995)의 '가락'은 피아노의 강렬한 톤 클러스터로 시작해 플루트로 이어졌다. 강한 숨소리의 지속음이 우리 전통악기인 대금의 세찬 대바람소리를 표현하고, 여기에 3도 이상의 트릴과 높은 음 도약, 상행의 빠른 아르페지오는 12음계로 구성되었지만 중심음으로 파고드는 집약성을 가졌다. 고영지는 차분하고도 강렬한 에너지로 사색적인 '가락'을 훌륭하게 표현해냈다.

마지막 Caspar Kummer(1795-1870)의 'Trio Brillant'는 서정적이면서도 화려한 작품이었다. 1악장은 제1플루트의 유려한 선율을 2, 3플루트가 3화음으로 받쳐준다. 2악장에서는 서로 주고받는 캐논 멜로디가 아름답다. 3악장은 2/4박자의 빠른 리듬 속에 세 파트가 거의 균등하게 선율을 주고받다가 한 선율로 연결되며 클라이막스에 이른다. 이번 곡에서 제1플루트를 맡은 고혜리는 시원하고 맑게 뻗으면서도 깔끔한 음색으로 작품의 'Brillante'를 표현했고, 세 주자는 관객들의 열화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한편, 10월 6일 '이영우의 피아노' 공연에서 김정훈, 유도원, 최지연 등 작곡가들의 창작음악연주를 성황리에 마친 음악오늘은 10월 세 번의 연주회를 더 준비했다. 인천 아트플랫폼에서 10월 15일 오후 3시 '최용기의 클라리넷 II', 오후7시 '이재은의 노래'를, 10월 26일 오후 7시 30분 정동 산다미아노에서 'Bitter Sweet #5' 공연으로 무용음악, 전자음악, 국악 등 다양한 분야의 젊은 작곡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mazlae@daum.net   

(공식 페이스북) http://facebook.com/news.ew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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