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공연중 후앙 루오의 ‘비올라와 체임버 앙상블을 위한 협주곡 <다시 말해서>.
용재오닐의 구성진 목소리와 비올라 선율이 인상적이었다. ⓒ 크레디아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네 남자의 클래식 ‘앙상블 디토’(Ensemble Ditto)가 이번엔 바흐를 만났다.

'앙상블 디토’(Ensemble Ditto)가 6월 9일부터 30일까지 바흐를 주제로 한 2013 디토 페스티벌 'City of BACH' 를 진행중이다.

리처드 용재 오닐(비올라), 스테판 피 재키브(바이올린), 지용(피아노), 마이클 니콜라스(첼로)의 다양한 악기군의 각각 화려한 테크닉과 수려한 용모를 자랑하는 남성들로 구성된 디토 앙상블은 고전부터 현대음악 레파토리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음악세계를 보여주며 클래식의 대중화에 일조해 왔다.

2013 디토 페스티벌 'City of BACH'에서는 6월 9일 리처드 용재 오닐과 임동혁의 ‘황금 듀오 : 바흐 에디션’을 시작으로 6개의 메인 콘서트와 2개의 스페셜 콘서트를 통해 고전시기 이후의 음악사를 낳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작곡가 바흐의 음악세계를 다채로운 편성과 조합으로 탐험함으로써 관객에게 새로운 바흐를 들려주었다.

특히 19일과 20일 공연에서는 현대음악, 전자음악과의 만남을 통해 바흐의 음악세계를 더욱 심도있게 표현해 내는 좋은 기회를 제공했다.


'Different Ditto: the VOICE': 조지 크럼, 후앙 루오, 존 애덤스의 현대음악

19일 공연된 ‘Different Ditto: the VOICE' 에서는 작곡가 조지 크럼, 후앙 루오, 존 애덤스의 작품을 들려주었다. 첫 번째 순서 조지 크럼(1929-)의 ‘고래의 목소리’는 전자 플루트(조성현)와 전자 첼로(마이클 니콜라스), 전자 피아노(박진우)의 세 악기가 들려주는 동양적인 신비스런 선율선이 인상적이었다. 첫 부분은 ‘보칼리제’로 어둠속에서 푸른 조명 아래 검은안대를 착용한 세 악기가 등장하는데 플루트는 목소리가 함께 선율선을 노래한다.

고래의 목소리 두 번째 부분은 ‘바다’주제로 다섯 개의 변주곡을 노래하는데 하모닉스와 플라터 텅잉, 피아노의 특수주법, 첼로의 트레몰로, 술 폰티첼로 등의 현대주법으로 엷은 음층으로 고래가 내는 인간과 흡사한 얇은 목소리와 바다의 미묘한 움직임, 출렁거림을 표현한 듯했다. 세 번째 부분은 ‘바다-녹턴’으로 앞의 바다 주제를 더욱 서정적으로 표현했다. 이 날 당초 피아노를 맡았던 지용의 컨디션 문제로 연주를 하게 된 피아노의 박진우는 집중어린 모습으로 앙상블을 이루었다.

후앙 루오(1974-)의 작품 ‘비올라와 체임버 앙상블을 위한 협주곡 <다시 말해서>’에서는 특히 용재오닐의 진하고 토속적인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다. 자신을 ‘민요 가수’라고 소개할 만큼 중국 민요가 갖는 특징을 작품에 녹여내는 중국출신 작곡가 후앙 루오(1976~)의 이 작품을 용재 오닐은 아주 잘 표현해냈다. 첫 부분에서는 비올라를 연주하면서 더욱 구성지게 뚫고 나오는 그의 목소리는 작곡가가 의도한 연극적 효과까지 잘 아우르면서 미니멀한 음층의 반주와 잘 어우러지고 있었다.

두 번째 부분에서는 더욱 격렬한 반주와 함께 비올라 독주의 5도 관계 중음주법의 빠른 리듬이 특징이었다. 타악기의 두드러짐, 관악기의 고음역, 연주자들이 흰 부채를 펄럭거려 바람효과를 사용한 점 등이 인상적이었는데 최수열 지휘의 디토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열연 또한 돋보였다. 세 번째 부분은 독주자와 타악기만 무대 위에 남고 다른 앙상블은 모두 무대 아래로 내려와 연주하는 특이한 형태가 더욱 독주 비올라와 목소리에 집중하게 했다.

인터미션 후 존 아담스(1947-)의 ‘그랜드 피아놀라 뮤직’은 두 대의 피아노에서 발생하는 작은 리듬의 물결이 체임버 오케스트라, 세 명의 여성 목소리와 조화를 이루면서 변화무쌍한 화음으로 거대한 산맥과 대평원을 탐험하는 장면을 연상시키는 작품이었다. 스티브 라이히나 필립 글래스의 미니멀 음악과는 달리 금관의 장쾌한 사용으로 좀 더 거대한 선율의 움직임과 다양한 악기의 사용이 특징인 존 아담스의 미니멀 작품은 30분 동안 미국 전역을 비행기를 타고 위에서 내려다보며 탐험하는 느낌을 주었다. 피아노 연주의 전지훈과 박진우는 어찌보면 고전 페라토리보다는 훨씬 단순할 수 있는 선율인데도 무척 심취하여 연주하여 감명을 주었다.

▲ 20일 공연의 주인공 룩셈부르크 출신 피아니스트 프란체스코 트리스타노. 현란한 피아노
솜씨에 직접 무대에서 신디사이저를 디제잉하며 관객을 열광시켰다. ⓒ 크레디아


프란체스코 트리스타노 : 바흐를 동경한 21세기 피아니스트의 전자음악 향연

20일은 ‘괴물 피아니스트의 출현-프란체스코 트리스타노 리사이틀’이라는 타이틀로 한국에 음반을 첫 출시하는 룩셈부르크 출신 피아니스트 존 트리스타노를 국내에서 처음 만나보는 귀중한 기회였다. 가느다란 목에 목도리를 길게 휘날리는 사진 속 모습이 인상적인 그는 이날 연주회에서도 역시 트레이드마크인 목도리를 두르고 연주에 임했다.

첫 순서는 트리스타노(1981-) 자신이 직접 작곡한 ‘전주곡’으로 시작했다. 그랜드 피아노 옆에 놓인 신디사이저로 저음의 배경음을 만들고 그 위에서 고음의 잔잔한 선율이 빛나게 떠다니는 형상이 인상적이었다.

자신의 창작 전자음악 곡을 연주할 때와는 달리 바흐나 북스테후데의 작품을 연주할 때도 그의 연주는 집중감을 주었다. 그가 연주한 바흐나 북스테후데의 작품 전반적으로 명징한 선율선과 각 성부의 움직임이 잘 드러나면서도 무척 가볍게 터치하는 것이 특징이었다. 전혀 힘들이지 않는 모습으로 선율과 화성의 자연스러운 흐름과 함께 음악을 유려하게 이끌었다.

자신의 창작곡 ‘전주곡’ 후 곧바로 이어진 북스테후데(c.1637-1707)의 ‘전주곡 g단조 BuxWV 163'에서 바로 그의 특징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단조의 숙명적인 느낌조차도 밝음으로 바꿀 만큼 가볍고 안정적인 톤 조절로 연주한다. 이어진 북스테후데의 ‘아리아 <라 카프리치오사> BuxWV 250’에서는 32개의 짧은 변주곡들을 지루할 틈 없이 맛깔스럽고 경쾌하게 표현해낸다. 이 연주자가 자신의 피아노 리사이틀에서 디제잉하는 모습으로 관객에게 더 친숙하게 알려졌지만, 사실 그 뒤에는 이같은 탄탄한 테크닉과 내공, 음악에의 진지함이 뒷받침되어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었다.

다음으로 북스테후데의 두 개의 d단조 작품 전에 짤막하게 3분 동안 프로그램에는 나와 있지 않은 전자음향으로 시작했는데, 거대한 리버브와 글리산도가 거대한 미로를 항해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북스테후데의 '토카타 d단조 BuxWV 155'의 d조를 예고하는 듯한 리버브를 잔뜩 머금은 웅얼거리는 선율이 마지막에 짤막하게 연결되더니 토카타로 넘어갔다. 북스테후데의 '토카타 d단조 BuxWV 155'과 '모음곡 d단조 BuxWV 233'에서는 앞 순서 북스테후데 작품과 마찬가지로 갖가지 장식음과 기교, 선율선 어느하나 막힘없이 자유로운 연주로 일관했다.

북스테후데의 두 d단조 작품 마지막에 연결된 트리스타노의 ‘피아노와 일렉트로닉스를 위한 ‘라 프란치스카나’’는 자신의 이름을 제목에 넣어 신디사이저와 피아노로 자신의 타이틀을 알리려는 열망을 형상화했다. d단조로 북스테후데 작품과 통일성을 주면서 빠른 리듬으로 한 화음을 연주하고 다음 화음으로 이동하고 미니멀 음악의 특징을 보였다. 마지막 부분으로 갈수록 빠른 리듬으로 몰아치면서 딜레이와 리버브의 전자음향이 점차로 더해져 휘몰아치며 끝났는데 계속 진행할 것 같은 음악이 갑작스레 끝나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바흐(1685-1750)의 ‘파르티타 3번 a단조 BWV 827'는 북스테후데의 작품들에서보다 더욱 강한 터치와 강약의 조절, 스타카토 주법, 악센트 등으로 북스테후데 시대에서 바흐의 건반악기로 넘어오면서 정립된 특징을 잘 살려 연주했다. 트리스타노적인 유려함과 페달의 사용은 여전했다.

마지막에 연주한 트리스타노의 ‘Long Walk-요한 세바스티안 바흐의 골드베르크 그라운드에 의한 14개 카논(BWV 1087)의 피아노 및 라이브 일렉트로닉스 리메이크'는 위대한 작곡가 바흐를 만나는 긴 순례의 여정을 표현했다.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첫 여덟마디 오스티나토를 주제로 피아노와 신디사이저를 오가며 선율을 입력하고 연주하면서 현란한 디제잉과 연주솜씨를 선보였다. 물론, 이러한 전자음악 테크닉이 그 혼자만의 것은 아니었다. 프랑스의 현대음악연구소 IRCAM(이르캄)의 엔지니어 요하임 올라야가 무대 객석 뒤편에서 제어하는 다채로운 사운드를 발판으로 더욱 풍성한 전자음향이 가능한 것이었다.

바흐가 골드베르크 변주곡에 북스테후데의 ‘카프리치오사’ 주제를 인용해 선배에 대한 경의를 표했듯이, 트리스타노는 21세기의 건반인 미디 신디사이저와 피아노를 결합하여 17, 8세기 건반음악의 위대한 두 작곡가의 자유로움과 즉흥적인 양식을 자신의 스타일로 새롭게 보여주며 관객을 열광시켰다. 앵콜곡에서는 피아노의 안쪽 현을 두드리며 타악적 효과를 내는 특수주법으로 시작해 리버브와 잔잔한 스타카토의 빠른 리듬이 격렬한 중음주법으로 변하는 음형을 반복하며 휘몰아쳐 작품이 끝난다.

‘바흐’를 주제로 한 달간의 다양한 공연 사이에 현대음악과 전자음악이라는 다소 이질적으로 보이는 장르 배치였지만, 이 두 장르도 클래식 음악의 연장선상에서 오늘날 우리와 함께 자연스럽게 향유될 수 있는, 그리고 사실은 바흐로부터 탄생되었음을 알려주는 멋진 기획이었다. 물론 기존의 디토 앙상블 멤버들이 펼치는 이번 시즌 중의 다른 메인 콘서트와 두 개의 스페셜 콘서트도 귀중하겠지만, 오히려 19일, 20일의 프로그램 배치로 더욱 균형적이고 발전적인 음악회 시즌 프로그램의 구성사례를 보여주며 관객에게도 들을 수 있는 즐거움을 배가해 준 연주회였다.

한편, 2013 디토 페스티벌 'City of BACH' 는 두 개의 콘서트가 남아있다. 스페셜 콘서트로 6월 29일(토)과 30일(일) 저녁 8시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 샤를 뒤투아’가 유자 왕과 스테판 피 재키브의 협연으로 열린다. 또한, ‘앙상블 디토 시즌7 리사이틀 <Code Name: BACH>’가 6월 25일(화) 오후 7시 30분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26일(수) 오후 8시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아트홀, 28일(금) 오후 8시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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